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의붓어머니’ ‘계모’에 집중해 아동학대 사건 본질 흐리는 종편
등록 2020.06.1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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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일부터 5일까지 종편의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는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많은 문제 발언이 등장했습니다. 그중 황당하기 그지없는 발언은 일일 모니터보고서 ‘종편 뭐하니?’를 통해 소개했습니다. 물론 좀 더 면밀하게 살펴서 비판해야 할 문제발언도 있었는데요.

 

윤미향 의원에 대한 언론의 무분별한 의혹 보도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식의 발언부터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개인 해석은 봐줘야 한다는 주장, 아동학대 사건을 다루며 유독 ‘의붓어머니’나 ‘계모’ 같은 호칭을 남발하여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발언까지 나왔습니다.

 

1. 윤미향 의혹, 팩트만 갖고 보도할 순 없다?

정의기억연대 회계 의혹과 윤미향 의원에 대한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과열된 보도 양상에서 본질이 아닌 사안에 집중하거나 근거 없는 의혹을 무분별하게 제기하는 언론이 많은데요.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6월 2일)에 출연한 김병민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은 언론의 무분별한 의혹 제기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습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윤미향 의원 관련 보도에 대해 “신상 털기식 의혹 제기는 안 된다”고 말한 것을 다음과 같이 평가한 겁니다.

 

김병민 미래통합당 비대위원 : 언론은 국민을 대신해서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완전히 확인된 팩트만을 중심으로 언론이 의혹을 보도할 수 있다라면 거기에 대해서 권력을 감시할 수 있는 언론의 기능들은 완전히 사라지고 말 겁니다.

 

의혹 보도의 중요성을 너무 강조하고 싶었던 나머지,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부정하는 모순적인 발언을 하고 만 건데요. 김병민 씨 말대로 언론은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기능을 수행해야 합니다. 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바탕으로 무분별하게 의혹을 제기한다면, 어떻게 올바른 권력 감시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모든 보도의 바탕이 ‘팩트’라는 것은 당연한 상식입니다.

 

무분별한 의혹 보도 옹호하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까지 인용

더욱 황당한 것은, 김병민 씨가 의혹 보도의 중요성을 말하기 위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까지 인용했다는 겁니다.

 

김병민 미래통합당 비대위원 : 지난 1987년도에 있었던 6월 항쟁이 있을 수 있었던 기저의 배경에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 대한 그 당시 언론, 특히 동아일보 등에 대한 기자 정신에 의거한 보도들이 앞다퉈서 나왔습니다. 그 당시 시점으로 되돌아가서 본다면 이 내용은 말 그대로 하나의 명확한 사실을 밝혀내기 위한 단초를 바탕으로 시작되는 의혹의 보도였을 것이고 그것이 진실로 이어지지 않을지는 아무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결국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는 사건들을 비추어봤을 때 역사가 증명하듯 언론의 의혹 제기로써 사회가 진일보되고 있었던 거거든요. 지금 윤미향 의원에 대한 사건도 과연 이용수 할머님이 기자회견 이후로 언론이 이렇게 앞다퉈서 의혹 보도를 하지 않았다라면 과연 안성에 있었던 쉼터에 대한 문제가 이렇게까지 드러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김병민 씨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윤미향 의원의 사건도 과연 이용수 할머님 기자회견 이후로 언론이 이렇게 앞다퉈서 의혹 보도를 하지 않았다라면 과연 안성에 있었던 쉼터에 대한 문제가 이렇게까지 드러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었습니다.

 

합리적 의심을 바탕으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언론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긴 합니다. 하지만 어떤 의혹을 제기하려면 그에 걸맞은 근거가 필수겠죠. 사실을 뒷받침할 근거가 있어야 보도 가치가 생긴다는 것은 기자가 아니더라도 알 수 있는 기본입니다. 김병민 씨가 언급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수 있던 계기는 부검의의 결정적 증언 덕분입니다. 또한 당시 동아일보 기자가 박종철 열사의 죽음과 관련된 작은 단서를 흘려보내지 않고 의심을 이어갔기 때문에 진실이 드러났던 것이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 대한 당시 언론의 의혹 보도를 근거 없이 내놓는 무분별한 의혹 보도와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2. 5‧18의 개인 해석은 봐줘야 한다는 미래통합당 부대변인

더불어민주당은 6월 3일 최고위원회를 통해 5‧18민주화운동 관련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특히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은 역사왜곡 처벌법으로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왜곡‧비방‧날조하거나 민주화운동 관련 인물‧단체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은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강제조사권을 부여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의 ‘과거사 바로잡기’ 움직임에 대해 채널A <뉴스A LIVE>(6월 5일)에 출연한 황규환 미래통합당 부대변인은 5‧18민주화운동이 ‘역사의 슬픔’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개인 해석까지 처벌한다는 법은 문제’라는 황당한 발언을 내놓았습니다.

 

황규환 미래통합당 부대변인 : 실상 지금 뭐 아까 5‧18 관련해서 말씀을 하셨지만 5‧18 민주화운동에 관련해서는 당연히 국민 모두가 아파하고 있고 역사의 슬픔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 부분을 건드리자는 게 아니라 지금 민주당에서는 어떤 역사의 해석, 개인적인 해석까지 처벌하겠다라는 처벌법을 들고 나오니까 그런 부분이 문제인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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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8에 대한 개인 해석까지 처벌하는 건 문제’라고 발언한 황규환 씨

채널A <뉴스A LIVE>(6/5)

 

5‧18민주화운동 40주년에도 왜곡은 계속되고 있다

황규환 씨는 “잘못된 역사에 대해 바로잡는 것과 반성하는 건 당연히 필요한 일”이라면서도 역사를 바로잡는 일이 “국민을 분열하거나 어떤 편 가르기 하기 위한 용도”로 쓰일 수 있다는 편향적인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5‧18민주화운동은 전두환을 필두로 한 신군부의 음모와 인권탄압을 규탄하고 민주주의 실현을 요구한 민중항쟁입니다. 황규환 씨가 지적한 “개인적인 해석”이 있을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죠. 사실에 관해 다른 주장을 한다는 것은 ‘왜곡’입니다.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인 올해도 5‧18관련 ‘왜곡’은 계속됐습니다. 지만원 씨는 5‧18 당일, 현충원에서 태극기집회를 열어 “광주 인민봉기는 북조선의 특수부대가 애국투사인 김대중 선생님을 도와주기 위해서 내려가서 싸운 것”이라는 막말을 내뱉었습니다. 오마이뉴스 <“5·18 폭동” “북한 개입” 유튜브 점령한 제2의 지만원들>(5월 17일)에 따르면, 유튜브에서도 5‧18을 폄훼‧왜곡하는 내용이 즐비했습니다. 이처럼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주고 역사를 부정하는 목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문제 발언은 황규환 씨 주장처럼 ‘개인 해석’으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 없습니다.

 

역사왜곡 처벌법의 필요성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역사왜곡처벌법)은 5‧18민주화운동을 부인하거나 비방‧왜곡하는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KBS <민주당, ‘5·18 왜곡처벌법·진상규명 특별법당론 발의 추진>(63)에서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왜곡 폄훼에 대한 차단효과가 굉장히 클 것이라고 보고 예방효과가 충분히 될 것”이라며 법안에 대한 기대를 나타내기도 했죠.

 

아무리 개인의 자유가 중요하다지만, 역사를 왜곡하고 날조하는 ‘범죄’까지 ‘개인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숨을 수는 없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뒤집으려는 시도는 국민 모두에게 상처만 남길 뿐이죠. 물론 법 만능주의는 경계해야 합니다. 그러나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개인 해석이 왜 법을 통해 강제적으로 규제되는 데까지 이르게 되었는지는, 끊임없이 5‧18을 왜곡‧폄훼한 ‘개인 해석’을 내놓은 이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겁니다.

 

3.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의붓어머니’, 더 큰 고민이 필요할 때

 

가해자 지칭할 때마다 ‘의붓’ 붙이는 TV조선

6월 1일 충남 천안의 한 아동이 7시간 동안 여행용 가방에 감금됐다 숨진 사건이 보도되었습니다. 아동이 안전하게 보호받아야 할 가정에서 이런 사건이 벌어졌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더 크게 분노했는데요. 언론은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가해자가 ‘피해자와 비혈연관계인 양육자’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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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화면에서 3차례나 비혈연관계 알리는 표현 사용한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6/4)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6월 3일) 진행자와 출연자는 이 사건을 보도하는 4분간 가해자를 ‘의붓어머니’라고 5번 지칭했습니다. 피해 아동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이튿날에도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6월 4일)은 6분간 이 사건을 보도했는데요. ‘의붓’이라는 단어가 11번 등장했습니다. 출연자와 진행자의 발언뿐 아니라 자막과 자료화면, 제작진이 만든 그래픽에서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혈연관계가 아니라는 표현이 끊임없이 나왔습니다.

 

‘계모’ 강조하다 출연자에게 지적받은 MBN 진행자

이런 식의 보도는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계속됐습니다. MBN <아침&매일경제>(6월 5일)에서 진행자 이상훈 씨는 ‘계모’라는 표현을 계속 사용했는데요. 사건 개요를 소개하는 1분 24초 동안 5번이나 사용했습니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6월 3일)에서 4분 동안 진행자와 출연자가 번갈아가며 한 일을 이상훈 씨는 혼자서 그 절반도 안 되는 시간에 해낸 겁니다.

 

진행자 이상훈 : 가방에 갇혔던 9살. 끝내 하늘로. 계모, 계모가 등장하죠. 경찰, 계모에 아동학대치사 적용. 이렇게 돼 있습니다. (중략)

 

진행자 이상훈 : A군이 숨짐에 따라 경찰은 전날 구속한 B씨. 계모 B씨입니다. 혐의를 아동학대중상해에서 아동학대치사로 바꿔서 적용할 방침이다. (중략)

 

진행자 이상훈 : 그러니까 친부가 계모의 학대 사실을 알고 방관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를 하겠다. 이런 내용도 담겨 있습니다.

 

다행히 출연자들은 진행자보다는 깊은 고민을 하고 발언했습니다. 출연자 중 주원규 삼육대 겸임교수는 계속해서 ‘의붓어머니’를 강조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주원규 삼육대 겸임교수 : 먼저 저는 아쉬운 게 이게 자꾸 의붓어머니의 어떤 학대라고만 저는 오히려 사적으로 몰고 가는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의붓어머니든 친어머니든 아이를 학대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우리가 사회가, 사회문제로 보고 접근을 해야지 가족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이 들고요.

 

주원규 씨의 말처럼 계속해서 가해자가 ‘피해자와 비혈연관계’임을 강조할 때 사회 시스템의 문제는 뒷전으로 밀리고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될 수 있습니다. 아동학대 사건의 본질은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아동이 가정에서 그리고 그 가정이 속한 사회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는 점인데도 말입니다.

 

‘비혈연관계’ 강조, 아동학대 사건 본질 흐릴 수 있어

재혼가정, 동거가정 등 다양한 형태의 가정이 존재하는 현대 사회에서 ‘의붓어머니’나 ‘계모’를 강조하는 건 비혈연관계로 이루어진 수많은 가족에게 잘못된 낙인을 찍는 행위입니다. 또한 아동학대 사건에서 비혈연관계를 강조하는 건 자칫 혈연관계는 무조건 안전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습니다. 혈연관계에서도 학대는 일어납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친부가 학대를 했을 가능성 역시 제기되고 있죠. 그러나 이런 점은 많은 보도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아동학대 사건이 일어났을 때 가해자 중 ‘계모’가 있을 경우 언론은 이를 놓치지 않고 ‘~ 계모 사건’으로 규정하려 합니다. 가해자가 계모여서 계모라고 했을 뿐이라고 반론을 펼칠 수도 있을 겁니다. 강조하려는 의도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관행으로 같은 단어를 반복 사용하는 것일지도 모르죠. 그러나 때로는 단순한 사실을 언급하는 것이 잘못된 오해와 잘못된 방향으로 대중의 시선을 옮기기도 합니다. ‘디테일이 본질을 가려버리는 효과’를 낸다는 거죠. 이것이 언론이 작은 단어 하나에도 큰 고민을 하며 보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 모니터 대상 : 2020년 6월 1~5일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신통방통><이것이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뉴스A라이브>, MBN <뉴스와이드><아침&매일경제>

* 출연자 호칭을 처음엔 직책으로, 이후엔 ○○○ 씨로 통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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