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한겨레가 포착한 실제 ‘20대’의 모습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019년 12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 신문 부문 공동수상자로 한겨레 기획보도 <대한민국 청년이 100명이라면>을 선정했다.
2019년 12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 신문 부문 심사 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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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 |
한겨레 기획 <대한민국 청년이 100명이라면> 매체: 한겨레, 취재: 24시팀 강재구·정환봉 기자, 산업팀 김윤주 기자, 전국2팀 서혜미 기자, 사진뉴스팀 김혜윤 기자 보도일자: 12/2~12/14 |
선정위원 |
공시형(민언련 활동가),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민동기(고발뉴스 미디어전문기자), 박영흠(협성대학교 초빙교수), 박진솔(민언련 활동가), 엄재희(민언련 활동가), 이광호(전태일기념사업회 이사), 임동준(민언련 활동가), 조선희(민언련 활동가) |
심사 대상 |
12월 1일부터 31일까지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서울신문, 한국일보 지면에 게재된 보도, 그리고 자천, 타천한 신문보도(지면보도에 한함) |
선정 사유 한겨레는 12월 2일부터 14일까지 4회 11건의 기사를 통해 청년 100명을 심층취재 및 설문하여 청년들이 실제로 어떤 정체성과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해 보려 노력했다. 일명 ‘이대남’의 민주당 지지도 하락을 일부 언론들이 크게 다루면서 본격적으로 확대·재생산된 청년 담론은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사건을 거치면서 특히 매우 중대한 문제로 취급되었지만, 언론들은 청년이 어떻다 규정만 할 뿐 제대로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지 않았다. 세대문제를 다룬 기사들의 흐름은 그간 청년들의 실제 생활상과 어려움보다는 ‘이들이 어느 성향이고 어느 정당을 지지하고 어느 정당을 싫어하는가’에 집중되어 있었다. 물론, 그 동안 이런 보도 흐름에서 벗어나 청년들의 다양한 정체성을 다룬 기획기사들이 없지는 않았다. 한겨레의 이번 기획은 청년들을 다룬 범위와 문제의식 측면에서 기존 기사들보다 완성도가 뛰어났다. 한겨레는 표본조사 방법을 참고해 100명의 취재원들을 통계상 실제 청년 인구 분포에 맞도록 선택하고, 100문항 이상의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그 동안 언론들이 규정해 온 청년과는 다른 청년들의 상을 잘 포착해냈다. 이 기사가 나온 과정도 주목할 만하다. 언론사에 막 입사한 수습기자들은 보통 경찰서에 가서 정기보고를 하는 등 교육보다는 갑질에 가까운 연수과정을 겪는데, 한겨레는 수습기자에게 직접 기획보도를 맡겨 좋은 결과를 냄으로써 언론사들의 기자 교육 시스템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에 민언련은 한겨레 <대한민국 청년이 100명이라면>을 12월 이달의 좋은 신문 보도로 선정했다. |
지금까지 20대의 여론 향방이 이렇게 사회에서 중요하게 다뤄진 적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일명 ‘이대남’의 민주당 지지도 하락을 일부 언론들이 크게 다루면서 본격적으로 확대·재생산된 청년 담론은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사건을 거치면서 매우 중대한 문제로 취급되었지만, 언론들은 청년이 어떻다 규정만 할 뿐 실제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취재하는 데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그리고 논의의 결론도 결국 ‘20대가 어떤 정치성향이고 어느 정당을 지지하고 어느 정당을 싫어하는가’에 집중되어 있었다. 물론, 이런 보도 흐름에서 벗어나 청년들의 다양한 정체성을 다룬 기획기사들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겨레 수습기자들이 직접 기획 단계부터 참여한 이번 기획보도는 기사에서 다룬 청년의 범위와 문제의식의 깊이 측면에서 다른 보도들보다 뛰어났다.
“‘청년 세대’, 이미 어디에도 없을 수도”
△ 한겨레가 인터뷰한 청년 100명의 현재
한겨레는 12월 2일 보도를 시작하며 “한국의 청년은 ‘인서울 4년제 대학생’을 말한다.(중략) 한국의 입시란 이 대학들이 어떤 전형으로 신입생을 뽑느냐다. 이들의 도서관 대출 순위는 20대의 독서 트렌드가 된다.”며, “한국에서 깎고 다듬어진 ‘청년’이라는 상징은 누군가를 과잉대표하거나 과소대표하는 낱말일 뿐이다”라고 기사의 문제의식을 설명하며 운을 뗐다. 한겨레는 여론조사 방법론을 차용하여 통계 자료를 활용해 만 19세~23세 인구의 진학한 대학교의 유형, 바로 취업한 비율, 지역과 성비를 맞춰 100명의 취재원을 선정한 뒤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결과, 그 동안 언론이 그려왔던 청년과 다른 상이 드러났다. 첫 번째 연재 기사 <‘인서울 ·4년제’ 이름표 좇아 꿈을 ‘세탁’하는 현실이지만…‘헬조선·N포세대’라고 절망 않고 “현재보다 더 나은 미래 기대”>(2019/12/2)에서는 녹록지 않은 청년들의 삶이 드러났지만, 100명 중 69명이 미래에 대해 꽤 낙관적인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흔히 ‘N포 세대’라고 하면 모든 것에 절망하고 미래를 꿈꾸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단순히 어떤 현실에 불만을 갖는 것과 미래에 대해 기대를 가지는 것은 달랐던 것이다. 100명 중 79명이 조국 장관 사태에 대해 불공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100명 중 60명이 분노하지 않았다고 대답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주류 언론들이 ‘586세대 책임론’을 매일 내세웠지만, 20대 초반 청년 100명 중 79명은 386이라는 용어 자체를 모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에서 인터뷰 한 김지경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은 “지금의 청년세대는 너무나 다분화돼 있기 때문에 세대 내 경향성을 찾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에 대해 “100명이 내놓은 각양각색의 답변에서 실제로 유의미한 경향을 솎아내긴 어려웠다”며, “어쩌면 그동안의 청년 담론이 설명하고 그려왔던 청년은 이미 어디에도 없을지 모른다”고 결론을 내렸다.
‘세대’보다 ‘사회 구조’속에 놓인 청년들
청년세대의 정체성이 다분화되어 있다는 것을 밝힌 한겨레가 향한 곳은 지역의 제조업 도시의 청년과 대학교에 진학하지 않은 청년들이었다. 두 번째 연재 <아빠를 밀어낸 공장, 그곳에서 ‘하청’ ‘알바’ 뛰는 스무살들>(2019/12/6)에서는 중공업도시 청년 22명의 인터뷰, 설문조사를 종합해 지역 제조업 도시의 청년들의 상을 그렸다. 여기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로 인한 청년 세대 내 계층 분화가 눈에 띄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란 고임금·안정적인 정규직과 저임금·불안정한 하청·비정규직으로 노동시장이 양극화되고 두 계층 사이에 이동이 잘 일어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지역 제조업 도시들은 제조업의 위기로 불황에 빠졌으나, 한겨레에서 취재한 청년들의 불황에 대한 인식은 ‘남성 생계 부양자’ 모델에서 남성이 대기업·정규직인지 하청·비정규직인지에 따라서도 차이가 났다. 부모가 비정규직이고 자신도 하청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청년의 경우 불황을 크게 느꼈지만, 부모가 정규직이고 자신이 대학생인 청년의 경우 지역 경기에 대해 “지난 몇십년처럼 크게 성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떨어지지는 않고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불황 속 중공업도시는 울타리 안 일부만 남기고 청년들을 울타리 밖 하청이나 도시 외부로 밀어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학생만 청년이란 듯…만나는 사람마다 “어느 학교 다녀요?”>(2019/12/6)에서는 대학교에 진학하지 않은 청년 17명을 취재해 ‘학벌 사회’, ‘학력 사회’에 따른 차별을 물었다. 이들은 “대학을 나와서 잘할 수 있는 일도 있겠지만, 대학을 나온다고 모든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직장에서는 일을 잘하거나 열심히 하는 사람이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기사에서 드러난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임금 차별은 기본이고, 20대 청년에 대한 인식이 ‘대학생’으로 고정되어 있다 보니 모든 사람들이 20대 청년을 보면 ‘어느 학교 다녀요?’, ‘뭐 전공하셨어요?’라고 묻는다. 한겨레가 설문한 100명 중 75명은 “한국 사회에서 학력은 중요하다”고 답했다.
50대는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586 프레임’은 먹히지 않는다
12월 9일 세 번째 연재에서 한겨레는 일부 언론들이 청년 담론을 띄웠던 가장 큰 계기가 된 ‘젠더 갈등’과 ‘조국 사태’에 대한 청년들의 생각을 모았다. <“호황 누린 50대, 우리에겐 열정 부족 탓할 때 답답”>(2019/12/9)에서는 청년들의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이 ‘586의 위선’ 따위의 정치공학적 요인보다는 속칭 ‘꼰대 문화’라는 사회문화적 요인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기사에 따르면, 청년 100명 중 79명은 ‘조국 자녀 입시는 불공정하다’고 했지만 100명 중 60명은 ‘조국 사태에 분노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한국 사회에 다양한 문제의 책임이 어느 세대에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100명 중 31명이 50대를 꼽아 가장 많았지만, 100명 중 79명이 50대를 상징하는 386이라는 말 자체를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에서 인터뷰한 이들은 50대에 대해 “뭔가 사회에 대한 인식을 잘못하는 것 아닌가”, “50대는 이야기가 안 통해 깊은 이야기를 안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대부분의 청년은 ‘조국 사태’이후 여러 언론이 호출한 386세대 집단의 ‘정치적 위선’보다 호황을 독저했던 50대라는 좀 더 포괄적인 범위의 세대를 지목한 뒤 이들이 불황을 버티는 20대를 현실감 없이 타이르는 것에 분노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진단한다. 주류 언론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586 위선 프레임’을 키워 왔는데 386이라는 단어조차 들어본 적 없는 20대의 모습에서는 젊은 대중에게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초라한 한국 언론의 일면도 볼 수 있었다.
젠더 갈등을 다룬 <“결혼하고 애 낳으면 여성만 죽을 때까지 노예생활”>(2019/12/9)에서는 젠더 이슈를 대하는 청년들의 자세를 다뤘다. 특기할 점은 학력과 학벌이 높을수록 페미니즘에 대한 수용도가 높다는 대목이다. 기사에 따르면 ‘나는 한국 여성들의 분노에 공감한다’는 말에 공감한다고 대답한 사람들을 학벌로 나누어 보니,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에서는 16명 중 14명이 공감했고 전문대 재학생은 28명중 14명, 대학 미진학 취업자 10명 중에서는 2명만이 공감한다고 대답했다. 한겨레에서 인터뷰한 전문대 재학중인 여성 대학생은 “남자는 전공을 살려 어디든 나가는데, 여자라서 나갈 수 있는 범위가 좁아 걱정”이라면서도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관심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청년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정치
한겨레는 4번째 연재에서 청년들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짚었다. <“성공이 중요” 단 1명…“하고싶은 일 하는 미래” 꿈꾼다>(2019/12/12)에서는 청년들에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복수응답으로 물었더니 35명이 건강, 34명이 경제적 안정, 15명이 가정을 뽑았다는 결과를 전했다. 자아실현이나 성공, 성장은 오직 1명만이 골랐을 뿐이었다. 한겨레는 청년들의 인터뷰 결과를 종합해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내 몸 하나 건사할 수 있는 삶’이라고 진단했다. 한겨레는 “이들은 그저 스스로 열광하는 일을 하는 것, 그리고 그 열광을 꺼뜨리지 않아도 될 경제적 안정을 성공과 성취로 여기고 있었다”며, “이런 정도의 삶을 꿈꾸는 청년들조차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는 사회를 과연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저들을 각자도생과 자력구제의 구렁텅이에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닐까”라고 평하며 기획보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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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공시형 활동가(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