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요즘 종편 출연자들에게는 ‘나는 모른다’, ‘내가 못봤다’가 유행(4/8 일간기고쓰)1. 요즘 종편 출연자들에게는 ‘나는 모른다’, ‘내가 못봤다’가 유행
TV조선 <신통방통>(4/6)에 출연한 김종래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더불어민주당이) 투표율이 높은 걸 별로 원칠 않는 것 같아요”, “제가 이 선거를 수십 년 지켜봤는데 민주당이 투표하자고 뭐 독려 안 하는 선거는 이번이 처음 봅니다”, “‘투표합시다’ 소리를 나 여태까지 민주당이 한들 않는 건(하지 않는 것은) 내가 한 30년 동안 못 들어본 것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김종래 씨 본인이 ‘민주당이 투표 독려운동 하는 걸 본 적 없다’는 근거 하나만으로 민주당이 높은 투표율을 원치 않는다고 우기니 진행자 윤태윤 앵커마저 “하고 있을 겁니다”라고 무마하려 했습니다. 그래도 김종래 씨가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자, TV조선은 자막과 함께 “개인적인 의견임을 다시 한 번 말씀을 조금 드리겠습니다”라며 거듭 양해를 구해야 했죠.
굳이 반박할 가치를 느낄 수 없으나, 김종래 씨 주장은 포털 사이트에서 ‘더불어민주당 투표 독려’만 검색해 봐도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사전투표 독려 캠페인을 비롯해 지역을 돌며 투표 독려를 하고 있다는 기사들이 쉽게 검색되기 때문이죠. 김종래 씨는 최근 같은 방송에서 '선거법 개정은 암거래', '네다바이' 등 막말을 일삼았습니다. 이 때문에 TV조선은 다시보기를 지우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재도 받아야 했습니다. 오는 4월 10일, TV조선은 방송통신위원회 청문에 임하는데요. 이런 자를 계속 방송에 출연시킬 것인지 청문에서 답해보시지요.
- TV조선 <신통방통>(4/6) : https://muz.so/aaPm
2. 모르는 것은 신중하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조선일보 박은호 논설위원이 4월 8일 칼럼에서 국제 바이러스 게놈 공유 사이트인 GISAID에 한국 데이터가 적다는 이유로 ‘중국발 감염 실태가 드러날까봐 정부가 게놈 해독을 꺼리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을 내놨습니다. ‘중국 눈치보기’ 프레임의 또 다른 변종입니다. 한국의 중국발 감염자가 17명으로 전체의 2%라는 것이 이상하고, 따라서 정부 역학조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죠. 여기에 “게놈 전문기업 테라젠바이오 김태형 수석연구원”의 의견을 인용해 감염자보다 바이러스의 족적을 따라가는 게 더 정확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바로 이 부분이 문제입니다. 뭔가 과학적인 용어와 함께 전문가 발언까지 동원해서 결과적으로 정부가 뭔가 속이는 것처럼 묘사한 건데요.
조선일보가 말한 ‘바이러스 족적’이란 바이러스 시퀀싱 연구를 말합니다. 서로 다른 감염과정에서 바이러스는 변이를 일으키는데, 수 만 개의 유전자에서 특정 부위의 변이가 우연히 일치할 확률은 극히 낮으므로 이를 이용해 바이러스 유전체로 감염경로를 추적하겠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이 때의 변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할 정도로 분명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가 감염된 시기와 지역, 누구에게 옮았는지는 완벽하게 특정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 범위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즉, 유전체 분석으로는 바이러스의 정확한 감염경로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같은 변이를 거친 바이러스에 감염된 감염자 집단’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같은 날 질병관리본부도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자 정보 분석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유전자 타입으로, 역학 조사의 보조적인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유전자 정보 분석만으로 환자가 감염된 시기, 지역, 감염원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선일보가 외면한 게 또 있습니다. 국내 감염자의 경우 소수의 중국발 감염자로부터 신천지를 매개로 한 지역 감염으로 번졌기 때문에 ‘바이러스 족적’을 따라가봐야 바이러스 계통수에서 특정 가지에 있는 데이터의 숫자만 증가할 뿐입니다. 정확한 감염경로를 파악하려면 조선일보가 의심한 역학조사를 병행해야 합니다. 조선일보는 부당하게 방역을 향한 신뢰를 흔들어 '중국 눈치보기'라는 정치적 프레임을 강화하려 한 겁니다. 조선일보가 이제라도 코로나 정치에서 벗어나 방역당국과 의료진을 방해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 조선일보 <태평로/중국發 감염자 미스터리>(4/8 https://muz.so/aaPt)
3. 2016년 스위스에서 국민소득이 부결된 이유가 빚 때문?
TV조선은 4월 7일 앵커 논평에서 “(스위스에서) 4년 전 모든 국민에게 월 3백만 원씩 주는 기본 소득 법안 투표에서 국민 다섯 가운데 넷이 반대해 부결시켰습니다. 공짜 돈이 일할 의욕을 떨어뜨리고, 결국 세금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겁니다”라고 전했습니다. 국민들이 낸 세금을 재원으로 하는데도 ‘공짜 돈’이라고 하거나 당연히 내야 하는 세금을 '결국 돌아온다'는 식으로 묘사하는 것 자체가 복지정책을 ‘공짜로 주면서 빚이 되는 나쁜 돈’으로 그리는 겁니다. TV조선은 이걸 스위스 국민들이 알고 막아냈다며 사례로 제시한 건데요.
하지만 TV조선의 자매사 조선비즈에서 낸 기사를 보면, 사실과 다릅니다. △지급액‧대상‧기간 심지어 재원 마련 방안까지 정해진 게 없었고 △기본소득을 도입하기 위해선 기존 복지제도를 축소해야 하는데 포기하기엔 기존 복지제도가 너무 잘 되어 있으며 △유럽 국가의 고민거리 중 하나인 ‘이민자 급증’ 가능성이 있다는 게 부결의 이유였던 겁니다. 오히려 생소했던 기본소득 국민투표 이후 스위스에서 더 구체적인 논의가 가능해졌다고도 합니다. 그건 그렇고, 코로나19로 생계가 위험한 국민들을 시급히 지원하는 긴급재난지원금이, 코로나19가 있지도 않았던 2016년 스위스의 기본소득 국민투표와 대체 무슨 관계죠?
- TV조선 <신동욱 앵커의 시선/겨울이 온다>(4/7) https://muz.so/aaPp
- 조선비즈 <핫이슈 기본소득/⑤ 스위스 월 300만원 기본소득 거부? 오해와 진실>(2016/9/24) https://muz.so/aaPr
4. 국가부채 40% 마지노선?
4월 7일 발표된 2019년도 회계결산에 따르면, 확장재정 기조와 지방교부금 확대의 영향으로 재정적자가 확대됐습니다. 그러자 코로나19 재정지원책에 ‘총선용 퍼주기’라 비판하던 언론들이 또 기다렸다는 듯 재정적자 공포를 확산시켰습니다. 역사왜곡을 서슴지 않은 보도도 있습니다.
4월 8일 조선일보 사설은 “역대 정부가 수 십년 간 지켜온 40%(GDP대비 국가채무 비율) 마지노선”, 중앙일보 사설은 “현 정부 들어 나랏빛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경고가 있었다”고 했는데요. 그러나 과거 정부들은 ‘GDP대비 국가채무비율 40%’ 마지노선을 안 지킬래야 안 지킬 수가 없었습니다. 애초에 너무 낮았기 때문이죠. 이명박 정부가 임기를 시작한 2008년 26.8%였고 이후 꾸준히 상승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2년엔 30.8%에서 2016년 36%까지 증가해 40%에 육박했습니다. 이미 박근혜 정부에서 40%에 근접한 상태에서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경우 2019년 적자예산을 편성하기 전까지 오히려 국가부채는 0.1% 감소해 2018년 35.9%였습니다. 조선‧중앙일보의 현재의 보도행태는 깃발 쓰러뜨리기 놀이에서 몇 사람이 모래를 잔뜩 덜어내고 난 후 다음 차례에서 깃발이 쓰러질 것 같자, ‘인디언 밥’을 때리기 위해 혈안이 된 어린애 같아 보입니다.
- 조선일보 <사설/작년 정부 적자 사상 최악 기록, 눈사태가 시작됐다>(4/8 https://muz.so/aaPw)
- 중앙일보 <사설/‘일단 쓰고 보자’에 쌓여 가는 나랏빚, 미래는 보고 있나>(4/8 https://muz.so/aa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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