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 모니터_
“이스라엘·영국 부럽다” 한국언론 백신 보도 사실일까
불안감 해소 뒷전, 사망속보·외신오보·선정보도 여전
등록 2021.04.26 11:01
조회 520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2월 26일부터 시작됐습니다. 요양병원·요양시설·재활시설 입원·입소자·종사자, 의료인, 보건의료인 등을 우선 접종하고 있으며 일반 국민에 대한 접종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도입은 세계적 관심사입니다. 팬데믹을 종식시킬 유일한 열쇠로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국내 접종 시작 전후로 언론에서 많은 백신 관련 보도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부정확한 정보 전달과 선정적 보도로 백신 불안을 야기하는 언론보도에 대한 지적은 줄지 않고 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둘러싼 언론의 문제보도 양상을 정리했습니다.

 

안전성 논란 속 ‘불안 여론’ 초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은 백신 도입 과정과 접종 계획 발표 후 언론이 가장 주목한 이슈입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을 두고 문제보도가 집중된 첫 시기는 지난 2월, 65세 이상 고령층 접종 보류 결정이 내려진 과정과 맞물립니다. 당시 보도를 살펴보면 안전성 여부에 대한 확인 대신 불안 여론을 전달하는데 그친 경우가 다수입니다.

 

뉴스핌 <백신 접종/“64세는 안전한가요?”…정부 발표에 불안한 국민들 ‘갑론을박’>(2월 15일 한태희·김경민·이정화 기자)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불신 여론을 집중 전달했습니다. 해당 기사에 등장한 취재원들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백신을 다른 나라보다 늦게 가져와서는 가장 백신이 필요한 집단을 후순위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코미디고 넌센스”, “독감 주사 위험성 뉴스를 봤다”, “아무리 좋은 백신이라고 해도 먼저 맞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등 불안감을 토로했습니다. 뉴스핌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출처로 백신 접종에 대한 우호적 의견과 고위험군 접종의 필요성을 강조한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 최원식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의 의견도 실었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의견을 전달하는 수준에 그쳤을 뿐 구체적 분석은 없었습니다.

 

서울신문 <노인들 “나이 든 것도 서러운데 실험대상 된 듯”>(2월 16일 오달란 기자)은 고령층 반응과 근거없는 음모론을 그대로 보도했습니다. 서울신문은 경기 시흥에 사는 68세 취재원의 “나이 든 것도 서러운데 실험실 쥐로 몰리는 기분이 든다”는 발언을 전한데 이어 “온라인에서는 정부가 3월 초 수입되는 화이자 백신 5만 8500명분을 코로나19 환자 치료 전담병원에서 일하는 의료진에게 투여하기로 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며 “고령층이 백신 부작용으로 죽으면 지병을 탓할 수 있지만 의료진은 핑계가 없어서 꼼수를 쓰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여과없이 전달했습니다. 백신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보나 음모론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은 없었습니다.

 

뉴스핌.JPG

△ 불안감 전달에 초점 맞춘 뉴스핌(2/15), 서울신문(2/16) 기사

 

불안감 해소 뒷전, 불신 키우기 급급

뉴스핌, 서울신문 등의 보도는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안전성에 의구심을 들게 만드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이런 보도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 밝혀졌습니다. 2월 22일 스코틀랜드 공중보건국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고령층 입원율이 크게 낮아졌다고 발표했고, 3월 2일 잉글랜드 공중보건국도 유사한 분석결과를 내놨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고령층 접종을 두고 불거진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객관적 정보가 나온 것입니다.

 

하지만 불안 여론과 달리 불안을 해소시킬 수 있는 정보는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65세 이상 고령층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보류가 발표된 2월 15일부터 사흘간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송고된 기사 중 “아스트라제네카”와 “불안”이란 단어가 들어간 보도는 145건입니다. 대부분 방역당국 발표와 함께 앞서 언급한 불안 여론을 다룬 기사입니다. 반면 스코틀랜드 공중보건국 분석결과가 발표된 2월 22일부터 사흘간 “아스트라제네카”와 “스코틀랜드”란 단어가 포함된 보도는 75건으로 절반 수준이었고, 잉글랜드 공중보건국의 발표가 있던 3월 2일부터 사흘간 “아스트라제네카”와 “입원율”이 함께 포함된 보도도 38건뿐입니다.

 

결국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65세 이상 접종 여부 논란에서 한국 언론은 불안감을 해소시킬 수 있는 보도보다 불신 여론을 전달하는 보도에 힘을 쏟은 셈입니다. 물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 논란은 국내에서만 벌어진 문제가 아닙니다. 임상시험 과정의 실수 등 아스트라제네카 측이 원인을 제공한 측면도 있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도입 전후 불신 여론이 존재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언론이 이를 기반으로 불안감에 초점을 맞춰 보도한다면 근거없는 불신 여론만 커질 뿐입니다. 불신 여론이 존재한다면 그 원인을 짚고, 객관적 근거를 활용해 타당한지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 또한 방역관점에서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은 필수인 만큼 언론도 성급하게 백신 불신을 부추기는 보도를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백신 접종 후 사망’ 속보경쟁

백신 접종 6일째인 3월 3일에는 기저질환이 있는 요양병원 입소자 두 명이 접종 후 사망했습니다. 3월 3일 네이버에서 “접종 후”와 “사망”이 포함된 기사는 477건입니다. 일본에서 발생한 사망 사례를 제외하기 위해 “일본” 단어가 들어간 보도를 빼도 450건에 달합니다. 국내 접종 후 첫 사망 사례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결과입니다. 그러나 접종과 사망의 인과관계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만큼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근거 없는 불안감이 확산되지 않도록 신중한 보도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백신 접종 후 사망자 발생’에 속보 경쟁을 벌이며, 자극적 제목으로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는 기사를 냈습니다.

 

중앙일보 <속보/경기서 AZ백신 중증 이상반응 2건 발생…전국 첫 사례>(3월 3일 한영혜 기자)는 두 접종자가 중증상태일 때부터 ‘속보’로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기사내용 대부분은 “접종 후 혈압저하”, “접종 후 하루 뒤 열” 등 증상과 병원이송 상황을 단순 전달하는데 할애했습니다. 기사 마지막에서야 “두 사례의 경우 아나필락시스(백신구성 물질에 대한 급성 중증 알레르기 반응) 관련성은 적은 것으로 보인다”는 전문가 발언을 덧붙였습니다. 두 접종자 사망 후에는 UPI뉴스 <속보/평택에서도 AZ백신 중증 이상 환자, 접종 나흘 만에 숨져>(3월 3일 권라영 기자), 경기일보 <2보/평택 AZ백신 중증 이상 환자 접종 나흘 만에 숨져>(3월 3일 최해영 기자) 등이 ‘사망 속보’를 전했습니다.

 

중앙일보.JPG

△ 접종 후 중증 환자 발생 및 사망을 속보로 보도한 중앙일보(3/3), UPI뉴스(3/3)

 

사망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무리한 표현을 쓰거나, 독자의 오해를 부를 수 있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한국경제 <고양서 AZ 접종 50대 심장발작·호흡곤란…끝내 사망>(3월 3일 조아라 기자) 등은 ‘끝내’와 같은 선정적 단어를 붙여 사망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데일리 <“백신 맞고 4일 만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3월 8일 김민정 기자)는 3월 3일 사망한 환자 유족이 보건당국에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자 이를 그대로 전달했습니다. 독자 입장에서 백신에 따른 사망으로 단정지어 생각할 수 있는 보도였습니다.

 

접종 후 사망을 포함해 코로나19 백신 보도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정확한 정보 전달과 신중한 취재입니다. 물론 접종 후 사망자 발생은 정보 가치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백신과 부작용의 인과성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속보는 비과학적이고, 불안을 과장할 우려가 큽니다. 언론은 백신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 검증된 정보를 종합적으로 전달하고, 인과관계 확인과정의 특수성을 고려해 보도해야 합니다. 백신 접종에 따른 불안감이 생길 수밖에 없지만 막연한 불안, 과장된 불안을 줄이는 것도 언론의 역할입니다.

 

대다수 언론이 ‘접종 후 사망’을 속보로 낼 때 한겨레 <사설/접종 뒤 사망 원인 엄밀히 밝히되 과잉반응 안돼>(3월 3일)는 “정부는 엄밀한 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사망 원인을 밝히고 투명하게 공개”하되 “백신 접종과 사망 원인의 인과관계를 밝히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조사결과를 차분히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인과성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의 신중한 자세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매경 “이스라엘 부럽다”, “영국 부럽다”

정부 계획과 달리 백신 생산 부족으로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의 상황을 부각하는 보도가 등장했습니다. “이스라엘 부럽다”, “영국 부럽다”와 같은 보도입니다.

 

대표적으로 조선일보 <가장 먼저 마스크를 벗는 나라…부럽다, 이스라엘>(3월 21일 이벌찬 기자)를 꼽을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이스라엘 백신접종 상황을 설명한 뒤 “우리 정부는 11월까지 전 국민의 70%에게 백신 접종을 마쳐 집단 면역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비교했습니다. 매일경제 <“부럽다 이스라엘”…백신 접종률 절반 육박, 다음달 마스크 벗는다>(3월 22일 이상규 기자)도 이스라엘 사례를 두고 “부럽다”는 표현을 제목에 달았습니다.

 

조선일보는 이스라엘에 그치지 않고 영국으로 대상을 옮겨 유사한 보도를 냈습니다. <부럽네요, 백신이 돌려준 영국의 일상>(4월 1일 런던=이해인 특파원)은 “영국인들에게 평소의 삶을 되찾아준 건 백신”이라며 “한껏 올라간 기온과 함께 야외에선 마스크도 사라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시민들이 조선일보와 매일경제 등 일부 매체만 본다면 이스라엘과 영국 등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는 이미 정상화에 들어선 것처럼 오해할 수 있는 기사입니다.

 

조선일보.JPG

△ 영국의 일상 회복을 주장한 조선일보(4/1)

 

해외사례 단순비교 보도는 무의미

하지만 현실은 이들 보도와 달랐습니다. 연합뉴스 <팩트체크/곧 마스크 벗는 이스라엘?…“아직은 아냐”>(3월 22일 김수진 기자)에 따르면 “이스라엘 언론이 자국 보건부가 야외 공공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보도를 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는 3월 9일과 11일 연이어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 계획이 없다고 밝혀 해당 보도는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했습니다. 연합뉴스는 이스라엘 방역 최고책임자인 나흐만 아쉬 텔아비브대 교수가 3월 21일 언론브리핑에서 마스크 의무화에 대해 “어떤 변화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지 않다”, “현재 실내는 물론 실외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요구된다”고 밝힌 점을 소개했습니다. 이스라엘의 마스크 의무화 해제는 일부 외신 보도와 달리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영국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선일보 보도 후 영국 서섹스대학교 케빈 그레이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현지 상황이 기사내용과 다름을 알렸습니다. 케빈 그레이 교수는 “조선일보는 영국의 삶이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난 한국에 머무르는 게 영국에 있는 것보다 낫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국과 영국의 방역상황을 비교하며 한국 보수언론이 가능한 최고 수준으로 정부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연합뉴스 <존슨 영국 총리 “코로나19 백신 맞았어도 실내 만남 안돼”>(4월 3일 최윤정 기자)에 따르면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는 4월 2일 백신 접종으로 방역수칙 준수가 무너져서는 안 된다고 재차 당부했습니다.

 

일부 언론이 부각한 ‘이스라엘, 영국 부럽다’ 보도에 나온 내용은 사실로 보기 힘듭니다. 특히 조선일보가 ‘우리 정부의 백신 접종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언급한 대목은 ‘이스라엘, 영국이 백신 접종을 통해 일상으로 돌아가는 사이 우리 정부는 백신 접종 계획을 실패하고 있다’는 인상만 남겨줄 가능성이 큽니다. 해외 백신 접종을 소개하는 목적이 ‘국민 생명과 안전 보호’에 있다면 조선일보, 매일경제와 같이 정확하지 않은 사례를 가져와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하는 것보다 정부 접종 계획의 현실성을 구체적 근거로 지적해 변화를 이끌어내는 게 바람직합니다.

 

물론 이스라엘은 최근 마스크 의무착용 정책을 완화했습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형성이 확진자 감소를 이끈 덕분입니다. 이런 사례는 백신 접종률이 증가하는 국가에서 계속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언론이 이를 단순하게 전달하기만 한다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집단면역 성공 사례를 면밀히 분석해 원인을 찾고, 우리 방역정책에서 무엇을 수정 보완해야 하는지를 다루는 보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상반응 관련 ‘불바다’ 표현까지 등장

이상반응과 관련한 자극적 보도도 등장했습니다. 중앙일보 <백신 맞은 의사 “이까지 덜덜 떨려, 병동 전체 불바다 됐다”>(3월 16일 김정연 기자)는 백신을 접종한 의료진의 이상반응을 자세히 다루면서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픈데 좀비처럼 일했다”거나 “접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열나는 사람들로 온 나라가 패닉에 빠질 수 있다”는 발언을 그대로 전했습니다. 물론 “이틀간 아프다가 좋아졌다”, “별 증상이 없었다”는 반응도 소개됐지만 “불바다” 등 선정적 표현은 불안감을 부추길 우려가 컸습니다.

 

조선일보 <아스트라 맞은 20‧30대 의료진 85%서 이상반응>(4월 1일 배준용 기자)는 대한백신학회가 온라인을 통해 코로나 백신을 맞은 의료인 53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스트라 백신을 맞고 이상반응이 발생하는 경우는 화이자 백신보다 7.2배 더 많은 것으로 계산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대한백신학회 자체조사 결과가 질병관리청 통계보다 높은 수치라는 점을 언급하고, 이상반응 대책마련을 촉구했는데 백신별 이상반응 특징 등에 대한 설명은 없었습니다. 독자 입장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화이자 백신에 비해 이상반응이 더 빈번해 문제라는 인상을 받을 수 있는 보도였습니다.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은 시민들이 충분히 알아야 할 중요한 정보입니다. 하지만 이상반응에 대한 개념과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면 불안감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백신 접종 후 나타날 수 있는 이상반응은 최근 논란이 된 뇌정맥동혈전증 등 중증을 비롯해 근육통, 단기간 발열 등 경증까지 다양합니다.

 

질병관리청은 홈페이지를 통해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에 대해 “대부분 3일 이내 증상이 사라진다”면서도 “매우 드물게 쇼크, 호흡곤란, 의식소실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실제 질병관리청이 4월 8일 발표한 이상반응 발생현황에서도 ‘근육통’(60.7%), ‘발열’(57.6%), ‘두통’(39.2%), ‘오한’(35.3%) 등 경증이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경증 이상반응은 백신 접종 후 항체 형성을 위해 몸의 면역체계가 작용하면서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따라서 언론이 접종 후 ‘이상반응 비중이 높다’는 사실을 전달하고자 한다면, 백신과 접종에 대한 불안감 해소를 위해 이상반응 개념과 통계를 모두 다뤄야 합니다.

 

이상반응.JPG

△ 질병관리청 이상반응 발생현황 분석(4/8)

 

 

그런데 앞서 언급한 중앙일보, 조선일보 기사에는 필요한 정보를 찾아볼 수 없고, “불바다”와 같은 자극적 표현을 부각하거나 이상반응 수치를 나열하는 게 전부였습니다. 이런 보도는 비과학적일 뿐 아니라 접종 후 이상반응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최소한 백신별 특징과 차이는 설명해야

특히 조선일보는 표본이 532명뿐인 대한백신학회 분석결과를 두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이상반응 비중이 화이자 백신에 비해 높다는 점을 별도 설명 없이 보도했습니다. 백신 종류와 이에 따른 접종 회차별 이상반응 유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내용입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바이러스 벡터 백신으로, 몸속으로 들어갈 운반체(벡터)인 아데노바이러스에 항원 유전자를 끼워 넣는 방식으로 면역반응을 일으키게 합니다. 항원 유전자가 포함된 아데노바이러스가 체내로 들어가면 세포 속에서 항원 단백질을 생성시키는 방식으로 면역반응을 일으킵니다. 1차 접종에서 경증 이상반응이 다수 발생하고, 2차 접종에서는 아데노바이러스에 어느 정도 적응한 상태로써 이상반응 발생이 줄어듭니다.

 

화이자 백신은 mRNA(메신저RNA) 백신으로 항원 유전자를 RNA 형태로 체내로 주입, 항원 단백질을 생성하는 방식으로 면역반응을 유도합니다. mRNA 백신은 과도한 면역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절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로 인해 1차 접종에서는 항체를 일부 형성한 뒤 2차 접종을 통해 항체를 다수 생성합니다. 자연스레 면역반응이 일어날 때 발생하는 경증 이상반응은 1차 접종보다 2차 접종에서 빈번하게 나타납니다.

 

이런 차이를 알고 조선일보 기사를 다시 보면 언론의 검증역할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우선 백신별 이상반응의 특징이나 차이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대한백신협회 조사결과를 인용하면서 대상자들이 1차 접종을 마친 것인지, 2차 접종을 마친 것인지도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이상반응이 나타난 접종 회차도 확인되지 않습니다. 적극적 취재와 객관적 정보가 결여된 조선일보와 같은 보도는 백신 이상반응에 대한 부정확한 인식과 불안감을 조장할 뿐입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중단’ 외신인용 오보

기초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않아 생긴 오보도 있었습니다. 3월 초 ‘오스트리아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전면 중단됐다’고 전한 기사가 대표적입니다. 헤럴드경제 <유럽 5개국,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중단>(3월 11일 손미정 기자)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을 인용해 “오스트리아 의약품 규제 당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자 4명이 혈액응고 장애 진단을 받자 전 연령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사용을 일괄 중단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시스 <유럽 5개국, 아스트라제네카 사용 중단…“접종 후 혈액응고”>(3월 11일 양소리 기자) 는 외신을 인용하진 않았지만 “오스트리아 의료당국은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간호사가 숨진 이후 자국 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중단했다”며 오스트리아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전부 중단한 듯 보도했습니다. 헤럴드경제, 뉴시스 보도는 오스트리아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위험성으로 접종을 중단했다는 것으로 느끼기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오스트리아의 접종 중단 사례는 보도내용과 달랐습니다. 3월 7일 오스트라아 연방보건안전국은 공지문을 통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이 나타나자 사고 관련 백신(일련번호 ABV 5300)을 수거할 것이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이상반응과 연관관계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어 회수된 6,000여 도즈 이외 백신을 제외하고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은 계속 진행한다는 점을 명시했습니다. 즉,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전면 중단은 거짓이었고, 일련번호 조회를 통해 해당 백신 일부만 접종을 중단한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오스트리아 당국의 발표는 국내언론 보도 4일 전에 있었습니다. 헤럴드경제, 뉴시스 등은 사실관계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여건이었지만 불성실했고, 결국 오보를 냈습니다. 뉴스톱 <팩트체크/오스트리아는 정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중단했을까?>(3월 11일 곽민수) 등에서 해당 보도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뉴스톱은 “언론보도에 있어서 정확성”이 중요한 만큼 “기사를 작성할 때에는 번역을 더 정확하게 해야 한다”며 “인용대상이나 뉴스의 시점에 대해서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백신 오보는 단순 실수에 그치지 않습니다. 언론의 불성실함으로 만들어진 오보가 방역을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연합뉴스 <팩트체크/오스트리아는 AZ 코로나 백신 접종 중단했다?>(3월 11일 김수진 기자)는 해당 오보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면서 SNS 반응을 함께 전달했는데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이들이 논거로 오스트리아 사례가 많이 회자되고 있다는 문제를 지목했습니다. 실제 SNS에서는 ‘오스트리아가 백신 접종을 전면 중단했다’는 주장과 함께 “한명이라도 사망, 부작용인 백신은 다시 검토되어야 생명존중”, “우리나라 현실은 사망자가 15명이 나와도 계속 백신접종을 독려하는 이유가 뭐냐”는 반응이 등장했습니다.

 

헤럴드경제, 뉴시스 등 언론이 오보를 낸 원인은 다양할 것입니다. 하지만 원인이 무엇이든 오보는 백신 접종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야기해 접종률 상향의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중시하는 언론이라면 백신 보도에 대해 정밀하게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코로나19 백신에 ‘발기부전’ 논하는 한국경제

선정적 가십성 보도도 빠지지 않고 등장했습니다. 한국경제 <“당혹스럽다” 서울대 출신 의사들이 호소하는 AZ 부작용>(3월 17일 이미나 기자)는 서울대 동문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올라온 “AZ백신 접종을 맞은 의사의 경험담”을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기사내용은 보도가치가 현저히 떨어지는 저질정보였습니다. 백신 접종 이후 “일주일이 지나도록”, “배우자와 성생활을 못하고 있어 당혹스럽다"는 내용이 전부였기 때문입니다.

 

한국경제는 “백신 접종을 맞고 발기부전이 된 것과 관련 연구사례는 아직 의료계에 보도된 바가 없다”더니 “코로나19 후유증으로 발기부전이 생긴 경우는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며 백신 접종의 필요성과 혈전 이상반응 발생 후 접종 중단 사례를 짧게 설명했습니다. 결국 한국경제는 백신 접종의 필요성보다는 코로나19 혹은 코로나19 백신으로 인한 발기부전을 다룬 것입니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 확진자는 1억 4,500만 명이 넘고, 사망자는 307만 명에 이릅니다. 인류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감염병 종식을 위해 세계 각국은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고, 의료진들은 방역 일선에서 헌신적으로 분투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 기사는 가십성 보도라는 표현조차 민망할 정도입니다. 언론으로서 최소한 양식과 책임을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백신 경제성, 효능성에 관한 생산적 논의 필요

4월 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희귀혈전 부작용 환자가 발생하면서 안전성 문제가 재차 화두에 올랐습니다. 유럽의약품청은 4월 7일 희귀혈전 사례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가능한 부작용으로 결론내리고, 관련 가능성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백신 접종 후 발생한 혈전은 매우 드문 사례로, 백신 접종으로 얻는 이익이 부작용 위험보다 더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언론도 이 소식에 주목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선정적 제목으로 불안감을 야기하는 보도태도는 반복됐습니다. 한국경제 <AZ백신 접종 사실상 재개…“국민 목숨 걸고 게임 하나”>(4월 8일 김우섭·이주현·이선아 기자)는 유럽의약품청 발표소식과 함께 국내 방역당국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한국경제는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이 “충분한 백신 확보에 실패한 정부가 국민을 대상으로 ‘러시안룰렛’을 하는 것과 같다”고 한 발언을 제목에 실었습니다. 백신 교차접종, 젊은층 접종 경제성 등 다양한 내용이 있었지만, 가장 선정적인 발언을 제목으로 뽑았습니다.

 

유럽의약품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희귀혈전의 연관성을 발표하면서도 발생빈도가 희귀하고, 접종으로 인한 피해보다 이익이 더 크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다만 최근 연구결과에서는 연령별 백신 접종 이익이 다르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로 인해 젊은층 백신 접종 계획은 고령층과 달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경제성 측면에서 백신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서울신문 <“AZ 안 맞으면 ‘AZ 혈전’보다 사망률 10배 높아”>(4월 19일) 등이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아 코로나19 감염으로 사망할 확률은 관련 혈전증 사망률과 비교해 10배 높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득이 더욱 커진다”와 같은 전문가 발언을 전달한 맥락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한국경제와 같은 보도가 반복된다면 백신의 경제성을 고려한 생산적 논의는 불가능해집니다. 전문가 발언이라고 할지라도 언론은 사실과 감정적 접근을 구별해야 합니다. 과학적 사실보다 감정적 접근이 앞선 일부 발언만 부각하는 보도는 분노 여론과 백신 불안을 조장할 뿐 집단면역을 위한 백신 경제성 인식으로 이어질 수 없습니다.

 

백신 접종은 면역형성과 함께 중증환자 감소에 큰 효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고령층에게는 효능이 더 높았습니다. 요양병원 등 고령층 접종이 우선 진행된 국내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왔습니다. 중앙일보 <“AZ백신 덕분” 감염도 사망도 뚝…요양병원은 한숨 돌렸다>(4월 8일 신성식 기자)는 고령층 백신 접종을 시작한 3월 23일로부터 약 2주 뒤인 4월 4일 “일일 확진자 중 요양병원·요양원 등의 비율이 1.3%”로 줄었고, “60대 이상의 비율도 1월에는 30% 넘는 날이 많았으나 (4월) 8일에는 21%”를 기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질병관리청 자료를 바탕으로 백신 접종이 시작된 날을 전후해 요양병원, 요양원 등 확진자 비율이 얼마나 감소했는지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그래프를 실어 효능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확인된 사실을 바탕으로 백신 효과를 검증한 사례입니다. 중앙일보와 같은 객관적 정보를 활용한 보도가 계속 늘어나야 합니다.

 

* 모니터 대상 : 2021년 2월 15~17일, 22~24일, 3월 2~4일, 8~9일, 3월 11일~4월 22일 네이버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등 키워드 검색, 조건 설정 후 나온 결과 중 관련 보도

 

<끝>

 

monitor_20210426_014.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