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그 후보자의 말’]미래한국당 조수진 후보, 종편 출연자로서 무슨 말을 했나각 정당의 공천이 확정되면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들의 면면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눈에 띄는 점은 이번에도 꽤나 많은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총선에 출마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에 영입되어 출마하는 종편 출연자들이 두드러집니다. 김병민 경희대 객원교수는 광진갑 미래통합당 후보, 허은아 한국이미지전략연구소장은 미래한국당 비례후보, 이수희 변호사는 강동갑 미래통합당 후보,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센터장은 천안갑 미래통합당 후보로 나섰습니다.
2020총선미디어감시연대는 유권자의 알 권리를 위하여 종편 출연자 출신 총선 후보자들이 방송에 출연해서 어떤 문제발언을 했는지 모아 보고서로 발표합니다. 이번 보고서는 그 첫 편으로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5번 조수진 동아일보 전 논설위원 관련 내용을 묶었습니다. 조수진 후보는 동아일보에서 오랫동안 기자 생활을 했고 채널A의 간판 출연자로서 활약해온 ‘현역 언론인’입니다. 그는 지난 3월 16일 발표된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서 1번에 이름을 올렸으나 미래통합당의 반발로 3월 23일 5번으로 수정되었습니다.
후보자 검증 없는 언론, “대깨문” 발언을 정치적 입지 확보에 이용한 조수진 후보
조수진 후보의 미래한국당 공천 소식이 알려지자 미디어오늘 <미래한국당 비례1번 ‘대깨문’ 발언 조수진 기자>(3/16) 등 미디어전문지들은 조 후보가 과거 방송에서 “대깨문”, “대깨조”라는 표현을 사용해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이하 선방심의위)에서 행정지도를 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대깨문’과 같은 용어는 유권자들을 근거 없이 파벌로 가르는 수준을 넘어섭니다. 특정 정당‧정치인 지지자 모두를 비하하는 뜻이며, 욕설에 가까워 방송에서는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될 표현입니다. 2016년 총선 당시 선방심의위는 ‘친박’(친박근혜), ‘신박’, ‘진박’ 등 표현을 자제해야 한다는 행정지도(의견제시) 의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이 표현은 욕설이 아니었지만, 부적절한 용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러나 미디어전문지를 제외한 여타 언론은 조 후보자의 발언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조수진 후보는 아무런 성찰도 없이 “대깨문” 발언을 SNS에 게시하며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는 데 이용했습니다. 조 후보는 “<막말 언론인 공천>이란 제목의 기사들이 나왔다. 방송에서 ‘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이란 막말을 했으며, 이로 인해 부적절한 공천이란 비판이 나온다는 내용”이라며 자신에 대한 비판을 언급했습니다. 이어 자신이 사용한 용어는 대통령도 사용했고, “나는 방송에서 ‘대◯◯’ 대신 ‘머리’라고 표현했다”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4.15 총선은 상식과 몰상식, 정의와 불의, 건강한 중도-보수와 ‘대깨문’을 구별하는 심판의 장”이라 썼습니다.
조 후보는 자신을 ‘막말 언론인 공천’ 사례로 보는 여론을 총선에서 심판해야 하는 것처럼 주장했으나 조 후보가 대표적인 종편의 ‘막말 출연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대깨문’ 발언은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이미 ‘팩트체크’ 끝난 사안, 허위사실 반복 주장하기도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조수진 후보가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 사실이 아닌 정보를 반복적으로 언급했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채널A <정치데스크>(2019/7/29)에 출연한 조 후보는 당시 자유한국당 소속의 차명진 전 의원, 민경욱 대변인 등이 SNS를 통해 퍼뜨린 ‘퓨마가 탈출했을 때 NSC(국가안전보장회의)가 열렸다’는 허위조작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전달했습니다. 조 후보는 “2018년 9월 19일에 대전 동물원에서 퓨마가 탈출했어요. 이때 국가안전보장회의가 포획 작전 직접 지시했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에 진행자 이용환 씨가 “퓨마 탈출했을 때 NSC는 정식 NSC 회의는 또 아니었다 이런 청와대 발표는 있었습니다”라고 짚자 조 후보는 “정식이든 아니든 간에 NSC 열려서 포획작전까지 직접 지시를 했잖아요”라며 재차 사실이 아닌 내용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당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이 ‘퓨마 때문에 열었던 NSC를 러시아‧중국‧일본 군대가 쳐들어와도 열지 않는 문재인 정부’라고 비방하던 것을 그대로 옮긴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처음 등장한 2018년 9월, 많은 매체들이 전국 재난상황을 총괄하는 국가위기관리센터가 퓨마 탈출을 보고 받았을 뿐 NSC가 열린 것은 아니라고 ‘팩트체크’한 바 있습니다. 이미 9개월 전에 허위조작정보로 밝혀진 내용을 조 후보가 확인도 없이 전달한 것입니다.
‘아니라고 해도 아니라고 한 적이 없다’고 했던 조수진 후보
다른 사례도 있습니다. 조수진 후보는 채널A <정치데스크>(2019/3/20)에 출연해 곽상도 의원이 제기한 문재인 대통령 가족 관련 의혹에 청와대가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며 “일단 사실인지 아닌지 ‘사실이 아니다. 사실관계가 틀리다’ 이런 답변이 없습니다. 그렇죠? 그러면 저것은 맞다 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 딸의) 아들의 학적변동 기록부를 보고 해외 이주라는 것, 이 부분이 들어가 있는 것을 보고 그때 의혹 제기를 했죠. 그리고 여기에 대해서 청와대라든지 여당에서는 사실이 아니다 말 못했습니다”라며 재차 ‘청와대가 대통령 가족 의혹을 부정하지 않았다’고 확언했습니다.
△ 곽상도 의원의 의혹제기를 일방적으로 옹호한 조수진 씨 채널A <정치데스크>(2019/3/20)
애초에 곽상도 의원이 제기한 대통령 가족 관련 의혹들은 근거가 부실하며 개인정보까지 유출하는 등 문제가 많았는데요. 이를 차치하더라도 조 후보가 주장한 ‘청와대가 의혹을 부인하지 않았다’는 내용부터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 가족은 현재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고 있으며, 현 경제상황 관련이나 자녀교육 목적을 위한 해외이주가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 “대통령 가족과 관련해 곽상도 의원이 거론한 갖가지 억측 또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한 바 있습니다.
‘내가 전화해보니 맞다고 하더라’? ‘카더라’가 돋보였던 조수진 출연자
조수진 후보는 동아일보 기자라는 이력을 살려 채널A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 직접 취재한 바를 전달하기도 했는데요. 조 후보는 앞서 언급된 채널A <정치데스크>(2019/3/20)에서 곽상도 의원의 의혹 제기를 옹호하며 그 근거로 “제가 오늘 아침에 박지원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자신이 취재한 내용과 똑같다, 일치한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고 주장했습니다.
박지원 의원이 어떤 ‘취재’를 했길래 똑같다는 것인지 설명도 없이 단지 본인이 ‘들은 이야기’를 의혹의 근거로 동원한 것이죠. 전형적인 ‘카더라’ 보도입니다. 당시 박지원 의원이 대통령 가족 관련 의혹에 있어 취재 또는 제보했다는 내용은 채널A를 포함해 그 어떤 매체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조수진 후보의 개인적인 ‘카더라’는 다른 자유한국당 발 의혹 제기를 정당화하는 데에도 이용됐습니다. 채널A <뉴스TOP10>(2019/5/23)에서 조 후보는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의 기밀유출 논란을 옹호하면서 청와대가 기밀 유출자를 찾아내는 과정을 “제보자 색출”이라 비난했는데요. 이번에도 조 후보가 내세운 근거는 “제가 검사들에게 오늘 전화를, 통화를 해봤어요. 보이스톡 수사, 검사들도 어렵다는 겁니다”라며 개인적인 통화를 근거로 삼았습니다.
채널A <뉴스TOP10>(2019/11/28)에서는 다루는 사안과 거리가 먼 주장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조 후보는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제기하며 송인택 전 울산지검장이 황운하 전 청장의 수사를 비판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여기서 조 후보가 내세운 근거는 “송인택 전 지검장 같은 경우에는 아시다시피 조국 법무부 장관 시절에 계속해서 쓴소리를 했”다는 것과 “이분이 별명이 도시농부예요. 주말이면 텃밭 농사, 지금은 양봉까지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시청자들이 시사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한 기자에게 기대하는 것은 다른 출연자들보다 더 객관적이고 확실한 사실관계, 신문과 달리 화면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명확한 취재과정입니다. 그러나 조수진 기자는 아무도 확인할 수 없는 개인적으로 들은 말, 의혹 관련자의 개인사 등으로 장광설을 펼치며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려 했습니다.
저녁종합뉴스에서도 “이희호 여사 격노했다”며 노골적인 왜곡 보도했던 조수진 후보
조수진 후보는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출연자로 활동하기 전부터 왜곡 보도로 문제가 됐던 기자였습니다. 대표적으로 조 후보는 채널A <단독/“정치인과 식사 않겠다” 격노 왜?>(2015/5/17)에서 이희호 여사가 하지 않은 발언을 사실인 듯 보도했습니다. 당시 조 후보는 “친노계 여성 의원들이 DJ 묘역으로 몰려들었”고 이희호 여사에게 “‘참배와 헌화가 끝나고 점심을 대접하고 싶다’고 제안했”지만 “이 여사는 단호히 거절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심지어는 “이희호 여사는 ‘왜 남편의 묘 앞에서 현역 정치인들이 자꾸만 세리모니를 하려는건지 모르겠다’고 불쾌감을 토로하면서 ‘앞으로 현역 정치인들과의 식사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선언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조수진 후보의 보도는 2일 만에 당사자들에 의해 반박됐습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여성의원들 모임이었던 ‘행복여정’은 조수진 후보의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성명을 보도한 PD저널 <세월호 집회 사진 조작 채널A, 이번엔 야 내분 조장?>(2015/5/19)는 윤철구 김대중평화센터 사무총장이 “보도에 인용된 이희호 여사의 격노와 권노갑 상임고문의 발언 등은 사실무근”, “당시 이 여사는 건강상 이유 때문에 오찬을 함께하지 못한 것일 뿐”이라며 사실관계를 바로잡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내용을 보도한 미디어오늘 <채널A “이희호 여사, 새정치 의원들에 호통” 오보 논란>(2015/5/20)는 당시 현장에 있었던 배재정 의원과 통화를 통해 “원래 이희호 여사와 오찬을 하기로 했는데 여사께서 소화가 잘 안 되는 등 컨디션이 안 좋아 식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의원들도 마침 긴급 의원총회 일정이 잡혀 돌아오게 됐다”는 내용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미디어오늘은 조 후보의 보도에 대해 “이희호 여사가 격노했는지 여부를 떠나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카더라식 보도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널A는 해당 리포트를 ‘단독’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주요 내용은 모두 간접화법으로 전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 후보의 카더라식 취재를 지적한 것입니다.
결국 이 보도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이 접수됐고, 방통심의위는 “기자가 직접 취재하지 않고 ‘전언’을 통해 입수한 내용을 특정 인물들이 불리한 입장임에도 동 인물들에게 사실관계 등에 대해 확인하지 않”았다며 “일방의 입장만을 전달받아 이를 ‘기정사실화’하며 보도한 것은 보도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권고’를 의결했습니다. 조 후보는 시사대담 프로그램 출연 이전부터 카더라식 취재를 반복하며 문제를 일으켜왔던 것입니다.
기자이자 출연자로서의 후보자 발언, 언론이 검증해야 한다
선거에서 후보자의 언행은 유권자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조수진 후보는 오랫동안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해 주요 정치‧사회 이슈에 대해 사실과 다른 ‘카더라’성 발언을 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그가 현직 언론인으로서 총선 출마에 직행한 후보인 만큼, 기자로서의 주장과 발언은 더 엄밀하게 검증해야 합니다. 언론들이 앞으로 선거까지 남은 기간만이라도 후보자의 검증에 충실해주길 바랍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출연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2020총선미디어감시연대가 시민 여러분의 후원을 기다립니다. 올바른 선거 보도 문화를 위한 길에 함께 하세요. 링크를 통해 기부하실 수 있습니다. https://muz.so/aatw
* 부적절한 선거 보도나 방송을 제보해주세요. 2020총선미디어연대가 확인하여 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링크를 통해 제보를 하실 수 있습니다. https://muz.so/aat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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