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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스토킹 취재·보도’ 대변한 TV조선, 언론 맞나요?인터넷매체 ‘더팩트’가 11월 15일 오후 6시 7분 <단독/이재명 부인 김혜경 씨 ‘깜짝 변신’, ‘낙상 사고’ 후 첫 외출 포착>이라는 보도를 내놨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가 낙상사고 6일 만에 외출하는 모습을 취재했다며 사진기사를 내보낸 겁니다. 더팩트가 사진 속 검은 망토 차림 여성을 ‘김혜경 씨’로 특정하면서 김 씨 낙상사고 이후 쏟아진 풍문이나 허위조작정보에 기댄 기사도 잇따랐습니다.
그런데 더팩트가 기사를 내놓은 지 하루도 지나지 않은 11월 16일 오후 5시 32분 <정정/김혜경 씨 ‘낙상사고’ 후 첫 외출 포착 사진은 ‘수행원’>이라고 정정보도했습니다. 검은 망토 여성은 김혜경 씨가 아니라 수행원으로 확인돼 바로잡는다는 것이었죠.
더팩트 “민주당, 김혜경 씨 특정해줬다면 정확한 보도 가능했다?”
더팩트는 정정보도에서 정확한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보도한 데 대해 사과했습니다. “차량 4대”로 김혜경 씨를 취재했다고 인정한 더팩트는 “(김혜경 씨 낙상사고 이후 일어난) 온갖 추측”, “여권의 유력 대선후보 배우자 동정은 국민적 관심사” 등을 이유로 오보를 정당화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차량이 4대나 동원된 것을 두고도 “<더팩트> 취재의 일반적 방식이며 대통령 후보의 부인이라고 해서 다를 바가 없는 내용”이라고 해명했죠. “(더불어민주당 측이) 국민적 관심을 고려해 취재 당시 ‘검은 망토’ 여성에 대한 사정을 설명하거나 사진 속에서 김혜경 씨를 특정해줬다면 정확한 보도”를 할 수 있었다며 더불어민주당 측을 탓하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더팩트는 ‘마지막까지 정확한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보도’한 것은 사과했지만, 더불어민주당 측이 사진에서 김혜경 씨가 누구인지 특정하지 않아 정확한 보도를 할 수 없었다고 항변한 셈이 됐습니다.
‘더팩트 오보’ 대변하는 보도 내놓은 TV조선
지상파3사와 종편4사 저녁종합뉴스를 살펴본 결과, KBS와 SBS를 제외한 방송사가 모두 더팩트 정정보도 건을 전했습니다. MBC와 JTBC는 관련 사실을 건조하게 보도했고, 채널A와 MBN은 이재명 후보 관련 해프닝을 전하는 방식으로 보도했는데요. TV조선은 달랐습니다.
△ 7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더팩트 취재’ 보도 여부(11/16)
<“사진 속 인물은 수행원”…기사는 삭제>에서 신동욱 앵커가 “왜 이렇게 요란하게 후보 부인의 움직임을 따돌리려 했는지 또 언론사의 취재를 스토킹으로 몬 것이 적절한지” 논란이라며 이재명 후보 측을 문제 삼고 나선 겁니다. 리포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더팩트 측이 착오를 인정하면서도 이 후보 측에 유감을 표했는데, 이호균 더팩트 탐사부장 전화인터뷰와 함께 비교적 상세히 전했습니다.
△ 더팩트 대변하는 듯한 보도한 TV조선(11/16)
TV조선, 조국 사태 당시 스토킹 취재로 물의
TV조선이 더팩트 측을 대변하는 듯한 보도를 내놓은 배경은 TV조선의 과거 보도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 후 나온 조선일보와 TV조선 보도가 해당됩니다. 그해 조선일보가 10월 21일 <단독/조국, 학교 안나가고 매일 등산>을 내놓자, 같은 날 TV조선은 저녁종합뉴스에서 조선일보 보도를 영상화한 <등산 모자 눌러쓰고…조국, 오늘도 산행>을 내놨습니다. 조 전 장관의 옷차림, 산행 경로 등을 상세히 전했는데 미행하듯 따라다니지 않는 이상 알아내기 어려운 내용이었죠.
하지만 당시 조선일보와 TV조선은 이러한 취재행태에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조국 수호대’라 이름 붙이며 정상적인 취재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복수의 법조인 의견을 덧붙이며 “조 전 장관이 공인이기 때문에 취재를 방해하는 건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고요.
△ 2019년 이른바 '조국 사태' 당시 스토킹 취재를 했던 TV조선(2019/11/10)
스토킹 취재 및 보도는 공익을 위한 것이 아니다
더팩트가 말한 것처럼 여권의 유력 대선후보 배우자 동정이 국민적 관심사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이는 김혜경 씨가 이재명 후보 배우자로서 공식 일정에 나설 때 해당되는 것이겠죠. 공인 사생활 보도에 대한 판례를 살펴봐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인이라고 해도 개인으로서 사생활 자유는 보장받아야 하고 언론이라고 해도 당사자 동의 없이 보도할 수 없다는 판례가 대다수인데요. 더팩트는 김 씨 낙상사고 이후 온갖 추측이 일어나고 더불어민주당 해명에도 의혹이 계속돼 보도했다고 해명했지만, 오히려 더팩트 보도로 풍문이나 추측은 잦아들지 않고 더욱 늘어난 모양새였습니다. 더팩트 보도 취지마저 무색해진 것입니다.
즉, 2019년 조선일보·TV조선 보도와 이번 더팩트 보도는 이른바 ‘스토킹 취재’, ‘스토킹 보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안을 두고 언론은 연합뉴스 <[팩트체크] 집앞에서 기다리고 따라가고...취재여도 스토킹 행위일까>(11/17 장하나 기자)와 같이 ‘취재여도 스토킹 행위에 해당하는지’를 법조계 의견을 덧붙여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론은 법조계 의견을 내세워 ‘국민 알 권리를 위한 취재는 스토킹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하기에 앞서, 언론이 하려는 보도가 과연 ‘국민의 알 권리’와 ‘공익’을 위한 게 맞는지부터 점검해야 합니다. 차량을 4대나 동원해 유력 대선후보 부인의 모습을 찍어 보도하는 것이 과연 국민의 알 권리와 공익을 위한 것일까요? 참고로 더팩트가 모두 삭제했다는 최초 오보는 포털사이트 ‘네이트’에서 11월 17일 오후 5시 현재 여전히 확인되고 있다는 점 알려드립니다.
* 모니터 대상 : 2021년 11월 16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뉴스A>, MBN <뉴스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