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 모니터_
5‧18 40주기 ‘5월’에도 잘못된 보도와 발언은 계속됐다
등록 2020.06.1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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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은 5·18기념재단과 함께 꾸준히 5·18광주민주화운동 관련 보도를 감시해왔습니다. 2013년 TV조선과 채널A가 5·18 관련 대표적인 허위조작정보인 ‘북한군 침투설’을 방송한 것을 비롯해 그동안 보수언론에서 5·18 정신을 훼손하는 보도를 반복 생산해왔기 때문입니다. 민언련은 2018년 ‘5·18 가짜뉴스 신고센터’를 만들어 온라인상의 5·18 왜곡 가짜뉴스에 대한 모니터 보고서를 발표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통신심의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민언련은 언론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올바르게 계승하고, 광주의 진실을 왜곡하지 않도록 2020년에도 꾸준히 모니터를 진행하겠습니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보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기를 맞는 5월인 만큼, 5‧18에 대한 나쁜 보도나 잘못된 보도가 없지 않을까 기대를 했던 것도 사실인데요. 민주언론시민연합이 5월 한 달간 7개 신문사 지면 보도와 8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종합편성채널의 시사대담 프로그램 8개를 모니터한 결과, 방송에서는 나쁜 보도가 없었지만, 신문과 종편에서는 여전히 잘못된 보도와 발언이 등장했습니다.

 

신문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5‧18 40주년 기념사에서 밝힌 ‘남아공식 진실화해위원회’를 비판하는 데만 급급한 칼럼이 나왔습니다. 종편에서는 ‘5‧18 피해자가 먼저 가해자를 용서하는 너그러움을 보여야 한다’는 황당한 발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1. ‘남아공식 진실화해위원회’ 비판에만 급급한 중앙‧동아

5월 18일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5‧18 진상규명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제라도 용기를 내 진실을 고백한다면 용서와 화해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튿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5‧18 진상규명과 관련하여 문 대통령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진실화해위원회 모델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진실화해위원회’는 1960년대 남아공의 인종차별 정책을 조사한 기구입니다. 공소시효를 배제하고 1960년부터 자행된 사건을 조사하여 상당수가 처벌되었고, 양심을 통해 진실을 고백한 경우 사면을 허용하여 상당수가 사면을 받기도 했습니다.

 

5‧18에 대한 잘못 바로잡으려다 지나친 적이 있었던가

그런데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규명을 위해 제시된 ‘남아공식 진실화해위원회’를 비판하는 데만 급급한 신문들이 있었습니다. 중앙일보 <김승현의 시선/대통령의 임을 위한 행진곡>(525, 김승현 기자)에서는 문 대통령이 제시한 남아공식 진실화해위원회에 대해 “과도한 진정성이 오히려 교왕과직의 우를 범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교왕과직’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다가 너무 지나쳐서 오히려 나쁘게 됨을 이르는 말’인데요. 과연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으려다가 너무 지나친 적이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교왕과직의 우를 범할 조짐”이라는 김승현 기자의 말이 성립하려면, 5‧18에 대한 진상규명은 이미 명명백백히 이뤄졌어야 하고, 5‧18에 대해 계속되고 있는 왜곡과 날조도 없어야 할 텐데 말입니다.

 

중앙일보 <남정호의 시시각각/남아공식 518 재조사의 함정>(526, 남정호 기자)에서는 대통령이 제시한 남아공식 진실화해위원회의 활동이 지난 1월 출범한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활동과 중복될 가능성을 얘기했는데요. 활동 범위가 중복될 가능성을 염려하고 지적하는 것은 가능합니다만, 진상규명을 위한 활동을 ‘비용’과 ‘낭비’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것은 문제입니다.

 

남정호 기자는 2010년 활동이 끝난 1기 진실화해위원회의 경우 “인원 180명에 4년 7개월 동안 약 600억 원”을 썼고 “한 해 130억 원꼴”이라면서 “매년 대학생 2000명에게 전액장학금(지난해 평균 연간 등록금 644만 원)을 주고도 남는 액수”라고 말했는데요. 과거사에 대한 진상규명은 잘못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특히 5‧18광주민주화운동은 ‘국가폭력의 민간인 학살’이라는 역사적 과오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진상규명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토록 중요한 진상규명을 두고 ‘대학등록금’ 운운하며 ‘비용’ 문제로만 보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청와대는 K과거사청산의 진가를 볼 필요가 있다?

동아일보 <김순덕 칼럼/진실화해 이후 남아공 행복한가>(528일 김순덕 대기자)에서는 남아공의 진실화해위원회의 결과가 사실 그리 성공적이지 않았다는 말부터 하고 나섰습니다. 김순덕 기자는 “청와대는 (진실화해위원회를 통해) 지금껏 밝혀지지 않은 발포 명령자의 고백을 고대하는지 모른다”고 하더니 곧이어 “만델라와 노벨평화상을 공동수상한 데클레르크 전 대통령을 빼고는 반인륜적 인종정책에 대해 사과한 전임 대통령이 없다는 것도 청와대가 아는지 궁금하다”며 “권력이란 그런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남아공의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성공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해서, ‘권력이란 그런 것’이라고 해서 남아공 진실화해위원회가 훌륭하다고 평가받는 부분마저 무시하고 차용하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요? 남아공 진실화해위원회가 세계적인 모범사례로 꼽히는 이유는 과거사에 대한 진상규명과 동시에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화해를 이끌어냈다는 점에 있습니다. 물론 남아공 진실화해위원회에 대한 평가는 자유입니다. 하지만 김순덕 기자는 ‘남아공 진실화해위원회가 사실상 실패했고, 권력이 사과한 적도 없다’는 점만 강조하고 있는데요. 이는 5‧18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 자체를 폄훼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김순덕 기자는 “K방역에 자부심을 감추지 않는 청와대는 K과거사청산의 진가를 볼 필요가 있다”면서 “우리나라에선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명예회복, 피해보상, 기념사업 등 광주문제 해결 5대 원칙이 모두 관철됐다는 평가”가 세계의 학자들을 통해서 나온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5‧18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명확하게 이뤄졌다면 ‘5‧18 북한군 개입설’과 같은 허무맹랑한 주장을 비롯하여 5‧18을 향한 왜곡과 폄훼가 이토록 계속되진 않을 겁니다. 5‧18 왜곡처벌법과 진상규명 특별법이 추진되는 것도 여전히 계속되는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를 막기 위한 것이고요.

 

2. ‘피해자가 용서하는 너그러움’ 주장한 김근식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는 계속되는 전직 대통령들의 불행한 말로를 끊을 방법에 대담하던 중, 출연자가 뜬금없이 ‘5‧18 피해자가 용서하는 너그러움’을 꺼내들기도 했습니다. 채널A <뉴스A LIVE>(5월 26일)에서 출연자 김근식 미래통합당 전 선대위 대변인이 다음과 같이 말한 건데요.

 

김근식 미래통합당 전 선대위 대변인 : DJ식의 해법이 있다고 봅니다. DJ 대통령이 5.18 때 사형수로 선고를 받고 죽을 위기까지 갔다가 결국은 전두환, 신군부를 용서하잖아요.

결국 피해자가 용서하는 너그러움이 있거든요. 저는 그것도 물론 가해자가 화해를 하고 가해자가 잘못을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피해자가 우선 앉아서 손을 내미는, 피해자의 용서의 우선성. 저는 이런 것도 DJ식 해법으로 우리가 고민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사실 김근식 씨의 이와 같은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19년 2월 자유한국당 소속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 의원은 “폭동이 10년, 20년 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에 의해 민주화 운동이 됐다”,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을 만들어내 우리의 세금을 축내고 있다” 등의 5‧18 망언을 쏟아내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 세 의원들에 대한 징계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죠. 5‧18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모욕한 의원들에 대한 징계는 미룬 채 5‧18 39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겠다고 밝힌 황 대표를 향한 비판도 이어졌는데요. 작년 5월 12일 광주 토크콘서트에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황 대표의 5‧18 기념식 참석은 지역감정을 조장하려는 의도’라고 평가하며, 광주시민들을 향해서 ‘기념식에 참석한 황 대표에게 침묵과 무시로 대응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작년 5월 13일 채널A <정치데스크>에서 김근식 씨는 유 이사장의 이러한 발언을 두고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것”, “정치적 극혐을 계속 확대하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망언과 이에 대한 징계를 계속 미루기만 하는 황 대표로 인해 고통받았을 광주시민들의 입장은 전혀 헤아리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정작 정치 혐오를 부추기고 확대하는 것은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망언과 이에 대한 징계 유예였지만, 이에 대한 비판은 하지 않은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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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8 피해자가 용서하는 너그러움’ 주장한 김근식 씨

채널A <뉴스A LIVE>(5/26)

 

이번에 나온 김근식 씨 발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980년 5월 민주화를 위해 싸우다 전두환 신군부 세력이 저지른 국가폭력에 의해 처참하게 짓밟혔던 광주시민들을 향해 “피해자가 용서하는 너그러움”, “피해자의 용서의 우선성”과 같은 얼토당토않은 요구를 한 겁니다. 무고한 시민들을 향해 무자비한 국가폭력을 휘두르고도 여전히 진실을 왜곡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움직임은 현재도 여전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아픔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건 ‘피해자의 용서’가 아니라 ‘진상규명’과 ‘가해자들의 진심어린 사죄’입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출연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5월 1~31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서울경제, 한국경제(지면) /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YTN <뉴스나이트> /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신통방통><이것이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정치데스크><뉴스A라이브>, MBN <뉴스와이드><아침&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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