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2차 가해’ 확성기 자처한 TV조선 · MBN
등록 2020.08.03 15:40
조회 1536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피해자에게 피해 사실 입증을 요구하며 더 큰 책임을 지우기도 합니다. ‘얼굴을 드러내라’, ‘왜 이제 나왔냐’는 등 무지한 발언도 나왔습니다. 성추행 진상규명보다 피해자 공격에 집중한 행태죠.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는 익명의 그늘에 숨은 누리꾼만 저지른 게 아니었습니다. 잘 알려진 방송인들도 있는데요. YTN 뉴스FM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 진행자 이동형 씨, 논란 이후 하차한 TBS TV <뉴스공장 외전 더룸> 진행자 박지희 씨를 비롯해 SBS 러브FM <김용민의 정치쇼>와 KBS 1라디오 <김용민 라이브> 등을 진행한 바 있는 김용민 씨가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각자 유튜브 채널, 팟캐스트 등에서도 2차 가해 발언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2차 가해를 여과 없이 인용하고 확산하는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이 있다는 겁니다.

 

유명인 ‘2차 가해’ 발언 과도하게 인용한 TV조선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은 7월 20일부터 24일까지 유명인 세 사람의 2차 가해 발언을 5차례나 소개했습니다. 2차 가해를 비판하기 위한 것이었다지만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는데요. 유명인의 2차 가해를 영상이나 사진․음성으로 직접 인용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누군가 문제 발언을 하면, 언론은 이를 소개하며 적절한 비판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2차 가해를 날것 그대로 시청자에게 보여주는 건 자칫 유명인 2차 가해의 확성기 노릇만 할 수 있어 적절하지 않습니다.

 

언론은 2차 가해를 전달하고 비판할 때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합니다. 발언을 가감 없이 전달하기보다 그 발언이 왜 문제이고, 왜 2차 가해에 해당하는지 정확하게 짚어주고 알려줘야 합니다. 단순히 ‘세상에 이렇게 나쁜 말을 한 사람이 있어’라고 소개하며 뒷담화 하듯 전달한다면 2차 가해를 재생산하는 결과만 낳을 수 있습니다.

 

구분

이동형 ‘2차 가해’

박지희 ‘2차 가해’

김용민 ‘2차 가해’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O (7월 20일, 22일)

O (7월 20일)

O (7월 22일, 23일)

신통방통

X

X

X

이것이 정치다

X

X

O (7월 21일)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

X

X

X

뉴스TOP10

X

X

X

뉴스A 라이브

X

X

X

MBN

뉴스와이드

X

X

X

아침&매일경제

X

X

X

△ 종합편성채널 시사대담 프로그램 ‘2차 가해’ 영상이나 사진·음성 인용 여부(7/20~24)

©민주언론시민연합

 

피해자 대응방식 트집 잡는 MBN 출연자

7월 22일 피해자 측 2차 기자회견에서 법률대리인 대표 김재련 변호사는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기 하루 전인 7일 고소장은 완료된 상태였다. 피해자와 상의한 다음에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조사부 부장과 연락하고 면담을 요청했다”, “다음날인 8일 오후 3시 부장검사를 면담하기로 약속했는데 7일 저녁 부장이 연락을 줬다. 본인의 일정 때문에 8일 면담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즉, 피해자 측 고소 하루 전 검찰에서 피고소인이 박 시장이라는 사실을 알았고, 여성아동조사부 부장검사가 피해자 법률대리인과의 약속을 취소했다는 것이었습니다. MBN <아침&매일경제>(7월 23일)도 관련 대담을 진행했는데요. 먼저 김재련 변호사 주장을 영상으로 보여줬습니다.

 

김재련 변호사 : 제가 피해자하고 상의한 다음에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조사부 부장님께 연락을 드리고 면담 요청을 했습니다. 고소장이 접수되기 전에 면담을 하는 것은 어렵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말씀해 주셨고, 그래서 증거 확보의 필요성 때문에 고소를 하고 바로 피해자 진술이 필요해서 면담을 하고자 한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래서 피고소인이 누구인지 확인을 해야 면담에 대해서 검토하실 수 있다고 해서 피고소인에 대해서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중략) (이후 면담이 불발돼) 아무래도 중앙지검으로 고소장을 접수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것 같아서 서울지방경찰청에 연락을 했습니다.

 

진행자 이상훈 씨는 김재련 변호사 주장에 대한 출연자 의견을 물었습니다. 윤영걸 전 매경닷컴 대표는 검찰의 피소 사실 누설 가능성과 피해자가 느꼈을 불안감을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이상훈 : 윤영걸 전 대표님, 이건 무슨 상황입니까, 이건 또?

 

윤영걸 전 매경닷컴 대표 : 그러니까 저는 이 사건만 봐도 피해자 중심적으로, 피해자가 얼마나 고소하면서도 불안에 떨었을까. 이게 (7월) 7일 오후에 서울중앙지검에 전화를 했대요, (중략) (그래서 피해자 측이 검찰에 피고소인이) 박원순 시장이라고 이야기해줬다고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다음 날(7월 8일) (여성아동조사부 부장검사와) 날짜를 잡았는데, 시간까지 잡았는데 또 연락이 와서 ‘사정이 있어서 못 한다’. (중략) 이게 (박 시장 피소 사실) 누출 의혹의 당사자로 또 검찰도 들어가는 거예요. (중략)

 

윤영걸 전 매경닷컴 대표 : 그러니까 고소인이 보기로는 박원순 시장 쪽에서는 바로 보고가 될 가능성이 많고 그러다 보니까 마음이 급하지 않았겠어요? 그러니까 서울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하려고) 뛰어간 거 아니겠어요? 그런데 그럴 정도로 이게 피해자가 오히려 제대로 법의 제대로 보호를 못 받는다는 불안감, 이거 사건만 봐도 제대로 알 수 있었던 거 아닌가.

 

반면, 출연자 김윤우 변호사는 피해자 법률대리인 신뢰도를 떨어뜨려 결과적으로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끼칠 수 있는 발언을 내놨습니다.

 

진행자 이상훈 : 김윤우 변호사는 이 상황, 이거 설명 좀 해주세요. 뭡니까, 이 상황은?

 

김윤우 변호사 : 제가 유현정 부장검사님을 개인적으로 아는데 피해자 보호에 그렇게 소극적인 분이 절대 아니시고, 또 절차에 없는 걸 갑자기 요청받아서 절차나 규정을 확인한 후에 좀 기분 안 나쁘게 원만하게.

 

진행자 이상훈 : 그런데 처음에 왜 약속을 잡았을까요?

 

김윤우 변호사 : 그거 좀 확인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김윤우 변호사는 부장검사의 약속 취소 이유를 근거 없이 본인 생각대로 추측했습니다. 이렇게 부장검사에 대해선 호의적 해석을 내놓은 김윤우 씨가 피해자 법률대리인 의도는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무엇이든 의심스러운 정황으로 부풀렸습니다.

 

김윤우 변호사 : 지금 자기 뜻대로 절차가 진행 안 되면 ‘모두 은폐자고 가해자’라는 듯한 어제 뉘앙스였기 때문에 사실 많은 변호사들은 저런 발표 내용에 대해서 좀 의아함을 가질 수 있었고 그다음에 검찰은 어쨌든 첩보를 다루는 기관이라기보다는 정식 수사를 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접수가, 고소장에 접수가 안 되면 그냥 넘어가지 뭐 특별히 더 할 건 없습니다.

 

그런데 다만 좀 문제가 오히려 될 수 있는 건, 원래는 이게 박원순 시장님이 좀 극단적 선택을 하시면서 수사를 안 하고 넘어갔어야 맞는 건데 그걸 억지로 하게 만들려 했다 보니까 이런 사실들을 숨기고 ‘경찰이 누설했다’라는 의혹을 제기해서 비서실을 수사하게 만들고 그다음에서야 여성단체와 서울시 관계자의 어떤 연락이 있었다, 그다음에 그것도 별게 안 나오니까 이제야 검찰 이야기를 했거든요. 지금 이런 과정을 보면, 어떤 공권력 발동을 자기 의도대로 하기 위해서 ‘위계에 의해서 공무집행방해를 하고 있다’라는 이야기, 주장도 지금 나올 수 있는 그런 소지의, 발표순서가 지금 그렇습니다. 이거 처음부터 말했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제대로 진상을 알게끔 해서 수사를 유도를 했어야 했다면 정당할 텐데 자기 의도대로 하기 위해서 이거 이야기했다가 수사가 진행되면 그다음에 이거 이야기하고 그다음에 조사 진행되면 그다음에 이거 이야기하고 지금 이런 방법을 취하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사안을 흐트러뜨리고 있어요. 그런데 이게 지금 과연 옳은 전략인지 변호사들도 좀 의아한 눈빛으로 보고 있습니다.

 

07월23일_080042_3_MBN_1.ts_20200803_151917.943.jpg

△ 피해자 법률대리인 신뢰도 떨어뜨릴 수 있는 발언한 김윤우 변호사

MBN <아침&매일경제>(7/23)

 

그러나 김윤우 씨가 부장검사와 피해자 법률대리인에 대해 내놓은 추측에 구체적 근거는 없었습니다. 그저 ‘내가 아는 그 검사는 원래 성격이 좋다’, ‘피해자 측이 저런 순서로 말하면 안 된다’는 주장만 있을 뿐이죠. 김 씨는 피해자 측의 정보공개 순서를 문제 삼으면서도, ‘검찰이 피소 사실을 미리 알았다’는 피해자 법률대리인 주장에 대해선 말하지 않고 슬쩍 넘어가기도 했습니다. 피해자를 향해 언어폭력을 퍼붓는 것만 2차 가해가 아닙니다. 부실한 근거로 추측성 발언을 하며 피해자 법률대리인의 신뢰도를 떨어뜨려 피해자를 공격할 빌미를 만드는 것 역시 2차 가해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합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7월 20일~24일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신통방통><이것이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뉴스A라이브>, MBN <뉴스와이드><아침&매일경제>

* 출연자 호칭을 처음엔 직책으로, 이후엔 ○○○ 씨로 통일했습니다.

 

monitor_20200803_138.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