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입맛 맞는 의혹은 부풀리고, 근거 없는 특혜는 만들고
조선·중앙의 ‘추미애 아들 휴가 논란’ 키우는 법
등록 2020.09.25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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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 씨의 휴가 특혜 의혹 보도가 연일 신문 지면을 채우고 있습니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서 씨가 1·2차 병가와 개인 휴가를 연달아 사용하는 과정에 추 장관 측의 외압이 작용했는지 여부인데요.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초기 몇몇 정치인이 내놓은 자료를 중심으로 의혹 제기가 이뤄진 탓에 혼란만 커진 상황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언론은 심층취재를 통해 진실을 파헤치고, 고위공직자 자녀 특혜 의혹이 반복되는 근본 원인을 따지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하지만 언론의 무차별적 의혹 제기 등이 오히려 독자의 판단을 흐트러뜨리고, 정치적 갈등을 키운 셈이 되었는데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추 장관 아들 휴가 특혜 관련 기사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9월 1일부터 19일까지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의 지면 및 온라인 보도를 모니터링해 문제 유형을 꼽아봤습니다.

 

특혜 아닌 것까지 특혜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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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훈처 후원 봉사활동에 추미애 장관 아들이 늦게 합류했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한 조선일보(9/15)

조선일보는 추 장관 아들의 휴가 관련 의혹이 제기되자 특혜로 볼 만한 여지가 없는 것까지 특혜로 만드는 보도를 내놨습니다. 9월 15일 <추아들 중학생때 해외 의료봉사도 특혜 의혹>(양승식 기자)에서 “봉사활동 주관단체가 발대식 직전 발표한 ‘봉사단 명단’에는 서씨의 이름이 없는데, 실제 봉사활동에는 서씨가 뒤늦게 합류했기 때문이다. 이 활동은 국가보훈처가 후원했고, 보훈처 직원도 동행했다”는 점을 들어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보훈처가 후원했다는 사실과 서 씨가 마지막으로 합류했다는 점이 왜 서 씨에 대한 특혜를 의심할 만한 대목인지에 대한 근거는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의혹이라고 보기엔 근거가 없다시피한 기사는 또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9월 10일 <추아들, 60대1 뚫고 프로축구단서 ‘국가인턴’>(김형원・문현웅 기자)에서 추 장관 아들이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전북 현대 모터스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기사에서 확인된 사실관계는 인턴십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프로그램이고, 서류·면접 심사가 이뤄진 시기가 추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한 직후라는 점뿐입니다.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의 온라인판 제목을 <무릎 아프다던 추 아들, 나랏돈 받고 프로축구단 인턴 중>이라고 달아 서 씨의 군복무 시절 무릎 부상과 프로축구단 근무사실을 연결하려고도 했는데요. 정작 기사에서는 무릎 부상과 무관한 “유소년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면서도, “추 장관 아들이 국가 예산으로 취업 스펙 쌓는 모습이 청년들 눈에 어떻게 비치겠느냐”, “인턴 채용 과정을 정밀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야당 의원 발언을 덧붙여 특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현재 해당 기사의 제목은 ‘무릎 아프다던’ 부분은 삭제되고 <단독/60대 1 뚫고…추미애 아들, 나랏돈 받으며 프로축구단 인턴 중>으로 바뀐 상태입니다.

 

국민의힘과 조선일보, 부실한 근거 주고받기

 조선일보의 무리한 의혹제기 보도는 야당인 국민의힘의 주장과 함께 ‘주고받으며’ 만들어졌습니다. 9월 10일 <추아들, 60대1 뚫고 프로축구단서 ‘국가인턴’>(김형원・문현웅 기자)은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 등에 따르면, 서씨는 문화체육관광부의 ‘프로스포츠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올해 2월 전북현대 사무국 인턴에 최종 합격했다. 단 2명을 뽑는 이 자리의 경쟁률은 60대1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라고 쓰며 김예지 의원실 자료를 처음으로 인용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제기된 의혹에 관해 “인턴채용 과정을 정밀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야당 국회의원의 발언을 인용했을 뿐, 채용과정에서 특혜를 의심할 수 있는 근거에 대한 취재내용은 찾을 수 없습니다. 다음 날인 9월 11일 김예지 의원은 페이스북에 조선일보 기사 캡쳐본, 링크 주소와 함께 “서씨가 카투사 복무 때도 추 장관 측이 수시로 민원전화를 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만큼, 채용과정도 살펴봐야 합니다. 조선일보 기사 일부분입니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조선일보는 김예지 의원실에서 제공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근거 없는 의혹보도를 하고, 김예지 의원실은 조선일보 기사를 인용하며 자신의 주장에 힘을 실은 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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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기사 인용한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 페이스북

이후 다른 신문도 조선일보 보도를 받아쓰기 시작했습니다. 한국경제 온라인판 <국민의힘 “추미애 아들, 정부 지원 축구단 인턴 합격”>(9월 10일 한경닷컴 뉴스룸), 한국일보 온라인판 <‘57대 1’ 경쟁률 뚫고…秋 장관 취임 직후 인턴 합격한 아들>(9월 10일 김영훈 기자) 등도 서 씨 인턴채용 과정에 대한 추가취재는 없습니다. 서 씨가 6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돼 ‘의심된다’는 조선일보 기사와 비슷한 수준의 보도를 하였습니다.

 

모든 기사가 완벽한 근거를 갖추고 의혹을 제기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최소한의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은 지켜야 합니다. 특혜가 아닌 것까지 특혜로 연결하려고 한 무리한 시도는 결국 언론이 이번 사안의 본질적 문제에 대한 고민보다 정치적 갈등을 키우고 비판이 아닌 ‘비난’에 급급했음을 보여줄 뿐입니다.

 

‘제2의 조국 사태’ 주장을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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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미애 장관 아들 휴가 특혜 의혹이 ‘조국 때와 판박이’라고 보도한 중앙일보(9/11), 조선일보(9/12), 조선일보 온라인(9/14) 기사 제목

일부 보수신문은 심지어 ‘조국 때와 판박이’, ‘제2의 조국 사태’로 이번 사안을 규정했습니다. 중앙일보 <문 대통령 지지율 조국 때 판박이 ‘이학남’이 돌아섰다>(9월 11일 위문희‧김기정 기자)는 ‘이학남(20대‧남성‧학생)’의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조국 때와 비슷한 추이로 하락하고 있다며 “조국 때와 ‘판박이’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그 근거로 추 장관 아들의 병역 특혜 의혹 등을 들고 “‘20대·남성·학생’이 민감한 이슈”라며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4.1%포인트 떨어진 33.7%였고,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은 1.8%포인트 상승한 32.8%를 기록했다”고 적었습니다. 또 “한국갤럽의 문 대통령 지지율 여론조사(9월 첫째 주)에서도 20대의 지지율이 지난주 40%에서 10%포인트 떨어진 30%를 기록했다”고 제시했습니다. 1주일 사이의 수치 변동을 ‘조국 사태’ 당시 6주간(2019년 8월 4주~10월 2주) 대통령 지지율 추이와 비교했습니다.

 

조선일보 <“취재말라” “고발한다”… 秋아들 측, 조국 때와 판박이>(9월 12일 박상기 기자)도 추 장관 아들 의혹을 ‘조국 때와 판박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야당에서는 ‘지난해 조국 사태 때 조 전 장관이 해명은 않고 언론만 문제 삼았던 것과 판박이처럼 닮았다’는 말이 나왔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이밖에도 조선일보 온라인판 <추미애에 응원 꽃바구니 쇄도, 조국 때와 판박이>(9월 14일 김명성 기자)도 “조국 전 장관 논란 때 지지자들의 꽃바구니가 쌓이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라며 ‘판박이’로 규정했습니다.

 

특정 여론조사 근거로 ‘조국 때와 판박이’

중앙일보는 한국갤럽의 9월 첫째 주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20대 지지율이 지난주 40%에서 10%포인트 떨어진 30%를 기록했다”고 적었는데요. 하지만 하루 전날인 9월 10일 발표된 한국갤럽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9월 둘째 주 20대 대통령 지지율은 다시 11%포인트 증가해 41%를 기록했습니다. 20대 대통령 지지율은 40%(8월 넷째 주)→30%(9월 첫째 주)→41%(9월 둘째 주)로 변했지만, 기사는 1주일 간 지지율 변동을 제시한 것으로 젊은 층의 반발이 컸던 ‘조국 사태’와 추 장관 아들 의혹이 ‘판박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또 다른 근거인 여야 지지율에 대한 리얼미터 조사결과인 민주당 33.7%, 국민의 힘 32.8%(9월 7~9일)도 한국갤럽의 민주당 39%, 국민의 힘 19%(9월 8∼10일 조사)와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여론조사는 조사 시점, 대상, 설문문항 등에 따라 결과 차이가 발생하고, 공통사안에 대해 상반된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아 특정 수치에 초점을 두는 것보다 추이를 살펴야 합니다. 일부 여론조사 결과만으로 ‘조국 때와 판박이’라고 규정짓는 것은 신중해야 합니다.

 

같은 설문조사를 두고도 경향신문 온라인판 <ARS 여론조사에서만 ‘제2의 조국사태’?>(9월 19일 윤호우 기자)는 특정 여론조사의 일부분을 부각한 대신 TBS가 의뢰해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는 “ARS 90% 전화면접 10%”, 한국갤럽은 “전화면접원 100%”에서 차이가 발생했다고 짚으면서 여론조사를 둘러싼 전문가들의 추미애 사태 전망을 골고루 전했습니다. 중앙일보도 여론조사의 흐름과 조사방식 등을 두루 살피며 신중하게 접근했다면 ‘조국 때와 판박이’ 같은 제목은 쓸 수 없었을 것입니다.

 

‘조국 판박이’ 프레임, 해결책 찾기에 도움 되나

추 장관 아들의 군 휴가 논란은 ‘특혜’ 여부가 쟁점이 됐다는 점에서 ‘조국 사태’를 연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 전 장관 사안은 자본시장법 위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등 사법적으로 다퉈야 할 부분이 중첩돼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까지는 조 전 장관 논란과 추 장관 아들 논란은 사안의 경중엔 차이가 있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추 전 장관이 조 전 장관처럼 언론사를 고발하고, 지지자들로부터 꽃바구니를 받았다고 해서 ‘판박이’라고 단정 짓는 건 정쟁만 키울 뿐입니다. 또한 공정성 논란이 매번 모든 사안을 잠식해버리는 문제의 근본 해결책을 찾는 것도 어렵게 만듭니다. 조 전 장관의 임명과 사퇴를 두고 광화문, 서초동으로 나뉘어 갈등이 깊어진 당시 ‘조국 사태’에 가장 분노한 2030세대 목소리는 오히려 소외됐다는 청년유니온 등 청년단체의 지적을 기억해야 합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09/01~09/19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및 온라인 보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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