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국회 용역 보고서 문제 환기시키고 출입처 폐지 이후 선례 보여준 KBS
등록 2020.01.3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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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019년 12월 ‘이달의 좋은 보도상’ 방송 부문에 KBS <뉴스9> 정치부의 <국회감시 프로젝트K/세금과 보고서 편>을 선정했다.

 

2019년 12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 방송 부문 심사 개요

수상작

KBS <국회감시 프로젝트K/세금과 보고서 편>

매체: KBS <뉴스9>, 취재: 이진성‧노윤정‧정성호‧하누리 기자, 김상민‧민창호 촬영기자, 보도일자: 12/10~12

선정위원

공시형(민언련 활동가),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민동기(고발뉴스 미디어전문기자), 박영흠(협성대학교 초빙교수), 박진솔(민언련 활동가), 엄재희(민언련 활동가), 이광호(전태일기념사업회 이사), 임동준(민언련 활동가), 조선희(민언련 활동가)

심사 대상

12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KBS<뉴스9>, MBC<뉴스데스크>, SBS<8뉴스>, JTBC<뉴스룸>, TV조선<뉴스9>(주말<뉴스7>), 채널A<뉴스A>, MBN<종합뉴스>에서 보도한 뉴스

선정사유

KBS 정치부는 12월 10일부터 사흘간 <국회감시 프로젝트K> 세금과 보고서 편을 보도해 국회의 연구용역보고서를 분석했다. KBS는 올해 작성된 보고서 중 취득한 60건을 분석해 10건에서 문제를 발견한 뒤 해당 의원실 취재에 나섰다. 보도에 등장한 보고서들은 모두 꼼수와 편법을 이용해 만들어진 것들이었다. KBS의 집요한 문제 제기 덕에 각 의원실에선 용역비 반납을 약속했고, 총 2천여만 원의 세금을 회수하기까지 했다.

이 문제 제기의 결론이 ‘사회 투명성’으로 귀결된다는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국회의 문제를 지적하고 나면 정치 혐오 또는 정치 무력감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그러나 KBS는 ‘더 이상의 환수는 불가능하다’고 밝히면서 이 근거로 연구용역보고서가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즉, 국회 감시 기능을 높이려면 국회에서 쓰이는 예산과 만들어진 결과물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정확히 말한 셈이다.

또한 이 보도는 출입처의 제한적 폐지를 선언한 KBS가 기획취재용 팀을 구성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출입처 폐지 이후의 모범 사례로도 볼 수 있다. 사회가 변할 때까지 감시하고 보도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다가오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20대 국회를 돌아보고 21대 국회는 어떤 국회가 되어야 할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KBS <국회감시 프로젝트K>와 같은 보도가 쏟아지길 기대한다. 이에 민언련은 KBS의 <국회감시 프로젝트K/세금과 보고서 편>을 2019년 12월 ‘이달의 좋은 보도상’ 방송 보도 부문에 선정했다.

 

국회 사무처는 ‘입법 및 정책개발비’ 명목으로 국회의원들에게 예산을 지원한다. 좋은 법안 만들고 좋은 정책 개발하는 데 쓰라는 의미이다. 각 의원실은 이 돈으로 ‘정책연구용역보고서’와 ‘정책자료집’을 만드는데, 이상하게도 이 두 자료의 원문은 공개되지 않는다. 연구용역보고서의 경우 보고서를 만든 의원실, 제목, 작성자, 비용만 공개한다. 이렇게 깜깜이로 세금이 쓰이다 보니, 그동안 문제 제기도 숱하게 있어왔다. 논문이나 다른 보고서를 표절하거나, 알음알음 지인에게 용역을 주거나, 용역을 맡긴 뒤 뒤로 일부 금액을 챙기는 등의 문제가 늘 있었던 것이다.

 

KBS는 지난해 12월, 다시 한 번 이 ‘정책연구용역보고서’를 추적했다. 20대 국회를 돌아보고 다가오는 총선에 유권자들이 생각해볼 지점을 만들었다는 데서 의미 있는 보도였다. 게다가 이 보도는 KBS가 출입처의 제한적 폐지를 선언한 이후, 정치부 내에서 따로 팀을 구성해 만든 좋은 결과물이란 점에서 모범이 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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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적 문제 ‘국회의원 세금 낭비’…KBS의 집요한 문제 제기

국회의 연구용역보고서 문제는 고질적인 밑 빠진 독이다. KBS는 첫 보도 <‘의원 보고서’ 추적해 보니…>(12/10 하누리 기자)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실의 사례를 주로 다루며 고질적인 문제의 내용을 세세히 짚었다. 작년 이석현 의원실이 낸 보고서 중엔 난연 침대 매트리스와 관련된 것이 있었다. 이석현 의원은 소방과 관련된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이 아니다. KBS가 이를 이상히 여겨 정보공개청구, 이후 취재를 통해 이 보고서가 이석현 의원실 보좌관과 선후배 사이인 홍보대행사 임원의 회사에 의해 쓰인 것으로 확인됐다. 즉, ‘기업 홍보대행사’가 난연 침대 매트리스 보고서를 쓴 것이다. 심지어 이 회사는 침대 매트리스 회사인 시몬스의 홍보를 맡고 있었다. 시몬스 측에서 나온 보도자료를 가지고 이석현 의원실 연구용역 보고서로 제출한 것이다. KBS의 취재가 이어지자 이석현 의원실에서는 용역비 300만 원을 국회 사무처에 반납하겠다고 알려왔다.

 

이 사례 하나로 국회 연구용역보고서의 허점을 샅샅이 알 수 있다. △용역 발주가 의원실의 재량에 모두 맡겨져 있고 △확인이나 감시 장치가 없으며 △언론에서 이를 감시하려 해도 자세한 내용이 공개되지 않으니 KBS처럼 발품을 팔지 않는 이상 사실을 알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이석현 의원실의 사례처럼 지인에게 용역을 맡겨도, 수행하는 사람이 다른 자료를 표절해도 아무도 모른 채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여기엔 국민의 세금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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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용역보고서 관련 문제를 집요하게 추적한 KBS(12/10~12)

 

두 번째 리포트 <‘국회 보고서’ 표절 검사해 보니…>(12/11 노윤정 기자), 세 번째 리포트 <보고서 의뢰받은 곳 찾아가 보니…>(12/12 정성호 기자)에선 비슷한 사례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자유한국당 윤영석‧김종석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규희‧김철민‧안규백 의원 등이 부적절하게 연구 용역을 집행한 사례로 나왔다. 전 보좌관, 지역구 당원, 지역구 사무실 직원 등 다양한 인맥이 사용되었고, 대부분 다른 자료나 자신이 썼던 논문 등을 표절해 보고서로 제출했다. 해당 국회의원들은 ‘잘 몰랐다’, ‘관례라 생각을 못 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KBS가 취재를 이어가자 각 의원실에서는 반납을 약속했고, 사흘 동안 세금 2,430만 원이 되돌아왔다.

 

이 보고서는 공개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KBS는 작년 한 해 작성된 보고서 중 자체적으로 60건을 취득, 이 중 10건에서 문제를 발견한 뒤 해당 의원실을 취재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즉, 보도하기까지 보고서를 모으고, 읽고 문제를 발견한 뒤, 의원실과 접촉하는 등 일련의 과정이 있었던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보고서를 작성한 용역 업체와 의원실 사이의 관계도 밝혀내야 하고, 부당한 용역비가 집행된 경우 환수하라고 압박도 해야 한다. 이 모든 일이 제대로 진행된 만큼 KBS의 보도가 가지는 가치는 크다.

 

KBS가 내린 결론은 ‘정치 혐오’ 아닌 ‘사회 투명성 재고’

이 문제 제기의 결론이 ‘사회 투명성’으로 귀결된다는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기획의 마지막 리포트 <보고서 내용 투명하게 공개해야>(12/12 이진성 기자)에서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정치부의 이진성 팀장이 직접 나와 왜 이번 취재를 진행했고 어떻게 진행했는지, 지금 국회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자세히 설명했다.

 

이진성 기자는 처음부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더 이상 환수, 어렵습니다”라고 밝혔다. 그 이유로 “20대 국회에서 만들어진 연구용역보고서, 800건이 넘는데요. 국회는 이 보고서를 만든 의원실, 제목, 작성자, 비용만 공개합니다. 보고서 본문은 공개하지 않습니다”라면서 “당연히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에 KBS가 몇 건의 보고서를 확인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동안 언론이 이 문제를 보도하고, 시민단체가 자료를 공개하라고 소송을 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최근 국회가 일부 보고서의 본문을 공개했던 것이다.

 

이진성 기자는 이 문제가 “일종의 고질병”이라며 “유일한 치료법은 공개뿐”이란 대안을 제시했다. 올해뿐만 아니라 그 이전 해에 만들어진, 20대뿐만 아니라 그 이전 국회에서 만들어진 보고서를 모두 공개해야 비로소 ‘용역보고서’라는 전체 문제를 짚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회 내의 문제는 지금껏 숱하게 지적돼 왔기 때문에, 같은 문제를 언론에서 지적하고 나면 시민들의 정치 혐오나 정치 무력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그러나 KBS는 ‘더 이상의 환수는 불가능하다’고 밝히면서 이 근거로 연구용역보고서가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정확히 지적했다. 정치를 혐오하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투명성을 함께 높이자는 선언처럼 들리기도 한다.

 

마지막엔 “투명한 공개로 환수금 제로가 되는 21대 국회, 기대해봅니다”라고 덧붙였다. 다가오는 총선, 21대 국회는 어떤 국회가 되어야 할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지점이다.

 

 

출입처 폐지 선언 이후, 기획취재용 팀을 구성해 만든 결과

이 기획은 ‘정치부’에서 만들었지만 국회 내 정당 출입 기자가 쓴 것은 아니다. 정치부에서 국회를 담당하며 각 정당에 출입, 당 대표나 원내대표의 말을 받아쓰는 역할에서 빠져나와 이슈를 중심으로 취재하는 기자들이 만든 기획이다. KBS가 출입처의 제한적 폐지를 선언한 이후인 11월, 기획취재용 팀이 만들어졌고 이 팀에서 내놓은 보도가 <국회감시 프로젝트K>이다. KBS의 이 프로젝트는 지금까지도 계속 보도되고 있다.

 

출입처 폐지에 대한 기자 사회의 반발은 만만치 않다. 출입처를 폐지했을 때 정보 접근성이 낮아지는 문제 등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많다. 그러나 KBS의 이번 보도는 출입처 폐지 이후, 어떤 식으로 팀을 꾸리고 보도를 이어나가야 하는지의 모범 사례가 될 만하다. 만약 이들이 계속 정당에 출입했었다면 이와 같은 기사가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비슷한 문제에 대해 선행 보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꾸준히 지적돼 온 사항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회가 변할 때까지 감시하고 보도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국회의 연구용역보고서 문제가 하나도 고쳐지지 않았다면, KBS처럼 ‘처음’이 아니란 이유로 두려워하지 말고 뛰어들어야 한다. 총선이 다가오는 만큼 유권자들의 선택을 돕는 보도가 쏟아지길 바라며 민언련은 KBS의 <국회감시 프로젝트K/세금과 보고서 편>을 2019년 12월 ‘이달의 좋은 보도상’ 방송 보도 부문에 선정했다.

 

 

<끝>

문의 조선희 활동가(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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