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모니터_
세월호 참사 후 6년이 지났지만 혐오는 끝나지 않았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월 16일부터 5월 17일까지 유튜브상의 혐오표현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했습니다. 효과적인 모니터링을 위해 유튜브에서 여성혐오, 외국인 혐오, 사회적 약자 혐오 등 혐오 관련 키워드 34개를 검색하여 혐오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37개의 유튜브 채널을 찾은 뒤, 그중 구독자 수를 기준으로 상위 9개의 유튜브 채널을 모니터했습니다. 혐오 발언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9개의 유튜브 채널 이외에도 2월 17일부터 4월 15일까지는 구독자 수 기준으로 상위 9개의 정치‧시사 주제의 유튜브 채널과 정치‧시사 주제의 유튜브 인기 동영상도 모니터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4‧15 총선을 앞두고 정치‧시사 유튜브 게시물에서 선거와 관련하여 화제성 있는 사안을 다루면서 혐오표현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민언련은 이러한 유튜브 모니터 결과 발견된 혐오 콘텐츠들을 분석해 연속 보고서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혐오표현 확산을 막기 위해 대상 유튜브 채널 전체 목록과 혐오관련 키워드는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민식이법’ 및 민식 군 유가족을 향한 혐오를 다룬 첫 편, 제주4‧3사건과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혐오표현과 레드콤플렉스 기반의 낙인찍기 혐오표현을 다룬 두 번째 편에 이어, 세 번째 편에서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혐오표현을 살펴봤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올해로 6주기를 맞이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히려는 움직임을 계속하고 있지만, 아직도 완전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지지부진한 진상규명의 과정만큼이나 유가족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각종 혐오표현들입니다. 유튜브상의 세월호 혐오표현들은 대부분 세월호 참사 당시 정부‧여당의 책임을 덮기 위해 본질을 흐리거나 왜곡하는 내용들입니다. 특히 21대 국회의원 선거 기간, 보수 지지층의 결집을 노린 극우·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에서 세월호 혐오가 널리 퍼져 있었습니다.
1. ‘세월호는 교통사고’ 프레임, 뿌리 깊은 ‘혐오’의 배경
유튜브 채널 ‘배승희 변호사’에는 세월호 참사를 폄훼하고 유가족을 비하하는 콘텐츠가 많습니다. <문, 청원 100만 그리고 파안대소!>(2/27)가 대표적인데요. 배승희 변호사와 민영삼 평론가가 코로나19 사태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기 위해 세월호 혐오를 꺼내든 겁니다. 해당 영상은 현재 비공개로 전환된 상태인데요. ‘배승희 변호사’ 채널 스스로 영상을 비공개할 만큼, 혐오의 수준이 심각합니다.
민영삼 시사평론가 : 박근혜 대통령, 세월호 때. 내가 진짜 누차 말씀드리는데, 나는 노래를 민영삼 시사평론가 : 박근혜 대통령, 세월호 때. 박근혜, 내가 진짜 누차 얘기, 말씀드리는데, 나는 노래를 부릅니다만은, 박근혜 대통령이 배 빠쳤어요?(‘빠뜨렸어요?’의 비표준어_편집자주) 세월호 빠쳤어요?(‘빠뜨렸어요?’의 비표준어_편집자주) 그런데 저놈들이 완전히 초기대응 좀 잘못한 것 가지고. 뒤집어 씌워갖고. 세월호 7시간이요, 5시간이요?
배승희 변호사 : 5시간.
민영삼 시사평론가 : 5시간 (진상규명) 하라 했잖아요.
배승희 변호사 : 아, 7시간이다.
민영삼 시사평론가 : 7시간 밝히라 했잖아요. 문재인, 1월 30일부터 방역시간 지금. 차라리 7시간이 아니라 일주일, 일주일 뭐했는지 밝혀봐. 일주일 뭐했는가 밝혀보라고!
배승희 변호사 : 세월호는 사고였지만은 이번에 이 사태. 이거. 코로나 사태, 이거는 인재 아닙니까? 문재인의 인재 아닙니까? 문재인이 우리 국민을 사고로 다 빠트린 것 아닙니까.
민영삼 씨와 배승희 씨는 세월호가 대통령이 막을 수 없는 ‘해상사고’였으며, 코로나19 사태는 대통령이 막을 수 있었던 ‘인재’라고 주장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이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참사에서 ‘초기대응 좀 잘못한 것’ 때문에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7시간’이라는 꼬투리를 잡아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기도 하죠. 이런 이유로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을 다 빠뜨렸다’며 코로나19를 세월호 참사에 비유하는 발언까지 내뱉었습니다. ‘세월호’를 단순 해상 교통사고로 치부하는 발언은 최근까지 정치권에서도 나오고 있으나 이는 참사에 대한 축소·은폐인 동시에 희생자 및 그 가족에 대한 모욕이기도 합니다. 304명의 국민이 한꺼번에 희생됐다면 ‘교통사고’라 해도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세월호 참사’에서 국가는 구조 의무를 다하지 않고 참사 이후 진상규명을 위한 유가족 및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 활동까지 조직적으로 방해했습니다. 이러한 책임을 덮기 위해 등장한 프레임이 ‘교통사고’로서 이 또한 유가족과 추모 시민들을 배제하기 위한 혐오의 일종입니다.
지긋지긋한 ‘교통사고’ 프레임, 팩트도 공감도 없는 ‘혐오’
검찰 수사와 세월호 특조위 조사에 따르면,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 해운은 선체가 복원력을 잃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화물과 탑승객을 더 많이 수용하기 위해 세월호를 무리하게 증・개축했습니다. 정부 역시 이러한 청해진 해운의 맹목적인 이윤 추구를 감시하고 규제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불필요한 규제가 기업 활동을 방해한다면서 선박 이용객의 안전과 관련된 규제를 완화했고, 선박 검사, 안전운항 지도・감독, 해난구조와 같이 선박 이용객의 안전과 직결되는 영역에 대한 관리‧감독을 민간에 위탁했죠. 결국 정부 관료와 민간 기업 간의 유착이 세월호 참사의 단초를 제공한 것입니다.
무엇보다 참사 당일, 정부의 재난 대처는 부실함과 무책임함을 드러냈습니다. 구조대의 현장 도착 당시 아직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해경 지휘부가 현장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지도 못하고 구조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도 못하면서 희생자들을 탈출시킬 기회를 놓쳤습니다. 최근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와대의 세월호 참사 최초 인지 시각조차 불명확하고 7시간 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던 대통령 행적에도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습니다. 구조 및 재난 대처의 총체적 실패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참사로 처벌받은 책임자는 김경일 정장 1명뿐이고 김석균 당시 해경청장은 이제야 재판 중입니다. “초기대응 좀 잘못한 것 가지고”, “뒤집어 씌워”서 ‘7시간’이라는 꼬투리를 잡는 것이라는 ‘배승희 변호사’ 채널의 주장이 사실이 아닌 이유들입니다.
‘박근혜 7시간 행적’도 세월호 진상규명 위해 밝혀내야
‘배승희 변호사’ 채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의혹’에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하며 코로나19 대응에서의 문재인 대통령의 행적도 밝히라고 언성을 높였는데요. 사실 문재인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 시 행적이야 이미 언론 보도가 너무 많아 스스로 찾아보면 됩니다.
다만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 행적’은 진상규명을 위해 반드시 밝혀내야 할 요소입니다. 지난 2018년 3월, 검찰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참사 당일 7시간에 대한 사실이 일부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참사 직후 7시간 동안 한 것이라고는 골든타임을 넘긴 원론적 인명구조 지시, 비선 실세 최순실 씨와 문고리 3인방(정호성‧안봉근‧이재만)과의 대책회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 전 화장과 머리손질 등에 불과했습니다. 이마저도 온전한 진실이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시기에 세월호 참사 당일 발생한 청와대 보고 문서를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했기 때문입니다.
박병우 사회적참사 특조위 진상규명국장은 최근에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이 지연되는 데 안타까움을 표했습니다. 뉴시스 <“세월호 진실 규명, 시간 없다”…박근혜 청와대 기록물 풀릴까>(5/14)에 따르면, 박병우 특조위 진상규명국장은 “그동안 특조위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재판기록 등 거의 모든 자료를 확인”했기 때문에 “남은 것은 대통령기록물로 지정 봉인된 기록들뿐”이며, “이 기록물을 조사하면 그날의 진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되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거나 △관할 고등법원 영장 발부 △대통령기록관장 사전 승인 등이 없는 이상, 최장 15년간, 특히 사생활 관련인 경우 최장 30년간 문서를 열람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민영삼 씨와 배승희 씨가 박 전 대통령의 ‘7시간’ 논란을 끝내고 싶다면, 애먼 유가족과 시민들의 합리적인 의혹 제기를 탓할 게 아니라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이 적절했는가부터 논해야 합니다.
2. ‘세월호 추모’하면 ‘보수 정체성’ 아니다?
총선 기간 유튜브에서는 ‘세월호 추모’ 여부로 총선 후보의 적절성을 판단하는, 황당한 세월호 혐오도 등장했습니다. 먼저 ‘신의한수’ <다반뉴스/문재인 핵심 지지층 2030이 떠났다!!!>(3/12)에서는 아래와 같은 발언이 나왔습니다.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 : 리멤버 2014년 4월 16일 기억하자.
홍철기 기자 : 진짜 피가 거꾸로 쏟는다 이거 보면.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 : 아니 이렇게 이런 거 노란 거 보면 광화문에 난리가 나고 색깔마저도 그런데, 리본을 갖다가 이렇게 달아놓으면.
박완석 기자 : 아, 뒷골 당긴다.
홍철기 기자 : 아, 진짜 뒷골 당기네.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 : 전혀 우리하고 정체성이 맞지 않는데?
배승희 변호사 <금요일 따따부따>(3/13)에서 나온 발언은 이러했는데요.
민영삼 시사평론가 : 청년을 보고 벤처사업가를 보고 그렇게 영입해서 강남병에, 타워팰리스 있는 동네 아닙니까. 거기다가 줬다 칩니다. 그러면 정체성이라도 맞아야 될 거 아닙니까? 정체성 확실하게. 근데 저분 같은 경우에는 세월호..
배승희 변호사 : 그래, 노란, 노란 딱지요.
(중략)
민영삼 시사평론가 : 세월호.
배승희 변호사 : 맞아요. 노란 딱지.
민영삼 시사평론가 : 노란 딱지입니까, 그게?
배승희 변호사 : (웃음)
(중략)
민영삼 시사평론가 : 그렇게 박근혜 대통령 모함하고, 막 뒤집어 씌워가지고 했던 사람, 그런 쪽에 있던 사람을 강남에다가 공천을 바로 줘 불면(‘줘버리면’의 비표준어_편집자주) 정체성이 안 맞잖아요.
‘신의한수’와 ‘배승희 변호사’ 채널 모두 지난 3월 12일 미래통합당이 강남병 지역에 시지온 대표 김미균 씨를 전략공천한 것을 문제 삼으며 세월호 혐오 발언을 내뱉은 것이었습니다.
△ 세월호 추모 여부로 총선 후보 자격 판단한 ‘배승희 변호사’(3/13)
세월호 추모는 이념‧정치 문제가 아니라 공감의 문제
당시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위원장은 김미균 씨 공천으로 ‘사천’ 논란에 휩싸였고 결국 공천 철회 및 사퇴까지 했습니다. 선거마다 공천 파동이 반복되는 현상도 큰 문제지만 ‘신의한수’와 ‘배승희 변호사’ 채널은 ‘세월호 추모’를 이념적으로 금기시했다는 점에서 ‘혐오’에 가까웠습니다. 두 채널은 김미균 씨의 SNS 중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게시물을 언급하면서, 김미균 씨가 보수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 인물이고 따라서 미래통합당 공천이 부적절하다고 비난했습니다. 단순히 보수의 지향점과 어긋난다는 수준을 넘어, 세월호 참사 추모 자체를 ‘뒷골 당기는 일’로 폄훼하고, 김미균 씨를 “박근혜 대통령 모함하고, 막 뒤집어씌워가지고 했던 사람, 그런 쪽에 있던 사람”으로 규정했죠. 세월호 참사를 추모했다는 이유만으로 공천에 부적절한 사람, ‘누군가를 모욕하고 뒤집어씌우는 사람’으로 매도한 겁니다.
세월호 추모는 공감의 문제이지, 이념이나 정치의 문제가 아닙니다. 보수든 진보든 누구나 세월호를 추모할 수 있으며, 참사의 진상규명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게 상식이죠. 이를 잣대로 ‘보수 정체성’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공감 부족’을 방증합니다. 세월호 추모의 상징과도 같은 노란 리본을 ‘노란 딱지’(유튜브 유해 영상 광고수익 차단 조치)로 부르며 비하한 ‘배승희 변호사’ 등 극우 유튜브들은 ‘공감 부족’을 ‘혐오’로 표출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3. 코로나19 비유하며 세월호 참사 폄훼
극우 성향 만화가 윤서인 씨도 세월호 혐오를 반복하는 대표적 인물입니다. 윤 씨의 유튜브 채널 ‘윤튜브’은 <세월호가 2020년에 가라앉는다면?>(3/25)에서 아래와 같은 혐오 표현을 내뱉었습니다.
윤서인 만화가 : 이번 전염병 사태가 6년 전 박근혜 시절에 터졌으면 세월호 때 일어났던 그 무시무시한 정부 탓이 그대로 전염병에 입혀지면서 박근혜 정부를 향했을 거야. (중략) 박근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해상 교통사고를 그렇게 잘 엮어서 몰았던 사람들이 실제로 정부의 책임이 막중한 이번 전염병 사태라면, 이거 얼마나 저 사람들이 더 잘 엮어서 몰았겠어? 아주 신나서 미쳐 날뛰었겠지. (중략) 당연히 전염병으로 죽은 이들의 유가족들은 정치인들과 손잡고 광화문광장에 천막을 쳤을 거고, 거기서 단식투쟁 하면서 누구 엄마, 누구 아빠, 누구 아들, 누구 딸. 이런 이름 붙은 사람들이 네임드가 되면서 바이러스 특별법 제정하라고 난리를 쳤을 거야. 또 감성적인 리본이나 별 모양 디자인 또 나와서 감성 팔고.
“박근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해상 교통사고”라는 말은 앞서 살펴봤듯이 모든 극우 유튜브 채널이 내세우는 ‘교통사고’ 프레임입니다. 참사 당시 상황 파악 및 구조 관리 실패, 참사 후 해양수산부를 동원한 조직적 특조위 활동 방해, ‘세금도둑’·‘시체팔이’ 등 당시 정부·여당 인사들의 끊임없는 유가족 모독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어떻게 한 잘못’이 차고 넘치는데도 끝까지 숨기려는 의도죠.
‘윤튜브’의 주장이 사회적으로 더 해악이 큰 이유는 노골적으로 세월호 참사를 코로나19에 비유하며 결과적으로 두 재난의 피해자들을 모두 조롱했다는 겁니다. 윤서인 씨는 세월호 유가족을 ‘네임드’라 칭하면서, 유가족의 세월호 특별법 제정 요구와 노란 리본 등의 추모 행위에 대해서 “감성 팔이”로 깎아내렸죠. 이런 비하를 전제로 ‘코로나19가 박근혜 정부에서 터졌다면’이라는 무의미한 상상을 펼친 겁니다. 세월호 참사를 혐오하기 위해 코로나19까지 제멋대로 이용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합니다.
‘배승희 변호사’ 채널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배승희 변호사’ <금요일 따따부따>(3/13)에서 민영삼 씨는 “박근혜 대통령이나 이명박 대통령 정부에서 지금 이렇게 전염병 사태를 이 정도 가져와서 지금 8000명, 7979명 나온 이 정도까지 왔다고 그러면, 난리, 난리 났을 거예요. 대통령 뭐, 그동안 7시간이 아니라 일주일 동안 뭐했냐”, “촛불 들고 난리 난리쳤을 거예요”라고 말했습니다. ‘윤튜브’와 ‘배승희 변호사’의 게시물 모두, 벌어질 수도 없고, 벌어지지도 않는 상황을 가정해 코로나19를 희화화하고 결국 세월호 혐오를 유포하고자 한 수준 이하의 영상들입니다.
4. 돈으로 세월호 참사 매도, 가장 저열한 ‘혐오’
‘세월호 혐오’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세월호 유가족들이 돈을 원해서 활동한다는 식의 비방입니다. 2014년부터 당시 여당에서 나왔던 ‘세금도둑’, ‘시체팔이’ 등의 막말에 이미 그러한 혐오가 담겨 있었죠. 구체적으로는 국가유공자 혹은 다른 참사 피해자들보다 금전적으로 많은 보상을 받았고 더 받으려고 시도한다는 주장입니다. 이미 사실이 아니라고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지만, 극우 성향의 유튜버들이 세월호 혐오를 꺼내들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유튜브 채널 ‘왕자’에서 <당신의 지겨움>(4/21)을 들 수 있습니다.
왕자 : 왜 세월호 유가족들의 보상이 (한국전쟁이나 천안함 사건 등으로 인한) 국가유공자들의 보상보다 높아야 하는 겁니까? 난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뭐, 삼풍백화점 붕괴나 여러 국가 재난으로 인해서 목숨을 잃었던 국민들에게 세월호만큼 이 정도로 뭐 보상이 돌아간 적이 있어요? 있어요? 없습니다! 아무리 소시오패스고 뭐고 다 정신 나간 인간들이라도 나라를 지키려다가 목숨을 잃은 그 보상의 대가가, 이 단순 해상사고의 보상보다 높은 것에 대해서 아무도 불만을 갖지 않을 겁니다. 이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작자들을 제외하고서야. 맞습니까? 하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은 이러한 목소리를 낸다면 이상한 사람 취급에도 모자라서 ‘또** 극우’라는 취급까지 받습니다.
△ 배‧보상 문제로 세월호에 대한 혐오 조장한 유튜버 ‘왕자’(4/21)
한국전쟁과 천안함 사건, 세월호 참사를 돈의 액수로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고 무의미합니다. 더구나 한국전쟁과 천안함 사건은 ‘국가유공자 보상’, 세월호 참사는 ‘피해자 배상’으로서 법적·사회적 의미가 다른 사안이기도 합니다. 유공자 보상과 피해자 배상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며 한쪽을 비난하는 행태야말로 유튜브 채널 ‘왕자’가 말하는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입니다.
‘세월호 피해자만 과도한 배상’? 3년 전 루머에 아직도 매달리나
유튜버 ‘왕자’의 주장은 2017년 3월 말에 떠돌았던 루머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당시는 세월호가 침몰 후 3년 만에 인양되는 시점이었는데요. 이때도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만 과도한 배상을 받는다는 루머가 나왔습니다. 당연히 사실과 다릅니다.
JTBC <팩트체크/세월호 피해자만 과도한 배상 받는다?>(3/30)는 “실제 단원고 피해 학생 유족 측이 받은 ‘배상금 결정서’”를 통해 정부가 세월호 유가족에게 “(피해 학생 1인당) 4억9600여만 원을 세금으로 지급”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당시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만 과도한 배상을 받는다’는 낭설과 함께 ‘세월호 참사 배상금 지급에 과도한 국민 세금이 쓰인다’는 주장도 제기됐는데요. 이 역시 JTBC 팩트체크에 따르면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정부가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에게 국민 세금으로 배상금을 지급하긴 했지만 “청해진 해운과 정부의 책임 비율을 따진 뒤”, “(피해자들에게 지급한 배상금) 일부는 청해진 해운에서 구상권을 청구”하면 받아낼 수 있기 때문에 배상금 전체가 국민 세금으로 지급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죠. 실제로 정부는 청해진 해운과 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등을 상대로 구상권 청구 소송을 냈고, 올해 1월 1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는 유 전 회장의 세 자녀가 세월호 참사 수습을 위해 정부가 지출한 비용 중 약 70%를 부담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다른 참사와 ‘돈’으로 비교하며 모욕…무의미하고 사실도 아냐
또한 JTBC는 천안함 사건으로 천안함 용사들이 받은 보상액 중 계급에 따른 차이와 국민성금 포함분 등을 제외하면, 국민세금으로 지급된 것은 “최소 2억 원에서 최대 3억6000만 원”이라 전했습니다. “천안함 용사의 유족에게는 연금이 지급”되므로 정부가 세금으로 지급한 세월호 참사 배상액과 천안함 용사 보상액을 단순 비교하여 “세월호 참사 피해자가 더 많다, 아니다를 이렇게 단정하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입니다. JTBC에 따르면 1993년 서해 훼리호 참사 당시에도 정부가 “유족들에게 9910만 원의 합의금을 주겠다”고 밝힌 바 있고 일부 유가족의 정부 상대 소송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2억 원에서 4억 원가량의 피해 배상금이 확정됐”습니다. “이런 것까지 감안했을 때, 세월호만 과도하다? 거짓”이라는 겁니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의 경우, 사고 직후 희생자대책위원회가 구성돼, 1995년부터 1996년까지 정부와 대책위 간 협의 끝에 1인당 1억7000만 원의 보상방안이 통과되었습니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희생자에 대해서는 ‘보상금’이 지급되었기 때문에, ‘배상금’이 지급된 세월호 참사와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런 문제를 뒤로 하고 두 참사의 보상금과 배상금 액수를 비교한다고 해도, 20년의 시간 차와 물가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런 사실들을 바탕으로 했을 때, ‘세월호가 과도하게 많은 배상을 받았다’는 주장은 세월호 혐오에 기반한 사실 왜곡이자 혐오 조장일 뿐입니다.
5. 그들이 ‘세월호 혐오’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
주요한 시기마다 보수 정치권에서 나오는 ‘세월호 혐오’
혐오표현은 표적이 되는 대상 집단에 관한 기존의 차별 의식을 정당화하거나 조장‧강화하는 효과를 지니며 그걸 목표로 합니다. 따라서 혐오표현의 대상 집단은 주로 역사적으로 차별받아온 사회적 소수자·약자 집단이며, 그 집단에 대한 차별을 더 공고히 한다는 점이 혐오표현의 핵심 문제입니다. 여성이나 성소수자, 이주민 등을 향한 혐오표현이 대표적입니다. 세월호 참사 혐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지만 세월호 혐오에만 나타나는 특정한 맥락이 있습니다. 바로 세월호 혐오는 특정한 정치적 이벤트가 있는 시기마다, 특정한 정치 세력에서 노골화한다는 겁니다.
주간경향 <세월호 관련 혐오표현, 누가 어떻게 퍼뜨렸나>(4/10)에서는 사회적 참사 특조위의 용역 연구보고서 ‘재난 피해자 명예훼손 등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을 인용하여 세월호 혐오표현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살폈는데요. 세월호 혐오표현이 급증한 시기가 눈에 띕니다. 세월호 참사를 부인하고 축소하는 ‘교통사고’라는 혐오표현이 포함된 기사는 “2014년 7~8월에 52건, 2018년 1월에 16건”으로 크게 늘어났는데, “2014년 7~8월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둘러싸고 갈등이 심화됐던 시기”, “2018년 1월은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특조위 활동 방해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시기였습니다. 이 시기에 세월호 혐오표현을 내뱉은 사람들은 누구였을까요? “주로 안상수·이완구·주호영·홍문종 등 현 미래통합당 계열의 보수정당 의원”이었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의 여당이었던 현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자신들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세월호 참사와 유가족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선동하고, 사실을 왜곡하는 전략을 취한 것입니다.
‘차명진 막말’ 이전엔 ‘신의한수’가 있었다
앞서 살펴본 극우 성향 유튜버들의 세월호 혐오발언이 등장한 것 역시 올해 2월~4월 사이로, 4‧15총선 시기와 맞물려 있었습니다. 총선이라는 거대한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현 정부가 대응 중인 코로나19 사태와 과거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참사 대처를 엮어 보수 진영에 유리한 선거 분위기를 조성하려 한 것이죠.
2019년 4월 본인의 SNS에서 세월호 유가족을 향한 혐오표현을 썼던 차명진 씨는 이번 총선에 출마해서도 세월호 망언으로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4월 8일 OBS 경인TV에서 방송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부천시병 후보자 토론회’에서 입에 담을 수 없는 모욕적 언사를 뱉은 것이죠. 이 역시 극우 유튜브 채널에서 이미 떠돌고 있던 낭설을 차 씨가 그대로 제도권 정치까지 끌고 온 것이었습니다. ‘차명진 막말’ 이전에 이미 ‘신의한수’가 허위사실에 기반하여 세월호 혐오를 조장하고 있었으며, 차명진 씨가 세월호 혐오발언을 내뱉은 것은 우연이 아니었던 겁니다. 차명진 씨 스스로도 그간 극우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면서 혐오 콘텐츠, 허위조작정보 생산에 기여하고 있었죠.
‘혐오표현’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폭력’이다
요약하자면, 세월호 혐오의 특징은 보수 혹은 극우 세력이 세월호 참사를 정쟁으로 몰아가기 위해 혐오를 확산시킨다는 겁니다. 실제로 이러한 혐오표현들은 비슷한 정치 성향을 가진 대중의 사고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문화와 사회 <세월호 ‘노란 리본’과 일베의 ‘폭식 투쟁’ : 공감과 혐오의 전형성과 그 비전형적 생활세계>(2019)라는 논문에 따르면, 심층면접에 참여한 일베 유저들은 “정부의 구조작업에 대해 제기되는 비판이나 진상 규명 요구 역시 박근혜 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비난으로 간주”하고 있었습니다. 유튜브나 기성언론에서 막말과 혐오표현을 일삼는 보수인사들이 주장하는 프레임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이죠. 이러한 왜곡된 인식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애도 자체를 ‘정치적인 것’으로 여기게 했습니다. 한 심층면접 참여자는 ‘좌파’ 진영이 세월호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무기한으로 추모를 계속해야 되는 것처럼 분위기를 자꾸 조성”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극우 성향 유튜버들과 보수 정치인들의 세월호 참사를 향한 지속적인 혐오표현의 해악이 드러나는 지점입니다.
사실 주요 정치인이나 극우 성향의 유튜버들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일부러 혐오표현을 하는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 ‘세월호가 지겹다’, ‘잊을 때도 되지 않았냐’고 말하는 이들은 어쩌면 그런 세력들이 만든 혐오에 휩쓸린 것일지도 모릅니다. 세월호를 둘러싼 각종 혐오표현을 접할 때, 근거 없는 폄훼와 증오를 유포해 다양한 방식으로 이득을 취하는 게 누구인지 살피는 게 중요합니다. 기성 정치인, 혹은 그 정치권의 정체성을 빌린 익명의 유튜버들이 내뱉는 혐오발언은 ‘표현’이 아니라 ‘폭력’일 뿐입니다.
* 민언련 유튜브 모니터 보고서는 출연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2월 16일~5월 17일 유튜브에서 혐오 관련 키워드 34개를 검색하여 나온 혐오발언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채널 중 구독자 수 상위 9개 채널, 2020년 2월 17일~4월 15일 정치‧시사 주제의 유튜브 채널 중 구독자 수 순위 상위 10개 채널의 게시물 및 정치‧시사 주제의 유튜브 인기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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