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한글날 특집 우리말 사용실태③
[종편 뭐하니?] 빚투, 민노총, 문빠‧대깨문…부적절 표현 확산시키는 종편 시사대담종편의 문제발언 중 핵심을 뽑아 알려드리는 ‘종편 뭐하니?’입니다. 국어기본법 제20조는 “정부가 한글의 독창성과 과학성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범국민적 한글 사랑 의식을 높이기 위하여 매년 10월 9일을 한글날로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어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10월 9일 한글날을 맞아 8~9월 두 달간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 나타난 올바르지 않은 우리말 사용의 문제점을 짚어보려 해요. 마지막으로 본래 의미를 퇴색시키거나 적확하지 않은 표현을 남발하는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정체불명 ‘빚투’ ‘약투’ 등 표현은 ‘미투 운동’ 왜곡
2018년 11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언론이 연예인 가족 채무 논란을 보도하며 ‘빚투’라는 표현을 남발하는 행태를 비판한 바 있어요. 당시 일부 연예인 가족이 빚을 지고도 갚지 않았다는 폭로가 이어지자, 언론들은 ‘미투’에 빗댄 ‘빚투’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요.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은 8월 20일 또 다른 의미의 ‘빚투’를 꺼내들었어요. TV조선 김보건 기자가 “(집값과 전셋값이 모두 뛰다 보니) 2030 청년 세대들 사이에서는 아예 집 사기를 포기하고 빚투에 뛰어드는 그런 사람이 급증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자, 진행자 엄성섭 씨는 “‘빚투’요? ‘빚투’라는 게 뭐예요?”라고 물었어요. 김보건 기자는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죠.
‘미투’는 우월적 지위나 권력관계를 악용하여 은폐한 성폭력 범죄를 피해자의 목소리로 고발하고 사회적 연대를 이루는 운동을 말해요. 연예인 가족이 빚을 지고 갚지 않았다고 폭로하거나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행위를 뜻하는 게 절대 아니에요. 미투 운동(#MeToo) 이후 언론은 일부 연예인 가족이 빚을 지고 갚지 않는 것을 ‘빚투’로, 피트니스 시장에 널리 퍼져 있는 스테로이드 등의 약물 사용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을 ‘약투’라 이름 붙여 보도해왔어요.
이처럼 거리낌 없이 쓰인 정체불명의 신조어는 어법에도 맞지 않고 미투 운동의 의미를 깎아내릴 수 있어 옳지 않아요. 「방송언어 가이드라인」은 오락‧예능과 코미디 프로그램에 한하여 “저속한 의미 또는 표현이 포함된 조어 또는 유행어를 사용해서는 안 되며, 유행을 목적으로 신조어를 사용할 때는 어법에 크게 벗어나는 표현이 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어요. 즉, ‘미투’에 빗댄 정체불명의 신조어는 오락‧예능과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도 사용해서 안 되는 용어인 거죠. 그런데 이런 용어를 ‘시사‧보도에 준하는 정제된 표현’을 써야 하는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 사용하는 건 더더욱 안 되겠죠.
여당과 입장 비슷하면 ‘범여권’이라 손쉽게 표현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을 배출하여 정권을 잡은 정당은 ‘여당’이라고 하고, 정권을 잡고 있지 않은 정당은 ‘야당’이라고 해요. 여야를 중심으로 하는 정당정치에서, 언론은 여당과 거대 야당을 제외한 소수정당들을 ‘범여권’과 ‘범야권’으로 손쉽게 분류하여 보도해왔어요. 여당 혹은 거대 야당과 정치성향이 비슷하거나 특정사안에 대한 입장이 조금만 비슷해도 ‘범여권’이나 ‘범야권’으로 통칭한 거예요.
종편 시사대담에서는 ‘범여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채널A <뉴스TOP10> 8월 4일과 13일 방송에서 진행자 김종석 씨는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을 ‘범여권’으로 지칭했어요.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8월 6일)에서는 TV조선 장용욱 기자가 “정부 정책에 대한 이 의문점과 우려가 가라앉지 않는 상황”인데도 “범여권에서는 이런 민심에 오히려 기름을 붓는 듯한 발언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여당 외 소수정당 의견마저 ‘범여권’으로 묶어 전했어요.
제21대 국회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거대 야당인 국민의힘 외에도 정의당, 국민의당, 열린민주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그리고 무소속 의원들로 구성돼 있어요. 다양한 민의를 반영하는 국회를 언론이 ‘범여권’ 혹은 ‘범야권’으로만 바라볼 경우, 시청자에게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현안의 본질을 전달하기 어려워지고 진영논리만 부추기는 효과를 낳을 수 있어요. 여야 중심의 정당질서를 강화해 각계각층을 대변하는 소수정당이 성장하는 데 부작용으로 작용할 수도 있고요.
☞ 채널A <뉴스TOP10>(8월 4일, 13일) https://muz.so/acZA, https://muz.so/acZB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약칭은 ‘민주노총’입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약칭은 ‘민주노총’입니다. 민주노총 규약 제1조도 “이 조직의 명칭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라 하고, 약칭은 민주노총이라 한다”고 명시하고 있죠. 그런데 종편 시사대담을 비롯한 언론들은 ‘민주노총’이라는 약칭을 제대로 쓰지 않고 있어요.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과 채널A <뉴스TOP10>은 코로나19 재확산을 전하며 광복절에 있었던 ‘민주노총 8․15노동자대회’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요. <보도본부 핫라인>은 8월 24일과 25일 방송에서 “광화문 민노총 후폭풍”, “민노총 참석 확진자”, <뉴스TOP10>(8월 24일)은 “민노총 조합”, “민노총 조합원”, “민노총 집회”라고 언급했어요. ‘민주노총’ 대신 ‘민노총’만 남발한 거예요.
2019년, 민주노총은 노동 존중 보도를 요구하며 <민주노총 노동보도 준칙>을 발표했어요. 전문에서 “‘민주노총’에는 지난한 투쟁으로 건설한 민주노조의 총연합체라는 자긍심과 역사적 의미가 담겨 있으며, 노동열사의 헌신과 투쟁의 역사에 대한 존중 대신 사용하는 ‘민노총’은 이를 깎아내리기 위한 줄임말”이라고 밝히며 언론이 ‘민주노총’이라는 약칭을 온전히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같은 해 10월 11일, 언론인권센터가 주최한 제55차 언론인권포럼 ‘노동인권보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 김동원 교수도 “‘민주’는 1987년 6월 노동자 대투쟁을 통해 획득해 어용노조와의 분명한 차별성을 드러내고, 임금인상 등 단순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의지 표명”이라며 “민주노총이 거부하는 약칭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건 특정 목적을 담은 의도로 보인다”고 비판한 바 있어요.
「방송언어 가이드라인」은 대담‧토론 프로그램에서 “대담‧토론의 대상을 지나치게 희화화하거나 조롱‧모독하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어요. 따라서 종편 시사대담은 ‘민노총’을 사용하여 ‘민주노총’을 깎아내리는 행위 역시 하지 말아야 해요.
☞ 채널A <뉴스TOP10>(8월 24일) https://muz.so/acZC, https://muz.so/acZD
김용태 전 의원 “‘문빠’나 ‘대깨문’은 내 표현”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9월 9일)에 출연한 김용태 전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적극 지지자를 비판하며 ‘문빠’와 ‘대깨문’이라는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했어요.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자, 열성적인 지지자들, 지금은 이제 그분들을 소위 ‘문빠’나 ‘대깨문’이라고 부르는데”라고 말한 거예요. 진행자 김진 씨가 “그런 건 방송에서 적절하지 않은 용어로 저희가 좀 자제 부탁드립니다”라고 제지했는데도, 김용태 전 의원은 ‘제 표현’이라며 굽히지 않았어요.
방송심의규정 제51조는 “방송은 바른 언어생활을 해치는 억양, 어조, 비속어, 은어, 저속한 조어 및 욕설 등을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어요. 「방송언어 가이드라인」은 대담‧토론 프로그램에서 “대담‧토론의 대상을 지나치게 희화화하거나 조롱‧모독하는 표현”이나 “지나친 인신공격 또는 모욕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어요. 더불어 “방송에 부적절한 표현이나 상황이 있었을 경우, 생방송에서는 진행자가 상황에 맞게 제지하거나 불쾌감을 느꼈을 시청자에게 해명 또는 사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이고 있죠. 그런데 김용태 씨는 진행자의 제지에도 부적절한 표현을 ‘제 표현’이라며 고집하는 부적절한 행태를 보인 거예요.
☞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9월 9일) https://muz.so/acZF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8월 1일~9월 30일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이것이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 MBN <아침&매일경제>(평일)<뉴스와이드>(평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