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코로나19로 국민 분노 커져’ 제목은 적절했을까?
등록 2020.03.05 19:21
조회 871

최근 ‘국민 코로나19 위험인식 조사’ 결과를 전한 기사가 많았습니다. 유명순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 학회장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1,000명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는 1차 조사(1월 31일~2월 4일 조사)에 이어 2차 조사(2월 25일~28일 조사)를 실시해 여론의 추이를 비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도의 가치가 있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에서 어떤 수치에 주목할 것인지는 보는 사람마다 평가가 다를 것입니다. 따라서 언론 보도에서 주로 언급된 결과를 그대로 보여드리겠습니다.

 

 

1차

2차

증감

검역 잘하고 있다

41.1%

49.2%

+8.1%

방역 잘하고 있다

43.8%

57.9%

+14.1%

일상이 정지된 것으로 느낀다

48.0%

59.8%

+11.8%

일상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

10.2%

6%

-4.2%

코로나19 뉴스를 접할 때 떠오르는 감정 ‘불안’

60.2%

48.8%

-11.4%

코로나19 뉴스를 접할 때 떠오르는 감정 ‘공포’

16.7%

11.6%

-5.1%

코로나19 뉴스를 접할 때 떠오르는 감정 ‘충격’

10.9%

12.6%

+1.7%

코로나19 뉴스를 접할 때 떠오르는 감정 ‘분노’

6.8%

21.6%

+14.8%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

12.7%

19.8%

+7.1%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이 낮다

42.7%

29.2%

-13.5%

청와대 신뢰

57.6%

49.5%

-8.1%

언론 신뢰

46.4%

39.9%

-6.5%

질병관리본부 신뢰

74.8%

81.1%

+6.3%

 △ 코로나19 위험인식조사 결과 1차(1월 31일∼2월 4일 조사)와 2차(2월 25~28일 조사) 비교 분석표​

  

대부분의 매체가 ‘일상정지’‧‘분노’에만 초점

이 조사결과를 두고 언론은 무엇에 초점을 맞춰서 보도했을까요? 연합뉴스 <코로나19 한달 “국민 과반 ‘일상 정지했다’…분노 감정 높아져”>(3/4)는 국민 과반이 일상이 정지했다고 느낀다고 했고, 분노 감정이 높아졌다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 제목을 뽑았습니다.

 

연합뉴스1.jpg

△ 연합뉴스 <“국민 과반 ‘일상 정지했다’…분노 감정 높아져>(3/4)

 

다른 언론들도 비슷합니다. 포털사이트 ‘다음’ 기준으로 ‘국민 코로나19 위험인식조사’ 키워드 검색해보면 3월 4일부터 3월 5일 오후 3시 현재까지, ‘일상정지’나 ‘분노’를 제목으로 뽑은 기사가 13건, ‘정부 코로나19 대응 긍정 평가’와 같이 긍정적 측면을 제목에서 조명한 기사는 4건으로 보도량 차이는 큽니다. 서울경제 <코로나19 한달...국민들 ‘분노’ 감정 커졌다>(3/4), MBN <코로나19 한달여...국민 60%가 일상 ‘정지’에 불안․분노 커졌다>(3/4), 헤럴드경제 <코로나19 장기화에 국민 절반이상 "일상 정지했다" 느껴…'불안'보다 '분노' 감정 높아져>(3/4), 뉴시스 <코로나19에 국민 60%가 일상 '정지'…불안·분노 커졌다>(3/4), 한겨레 <코로나19 40여일, ‘불안’ 속 ‘분노’ 커졌다>(3/4), 세계일보 <국민 10명 중 6명 “일상 절반 이상 정지”>(3/4) 등 매체의 종류와 성격을 가리지 않고 ‘일상 정지’와 ‘분노’를 동시에 주목하거나 둘 중 하나를 제목으로  썼습니다.

 

분노커졌다.jpg

△ ‘분노가 커졌다’고 보도한 언론들 ⓒ민주언론시민연합

 

 특이한 것은 뉴시스입니다. 뉴시스는 3월 4일에 해당 여론조사에 대해 2건을 보도했는데요. <국민 57% "문재인 정부, 코로나19 대응 잘하고 있다">(3/4)에서는 국민 불안이 아니라 정부의 검역과 방역 등 통제가 잘 되고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 제목을 뽑았습니다. 해당 기사는 소제목도 <방역·검역 상대적 우수, 외교는 점수는 최저>, <中전역 입국제한, 유학생 입국금지 편익 커>, <질본 신뢰도 81.1%, 청와대는 49.5%에 그쳐>였습니다. 또 다른 뉴시스 기사 <코로나19에 국민 60%가 일상 '정지'…불안·분노 커졌다>(3/4)는 다른 언론과 마찬가지로 불안 분노에 초점을 맞추고, 소제목도 <TK지역 65%가 무력감 호소, 스트레스 높아>, <28%는 "자가격리 됐을때 도와줄 사람 없다">, <코로나19 참사된다 88%, 감염 공포도 커져>로 뽑았습니다. 그나마 뉴시스는 타사에 비해서 국민이 느끼는 불안과 분노를 담는 보도와 별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역당국을 신뢰하는 국민의 지지를 별도의 기사로 담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두 측면을 동시에 기사로 낸 뉴시스 외에도 아이뉴스24 <'코로나19' 한달국민 57%, 문재인 정부 대응 '긍정 평가'>(3/4)에서는 국민의 문 정부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었다고 초점을 맞춰서 보도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 보도, 과연 적절했을까?

이번 여론조사를 통해 코로나19에 대한 국민의 다양한 감정을 한눈에 볼 수 있었습니다. 청와대에 대한 신뢰는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방역 당국과 현장에 대한 신뢰는 높았습니다. 질병관리본부에 대한 신뢰는 81.1%에 이릅니다. 반면, 코로나19 뉴스를 접할 때 떠오르는 감정은 1차 조사 당시 불안(60.2%)→공포(16.7%)→충격(10.9%)→분노(6.8%)였고, 2차 조사에서는 불안(48.8%)→분노(21.6%)→충격(12.6%)→공포(11.6%)→슬픔(3.7%)→혐오(1.7%)가 느껴진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 조사를 전하는 보도의 대부분은 대부분 ‘분노가 크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서 제목을 뽑았습니다. 실제로 분노를 느낀다는 사람이 14.8% 많아졌고, 불안을 느끼는 사람이 11.4%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불안을 느끼는 사람은 48.8%로 분노 21.6%에 비해서 두 배 넘게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분노’에 초점이 맞춰진 제목들이 자칫 시민의 분노만을 더욱 부추기는 효과를 낳게 되지 않을까요?

 

기사의 제목은 독자에게 첫 인상을 주기 때문에 큰 의미를 가집니다. 언론은 보도 내용 중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를 취사선택해 기사 제목에 담는데, 최근에는 제목 위주로 기사를 읽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영향이 더욱 지배적입니다. 기사 제목이 여론의 움직임에 힘을 발휘하기도 하죠. 그렇기에 언론은 제목을 쓸 때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도리어 강조해서 말했어야 하는 것은 대구 시민의 정신건강과 언론에 대한 실망

이 조사에서 기자가 눈여겨봤어야 하는 것은 대구 지역 주민의 심리였을 것입니다. 그나마 기사에서 조금씩 이 내용을 언급하지는 했지만 대구지역 주민들의 여론은 심각했습니다. 연합뉴스의 보도 내용을 그대로 옮겨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번 설문에서는 특히 확진자가 속출한 대구·경북 지역의 스트레스가 다른 지역에 비해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대구·경북 지역 응답자들은 한 달간 '스스로를 무기력하고 아무 힘도 없는 사람이라고 느끼게 한다'(65%, 전체 58.1%), '내가 보기에 아주 정의에 어긋나고 불공정하다'(76.3%, 전체 67.4%), '내 감정에 상처를 주고 상당한 정도의 울분을 느끼게 한다' (71.2%, 전체 60.5%) 등 경험에 대해 전체 평균보다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 유 교수는 "대구 지역사회의 정신심리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 지역에서 이처럼 확진자가 많이 나오면서 얼마나 많은 불안과 불편이 있었을지, 그로 인한 공포와 분노, 혐오 등의 다양한 감정이 얼마나 커졌을지 우리는 충분히 예측 가능합니다. 따라서 이들의 정신심리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주목해야 마땅합니다.

 

청와대보다 낮은 언론의 신뢰도…언론은 ‘못 본 채’

마지막으로 하나 더 지적한다면 언론에 대한 실망을 왜 언론은 말하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이번 조사에서 언론에 대한 신뢰는 39.9%(다소신뢰한다+신뢰한다)로 지난 1차 조사 때 기록한 46.4%보다 6.5% 낮아졌습니다. 사태 초기 ‘중국 혐오’를 유도하고 연일 오보‧편파보도를 하고 있는 언론 신뢰도가 청와대보다(49.5%)도 낮은 신뢰를 기록했습니다.

 

언론에 대한 신뢰가 점점 떨어지는 현상을 언론은 어떻게 다뤘을까요? 3월 4일~5일 네이버 포털에 송고된 기사 중 해당 여론조사가 언급된 기사가 59건이었고, 언론 신뢰도가 39.9%인 사실을 언급한 기사는 10건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기사들은 여론조사 결과를 전하면서 언론 신뢰도 이야기는 빼놓은 것입니다.

 

또한, 해당 여론 조사는 정확하게는 ‘코로나19 뉴스를 접할 때 떠오르는’ 감정을 물은 것입니다. 국민들이 불안과 분노의 감정을 느낀다고 답한 것이 코로나19에 대한 감정인지, 코로나19 뉴스에 대한 감정인지도 뒤섞여 있다고 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언론이 지나치게 분노와 공포를 조장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 2020총선미디어감시연대가 시민 여러분의 후원을 기다립니다. 올바른 선거 보도 문화를 위한 길에 함께 하세요. 링크를 통해 기부하실 수 있습니다. https://bit.ly/2SZHdYn

 

* 부적절한 선거 보도나 방송을 제보해주세요. 2020총선미디어연대가 확인하여 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링크를 통해 제보를 하실 수 있습니다. https://bit.ly/2HY31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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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문의 엄재희 활동가(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