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성착취 영상물 범죄에 종편은 “손석희 해명해”, “조주빈은 루시퍼 같아”지난 3월 24일 이른바 ‘텔레그램 n번방’으로 불린 집단 성착취 영상물 거래 사건의 가해자 조주빈의 신상이 공개됐습니다. 이후 수많은 언론이 관련 보도를 쏟아냈는데요. 같은 기간 종편 시사 대담 프로그램도 집단 성착취 영상물 거래 사건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가해자 조주빈의 검거가 알려진 3월 3주차(3/16~20)부터 약 한 달 뒤인 4월 3주차(4/20~24)까지 종편 3사의 8개 시사대담 프로그램이 다룬 집단 성착취 영상물 거래사건 관련 대담을 분석했습니다.(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신통방통><이것이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정치데스크>, MBN <뉴스와이드><아침&매일경제>)
1. 종편 3사는 성착취 영상 거래 사건을 얼마나 다뤘나
종편 3사의 8개 시사대담 프로그램은 6주간 총 1,965분의 방송 시간을 성착취물 거래 사건에 할애했습니다. 8개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일주일 총 방송 시간이 약 3,200분, 6주면 19,200분 여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전체 방송 대비 성착취물 거래 사건의 비중은 10% 가량입니다. 종편 3사가 장기간 핵심 주제로 다루지는 않았다는 뜻입니다. 다만 주차별 분석 결과 총 1,965분 중 절반이 넘는 1,079분을 3월 4주차에 집중한 점이 눈에 띕니다.
주차 |
TV조선 |
채널A |
MBN |
합계 |
3월 3주차(3/16~20) |
0분 |
1분 |
0분 |
1분 |
3월 4주차(3/23~27) |
464분 |
385분 |
230분 |
1,079분 |
3월 5주차(3/30~4/3) |
314분 |
190분 |
68분 |
572분 |
4월 1주차(4/6~10) |
62분 |
77분 |
14분 |
153분 |
4월 2주차(4/13~17) |
71분 |
69분 |
4분 |
144분 |
4월 3주차(4/20~24) |
7분 |
9분 |
0분 |
16분 |
합계 |
917분 |
731분 |
316분 |
1,965분 |
△ 집단 성착취 영상물 거래 사건 주차별 대담 시간(3/16~4/24) ©민주언론시민연합
‘박사 검거’에는 큰 관심 없던 종편…‘조주빈’과 ‘유명인’ 등장하자 대담 시간 급등
종편 3사는 3월 4주차와 5주차에 각각 1,079분, 572분을 성착취물 거래 사건 대담에 할애했습니다. 이 2주 간 전체 성착취물 거래 사건 방송 시간의 84%가 집중됐습니다. 3월 24일 가해자 조주빈의 신상이 공개된 점, 조주빈이 경찰 수사에 출석하며 손석희 JTBC 대표이사, 김웅 전 기자, 윤장현 전 광주시장 등 유명인을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종편 3사는 이 시기에만 집중적으로 이 사건을 다뤘습니다. 종편 3사가 성착취물 영상 거래 사건 자체가 아닌, 가해자 조주빈 개인과 조주빈이 말한 다른 유명인에만 관심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종편 3사는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선정적인 정보가 없는 경우에는 사건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조주빈의 신상공개가 결정되기 전 3월 3주차에 가해자 ‘박사’의 검거와 구속이 알려졌지만 대담 시간은 1분에 불과했습니다. 다루지 않은 수준이죠. 조주빈과 관련된 대담이 집중된 3월 4~5주차가 지나가자 4월 1주차에는 대담시간이 153분으로 급감했고, 4월 2주차 144분을 거쳐 결국 4월 3주차에는 16분으로 관련 대담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 종편 3사의 시사대담 프로그램 중 집단 성착취 영상물 거래 사건 관련 대담 시간 주차별 분석 ⓒ민주언론시민연합
‘조주빈 신상’ 공개된 시기에만 ‘성착취물 거래 사건’ 조명한 종편 3사
방송사 별 분석결과에서는 3사 모두 전체 통계와 유사한 경향을 보였습니다. 3월 4~5주차에 대담이 집중되고, 이후 관련 대담은 점차 줄어드는 겁니다.
종편 3사 중 성착취물 거래 사건을 가장 많이 다룬 방송사는 TV조선입니다. TV조선은 6주간 917분을 이 사건에 할애했습니다. 대담이 집중됐던 3월 4~5주차에도 각각 464분, 314분으로 채널A‧MBN과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반면 4월 1주차에는 64분으로 같은 기간 채널A(77분)보다 분량이 적었습니다. 조주빈 관련 자극적 이슈가 사라지자 극적으로 방송 비중을 줄인 것이죠. 채널A도 TV조선과 유사한 흐름을 보였습니다.
MBN 역시 전반적인 경향에서는 TV조선‧채널A와 유사했습니다. 다만 MBN은 TV조선‧채널A보다 집단 성착취 영상물 거래 사건을 주요 의제에서 배제하는 속도가 더 빨랐습니다. MBN의 4월 1주차 관련 대담 시간은 14분뿐이었고, 4월 2주차에는 4분, 4월 3주차에는 관련 대담이 1분도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MBN의 모니터 대상 프로그램이 TV조선‧채널A에 비해 1개 적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성착취물 거래 사건 대담 시간이 현저히 적었고, 빨리 줄어든 것입니다.
△ 종편 3사의 방송사별 집단 성착취 영상물 거래 사건 관련 대담 시간 분석 ⓒ민주언론시민연합
대담 집중됐던 시기 종편이 다룬 주요 내용은 ‘조주빈이 언급한 유명인’이었다
종편 3사가 대담을 집중한 3월 4~5주차는 일부 보수언론이 가해자 조주빈이 언급한 유명인의 사기 사건을 주목한 시기입니다. 같은 기간 종편 3사 시사 대담 프로그램도 같은 태도를 보였습니다. 2주간의 대담에서 ‘유명인 관련 내용이 주제인 대담’은 350분으로 약 21%, ‘다른 주제에 유명인 관련 내용이 등장한 대담’도 268분으로 약 16%였습니다. 3월 4~5주차 성착취물 거래 사건 대담 중, 조주빈이 언급한 유명인을 직간접적으로 다룬 대담이 도합 40% 수준에 달했던 겁니다.
△ 종편 3사의 집단 성착취 영상물 거래 사건 관련 대담 주제별 시간(3/23~4/3)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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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계 |
유명인 관련 내용이 주제인 대담 시간 |
350분 (21.2%) |
다른 주제에 유명인 관련 내용이 등장한 대담 시간 |
268분 (16.2%) |
유명인 관련 내용이 등장하지 않은 대담 시간 |
1,033분 (62.6%) |
합계 |
1,651분 |
△ 종편 3사의 집단 성착취 영상물 거래 사건 관련 대담 주제별 시간(3/23~4/3) ⓒ민주언론시민연합
집단 성착취 영상물 거래 사건은 이른바 ‘소라넷’부터 시작된 디지털 성범죄를 우리 사회와 사법당국이 방치한 결과 빚어진 참극입니다. 그 자체로 의미가 상당하며 재발 방지 및 가해자 엄중 처벌을 위한 미비된 법·제도 개정, 디지털 성범죄의 사회 구조적 배경, 피해자 보호 및 지원 대책 등 본질적인 부분만 따져도 언론이 보도해야 할 사항이 상당히 많습니다. 조주빈의 개인적 사연, 인생 역정, 조주빈이 느닷없이 거론한 유명인들은 본질이 아닙니다. 오히려 본질을 흐리는 요소들이죠. 그럼에도 종편 3사는 주로 조주빈이 말한 유명인을 쫓아다니며 본질을 가리는 데 일조한 겁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유명인에 관심 보인 종편 3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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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
채널A |
MBN |
유명인 관련 내용이 주제인 대담 시간 |
222분 (28.5%) |
90분 (15.7%) |
38분 (12.8%) |
다른 주제에 유명인 관련 내용이 등장한 대담 시간 |
52분 (6.7%) |
118분 (20.5%) |
98분 (32.9%) |
유명인 관련 내용이 등장하지 않은 대담 시간 |
503분 (64.7%) |
367분 (63.8%) |
162분 (54.4%) |
합계 |
778분 |
575분 |
298분 |
△ 종편 3사의 집단 성착취 영상물 거래 사건 관련 대담 주제별 시간 분석(3/23~4/3) ⓒ민주언론시민연합
TV조선, 채널A, MBN이 조주빈이 언급한 유명인을 다루는 방식은 제각각이었습니다. 먼저 TV조선은 유명인 관련 내용을 주제로 선정해 직접 다룬 경우가 많았습니다. TV조선의 ‘유명인 관련 내용이 주제인 대담’은 222분, 약 28.5%로 채널A(15.7%), MBN(12.8%)에 비해 매우 높았습니다. 특히 TV조선은 손석희 JTBC 대표이사에 초점을 맞춘 대담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TV조선 <이것이 정치다>(3/30)에서는 “손석희 ‘배후에 삼성 있는 줄’”을 제목으로 조주빈이 언급한 유명인 3명 중 손석희 대표이사만 17분간 다루기도 했습니다.
채널A는 유명인 관련 내용을 주제로 진행된 대담이 약 15.7%, 다른 주제에 유명인 관련 내용이 등장한 대담의 비율이 약 20.5%였습니다. 간접적으로 ‘조주빈 언급 유명인’을 다룬 경우가 더 많았단 것이죠.
MBN은 다른 주제에 유명인 관련 등장한 대담이 98분, 약 32.9%로 상당히 높아 대부분 간접적으로 언급했음을 알 수 있는데요. 하지만 조주빈 언급 유명인 관련 내용이 등장한 전체 대담의 비중이 약 45.6%에 달해 종편 3사 중 가장 높았습니다. 간접적인 방식이기는 했으나 MBN이 ‘조주빈이 언급한 유명인’을 가장 빈번하게 방송했던 겁니다.
2. 손석희로 덮고 ‘조주빈 악마화’로 엇나간 종편 3사
‘집단 성착취 영상물 거래 사건’을 ‘손석희’로 덮은 TV조선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종편 3사는 가해자 조주빈이 언급한 유명인과 관련된 내용에 몰두했습니다. TV조선은 손석희 JTBC 대표이사에 유독 집착했습니다. 손 대표이사가 사기 피해를 입었음에도 조주빈을 고소하지 않은 이유가 의심스럽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대표적으로 TV조선 <이것이 정치다>는 3월 25일부터 매일 손 대표이사를 두고 뭔가 의혹이 있는 것처럼 대담을 나눴습니다. 3월 30일 방송에서는 손 대표이사의 해명을 노골적으로 의심했습니다. 출연자 서정욱 변호사는 “손석희 사장 처음 해명을 보면 육하원칙이 없어요”라며 손 대표이사가 숨기고 있는 무언가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정욱 변호사 : 저는 손석희 사장 해명이 상식적으로, 그다음에 법리적으로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데요. 일단 세 가지 의문만 제기하면 첫째는 손석희 사장 처음 해명을 보면 육하원칙이 없어요. 도대체 이게 언제, 누구로부터 어떻게 소개를 받고 알게 됐는지. 예를 들어 처음 보는 흥신소 사장이 자기 핸드폰을 알면, 텔레그램. 그러면 이게 누구로부터 핸드폰을 알았는지. 이런 모든 걸 소상히 해명해야 하잖아요, 언제 적인지, 그런데 그 해명문에 아라비아 숫자가 없어요, 날짜가 없다고요. 그래서 저는 지금부터 육하원칙에 안 맞는, 상식에, 그게 첫째 의문이고요.
그다음에 두 번째, 처음에 해명을 보면 가족들이나 본인의 살해 협박 때문에. 그런데 텔레그램 보니까 상당히 정교하게 증거가 돼 있고 그런데 돈이 갔는지. 이런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서 고발 안 했다, 이렇게 해명했는데 그런데 그게 상식적으로 증거를 수집하려면 본인이 형사 고소를 해서 경찰이 해야지, 예를 들어 돈 보낸 것도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잖아요, 김웅 이름으로. 따라서 저는 그 부분도 상식이 안 맞고요.
마지막으로 삼성 부분, 이 부분은 특히 손석희 사장이 옛날에 국정농단 박근혜 대통령 때 보면 권력도, 청와대도 비판하고 삼성도 엄청나게 비판했거든요. 그런데 삼성이 배후에 있다 해서 무서워서 그냥 돈을 주고 고소를 못 했다? 이게 상식에 맞습니까? 그래서 지금이라도 저는 손석희 사장은 처음에 조주빈을 만난 경위부터 상세하게 그리고 기자들한테 이렇게 하는 게 아니고 정말 본인이 나서서 회사 내세우지 말고 정식으로 이제 저는 육하원칙에 맞게 해명하라, 이렇게 제가 보는 겁니다.
△ 손석희 대표이사 사기사건에 몰두한 서정욱 씨 TV조선 <이것이 정치다>(3/30)
같은 날 다른 출연자 고성국 정치학 박사는 손 대표이사에게 “이 상황에서 더 버틴다는 것은 정말 이건 국민에 대한 모독이 될 수 있다”며 사임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TV조선 <이것이 정치다>의 집단 성착취 영상물 거래 사건 대담에서 남은 것은 ‘손석희 해명을 믿을 수 없다’는 의심뿐이었습니다.
‘손석희’만 17분간 다루더니 “본질 아니다”…자기 부정하는 TV조선
3월 2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와 민주언론실천위원회는 집단 성착취 영상물 거래 사건 보도에서 피해자 보호가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긴급 지침을 발표했습니다. 긴급 지침 세부사항 중에는 “사건 자체에 대한 관심을 넘어 성범죄를 유발하거나 피해를 확산한 사회구조적 문제제기에 주목”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가해자 조주빈이 언급한 유명인들의 피해 사례는 이번 사건의 본질과 거리가 멉니다. 유명인들의 사기 피해의 전말은 디지털 성범죄의 해결과 무관하며 디지털 성범죄 문제를 ‘손석희’로 덮어버릴 위험이 있습니다. TV조선이 보인 태도가 바로 그렇습니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는 3월 30일 방송에서 집단 성착취 영상물 거래 사건 관련 대담 38분 중 17분을 손석희 대표이사 관련 내용에 할애했습니다. TV조선은 성착취물 거래 사건 자체가 아닌 ‘손석희’를 중심 의제로 내세웠던 겁니다.
심지어 진행자 윤정호 씨는 유명인 관련 대담이 본질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진행자 윤 씨는 손 대표이사 관련 대담 마지막에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진행자 윤정호 : 물론 이 사건의 본질은 조주빈이라는 사람이 박사방 등을 통해서 또 그 외에 여러 혐의자들, 범죄자들이 어린 학생들에 대한 성 착취를 하는 그 부분이 핵심입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파생된 부분이기는 합니다만 여하튼 그 부분에 대한 수사를 아주 철저히 하는 게 우선이 아닌가 싶습니다.
진행자의 말과 달리 TV조선 <이것이 정치다>는 가해자 조주빈이 유명인을 언급한 3월 25일부터 4월 1일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손 대표이사를 방송에서 언급했습니다. 4월 2일과 3일에는 손 대표이사의 폭행혐의 재판 결과를 전달했고, 6일에는 가해자 조주빈의 발언을 빌려 손 대표이사를 또 거론했습니다. 결국 진행자 윤정호 씨의 발언은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본질이 아닌 “파생된 부분”에 집중한다는 점을 자인한 셈이 됩니다. 진행자의 말이 변명에 불과한 이유입니다.
가해자 조주빈의 “목 보호대”, “키 높이 수술”을 시청자가 왜 알아야 하나
조주빈이 언급한 유명인 외에도 본질에서 벗어난 TV조선의 대담 사례는 많습니다. 특히 TV조선 <이것이 정치다>(3/25) 출연자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 정옥임 전 새누리당 의원은 가해자 조주빈이 경찰 포토라인에 등장하자 겉모습을 두고 불필요한 인상 비평을 늘어놨습니다. 두 사람의 발언이 나온 대담에서 TV조선은 “조주빈, 목에 보호대와 머리엔 반창고” 등의 자막을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 지금 이제 목 보호대와 머리에 반창고를 붙인 모습이 있지 않습니까? 저게 아마 검거됐을 때 화장실에서 좀 자해를 한 흔적이라고 그래요. 아마 거기에 벽에다 머리를 찧으면서 머리에 상처가 낫고 그 과정 속에서 목이 조금 상당히 다친 것 같은데 또 다리도 좀 절고 있는데 이 다리 저는 건 예전에 아마 본인의 키 높이 어떤 수술을 하면서 다리를 좀 저는 게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옥임 전 새누리당 의원: 그리고 자기의 어떤 외모라든지 사회적 지위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기 때문에 키를 늘리는 수술도 했고 (중략)
△ 자막으로 가해자 조주빈의 겉모습 주목한 TV조선 <이것이 정치다>(3/25)
수많은 피해자가 지금도 고통 받고 있는 성범죄 가해자의 ‘보호대와 반창고’, ‘키높이 수술’, ‘외모 콤플렉스’가 그렇게도 중요했을까요? 가해자가 다리를 저는 이유가 ‘키높이 수술’ 때문이라는 게 시청자가 알아야할 정보일까요? 전혀 아닙니다. 이런 방송은 자극적인 소재로 범죄의 심각성을 희석시키는 황색 저널리즘의 전형일뿐입니다.
‘여권 관계자 연루설’ 등장하자 궁금증 폭발한 채널A 진행자 김진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의 경우 진행자 김진 씨가 정치권에서 등장한 ‘여권 관계자 집단 성착취 영상물 거래 사건 연루 음모론’에 집중했습니다. 진행자 김 씨는 4월 10일 방송에서 시작부터 “국민들이 깜짝 놀랄 것”, “선거 막바지 한 방”이라며 음모론을 마치 영화처럼 소개했습니다. 이어 반복적으로 “미래통합당에 들어온 민주당과 n번방과 관련된 그 제보가 무엇일지 궁금해지는데요”, “통합당에 들어오고 있는 제보 내용이 과연 뭘까요? 주말쯤에 공개한다는데 그게 뭘까요? 선거 막바지 한 방일까요? 아닐까요?”라며 시청자에게 음모론을 각인시키려 애썼습니다.
같은 내용으로 진행된 대담에서는 이진복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회 본부장의 “여권 인사의 n번방 개입설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를 들었다”는 일방적 주장이 그대로 전달됐습니다. 이 내용을 설명하면서도 진행자 김진 씨는 “여권 인사가 n번방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는 의혹입니까?”, “주말에 공개한다는 겁니까?”라며 출연자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에게 답변을 재촉했습니다. 결국 장성철 씨가 “정확하게 들은 것은 없고 그냥 언론 보도 나온 것들을 그냥 시청자분들께를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설명하자 김 씨는 “뭔가가 나온다라는 건데”라며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실체가 있는 듯 표현했습니다.
‘정치공작 해프닝’으로 전락시킨 음모론 공방, 언론이라면 비판해야
총선을 앞두고 조주빈이 검거되며 성착취물 거래 사건이 불거지자 정치권에서는 채널A가 부각한 정치적 음모론이 논란이 됐습니다. 4월 2일, 미래통합당 이진복 총괄선대본부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저쪽에서 터질 게 있다. 우리가 희망적이라고 보는 이유 중 하나”라는 말을 남기며 ‘공작설’에 불을 지폈고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 씨가 4월 7일, ‘정치공작이 본격화됐다는 생각이 든다’, ‘(통합당이) 2~3개를 준비한 것 같다’며 논란을 키웠죠. 결국 미래통합당은 ‘확인된 것이 없다’며 ‘여권 인사 연루설’을 접었습니다. 정치권이 엄중한 디지털성범죄 사건을 한낱 선거판 ‘정치공작 해프닝’으로 전락시켰기 때문에 언론이라면 당연히 비판했어야 하는데요. 채널A는 진행자부터 오히려 음모론에 대한 궁금증을 확산시키려는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언론의 본분 대신 천박한 호기심만 드러낸 것입니다.
가해자 서사·악마화 반복한 종편…‘조주빈은 타락천사’ 발언까지
성범죄 보도에서 언론이 지양해야 할 태도 중 하나는 가해자 개인을 악마화하는 겁니다. 특히 이번 성착취 영상물 거래 사건은 범행의 기획, 공모, 관여, 돈 거래 등 전반에 걸쳐 다수의 가해자가 얽힌 사회 구조상의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디지털 성범죄에 무감각하고 관대했는지 그대로 드러낸 것이죠. 따라서 가해자 한 사람을 악마화하는 것은 구조의 문제를 은폐함과 동시에 가해 행위 자체가 축소될 위험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전국언론노조는 이번 사건과 관련된 긴급 지침에서 ‘짐승’, ‘늑대’, ‘악마’와 같은 표현을 쓰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죠. 그러나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은 아예 가해자 서사를 대담의 주제로 설정하고, 가해자 조주빈을 악마화하는 표현을 반복했습니다.
진행자 백운기: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 조주빈 정말 겉으로는 봉사활동하는 그런 젊은이. 그렇지만 밤만 되면 그리고 혼자만 있을 때면 이렇게 짐승처럼 변했습니다.
- MBN <뉴스와이드>(3/24)
이도운 문화일보 논설위원: 우선 지금 화면에 보는 것처럼 조주빈과 갓갓, 와치맨이 그, 그러니까 3대 악마라고 지금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중략)
- 채널A <뉴스TOP10>(3/25)
진행자 백운기: 조주빈 오늘 경찰에서 얼굴을 공개하면서 던진 이야기, 참 여러 가지 의미를 우리가 살펴봤는데요. 정말 이중적인 삶을 살아왔던 본인 스스로 악마 같은 삶. 좀 더 들여다보겠습니다. 악마의 숙주는 뭐였을까요. 악마 같은 삶을 멈출 수 없었던 것은 또 무엇 때문일까요. 정말 이중생활하면서 악마 같은 삶을 살아왔는데(중략)
- MBN <뉴스와이드>(3/25)
△ 가해자 조주빈의 삶을 주제로 대담을 진행한 MBN <뉴스와이드>(3/25)
이렇게 무분별하게 가해자를 악마, 짐승으로 지칭하는 가운데 심지어 조주빈을 ‘타락천사’에 비유하는 발언까지 나왔습니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3/26)에 출연한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가해자 조주빈의 봉사활동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이종근 시사평론가 : 지금 조주빈의 어떤 행동은 악마라고 아까 표현했잖아요. 그러면 악마의 행동을 쭉 보면서 자신을 계속 합리화시켜야 되거든요, 자신을? 합리화 시키는 방법 중에 하나가 바로 천사. 즉 자신이 지금 하는 행동은 천사에요. 천사 같은 행동을 해요. 즉, 천사와 악마는 다른 게 아니거든요. 예를 들어서 예전에 어떤 그, 타락 천사 같은 것을 보면 루시퍼라든지 미카엘이라든지 이런 것들은 악마가 사실은 천사의 모습이에요. 천사의 모습에서 또 다른 어떤 상황을 거쳐서 악마의 모습을 하고 있을 뿐이거든요. 자신은 지금 천사의 모습도 갖고 있고 악마의 모습도 갖고 있는데 이렇게 표현했어요. 악마를 중단시켜줘서 고맙습니다. 즉, 그 내가 갖고 있는 악마라는 인성 자체를 중단하게 되면 어떻게 되죠? 나는 천사가 남잖아요. 두 가지가 다 있었는데, 종이 한 장 차이라서.(중략)
성폭력 범죄는 비정상적인 특정한 개인에 의해 발생하는 예외적인 범죄가 아닙니다. 언론에서 소수 개인의 일탈적인 범죄로 보도하면, 사건에 직접적으로 휘말리지 않은 사람들은 그 이상한 개인을 실컷 욕하고 ‘남의 일’처럼 여기고 지나가게 될 겁니다. 결국 사회 구조적인 문제는 공론화되지 못한 채 그대로 남게 되겠죠. 언론이 개인을 악마화하는 게으른 길을 선택을 했을 때 그 피해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사회에서 살아가야 하는 시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됨을 언론인들이 잊지 말아야 합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출연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20년 3월 16일~4월 24일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신통방통><이것이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정치데스크>, MBN <뉴스와이드><아침&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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