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 모니터_
이재용 가석방 보도, 특혜 ‘옹호’는 넘치고 ‘비판’은 지웠다
등록 2021.08.17 14:29
조회 437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받고 복역 중이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월 13일 재수감 207일 만에 가석방됐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경영권 부정승계 의혹과 프로포폴 불법투약 의혹 등으로 별도의 재판을 받고 있으며, 복역률도 60%밖에 채우지 못해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되었다는 것 자체가 특혜라는 논란이 제기됐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과 관련해 언론이 어떻게 보도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어떻게 보도했나

이재용 부회장이 가석방 예비 명단에 포함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7월 21일부터 법무부 가석방 심사위원회가 이 부회장 가석방을 결정한 다음 날인 8월 10일까지 보도를 분석했습니다. 분석 대상은 6개 종합일간지와 3개 경제일간지 지면, 지상파3사와 종편4사 저녁종합뉴스 보도입니다.

 

가석방 ‘옹호’, 비판 기사 두 배 넘어

먼저 7월 21일, TV조선 <광복절 가석방 예비심사 명단에 포함>(주원진 기자)이 이번 광복절 가석방 예비 명단에 이재용 부회장이 포함됐다고 보도한 이후 보수·경제지를 중심으로 삼성 위기설과 더불어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을 옹호하는 기사가 연이어 나왔습니다.

 

7월 21일부터 8월 10일까지 이재용 부회장과 연관된 기사는 총 165건으로 나타났습니다. 개별 보도경향을 확인했습니다. 분류 기준은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을 옹호하는 내용이 들어간 기사는 ‘옹호’, 비판하는 내용이 들어간 기사는 ‘비판’, 두 가지 내용이 함께 실린 기사는 ‘옹호+비판’, 가석방에 대한 평가 없이 사실관계만 전달한 기사는 ‘기타’로 분류했습니다.

 

논조분석.JPG

보도 논조

보도량

옹호

93건 (56%)

비판

27건 (17%)

옹호+비판

25건 (15%)

기타

20건 (12%)

합계

165건

△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관련 보도 논조 분석 결과(7/21~8/10) ©민주언론시민연합

 

분석 결과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을 ‘옹호’하는 내용의 기사는 93건(56%)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비판’ 기사가 27건(17%)이었으며 ‘비판+옹호’ 기사는 25건(15%)으로 비슷한 보도량을 보였습니다. 기타는 20건(12%)의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을 옹호하는 내용을 담은 기사는 70%가 넘었지만, 비판 내용을 포함한 기사는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을 옹호하는 기사가 압도적으로 많이 보도된 것입니다.


‘경제적 이유’ 강조, 특혜 비판 15% 불과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은 그 자체로 특혜입니다. 따라서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부터 재판 결과와 가석방에 이르는 과정까지 제대로 짚어야 하는 사안입니다. 언론이 어떻게 다뤘는지 보기 위해 보도내용을 분류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관련 내용을 주로 다룬 경우 ‘가석방 대상’, 투자·주가 등 삼성과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경우 ‘경제적 측면’, 이재용 부회장 재판과 가석방 관련 특혜를 다뤘으면 ‘특혜’, 여론조사 내용을 다룬 경우 ‘여론조사’, 이재용 부회장 재판·판결 등 법적 내용을 다룬 경우 ‘사법적 측면’, 그밖의 내용은 ‘기타’로 분류했습니다. 한 기사에 두 가지 이상 내용이 보도됐을 경우 중복으로 체크했습니다.

 

내용분석.JPG

보도 내용

보도량

가석방 대상

92건 (40%)

경제적 측면

78건 (34%)

특혜

34건 (15%)

여론조사

10건 (4,4%)

사법적 측면

9건 (4%)

기타

6건 (2.6%)

합계

229건

△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관련 보도내용 분석 결과(7/21~8/10) ©민주언론시민연합

 

분석 기간에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심사와 발표 과정이 포함된 영향으로 ‘가석방’과 관련된 보도가 92건(40%)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재용 부회장과 경제적인 내용을 연관지어 보도한 ‘경제적 측면’ 기사가 78건(34%)로 뒤를 이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을 대상으로 한 ‘특혜’를 지적한 보도는 34건(15%)이었습니다. 여론조사를 다룬 보도가 10건(4.4%) 사법적인 측면에 대한 보도가 9건(4%), 기타가 6건(2.6%)이었습니다. 특히 삼성과 국가 경제의 위기를 강조하며 이재용 부회장 역할론을 강조한 경제적 측면의 보도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특혜를 언급한 보도보다 두 배 이상 많았습니다.

 

다양한 취재원 내세워 가석방 찬성

 

발언 주체 분석.JPG

발언 주체

등장 횟수

정계

80회 (46%)

경제계

48회 (28%)

시민단체

25회 (14%)

학계

9회 (5%)

법조계

8회 (5%)

시민

4회 (2%)

합계

174회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 관련 보도 발언 주체 분석 결과(7/21~8/10)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에 대해 언론이 어떤 대상의 목소리를 많이 전달했는지도 살펴봤습니다. 정치인과 정부 인사들이 등장하면 ‘정계’, 경영계를 비롯한 전자·반도체 관련 업계 인물은 ‘경제계’, 시민단체를 인용하면 ‘시민단체’, 교수 발언을 인용하면 ‘학계’, 검찰 및 변호사 발언을 인용하면 ‘법조계’, 그밖에 이건희 생가 주민 발언은 ‘시민’으로 분류했습니다. 직접 인용한 경우를 기준으로 했으며 여러 명이 한 기사에 등장한 경우엔 중복으로 체크했습니다.

 

분석 결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정치인 발언을 인용한 횟수가 80회(46%)로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이어 삼성 및 반도체 관계자와 경제계 발언을 전한 횟수가 48회(28%)로 많았습니다. 시민단체 의견은 25회(14%)였습니다. 학계와 법조계 발언은 각각 9회(5%), 8회(5%)로 비슷하게 전해졌습니다, 서울경제 <대구 이건희 생가 인근 주민들 “이재용 삼성 부회장 사면해야” 청에 청원서 제출예정>(8월 6일 손성락 기자)처럼 이재용 부회장 사면 청원을 올린 이건희 생가 주민의 목소리를 전한 횟수도 4회(2%)에 달했습니다.

 

기사에서 인용된 정계·경제계·학계·법조계 발언자 대다수는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을 옹호하는 입장의 발언을 내놨습니다. 가석방을 반대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견해는 시민단체 목소리를 통해서 주로 전달됐는데 25회(14%)에 그쳤습니다.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을 옹호하는 목소리는 다양한 분야를 출처로 하고 있지만, 반대 의견 출처는 시민단체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가석방 우호 발언 속 ‘이재용 역할론’ 부각

언론은 다양한 취재원의 입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에 관해 우호적인 발언을 적극 보도했습니다. 정치권에선 대선주자들이 앞다퉈 가석방에 찬성하는 주장을 내놨으며 경제계는 삼성과 국가 경제 위기론을 내세우며 이재용 부회장 역할론을 강조했습니다.

 

 매일경제.JPG

△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을 찬성하는 대선주자 발언을 전한 매일경제(8/10)

 

동아일보 <송영길 “이재용, 내달 가석방 대상 될 수 있어”…이재명 “재벌 불이익 안돼”>(7월 21일 김지현 기자)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여러 가지로 반도체 산업계의 요구와 국민 정서, 본인이 60% 형기를 마친 점 등을 갖고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는 발언과 이재명 경기도 지사의 “재벌이라고 해서 가석방 등의 제도에서 불이익을 줄 필요는 없다”는 발언을 전했습니다.

 

중앙일보 <“지지층만 바라보는 정책 이념화, 그게 부동산 패착”>(8월 2일 신용호 정치에디터)은 “코로나 이후 경제 회복이 중요하다는 점이 감안돼야 할 것이고 국민적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발언을 전했습니다. 동아일보는 <홍준표 “정부에 이명박-박근혜 형집행정지, 이재용 가석방 요청”>(8월 9일 전주영 기자), <최재형 “MB-박 사면, 국민통합 차원서 바람직”>(8월 6일 조아라 기자)을 통해 대선주자들이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에 대해 찬성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서울경제.JPG

△ 이재용 부회장 부재로 삼성이 위기를 겪고 있다고 주장한 서울경제(7/28)

 

서울경제 <총수 없는 삼성···‘한 방’이 안 보인다>(7월 28일 이수민 기자)는 ‘이재용 부회장 수감에 발목 잡혀’라는 작은 제목과 함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뗀 사이 시장의 판을 뒤흔들 도전적 시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냉정한 판단”이라며 “연초 이 부회장이 재수감되면서 삼성전자의 행보는 지극히 조용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매일경제 <투자 멈춰버린 삼성...반도체 이어 스마트폰·5G장비도 경고등>(7월 21일 노현·이종혁 기자)은 “오너 경영인이 주도권을 쥐고 신성장 동력을 키워야 하는데 이들의 사법 리스크가 발생하면 그룹 전체가 멈춰 선다”며 “현재의 삼성은 과다한 사법리스크에 경영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송재용 서울대 교수의 발언을 전했습니다.

 

특혜 비판은 사라지고 사면까지 요구한 언론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은 법무부가 최소 복역기간을 60%로 낮춘 뒤 가능해졌습니다. 법무부는 4월 28일 가석방 심사기준을 복역률 60%로 완화하며 7월 심사부터 적용한다고 발표했는데, 공교롭게도 이재용 부회장은 7월 28일 형기 60%를 채워 후보에 올랐습니다.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은 다른 재판이 진행 중에 있고,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사회지도층 인사 가석방 배제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습니다.

 

 ‘흔한 케이스’ 아니지만 ‘특혜’ 아니라는 TV조선

TV조선은 이재용 부회장이 비율로 따지면 1%도 안 되는 특혜임이 강조될 것을 우려했는지 가석방자 숫자만 강조해 보도했습니다. TV조선 <207일 만에 가석방…“경제상황 고려”>(8월 9일 백연상 기자)는 “광복절 가석방 대상은 모두 810명”으로 “미성년 자녀가 있는 수형자 155명과 생계형 범죄자 167명, 고령자 등 면역력이 취약한 75명”도 포함됐다고 전했습니다.

 

TV조선 <이재용, 207일 만에 반쪽짜리 ‘자유의 몸’…남은 재판 변수>(8월 9일 김태훈 기자)는 “형기 70% 이상을 채우지 않고 가석방된 수형자는 실제로는 최근 9년 동안 1% 미만에 불과했다며, 이재용 부회장이 가석방되는 것은 특혜라고 주장”한 시민단체 주장이 사실이냐고 묻는 앵커 질문에 “별건 재판 중 가석방 사례로 이 부회장이 처음은 아”니며 법무부 통계자료를 보면 “20년도에 추가사건 진행 중 가석방자는 67명”이고 “최근 3년 동안 형기 70% 미만 상태서 석방된 사람도 244명”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흔한 케이스라고 하긴 어렵겠습니다만, 이 부회장만 재판 중에 가석방을 허가받은 것은 아니”라고 보도했습니다.

 

지상파 일제히 “1%만 가능한 특혜” 지적

 

SBS뉴스.JPG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이 특혜라고 비판한 SBS(8/9)

 

지상파3사는 일제히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이 특혜라고 지적했습니다. KBS <법무부 가석방 기준 완화...형기 60%만 채워>(8월 9일 임종빈 기자)는 “최근 3년 동안 가석방된 수용자 2만4천여 명 가운데 형기의 70% 미만을 복역한 경우는 0.98%에 불과”하다고 짚었습니다.

 

MBC <국정농단' 이재용 13일 가석방…“코로나·경제상황 고려”>(8월 9일 이재욱 기자)는 “통상 80%를 복역해야 가석방이 돼왔는데, 이 부회장처럼 60% 남짓 복역률로 풀려난 수감자는 아주 드물었던 게 사실”이라며 “지난해 전체 가석방자 가운데 70% 미만 복역한 사람은 0.6%에 불과”하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그나마도 생계형 범죄 등 죄질이 가볍고 재범 확률이 거의 없는 수감자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SBS <“경제 상황 고려해 이재용 가석방”…“1% 특혜”>(8월 9일 손형안 기자) 역시 “법무부가 가석방 대상자 최소 형기 기준을 60% 아래로 낮춘 것은 이 부회장을 겨냥한 조치라는 비판을 자초했”으며 “진행 중인 재판이 2건이나 있고, 검찰이 가석방 반대 의견을 냈는데도 가석방을 강행한 것도 비판의 대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1%만 가능한 게 특혜 아니면 무엇인가

한국경제 <형기 60% 채워야 대상 이재용 이달말 요건 충족 9명 심사위 의결로 결정>(7월 22일>(7월 22일 안효주·최한종 기자)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다른 재벌과 비교해도 부족한 형기를 채우고 가석방으로 풀려났습니다. 한국경제는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수감 3년 3개월(형기 94%)”,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은 징역 3년(형기 83%)”, “신원의 박성철 회장은 징역 3년 1개월(형기 80%)”을 채우고 가석방으로 풀려났다고 전했는데,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은 이들과 비교해도 특혜에 해당됩니다.

 

오마이뉴스 <이재용 위해 가석방 심사 기준 낮췄다?..대체로 사실 [오마이팩트]>(8월 12일 김시연 기자)은 “이 부회장처럼 다른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가석방된 인원(67명) 비율도 0.85%에 불과했”다며 “막 형기 60%를 채웠고 다른 중대범죄 재판도 진행하고 있는 이재용 가석방은 이례적”이라고 짚었습니다. 수감자 누구와 비교해도 독보적인 특혜라는 것입니다.

 

‘특혜 비판’ 지워버린 한국경제·조선일보·MBN

 

한국경제.jpg

△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다음날 한국경제가 실은 관련 기사 제목(8/10)

 

‘3·5 법칙’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범죄를 저지른 재벌 총수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해 풀어주는 사법부 행태를 뜻하는데요. 대표적인 재벌 특혜 중 하나입니다. ‘법 위의 삼성’, ‘유전무죄 무전유죄’도 비슷한 의미로 많이 쓰이는 말입니다. 이번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역시 특혜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비판의 목소리도 컸습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이러한 특혜 의혹을 언급조차 않거나 비판이 있다고 전하면서도 그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소식이 알려진 다음 날 모든 언론이 주요하게 보도했습니다. 한국경제도 5개의 관련 기사를 실었는데요. 하지만 한국경제 어느 기사에서도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이 특혜로 비판받고 있다는 내용은 없었습니다. 8월 10일 1면 머리기사인 <풀려나는 이재용 부회장 ‘절반의 자유’>(안효주·송형석 기자)는 “형기의 60%를 채워 가석방 요건을 충족”했고, 법조계에서 “이 부회장의 재범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을 참작”했을 것이라며 가석방 배경을 설명했는데요. 가석방 과정이나 결과에 어떤 비판도 없이 정상적으로 진행된 것처럼 보입니다.

 

조선일보 <이재용 가석방>(8월 10일 표태준 기자)은 시민단체 참여연대·경실련·민변 등이 “재벌 총수에 대한 특혜라고 반발했다”고 전했습니다. 조선일보 보도 중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전한 유일한 기사였는데요. 하지만 조선일보는 이들 시민단체가 왜 반발했는지, 어떤 근거로 특혜라고 주장하는지에 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MBN <법무부, 이재용 가석방 허가…오는 13일 출소>(8월 9일 서영수 기자)도 “시민단체들은 이 부회장의 가석방은 특혜라며 거세게 반발”했다고 전했지만 그 이유는 적지 않았습니다.

 

청와대·법무부 ‘가석방 결정’ 따져보고 검증해야

한국 사회에서 재벌, 대기업은 언론의 주요 감시 대상입니다. 막강해진 경제권력을 생각하면 더 깊이 들여다보고, 더 날카롭게 비판해도 부족할 정도입니다. 많은 언론사가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을 결정한 법무부, 그리고 그 결정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은 청와대 입장을 보도했는데요. 그러나 검증의 칼날은 무뎠습니다. 이들의 입장을 받아쓰기만 할 것이 아니라 청와대와 법무부의 입장이나 태도가 설득력이 있는지, 가석방 결정 배경에 문제점이 없는지 살펴야 했지만 대부분 외면했습니다.

 

몇몇 언론은 가석방이 적절했는지, 청와대와 법무부의 입장이 잘못된 점이 없는지 따졌습니다. 한겨레 <법무부, 이재용 가석방 심사 때 위원들에 ‘재범 가능성 낮다’ 자료 제공>(8월 13일 전광준 기자)은 “이 부회장의 재범 가능성을 우려한 법원 판단과 달리, 법무부는 재범 가능성을 낮게 보고 이를 가석방 결정의 주요 판단 지표로 삼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1월 법원이 “준법감시위만으로 총수의 불법행위를 통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음을 알 수 있고, “일반 범죄자의 재범 가능성은 성격이 다른” 데도 “법무부는 이를 구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전문가 발언도 덧붙이며, 가석방 결정 과정이 적절했느냐는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SBS <[취재파일] ‘1% 특혜 논란’ 이재용 가석방, 결정권자는 누구인가?>(8월 10일 임찬종 기자)는 청와대가 “법무부가 절차에 따라 한 일”이라는 공식 입장에 대해 문 대통령 과거 발언을 근거로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최태원 SK 회장 가석방과 관련해 “법무부가 판단할 일”이라며 전제를 달고 언급했는데도 국회의원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가석방을 추진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라고 비판했던 사례와 비교했습니다. 또한 그날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형량에서 많은 특혜를 받고 있는데 가석방에서도 또 특혜를 받는다면 그것은 저는 경제정의에 반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라는 말도 했다고 보도했는데요. 문재인 대통령 과거 발언으로 현재 청와대와 법무부 결정의 모순을 비판한 겁니다.

 

서울경제·매일경제·중앙일보, 가석방되자마자 ‘사면하라’

이재용 부회장은 지금까지 혐의를 인정한 적은 없지만, 8월 13일 구치소를 빠져나오면서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겉으로나마 사과하는 모습을 취한 이재용 부회장과 달리 언론은 이젠 사면을 요구하고 나서기까지 했습니다. 임시로 형이 중단됐을 뿐 수형자 신분이 유지되는 가석방과 달리 사면을 받으면 형이 사라지고 취업제한 등도 사라지게 됩니다.

 

서울경제 사설.jpg

△ 이재용 부회장 사면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 서울경제 사설(8/10)

 

서울경제 <사설/이재용 가석방, 삼성 위기론 불식시킬 공세 경영 계기로>(8월 10일)는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을 “경영 활동에 대한 족쇄”에 비유하며 “청와대도 국가 경제와 미래 먹거리 확보라는 큰 틀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중앙일보 <사설/이재용 ‘반도체 코리아’ 위기 탈출에 전력 투구해야>(8월 10일)도 “준법감시위원회를 통해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크게 바꿨다”며 “가석방을 넘어 사면을 조속히 결단하기 바란다”고 했는데요. 매일경제 <사설/이재용 부회장 투자 전념하도록 경영활동 걸림돌 없애야>(8월 10일) 역시 “가석방은 사면과 달리 운신의 폭에 제약이 따른다”며 “통 큰 결단”, 즉 사면을 하라고 주장했습니다.

 

언론이 요구하는 사면은 헌법 제79조에 규정된 대통령만이 갖는 막강한 권한으로 특정인을 짚어 형의 집행을 면제하는 특별사면을 말합니다. 남용을 경계해야 하는 제도로써 대통령 사면권 행사를 견제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봉사할 기회” 운운하며 자동반사적으로 사면을 외치고 있습니다. 중앙일보는 이미 법원이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한 준법감시위원회를 칭찬하는 ‘무리수’까지 두며 사면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취업제한 규정조차 ‘걸림돌’ ‘족쇄’라는 언론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으로 ‘국정농단 연루 사건’은 일단락되지만, 제한 조치는 있습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은 5억 원 이상 횡령·배임 등 범행을 저질렀을 경우 5년 동안 ‘범행과 관련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회삿돈 86억 원을 횡령했기 때문에 삼성전자 취업이 제한됩니다. 경영에 복귀하려면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 제한마저 해제된다면 ‘법 위의 삼성’이 입증되는 셈입니다.

 

걸림돌 표현 서울경제.jpg

△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취업제한 조치를 ‘걸림돌’로 표현한 서울경제(8/10)

 

일부 언론은 법에 규정된 제한 규정마저도 “걸림돌”, “족쇄” 등으로 표현하며 불필요한 것으로 보도했습니다. 한국경제 <‘삼성 시계’ 다시 돌아가지만…가석방으론 경영활동 제약 많아>(8월 10일 박신영·이수빈 기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가석방 이후 “취업이 제한된다”면서 “활동 반경을 제한하는 장애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매일경제 <사설/이재용 부회장 투자 전념하도록 경영활동 걸림돌 없애야>(8월 10일), 서울경제 <삼성 한숨 돌렸지만...취업·해외출장 제한 등 경영활동 족쇄는 여전>(8월 10일 윤홍우 기자)도 마찬가지로 취업제한 규정을 “걸림돌”, “족쇄” 등으로 표현했습니다.

 

특경가법에서 범죄 행위자 취업을 일정 기간 제한하는 이유는 그만큼 시장경제 질서를 어지럽힌 잘못이 크기 때문인데요. 취업제한이 경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법은 보고 있는 겁니다. 그럼에도 법의 취지, 이재용 부회장 범죄의 심각성 등은 고려하지 않은 채 제한 조치를 “걸림돌”, “족쇄” 등으로 보도하는 것은 편향적 태도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21년 7월 21일~8월 10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서울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끝>

 

monitor_20210817_036.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