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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모니터위원회]작년 한 해, 신문사가 바로잡은 것들
등록 2020.01.31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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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고서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회원 모임인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의 공동 창작물입니다.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는 매주 월요일 저녁 7시 모임에서 신문보도 및 기타 텍스트 매체들을 모니터하고, 한 달에 1개 정도의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신문비평을 함께하고 싶은 분들은 민언련(02-392-0181)으로 연락주세요.

 

2019년 1월 7일 자 중앙일보의 사설 <누구를, 무엇을 위한 한일 갈등인가>(2019/1/7)는 ‘레이더 공방’에 대한 한국과 일본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습니다. 한국 군함이 화기관제 레이다를 쏘았다는 공방으로 한일 관계가 악화되었는데요. 사설은 “정확한 사실을 밝혀 한국에서 화기관제 레이더를 조사한 게 맞는다면 정식으로 사과하고 재발을 약속하면 끝날 사안이다”라고 썼습니다.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 되는데, ‘재발’을 약속하면 된다고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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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발 방지 약속’을 ‘재발 약속’으로 잘못 쓴 중앙일보 사설(2019/1/7)

이 사설은 사실 작고 황당한 실수입니다. 그러나 언론 보도에는 이처럼 황당한 실수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중대한 내용이 사실과 달라, 특정 개인이나 단체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오보도 많습니다.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는 작년 한 해 신문에서 어떤 오보가 있었는지를 모니터했습니다. 오보는 2019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언론사에서 발행한 정정보도 기사 <바로잡습니다>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정정 보도는 인쇄 매체와 방송 등 미디어에서 편파, 허위, 과장 기사가 보도되었을 경우 그것을 진실로 정정하는 보도입니다.

 

가장 정정보도가 많은 언론사는 조선일보, 가장 많이 한 실수는 단순표기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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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언론사별 정정보도 횟수(※지면 <바로잡습니다>기준) ©민주언론시민연합

가장 정정보도가 많았던 언론사는 조선일보입니다. 작년 한 해 주요 일간지에서 나온 정정보도 건수는 총 69건이었습니다. 그 중 조선일보가 23건으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2위는 중앙일보(14건), 3위는 한겨레 신문(13건), 4위는 한국일보(11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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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언론사들이 가장 많이 정정보도한 유형(※지면 <바로잡습니다>기준)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정보도가 적다고 실수나 허위·왜곡보도가 적은 것은 아닙니다. 언론사들이 자사의 모든 오보를 정정보도 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정보도가 많다고 잘못된 언론사인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언론사의 모든 오보를 다 찾을 수는 없기에 정정보도를 기준으로 조사하였습니다. 조사 결과 로또 번호를 잘못 기재하는 것부터 특정 작가의 성 정체성에 대한 언급까지, 언론사들의 오보 범위는 다양했습니다.

언론사들이 가장 많이 한 실수는 단순 표기 실수였습니다. 전체 69건 중 38건으로 절반 이상이 단순 표기 실수였습니다. 단순 표기 실수는 이름이나 숫자를 잘못 표기하는 등의 실수를 의미합니다. 그다음으로는 사실 확인 미진이 26건으로 2위, 인용 오류가 4건으로 3위를 차지했습니다. 69건의 정정보도 중 6건의 보도가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을 받았습니다. 6건 중 4건은 사실 확인 미진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산 사람이 죽은 사람으로, 8억 6000만 달러는 8600억 달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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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 표기 실수’ 유형 2019년 언론사별 정정보도 횟수(※지면 <바로잡습니다>기준)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사들이 한 실수를 유형별로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단순 표기 실수를 가장 많이 한 언론사는 한국일보입니다. 단순 표기 실수 오보 38건 중 11건은 한국일보의 보도입니다. 2위는 10건의 단순 표기 실수를 한 조선일보, 3위는 9건의 실수를 한 한겨레입니다. 중앙일보는 5건의, 경향신문과 서울경제, 한국경제는 각각 1건의 단순 표기 실수를 했습니다.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에서 분류한 단순 표기 실수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인물이나 직함, 회사명을 잘못 표기한 경우는 이름 표기 실수로 분류하였습니다.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하는데, 재발을 약속한다고 하거나, 같은 단락을 2번 게재하는 등 황당한 실수를 한 경우는 실수로 분류하였습니다. 그 이외 숫자를 잘못 표기한 경우 숫자 오류로, 취재원이 정보를 잘못 전달한 경우는 취재원의 실수로, 날짜를 잘못 표기한 경우는 정보 오류로, 지명을 잘못 표기한 경우에는 지명 표기 오류로 분류했습니다. 맞춤법을 틀리면 맞춤법 표기 오류로 분류했습니다.

 

언론사들이 가장 많이 한 단순 표기 실수는 이름 표기였습니다. 전체 38건의 오류 중 18건을 차지합니다. 한겨레는 <YS의 5.18 바로세우기. 망언으로 허문 한국당>(2019/2/18, 현재 삭제됨)에서 故김영삼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를 ‘고 손명순 여사’로 표기했습니다. 손명순 여사는 살아있습니다. 이 외에도 한국일보 논설위원 칼럼 <지평선/조국의 애국이적’>(2019/7/22)에서 조국 전 민정수석을 정무수석이라고 표기하는 등 여러 가지 실수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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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존해 있는 손명순 여사를 고인으로 표기한 한겨레(2019/2/18)

단순 실수 및 숫자 표기 오류도 많았습니다. 전체 38건의 정정보도 중 9건이 단순 실수, 7건이 숫자 표기 오류입니다. 기사에서 숫자는 주로 취재대상의 규모를 짐작케 하는 데 쓰였습니다. 예를 들어 한겨레 신문은 <프리즘/동맹의 갑질’>(2018/12/31) 기사에서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이 달러 환산 시 8600억 달러라고 표기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분담금은 8억 6000만 달러였습니다.

 

잘못된 사실로 취재대상 비판하는 언론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나온 보도는 사실 확인 오류로 분류하였습니다. 잘못된 사실을 가장 많이 보도한 언론사는 조선일보였습니다. 전체 26건 중 11건이 조선일보의 사실관계 오보입니다. 그 뒤를 중앙일보가 7건으로 2위, 한겨레가 4건으로 3위를 차지했습니다.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보도들은 취재대상과 독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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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확인 오류’유형 2019년 언론사별 정정보도 횟수(※지면 <바로잡습니다>기준) ©민주언론시민연합

 

특히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이 종종 취재대상을 비판하는 데 쓰이기도 해 문제입니다. 조선일보는 <공공기관 성과급 반납시켜 모은 돈 505억, 사회적협동조합에 6억, 한겨레 신문에 2억>(2019/10/14) 기사에서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한겨레 신문 장학사업'에 2억 3000만 원을 썼다고 보도했습니다.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친정권 단체들에 기형적 지원을 하는 데 쓰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공공상생연대기금의 해명자료 <보도자료/2019.10.14.()<조선일보> 기사 관련 설명>(10/14)와 한겨레 보도 <장학사업 없는데 장학사업에 2한겨레, 조선일보에 정정보도 요청>(10/15)에서 확인된 사실에 따르면, 2억은 공공기관 비정규직 및 저임금 노동자와 그 자녀들의 장학사업을 위해 쓰인 돈이었습니다. 그리고 2200만 원 정도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공공상생연대기금이 공동주최한 토론회 비용으로 쓰인 돈이었습니다.

 

정확한 확인 없이 이용하는 통신사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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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에 잘못 보도된 뉴욕 헬기 불시착 사진(2019/6/12)

사진과 관련된 오보도 있었습니다. 조선일보는 <9.11 악몽에 떤 뉴욕 시민들맨해튼 51층 건물 옥상에 헬기 불시착>(2019/6/12) 사진 보도에서 뉴욕 맨해튼 악사(AXA)빌딩 옥상에 불시착한 헬기라며 파손된 헬기가 있는 사진을 사용했지만, 사진의 파손된 헬기는 1977년 5월 16일 뉴욕 맨해튼 팬암 빌딩 옥상에 불시착한 헬기였습니다. 조선일보는 정정보도문에서 “AP 통신에서 해당 사고와 관련해 11일에 참고용으로 전송한 자료사진”이었다며 “신문 제작 과정에서 자료사진임을 확인하지 않고 전날 발생한 사고 사진으로 오인해 42년 전 사고 사진을 잘못 게재했다”며 사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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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사진 전제 과정에서 사진 설명 오보 낸 조선일보(2019/6/1)

통신사 사진을 정확히 확인하지 않아 일어난 사고는 또 있습니다. 조선일보의 2019년 6월 1일 자 사진보도입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일어났던 유람선 사고를 사진으로 보도하면서, 조선일보는 ‘피해자 가족이 피해자의 조카가 써 보낸 편지를 들고 있다’라고 사진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사진 속 손은 연합뉴스 기자의 손이었습니다. 통신사의 사진을 명확한 팩트체크 없이 보도하는 것을 넘어 사건에 대한 언론사의 상상력까지 덧붙인 것입니다.

 

때로는 말을, 때로는 사람을 왜곡하는 인용보도

인용 오류는 총 4건이었습니다. 그중 2건은 조선일보, 나머지 2건은 중앙일보의 보도입니다. 인용 오류는 주로 인용자의 말을 왜곡하는 형태로 일어났습니다.

대표적으로 조선일보의 2019년 4월 19일 자 <경실련 토론회 '민주당, 중남미형 좌파 정당'>(현재 삭제됨)기사가 그 예입니다. 해당 기사는 박상인 경실련 재벌개혁본부장이 여당을 가리켜 ‘중남미형 좌파 정당’이라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박상인 본부장은 ”한국이 근본적인 개혁을 못할 경우, 좌파는 재정을 풀어서, 우파는 규제를 풀어서 번갈아 집권하고 주기적으로 경제 위기를 맞는 중남미형 국가가 될 수 있다”라며 “이대로 가면 더불어민주당은 중남미형 좌파정당, 자유한국당은 중남미형 우파 정당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한국 정치 구도가 중남미형 정치 구도가 될 수 있다는 말을 왜곡하여 여당을 ‘중남미형 좌파 정당’으로 낙인찍는 보도를 한 것입니다.

인용자의 말뿐만 아니라 인용자를 왜곡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중앙일보는 <문장으로 읽는 책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2019/8/8)기사에서 박상영 작가를 커밍아웃한 게이 작가라고 보도했습니다. 자신이 ‘성 소수자’라고 공식 발표를 한 적이 없는 작가를 ‘게이 작가’라 보도한 것입니다. 이에 박상영 작가는 자신의 SNS를 통해 “퀴어 소설을 쓴다는 이유로 자신의 성 정체성과 관련해 불편한 시선을 받고 있다”라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오보는 개인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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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적 지향을 밝힌 적이 없는 작가를 ‘커밍아웃한 게이 작가’로 소개한 중앙일보(2019/8/8)

사실 확인 오류부터 사람을 왜곡하는 보도까지, 오보는 언론사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트립니다. 팩트체크가 미흡한 언론사 보도 구조의 방증이기도 합니다. 언론사의 실수는 독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취재원과 독자에게 피해를 줍니다. 특히 뉴스의 소비속도가 빨라지고 기사의 지속성이 짧은 지금의 언론 환경에서는 잘못 나간 기사를 바로잡기 힘들어 더더욱 작은 오류도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에는 언론사들이 철저한 검증을 바탕으로 실수를 줄이기 바랍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1/1~2019/12/31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한겨레, 서울경제, 한국경제 지면에 보도된 <바로잡습니다>기사와 원본 기사들

<끝>

문의 공시형 활동가(02-392-0181) 정리 위지혜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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