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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검찰관계자 45%, 라임‧옵티머스 사태도 검찰 받아쓰기?
추미애-윤석열 갈등만 남고, 진상규명·피해자 목소리 실종
등록 2020.11.09 17:15
조회 3990

10월 한 달간 수많은 언론이 이른바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보도했습니다. 대규모 환매중단 후 검찰 수사에서 정치권 로비 의혹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특히 여당 및 정부 측 인사가 개입한 권력형 비리 의혹이 주를 이뤘는데요. 하지만 10월 중순 라임 사태로 구속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수사팀 검사 접대 등을 폭로하면서 ‘권력형 비리 의혹’에 머물던 사건은 ‘검찰의 경제범죄 은폐 의혹’으로 변화했습니다. 김 전 회장이 윤석열 검찰총장과 관련된 의혹을 제기하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수사개입 중단을 지시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기도 했습니다.

 

정치권 개입, 검찰 수사와 별개로 라임‧옵티머스 사태는 피해액만 2조에 이르는 대형 사모펀드 사기입니다. 그만큼 언론은 다양한 관점에서 보도를 해야 하는데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가 필요한 보도를 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10월 1일부터 21일까지 466건의 보도를 대상으로 유형과 내용을 분석했습니다.

 

수사보도, 정치보도 70% 달해

가장 먼저 라임‧옵티머스 사태 보도가 어떤 내용을 다뤘는지 확인하기 위해 유형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분류 기준은 특정인의 소환, 수사진행 상황 등을 다룬 경우 ‘수사보도’, 정치권 반응이나 여야 갈등을 부각한 경우 ‘정치보도’, 범행 내용에 대한 의혹제기를 한 경우 ‘의혹제기’,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관련 내용을 다룬 경우 ‘수사지휘권’, 이번 사태의 제도 및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 경우 ‘구조적 문제 비판’, 피해자들의 입장과 상황을 전달한 경우 ‘피해자 입장’으로 분류했습니다. 이밖의 내용은 ‘기타’로 분류했고, 하나의 기사에서 두 가지 유형이 동시에 확인되는 경우는 별도로 집계했습니다.

 

라임‧옵티머스 보도 42.5%는 ‘수사보도’

보도 유형을 분석한 결과 ‘수사보도’가 198건으로 전체의 약 42.5%를 차지했습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에서 언론이 검찰 수사에서 나온 증언, 수사결과 등을 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 수치로 확인됐습니다. 이어 ‘정치보도’가 123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수치로 환산할 경우 전체의 약 26.4%였습니다. 검찰 수사만큼은 아니지만 정치권 반응 및 갈등 양상을 다룬 보도도 상당수 등장한 셈입니다.

 

반면 ‘구조적 문제 비판’은 6건, 약 1.2%뿐이었고, ‘피해자 입장’은 5건, 약 1%뿐이었습니다. 검찰 수사, 정치권 갈등과 대조적으로 제도 문제와 실질적인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언론이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것입니다. 한 달간 수많은 보도가 쏟아졌지만, 정작 필요한 보도가 이뤄졌는지 의문이 들게 만드는 결과입니다.

라임 옵티머스 보도 유형 분석.JPG

보도 유형 보도량(비율)
수사보도

198건(42.5%)

정치보도

123건(26.4%)

수사보도/정치보도

13건(2.8%)

정치보도/의혹제기

3건(0.7%)

수사지휘권

39건(8.4%)

구조적 문제 비판

6건(1.3%)

피해자 입장

5건(1.1%)

기타

79건(17%)

총 보도건수

446건

△ 라임・옵티머스 사태 관련 보도유형 분석(10/1~21) ©민주언론시민연합

 

‘수사보도’ 45%는 익명 관계자발

보도유형 분석과 함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수사보도’의 취재원도 확인해봤습니다. 중점으로 확인한 내용은 이른바 ‘익명 관계자’가 얼마나 등장하는지입니다. 확인 결과 “법조계”, “검찰관계자”, “검찰일각”, “검찰안팎” 등의 취재원이 등장한 보도는 95건이었습니다. 전체 ‘수사보도’ 198건의 약 45%에 달합니다.

 

언론 보도에서 취재원 보호를 위해 익명을 사용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서 다수의 익명 취재원을 활용한 보도는 신뢰도가 높다고 할 수 없습니다. 특히 익명 취재원이 검찰 내부 인물로만 구성되어 있다면 검찰의 수사프레임을 언론이 반복하는 이른바 ‘검찰발 보도’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 수사보도에서 나타난 익명의 취재원 남발 양상이 우려되는 이유입니다.

 

검찰 ‘받아쓰기’ 수사보도 여전

전체 보도유형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수사보도’에서는 문제 보도도 확인됐습니다. 특히 익명의 관계자를 취재원으로 삼은 보도 사이에서 검증 없이 수사상황을 전달하는 문제가 확인됐습니다.

 

‘펀드 하자 치유’ 문건, 검증보다 받아쓰기가 먼저?

문제 보도의 대표로는 옵티머스 내부 문건을 다룬 보도가 있습니다. 이른바 ‘펀드 하자 치유 관련’ 문건은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와 함께 구속기소된 사내이사 윤 모 변호사가 검찰에 제출한 문서입니다. 펀드 수익자로 참여한 여권 인사 이름이 적혀 있다고 알려지면서 정치권 개입 의혹에 불이 붙은 문서입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문건을 다루면서 신빙성 검증은 뒤로한 채 검찰에서 흘러나온 내용만 전달했습니다.

 

중앙일보 <옵티머스 조서·보고 누락…윤석열, 중앙지검에 철저 수사 지시>(10월 9일 정유진 기자)는 문건에 “민주당 유력 인사 및 정부 관계자들에게 거짓으로 탄원,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및 정부 관계자들이 당사(옵티머스)와 직간접적으로 연결’”이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설명했습니다. “복수의 검찰 관계자가 전했다”는 전언을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3일 뒤 <검찰 내 “여권 관련 수사 땐 순한 양 된다” 자조 목소리>(10월 12일 나운채‧강광우‧박사라 기자)에서는 “법조계 일각에서는 여권이 의혹에 연루되면 검찰 수사가 미진하거나 여러 ‘잡음’이 불거진다는 의견이 나온다”며 수사가 진척되지 않는 이유가 여당 정치인의 연루 때문인 듯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문건이 얼마나 믿을 만한지, 작성 배경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조선일보 <“옵티머스 사건 해결 위해 도움줬던 당·정 관계자가 수익자로 일부 참여”>(10월 8일 표태준 기자)는 검찰 수사에서 나온 증언을 제목에 사용했습니다. 이어 이번 논란이 “여권으로 튈까봐 수사팀이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검찰 내부’ 목소리를 전달했습니다. 심지어는 “정부·여당 인사가 5000억원대 피해가 예상되는 옵티머스에 수익자 등으로 참여한 게 사실이라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되는 문제”라고 지적하면서도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근거나 신뢰도 등에 대해서는 무관심했습니다.

 

조선일보_“옵티머스 사건 해결 위해 도움줬던 당·정 관계자가 수익자로 일부 참여”_2020-10-08.jpg

△ 수사에서 나온 증언을 그대로 제목에 사용한 조선일보(10/8)

 

검찰발 정보 무작정 전달, 언론의 역할 아냐

앞서 언급한 조선일보‧중앙일보의 보도는 검찰 수사에서 나온 정보를 그대로 전달했습니다. 반면 같은 내용을 보도한 한겨레 <옵티머스 내부문건 실체 논란에 엇갈린 진술…‘키맨’ 신병확보 관건>(10월 14일 박종식‧임재우 기자)는 달랐습니다. 한겨레는 문건이 작성된 배경과 내용을 설명하며 “검찰 역시 해당 문건의 신빙성을 낮게 보고 있다”, “문건을 작성한 당사자들이 문건 내용을 ‘허구’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이 입수한 자료를 토대로 남동발전이 옵티머스와 사업 협의를 한 것을 설명하며 “문건 내용 일부가 실현된 정황도 있다”는 점도 같이 언급했습니다.

 

수사가 진행 중이고, 객관적 진실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언론은 철저한 검증으로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물론 언론에게 수사권과 같은 공적 권력이 없는 만큼 진실을 찾는 역할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언론이 교차검증조차 하지 않은 채 수사기관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바람직한 보도방식이 아닙니다. 조선일보·중앙일보와 한겨레가 보인 차이점도 결국은 보도방식에 있습니다.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상황을 치우치지 않고 바라보는 시각이 조선일보‧중앙일보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김봉현 발언,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유사한 사례는 라임자산운용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관련 보도에서도 등장했습니다. 10월 8일 다수 언론은 김 전 회장이 법정에서 “라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이강세 대표를 통해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수천만원을 건넸다”고 증언했다는 점을 집중 보도했습니다. 동아일보 <김봉현 “강기정 당시 靑수석에 주려고 5000만원을 이강세에게 전달했다”>(10월 9일 고도예 기자), 중앙일보 <김봉현 “이강세가 5개 말해 5만원권 5000만원 쇼핑백 준비”>(10월 9일 김민상·정유진·이가람 기자) 등은 김 전 회장 법정진술 발언을 제목에 그대로 옮겼습니다. 보도 내용에서는 이강세 전 스타 모빌리티 대표와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이 ‘증언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제목에서는 오로지 김 전 회장 발언만 부각한 것입니다.

 

이후에는 김 전 회장이 ‘거짓말 할 이유가 없다’는 식의 기사를 내면서 법정 진술에 무게감을 더하기도 했는데요. 동아일보 <“김봉현, 강기정에 돈 전달 거짓말할 이유 있겠나”>(10월 10일 박민우 기자)는 “김 전 회장이 이 정권의 핵심 참모를 콕 집어 거론하면서까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있을지 모르겠다”는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의 발언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조선일보는 사설 <펀드 게이트, 돈 안 줬다면 왜 줬다 진술하겠나>(10월 12일)에서 “형사처벌을 각오하고 주지도 않는 돈을 줬다고 거짓 진술할 이유가 있을까”라고 물으며 같은 주장을 펼쳤습니다. 법정에서 나온 김 전 회장에 대한 맹신에 가까운 태도를 보인 것입니다.

 

보수언론, 김봉현 옥중 폭로에 입장 선회 ‘사기꾼 말 어찌 믿나’

보수언론의 김봉현 전 회장 맹신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10월 16일 김 전 회장은 옥중 입장문을 통해 수사팀 소속 검사에게 접대한 사실이 있고, 검찰이 야당 측 정치인 수사는 하지 않은 채 정부‧여당 측 정치인 수사에 몰두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자 김 전 회장을 맹신하던 보수언론은 태도를 바꿨습니다. ‘거짓 진술을 할 이유가 없다’던 김 전 회장을 ‘사기꾼’으로 몰기 시작한 것입니다.

 

조선일보_펀드 사기꾼의 이상한 폭로, 정권의 ‘윤석열 찍어내기’ 또 시작_2020-10-19.jpg

△ 김봉현 전 회장을 ‘사기꾼’으로 표현한 조선일보(10/19)

 

조선일보 <사설/펀드 사기꾼의 이상한 폭로, 정권의 ‘윤석열 찍어내기’ 또 시작>(10월 19일)은 “애초 김씨는 정권 비호를 받고 있음을 과시하던 사람”이라면서 김 전 회장을 “사기꾼”, 그의 폭로를 “사기꾼의 말”로 몰아갔습니다. 중앙일보 <검찰 내 “김봉현 서신 모순적 내용 많아 ... 채널A 사건 연상”>(10월 19일 정유진·이가람 기자)는 “검찰 일각”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채널A 사건이 연상된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조차 끝나지 않은 채널A 검언유착 사건을 허위사실인 듯 설명하며 김 전 회장의 폭로도 사실이 아닐 것이라는 인상을 심어준 것입니다.

 

동아일보 <김봉현, 이번엔 검찰-야당 겨눈 폭로전…구체적 근거는 제시 안해>(10월 17일 고도예 기자)는 보도 내용에서 입장문 내용을 상세하게 설명했으나 제목에서는 근거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김 전 회장 측이 자신이 직접 본 것 외에 전언을 적으면서 이를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것도 진위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한 것입니다.

 

김봉현에 대한 이중적 태도, 진영논리 빠진 언론

물론 김봉현 전 회장의 입장문도 언론이 검증해야 할 일입니다. 수사팀 검사에 대한 로비가 실제로 이뤄졌는지, 수사과정에서 특정 정치세력에게만 수사가 편향적으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김 전 회장의 법정 진술도 입장문과 마찬가지로 검증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당시 강기정 전 정무수석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은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는 금품을 전달한 사실을 부인했고, 재판에서 “검찰 주장은 (김 전 회장의) 진술에만 근거해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금품을 수수했다고 지목된 강 전 수석 역시 “금품수수 내용은 완전한 사기, 날조”라며 의혹을 부정했습니다. 금품을 제공했다는 주장과 수수한 사실이 없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의 주장이 사실이고, 진실이 무엇인지 단정 지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보수언론은 김 전 회장 법정 발언을 매우 중대한 진실이 드러난 듯 집중 보도했습니다. 또한 김 전 회장의 법정 발언을 진실인양 제목에 대서특필한 뒤 이를 뒤집는 입장문이 나오자 그를 ‘사기꾼’이나 ‘믿을 수 없는 인물’로 몰아갔습니다. 이런 보도양상은 진실에 대한 어떠한 검증도 없이 자신의 진영에 유리하다면 부각하고, 불리하다면 깎아내리는 진영논리에 불과합니다. 보수언론이 실체적 진실을 찾는다고 주장하려면 자신들이 사기꾼으로 표현한 인물의 발언을 대서특필한 것부터 사과해야 합니다.

 

수사지휘권 갈등 부각, ‘금융사기’ 실체는?

김봉현 전 회장의 입장문 발표 이후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라임 사태와 윤 총장의 가족 관련 사건 수사에서 배제하는 수사지휘권을 행사했습니다. 이후 대검찰청은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발표했고,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의견 충돌이 벌어졌습니다.

 

추미애-윤석열 갈등만 남다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 이후 신문 보도에서는 극단적 표현과 함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갈등을 부각하는 보도가 연이어 등장했습니다. 중앙일보 <‘라임 주범’ 옥중 한마디에…추미애, 윤석열 목에 칼 들이댔다>(10월 19일 강광우·정유진·김수민 기자)는 제목에서 “윤석열 목에 칼 들이댔다”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이런 극단적 표현 외에도 “‘수사’가 ‘정치쇼’처럼 돼버렸다”는 익명의 검찰 취재원 발언을 이용했고, “수사동력을 잃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 놓고 때늦게 수사 미비 의혹을 지적한다”며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가 모순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매일경제 <추미애, 윤석열 가족 겨누며 사퇴 압박…검 ‘부글부글’>(10월 20일 박윤예‧류영욱‧최예빈 기자), 한국경제 <추미애, 윤석열과 전면전…‘라임·윤가족 사건’ 수사지휘권 행사>(10월 20일 이인혁 기자)도 ‘부글부글’, ‘전면전’과 같은 단어로 갈등을 부각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검찰 내 반발, 정치권 갈등 등을 중점으로 다룬 보도도 다수였습니다. 결국 하나의 진영과 또 다른 진영의 입장을 전하는 방식으로 보도가 구성되면서 독자에게는 대립 구도와 갈등만 남긴 것입니다.

 

법무장관-검찰총장 갈등보다 사건의 진실을 쫓아야

반면 경향신문 <사설/법‧검 또 갈등, 필요한 것은 진실 규명할 독립적 수사팀이다>(10월 19일)은 “우려스러운 것은 양측이 전보다 더 신속하게 갈등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라며 “실체적 진실을 밝혀도 모자랄 판에 공방을 벌이다니 실망과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중요한 것은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안긴 금융사기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것”이라며 “정치 공방 속에 진실이 뒷전으로 밀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물론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는 다양한 측면에서 보도될 수 있습니다. 수사지휘권 행사에 대한 평가는 언론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수사지휘권 행사에 대한 판단과 별개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갈등만 부각하는 보도는 불필요합니다. 갈등 부각으로 가장 중요한 피해자 구제와 진상규명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향신문이 지적한 것과 같이 언론의 역할은 국민을 위해 실체적 진실을 쫓는 것이라는 점을 보수언론이 되새겨야 합니다.

 

제도문제, 피해자 목소리는 사라져

라임‧옵티머스 사태는 피해규모가 2조원대에 달합니다. 그만큼 많은 피해자가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언론은 피해자들을 어떻게 구제할 것인지, 제도 문제가 사태를 만든 것이 아닌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피해자 구제 짚은 보도 1건뿐

2015년 금융위원회는 사모펀드 시장 강화를 목표로 자본시장법을 개정했습니다. 사모펀드에 가입할 수 있는 최소 투자액 기준과 펀드 운용사 최소 자본금을 대폭 낮췄는데요. 더 많은 사람이 투자하고, 전문사모운용사를 규제 없이 만들 수 있도록 한 겁니다. 그 결과, 2015년 15곳에 불과하던 전문사모운용사가 올해 5월 기준 230여개가 될 정도로 사모펀드 시장은 급격히 커졌습니다. 하지만 시장 크기에 걸맞은 투자안전망은 제대로 구축되지 않으면서 투자자 보호방안이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 발생의 배경에 자본시장법 개정이 있다고 지적되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구조 문제를 지적하는 보도는 분석대상 466건 중 6건뿐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매일경제 <사설/옵티머스 사건, 증권범죄합수단 되살릴 이유 입증했다>(10월 13일) 등 일부 보도는 사후 대응방안을 다루면서 근본문제인 투자안전망 구축 필요성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근본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라임‧옵티머스 사태 관련 보도에서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마찬가지로 피해자들의 입장을 전달하는 보도도 분석대상 466건 중 5건뿐이었습니다. 피해자들의 입장과 사연을 토대로 구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짚은 보도는 중앙일보 <이상언 논설위원이 간다/“우린 투기꾼 아니다…펀드 사기 연루 증권사 수사해야”>(10월 19일)뿐이었습니다. 정치권 개입 의혹과 수사지휘권 갈등 속에서 보도되어야 할 피해자 목소리는 사라진 것입니다.

 

라임‧옵티머스와 관련한 정‧관계 연루 의혹, 부실 수사 의혹에 관한 진실은 마땅히 규명돼야 합니다. 하지만 건전한 자본시장을 만들고, 또 다른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막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제도 개선과 피해자들의 피해 보상입니다. 왜 이같은 피해가 생겼는지,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하는지에 주목한 기사가 더 많아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 모니터 대상 : 2020년 10월 1~21일까지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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