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종편 뭐하니?] MBN, 의대 교수니까 의사 편드는 게 아니다?종편의 문제발언 중 핵심을 뽑아 알려드리는 ‘종편 뭐하니?’입니다. 8월 31일,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에서는 진행자가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이라는 말을 반복하며 사실 확인도 되지 않은 보도를 소개하고 아쉬움을 표했어요. MBN <뉴스와이드>에서는 의료계 집단휴진에 대해 의과대학 교수인 출연자가 의사 측 입장을 주로 얘기하자, 진행자가 “(출연자가) 의사니까 의사 편드는 것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실 분 있을 텐데 의사 아니십니다. 의과대학 교수입니다”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공공의대) 설립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출연자가 허위조작정보를 그대로 발언하기도 했고요.
1.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세 번 강조한 김진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는 본격적인 대담에 앞서 ‘신문 읽어주는 남자’라는 코너에서 진행자 김진 씨가 현안과 관련된 당일 조간신문의 주요 기사를 소개해요. 8월 31일 방송에서 김진 씨는 “한 보도에 따르면 정부의 임시공휴일 지정 때 질병관리본부와 상의 없이 지정을 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만약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정부의 이번 임시공휴일 지정과 코로나 재확산의 여파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 같습니다”라며 조선일보 기사를 소개했어요.
대담이 시작되자 김진 씨는 다시 한 번 조선일보 보도를 언급했어요. “임시공휴일 지정과 관련해서 정부가 질병관리본부 측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8월 17일 임시공휴일 지정, 정부 측으로부터 의견 수렴 절차가 없었다고 어제(30일) 질병관리본부 정은경 본부장 측이 밝힌 것으로 보도가 되고 있습니다”라고 말이에요. 그러더니 “아쉬운 건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적어도 정은경 본부장에게 전화 한 통 해서 ‘바쁘신 줄은 알지만 임시공휴일 지정해도 괜찮냐’ 한마디 상의를 했으면 좋았을 텐데,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이라고 덧붙였어요.
김진 씨는 조선일보 기사를 언급하며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이라는 말을 세 번이나 했어요. 즉, 김 씨 자신도 조선일보 보도에 사실여부 확인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는 거예요. 그런데도 김 씨는 보도가 사실로 확정되기라도 한 듯 소개하고 ‘아쉬움’까지 표했는데요. 김 씨가 소개한 조선일보 기사는 <‘정부가 임시공휴일 상의했나’ 묻자 정은경 질본 측 “의견수렴 없었다”>(8월 31일)예요. 조선일보는 미래통합당 조수진 의원이 질병관리본부 측에 요구하여 받은 자료를 근거로 ‘정부가 임시공휴일 지정과 관련해 질병관리본부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는데요. 조 의원이 8월 30일 “임시공휴일 지정과 관련해 정부 측으로부터 의견수렴 절차가 있었느냐”고 질의했는데, 질병관리본부 측이 “해당 사항 없다”고 밝혔으니 정부가 질병관리본부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는 주장이에요.
하지만 같은 날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정은경 본부장은 “(임시공휴일 지정) 당시 방대본(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는 별도의 검토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동의를 한 바 있다”며 조선일보 보도를 반박했어요. 임시공휴일 지정을 논의한 7월 중순엔 국내 확진자 수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여름휴가 기간 필요한 방역관리 강화에 대해서만 검토했다는 것이죠. 다음 날 <김진의 돌직구쇼>(9월 1일)에서 채널A 이재명 정치부 선임기자도 “사실상 동의를 했다고 했기 때문에 방역당국과 협의 없이 임시공휴일을 지정했다고 보기는 힘들 거 같습니다”라며 정 본부장의 입장을 소개했는데요.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가 애초 사실 확인도 안 된 기사를 사실인 양 전하며 아쉬움을 표하지 않았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네요.
☞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8월 31일) https://muz.so/acMY
2. MBN 진행자 “의사 아니십니다. 의과대학 교수입니다”
7월 23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당정협의를 통해 ‘의대정원 한시적 증원방안’을 발표했어요. 2022년부터 10년간 의대정원을 매년 최대 400명씩 늘려 총 4천 명의 의사를 추가로 양성하겠다는 내용으로, 의사부족 문제와 수도권과 지방 간 의료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취지죠. 하지만 대한의사협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어요. 의대정원 확대로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을 해결할 수 없으며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의 근본 원인은 업무에 비해 보상이 적은 탓이라는 거예요. 따라서 의사가 환자에게 제공한 의료서비스에 대해 건강보험이 지급하는 대가인 ‘의료수가’를 높이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주장했어요.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8월 14일 전국 의료기관들은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추진 등에 반대해 집단휴진했어요.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8월 26일 2차 집단휴진을 예고했고요. 결국 9월 4일, 더불어민주당과 대한의사협회는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신설추진 관련 법안을 원점에서 재논의한다는 합의문을 발표했어요. 대한의사협회는 집단휴진을 중단한다고 밝혔고요.
그런데 정부 정책에 반대를 표한 건 대한의사협회뿐만이 아니었어요. 의대생들도 의사 국가고시를 거부하며 반대를 표했죠. 의사 국가고시는 당초 7월 31일까지 응시접수를 끝내고 9월 1일부터 10월 27일까지 실기시험을 진행할 예정이었는데요. 의대생들이 응시를 거부하며 정부가 실기시험을 9월 8일부터 11월 20일까지로 연기하고 응시접수도 9월 6일 자정까지 받기로 했어요. 9월 4일 여당과 대한의사협회의 합의문 발표 뒤 의료계 집단휴진 사태가 일단락되자 대한의사협회는 “의대생의 국가시험 응시거부는 일방적인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정당한 항의”이므로 “마땅히 구제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을 냈어요. 하지만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9월 8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의대생들은 국가시험을 스스로 거부하고 있는 상태”라며 “구제 기회도 사실상 이전에 한 차례의 시험연기와 또한 신청기간을 추가적으로 연장하는 등 충분히 취했기 때문에 한 번 더 연장하는 것은 형평성과 공정성에 있어서의 논란들이 있을 수 있다”, “현재 추가적인 접수 기회를 부여하는 방안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어요.
MBN <뉴스와이드>(8월 31일)는 정부의 의대정원 한시적 증원방안과 관련된 의료계 집단휴진, 의대생 국시거부 사태에 관해 대담했어요. 출연자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는 “(의사 국가고시를) 일주일 연기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고 지금 학교에서 요구하는 것들은 ‘2주일 정도 연기를 하고 그 안에 좀 타결책을 찾아보자’ 하는 의미인데 이걸 뭐 이렇게 일주일 딱 해놓고서 생색내는 부분이 있어서”라고 말했어요. “(정부가) 어떻게든지 (의대생들이나 전공의를) 설득하고 신뢰를 할 수 있게끔 해줘야 하는데 지금 제일 큰 문제가 근본적인 문제보다는 신뢰가 없다는 것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죠.
진행자 백운기 씨가 “(정부와 의료계) 서로가 신뢰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하자, 백순영 씨는 “서로라기보다 일단 정책당국에서 신뢰를 못 주는 부분이 (있으니) 설득을 시켜야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어요. 이렇게 백순영 씨가 의료계 입장을 대변하는 발언을 이어가자 백운기 씨는 “참고로 시청자분들 오해 없으시도록 정리를 하나 해드리겠습니다. 가재는 게 편이라고 ‘의사니까 의사 편드는 것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실 분 있을 텐데 (백순영 교수는) 의사 아니십니다. 의과대학 교수입니다. 그러시죠?”라며 수습하려 했어요. 백순영 씨도 “네, 저는 교수입니다”라고 대답했는데요. 백순영 씨가 의사는 아닐지라도 ‘의과대학 교수’인 건 확실해요. 대담 중 분명 “지금 학교에서 요구하는 것들은 ‘2주일 정도 연기를 하고 그 안에 좀 타결책을 찾아보자’ 하는 의미”라며 의과대학 교수로서 의대생 입장을 대변하는 발언도 했죠. 그런데 진행자가 ‘출연자가 의사가 아니라 의과대학 교수일 뿐’이라며 수습하려는 건 좀 궁색해 보이네요.
☞ MBN <뉴스와이드>(8월 31일) https://muz.so/acMZ, https://muz.so/acNb
3. ‘시민단체 선발권’ 허위주장 그대로 전한 MBN 출연자
MBN <뉴스와이드>(8월 31일)는 출연자가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려는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공공의대)에 대해 잘못된 주장을 그대로 전달하기도 했어요. 출연자 정혁진 변호사는 “(의료계와 의대생들의 정부 정책 반대에) 불을 지른 거는 제가 봤을 때는 ‘선발에 있어서 불공정할 가능성이 굉장히 많다’라고 의사뿐만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 것 아닌가. 왜냐하면 의사를 뽑는 데 성적대로 뽑는 게 가장 공정한 건데 왜 여기서 ‘시민단체’가 나옵니까?”라고 말했어요. 최근 공공의대 학생 선발에서 시·도 지사나 시민사회단체가 입학생 선발권을 가져 해당 자녀들이 특혜를 볼 것이라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됐는데요. 정혁진 씨는 이 주장을 그대로 전한 거예요.
8월 24일 보건복지부는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중립적인 시‧도 추천위를 구성해 각 시‧도에 배정된 인원의 2~3배수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선발해 추천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공공의대 학생 선발에 대해 설명했어요. 그런데 의사단체들은 ‘시민단체 추천으로 의대를 간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보건복지부 설명을 문제 삼았어요. 그러자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학생 선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공정성이며,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들도 공정성에 입각해 구성되면 좋겠다는 방안이 제시된 것이고 시민단체는 그런 맥락에서 예시로 나왔던 것”이라고 해명했어요. 한겨레 기사 <‘공공의대 게이트’?…정부 해명에도 꺼지지 않는 가짜뉴스>(9월 1일)도 “실제로 정부와 협의해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공공의대법에는 시·도 지사, 시민단체 선발권 관련 언급이 아예 없다”고 설명했고요.
종편 시사대담에서는 이처럼 출연자들이 일각에서 떠도는 잘못된 정보나 주장을 확인 없이 전달하곤 해요. 그러나 출연자들의 잘못된 발언은 불필요한 사회 갈등과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해요.
☞ MBN <뉴스와이드>(8월 31일) https://muz.so/acNa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8월 31일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이것이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 MBN <아침&매일경제>(평일)<뉴스와이드>(평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