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권자들이 국회의원 선거로 ‘주인’을 뽑았다고?

TV조선 <신통방통>(4/16)에 출연한 최병묵 TV조선 해설위원이 민생당의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를 두고 “호남의 유권자들은 이미 주인을 바꿨단 말이죠, 더불어민주당으로”라고 말했습니다. 너무 아무렇지 않게 말해서 아무 문제없는 것처럼 들리기까지 하는 이 말은 사실은 매우 위험한 발상입니다. 어떻게 특정 정당이 어느 지역 유권자의 주인이 될 수 있단 말이죠?

TV조선은 국회의원이나 정당이 국민의 주인인 것처럼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헌법 제1조 2항에서도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분명하게 말하고 있죠.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자신을 대신해 일할 대표를 선거를 통해 뽑는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초입니다. 최병묵 씨는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기초와는 정반대의 주장을 한 겁니다. 그럼에도 진행자나 다른 출연자들은 아무 문제의식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돌아보니 TV조선은 선거 기간 내내 유권자보다 정치인의 마음을 읽어내기 급급했습니다. 어떤 지역은 누구의 텃밭이라느니, 어느 지역이 격전지여서 어느 정당이 이길 것 같다느니. 유권자의 축제여야 할 선거를 정치인의 전쟁터로 만드는 보도 투성이였죠. 이런 방송이 TV조선에서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었던 이유를 이제 알 것 같네요. 선거를 ‘국민이 주인을 고르는 것’ 정도로 생각하는 출연자가 나오는 방송에서 유권자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니까요.

TV조선 <신통방통>(4/16) : https://muz.so/abah

2. ‘사전투표 조작 의혹’ 계속 소개하는 채널A, ‘팩트체크’ 안 하세요?

채널A가 선거가 끝난지 나흘째인 4월 19일까지도 “일부 유튜버와 통합당 인사를 중심으로 이거, ‘조작’ 아니냐 의혹이 불붙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채널A가 근거로 든 유튜버는 공병호TV와 성제준TV, 가로세로연구소 등 ‘극우 유튜버’들입니다. 이들을 인용해 채널A는 “유독 사전투표에서만 여당 후보들이 앞섰다고 주장”한다거나 “일부 지역 여야 후보의 사전투표 득표율 가운데 관내와 관외 비율이 소수점 두자릿수까지 똑같다며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물론 통합당에서 “음모론을 키우는 목소리를 두고 자성론”이 나온다고 덧붙이기는 했으나, 과연 이게 이렇게 ‘기계적 중립’으로 처리해야 할 사안일까요? 타사에서는 이미 ‘팩트체크’도 많이 나왔는데 왜 유독 채널A만 ‘기계적 중립’을 가장해 ‘음모론’을 공론장에 밀어 넣는 것일까요?

TV조선과 조선일보는 채널A 보도 불과 하루 전, “4·15 총선 사전투표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득표율이 서울·인천·경기에서 모두 63%대와 36%대로 거의 비슷한 수치라는 내용의 글이 관련 표 형식의 자료와 함께 인터넷과 SNS상에 확산되고 있”으나, 이 수치가 사실과 다르다고 확인했고, JTBC는 선거 바로 다음 날, KBS는 선거 전날 비슷한 내용의 사전투표 음모론을 ‘팩트체크’해 모두 거짓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어차피 ‘뒷북’이라면 음모론에 불 붙이는 ‘뒷북’ 말고, ‘팩트체크’하는 ‘뒷북’에 나서주시길 바랍니다. 그게 언론의 기본 자세 아닐까요?

-채널A <“사전투표 재검해야”…계속되는 음모론>(4/19) https://muz.so/abad

-TV조선 <뜯어보니/사전투표함 의혹 사실은?>(4/18) https://muz.so/abae

-JTBC <팩트체크/‘사전투표용지 바꿔치기’ 증거가 나왔다?>(4/16) https://muz.so/abaf

-KBS <팩트체크K/길바닥서 발견된 뜯긴 투표함 봉인지…선거조작 정황?>(4/14) https://muz.so/ab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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