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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군 헬기사격 첫 인정한 ‘전두환 유죄’ 판결, 조선일보 ‘계란세례’ 부각-TV조선‧채널A 단순보도 그쳐
등록 2020.12.08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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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은 5·18기념재단과 함께 5·18민주화운동 관련 보도를 지속적으로 감시해왔습니다. 2013년 TV조선과 채널A가 5·18관련 대표적인 허위조작정보인 ‘북한군 침투설’을 방송한 것을 비롯해 그동안 보수언론에서 5·18정신을 훼손하는 보도를 반복해왔기 때문입니다. 2018년 ‘5·18가짜뉴스신고센터’를 만들어 온라인상 5·18정신을 왜곡하는 가짜뉴스에 대한 모니터 보고서 발표를 시작한 민언련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통신심의 민원을 접수하였습니다. 언론이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올바르게 계승하고, 광주항쟁의 진실을 왜곡하지 않도록 계속 감시하겠습니다.

 

처음으로 “계엄군 헬기사격” 법정 인정

11월 30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전두환 씨의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 명예훼손 혐의’ 1심 선고가 있었습니다. 재판부는 전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목격자 진술, 군 관련 문서를 종합해 분석하면 1980년 5월 21일 500엠디(MD)에 의한 기관총 사격이 있었다”고 군의 헬기사격을 인정한 뒤 “전 씨가 헬기사격이 없었다는 자신의 주장이 허위라고 인식하면서 고의로 조 신부를 회고록에서 비난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번 재판의 최대 쟁점은 1980년 5월 광주에서 실제 헬기사격이 있었는지 여부였습니다. 헬기사격이 사실이라면, 전 씨가 ‘허위사실’을 주장하여 2016년 숨진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 성립되기 때문인데요. 검찰과 전 씨 측은 올해 10월까지 열린 공판에서 헬기사격 여부를 두고 법정 공방을 벌였습니다. 그런데 재판부가 “목격자 8명의 진술을 믿을 수 있고, 객관적 정황도 피해자 진술에 부합한다”며 “1980년 5월 21일 500엠디(MD) 군용헬기가 사격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판결한 것입니다. 이번 판결은 전 씨의 유죄가 인정되었다는 데도 의미가 있지만, 특히 ‘5‧18민주화운동에서 계엄군의 헬기사격이 있었다는 사실’이 법정에서 처음 ‘사실’로 인정되어 더욱 큰 의미를 갖습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5‧18 진상규명에도 힘이 실릴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두환 재판’ 의미 짚어준 광주지역 언론

미디어오늘은 <광주 언론, 집행유예 전두환에 “사과 한마디 없는 뻔뻔한 자”>(12월 1일)에서 광주지역 언론의 전두환 재판 보도를 살폈습니다. 5‧18민주화운동 근거지이자 판결이 나온 광주지법이 자리한 곳인 만큼, 광주지역 언론은 판결 이튿날인 12월 1일 자 아침종합신문 1면에 일제히 전 씨 유죄 소식을 보도했는데요. 광남일보는 <사설/반성 없는 전두환 유죄 불구 집행유예 아쉽다>에서 “유죄를 선고한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에 경의를 표하면서도 전 씨에게 감옥살이를 면하게 해준 것은 많이 아쉽다. 집행유예는 국민의 법 감정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판결이기 때문”이라며 “전 씨는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5월 학살의 최고책임자이면서도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과 한마디 없는 뻔뻔한 자”라고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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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정에서 5‧18 헬기사격이 처음 인정된 의미를 짚은 전남일보(12/1)

 

광주매일신문은 <사설/5‧18 책임자 전두환 단죄 바랐는데, 아쉽다>에서 “광주 시민은 바라지도 않으나 (전 씨는) 단 한 번이라도 사과조차 없다. 이번 판결은 5·18 진상규명의 단초가 됐다. 역사와 정의를 바로 세웠다는 점에서 다소 아쉽지만 환영할 만하다”며 판결에 대한 평가를 냈습니다. 전남일보는 <사설/5‧18 헬기사격 인정, 진상규명 한 획 긋다>에서 “법원이 5월항쟁 기간 헬기사격이 이뤄졌다는 것을 인정한 것은 40년 만에 처음이다. 그만큼 이번 재판은 5·18 진상규명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할 수 있다”며 법정에서 5‧18 헬기사격이 처음으로 인정된 의미를 짚었습니다. 신문이 1면과 사설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 의제를 다룬다는 것을 감안할 때, 광주지역 언론이 전 씨 재판을 핵심 이슈로 파악하고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노력한 점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계란세례’ 사진으로 시민 분노 강조

 

12월 1일 자

기사 구분

종합일간지

경제일간지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매일경제

한국경제

전체 기사건수

6건

6건

2건

2건

7건

2건

2건

1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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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계란 세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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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규명 또는 허위조작정보 중단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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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사자명예훼손 재판결과’에 대한 7개 일간지 기사건수(12/1)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언론시민연합은 5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의 12월 1일 지면보도를 살펴봤습니다. 기사건수는 물론이고 1면 기사는 실었는지, 불필요한 보도를 하지는 않았는지, 필요한 보도는 했는지 등을 따져보았는데요. 한겨레가 1면 기사와 함께 전체 기사건수도 7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경향신문과 동아일보도 각각 1면 기사를 내고 6건의 관련 기사를 실어 한겨레 다음으로 많은 기사를 내놨습니다. 반면 조선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는 1면 기사를 싣지 않았고 기사건수도 각 2건씩으로 적은 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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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두환 차량 계란세례’ 사진 실어 시민 분노 강조한 조선일보(12/1)

 

한겨레는 기사건수가 가장 많았던 만큼 유의미한 보도도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재판 결과나 의미를 상세히 짚어준 것은 물론이고, <다 주고 떠난 조비오의 0원, 뻔뻔한 전두환의 29만 원> 기사에서 여성장애인복지기관 소화자매원에서 만난 이영희 엠마누엘 원장수녀를 인터뷰하여 고 조비오 신부와 이영희 수녀의 40년간 인연을 돌아보고 조 신부의 청빈한 생애를 추억했습니다.

 

재판 결과를 전하며 5·18광주민주화운동 진상규명 또는 허위조작정보 중단을 촉구하는 보도는 기사건수가 많았던 한겨레, 경향신문, 동아일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중앙일보는 1면 기사가 없고 기사건수도 2건으로 적었지만, <사설/법원도 5‧18 헬기사격 인정…소모적 논쟁 이제 끝내야>에서 5‧18 허위조작정보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조선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에서는 진상규명 또는 허위조작정보 중단을 촉구하는 보도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특히 아쉬웠던 점은 재판 결과나 의미를 짚어줘야 할 시점에 전 씨 차량에 날아든 시민 분노에만 집중한 보도가 있었다는 겁니다. 신문에서 사진 기사는 전달하려는 메시지나 주요 내용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기에 좋은데요. 경향신문과 조선일보는 전 씨 차량에 날아든 계란세례를 사진으로 보도했습니다. 경향신문은 흑백사진으로 내보냈지만, 조선일보는 컬러사진으로 내보냈습니다. 조선일보의 이번 재판 기사는 2건에 그쳤는데 그마저도 1건은 이렇게 시민 분노를 강조하는 사진 기사였던 겁니다.

 

‘계엄군 헬기사격 첫 인정’ 판결 외면한 TV조선과 채널A

 

구분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보도채널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YTN

11월 30일

4건

(톱보도)

5건

(톱보도)

3건

(톱보도)

5건

(톱보도)

2건

(12번째)

2건

(14번째)

4건

(7번째)

6건

(톱보도)

8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전두환 사자명예훼손 재판결과’ 보도건수(11/30) (*괄호는 첫 보도순서)

ⓒ민주언론시민연합

 

판결 당일인 11월 30일,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4사, 보도전문채널 YTN의 저녁종합뉴스를 살펴본 결과, 가장 많은 보도를 한 건 YTN이었습니다. 톱뉴스로 시작하여 총 6건을 보도했습니다. 다음으로는 MBC와 JTBC가 톱뉴스로 시작하여 각 5건씩 보도했고요. KBS도 톱뉴스로 시작하여 4건의 보도를, SBS는 톱뉴스로 시작하여 3건의 보도를 했습니다. 반면, MBN은 7번째 보도로 시작하여 4건의 보도를 했고요. TV조선은 12번째 보도로 시작하여 2건의 보도를, 채널A는 14번째 보도로 시작하여 2건의 보도를 냈습니다. 이번 판결이 갖는 의미를 생각한다면 보도 순서나 보도건수 모두 아쉬운 측면이 큽니다. 보도건수가 많은 YTN과 JTBC에서 유의미한 보도를 살펴볼 수 있는데요. YTN은 저녁종합뉴스 후반부에 전문가들이 현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형식을 띤 ‘나이트포커스’ 코너를 진행합니다. 이날 <나이트포커스/아직 사과하지 않은 자, 전두환>에서는 이번 판결의 의미와 함께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전두환 씨의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JTBC는 <목격자, 고 조비오 신부 명예회복…조카 조영대 신부>에서 고 조비오 신부 조카를 인터뷰하여 판결의 의미를 짚었으며, <제2의 전두환 망언 막을 ‘5·18 왜곡 처벌법’ 표류>에서는 제2의 전두환 망언을 막을 ‘5·18 왜곡 처벌법’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는 문제도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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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8 망언 막을 ‘5‧18 왜곡 처벌법’의 국회 표류를 지적한 JTBC(11/30)

 

반면, TV조선과 채널A는 보도순서나 보도건수뿐 아니라 보도내용도 매우 아쉬웠습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이번 판결은 재판부가 전 씨의 유죄를 인정하면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사격이 있었다고 법정이 처음 인정한 것으로 의미가 매우 큽니다. 그런데 두 방송사 모두 재판부가 헬기사격을 인정하고 전 씨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는 사실을 단순 보도했을 뿐, 재판부가 헬기사격을 인정한 사실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를 전혀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언론은 5‧18민주화운동 의미 ‘적확’하게 전달해야

5‧18민주화운동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한 걸음 전진시킨 ‘민주화운동’입니다. 하지만 그 뒤에는 부당한 권력에 저항한 많은 시민들의 희생이 따랐고, 진상규명은 아직도 완전하게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널리 알리고 진상규명을 하기 위한 보도는 더 활발히 이뤄져야 합니다. 이번 판결에 대한 조선일보, TV조선 등의 보도처럼 재판부가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사격을 처음 ‘사실’로 인정했다는 의미를 설명해주지 않고, 수많은 재판결과 중 하나인 것처럼 단순하게 소개하고 넘어가는 행태는 벌어져선 안 되겠죠. 시민들이 신문과 방송의 뉴스를 찾아서 보는 건, 단순한 ‘팩트’ 너머에 깃든 의미를 정확하게 짚어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겠죠. 언론이라면 그 뜻을 적절하고 확실하게, 즉 적확하게 찾아내어 독자와 시청자에게 전달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12월 1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매일경제, 한국경제(지면) / 2020년 11월 30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9>,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YTN <뉴스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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