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텔레그램 성착취 대화방 실태 알린 한겨레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019년 11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 신문 부문 공동수상자로 한겨레 기획보도 <텔레그램에 퍼지는 성착취>를 선정했다.
2019년 11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 신문 부문 심사 개요 |
|
수상작 |
한겨레 기획 <텔레그램에 퍼지는 성착취> 매체: 한겨레, 취재: 특별취재팀 보도일자: 11/25~11/28 |
선정위원 |
공시형(민언련 활동가),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민동기(고발뉴스 미디어전문기자), 박영흠(협성대학교 초빙교수), 박진솔(민언련 활동가), 엄재희(민언련 활동가), 이광호(전태일기념사업회 이사), 임동준(민언련 활동가), 조선희(민언련 활동가) |
심사 대상 |
11월 1일부터 30일까지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서울신문, 한국일보 지면에 게재된 보도, 그리고 자천, 타천한 신문보도(지면보도에 한함) |
선정 사유 한겨레는 11월 25일부터 4회에 걸친 보도를 통해 ‘N번방’등 텔레그램 성착취방들이 어떻게 퍼지게 되었는지, 범행 방법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 사건이 보도되자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가해자들의 뻔뻔함 등 충격적인 실태를 낱낱이 드러냈다. 한겨레의 보도는 10월 중순에 있었던 ‘다크웹 아동성착취물 검거사건’과 연관이 있다. 10월 중순, 32개국 수사기관이 공조수사를 벌여 익명성이 크게 보장되는 일명 ‘다크 웹’에서 아동성착취물 유포·소지자 300명을 검거했는데, 절반을 훨씬 넘는 223명이 한국인이었다는 뉴스가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이 때 검거된 사이트 운영자는 4억이 넘는 돈을 챙겼음에도 고작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아 큰 문제가 되었다. 이와 관련해, 한겨레는 11일 <청소년 ‘텔레그램 비밀방’에 불법 성착취 영상 활개>라는 기사를 냈다. 한겨레의 이번 기획보도는 위 기사에 대한 심층·후속 보도다. 이전부터 텔레그램에 성착취를 목적으로 한 비밀대화방이 퍼져나가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렸지만, 언론에서 본격적으로 이 문제를 조명하기 시작한 계기는 한겨레의 보도였다. 그러나, 이 사건을 보도한 기자들은 인권유린을 자행한 비밀 대화방 관련자들로부터 ‘기레기’라는 모욕을 듣거나 신상 털기 등 신변 위협을 받고 있다. 이에 민언련 심사위원들은 이번 한겨레 보도를 반드시 사람들이 많이 접하고 경각심을 가져야 할 보도라고 보고, 민언련 11월 이달의 좋은 신문 보도로 선정했다. |
2019년 10월 초 일명 ‘다크웹 아동 성착취물 유포자 검거사건’이 이슈가 되었었다. 다크웹은 다중우회접속 등의 방법을 통해 IP 주소를 추적할 수 없도록 만들어진 인터넷 공간을 말한다. 명분은 인터넷 검열이나 인권 탄압이 심한 국가로부터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만, 실상은 아동 성착취물 유포와 마약·무기거래 등 범죄의 온상이 되었다. 한국, 영국, 미국 등 32개국이 다크웹에 개설된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를 공조 수사하여 사이트 이용자 300명을 검거했는데, 그 중 75%인 223명이 한국인이었고 사이트 운영자도 한국인이었다. 그러나 사이트 운영자는 징역 1년 6개월의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데 그쳐 공분을 샀다.
한겨레의 이번 기획보도 <텔레그램에 퍼지는 성착취>는 위 사건에서 이어지는 후속 보도로, 시의적절하게 불법 성착취 영상 근절에 대한 공론화와 사회적 관심을 확대하려 시도한 좋은 보도였다.
한겨레 기획보도가 나오기까지
한겨레는 재판 결과가 언론에 보도된 11월 초부터 텔레그램 등의 채팅 앱에서 퍼지고 있는 성착취물에 대한 보도를 꾸준히 내놓았다. 한겨레 <10대 성착취 동영상 ‘채팅앱’서 버젓이 거래>(2019/11/1)에서는 지난 3월부터 랜덤채팅 어플리케이션에 유포되는 10대 성착취 영상을 추적해 온 ‘십대여성인권센터’를 취재해 심각성을 알렸다. 11월 중순에는 <청소년 ‘텔레그램 비밀방’에 불법 성착취 영상 활개>(2019/11/11), <텔레그램 비밀방, 마약까지 손댔다>(2019/11/12), <‘텔레그램 비밀방’ 개설 고교생 입건 조사>(2019/11/13) 등의 기사가 나와 본격적으로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이 문제의 온상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한겨레의 이번 기획보도는 이 기사들의 후속·심층 취재 기사이다.
이미 ‘준 기업화’ 되어 있던 텔레그램 성착취
한겨레는 11월 25일, 26일 2회에 걸쳐 일명 ‘박사 방’의 범죄 수법과 피해 상황을 보도했다. 1회 <텔레그램에 퍼지는 성착취 영상…“알바 모집” 속아 ‘노예’가 되었다>(2019/11/25), <“나체 사진 보내라” 협박끝 받아내…수천명이 키득대며 관전>(2019/11/25), <능욕 댓글에 집 주변 인증샷…피해여성 ‘공포의 나날’>(2019/11/25)에 따르면, ‘박사’라는 아이디를 쓰는 텔레그램 비밀방 운영자는 고액 알바가 있다며 생활고에 시달리는 여성들을 유인해 주민등록번호 등의 개인정보를 받아낸 뒤 SNS계정 등의 신상정보를 낱낱이 확보했다. 그리고 전형적인 사기 수법으로 ‘이것만 하면 돈을 보내주겠다’는 식으로 긴박감을 조성해 여성들에게 나체 사진을 보내게 했다. 그런 후 점점 심한 요구를 하면서 여성이 거부하려 하면 알아낸 여성의 지인과 가족들의 연락처로 나체 사진을 보내겠다고 협박했다. 그 사이 ‘박사’가 운영하는 비밀 대화방에 들어온 관전자들은 ‘박사’가 여성을 ‘지배’하는 광경을 구경하며 키득대거나 성폭력 발언들을 쏟아냈다. 이 비밀방의 ‘입장료’는 수십만원에서 100만원에 달했으며, 모두 암호화폐로 거래되었다.
2회 <성착취물 유포계정 ‘박사’, 비트코인 결제시스템 구축해 수금>(2019/11/26), <‘부하’ 두고 성착취방 지배…“현실의 찌질함 잊는 상상속 권력”>(2019/11/26)에 따르면, ‘박사’는 자신이 부하 직원이라고 주장하는 공범들까지 동원해 이런 비밀방을 운영해 왔다. 또한, 텔레그램 성착취로 암호화폐를 받는 수익 모델도 ‘박사’가 구축한 것이라고 한다. <“지인얼굴 합성해드려요” 성착취물 제작 모방 범죄로 번진 ‘비밀방’ 수십개 활개>(2019/11/26)보도에 따르면 교사나 지인의 얼굴에 나체 사진을 합성하는 형태의 성착취물을 공유하는 비밀 대화방에는 만 명 단위의 사람들이 들어와 있고, ‘박사’와 같은 형태의 모방범죄도 많이 벌어지고 있다.
△ 한겨레가 재구성한 ‘박사방’의 범행 수법
한겨레 기자의 취재 후기 <성착취 가해자 추적 보도 시작되자 ‘비밀방’에선 “기레기 잡아라”>(2019/11/28)에 따르면, 한겨레 취재팀의 보도가 시작되자 성착취 가해자들은 기자의 신상까지 털려고 시도했다. 특히, ‘박사’의 경우 “박사가 보호하는 박사 산하의 방을 기자 또는 경찰이 공격할 시 박사가 직접 대응하여 본때를 보여준다”고 말하고 오히려 홍보를 더 하는 등 뻔뻔한 행각을 보였다. 그러나 한겨레에서 취재한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텔레그램이 다른 메신저 프로그램에 비해 보안이 더 우수하다는 것은 착각”이라며, “텔레그램의 장벽은 서버가 국외에 있다는 것뿐인데, 이것도 극복 못 할 것은 아니다. 텔레그램 서버가 개발자의 모국 러시아가 아니라 유럽에 있어서 충분히 국제 공조 수사가 가능하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외에 서버가 있더라도 과거와 달리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유포 등 범죄 정도가 중한 문제에 있어서는 국제 공조를 통해 수사를 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말했다.
N번방 사건 언론에서 최초 공론화한 한겨레
11월 27일과 28일 이어지는 회차에서 한겨레는 N번방 사건을 언론사 중에서 가장 먼저 보도해 공론화했다. <웹하드·단톡방 단속하자 ‘n번방’이 들끓었다>(2019/11/27), <“소라넷 계보 잇겠다”…올초 어느 블로거의 ‘n번방’선언>(2019/11/27)에 따르면, 26일 보도된 ‘박사’ 이전에도 소라넷이 폐쇄된 지난 2월부터 텔레그램 성착취는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이때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일명 ‘N번방 사건’으로 불리는데, 지난 9월 와치맨이 잠적하면서 수많은 피해자만 남긴 채 끝이 났다. 기사에 따르면, 닉네임 ‘와치맨’은 소라넷 폐지 이후로 블로그 등에서 소라넷의 계보를 잇겠다고 공언했고, ‘고담방’이라는 텔레그램 대화방을 만들었다. 닉네임 ‘갓갓’은 트위터에서 자신의 노출 사진을 올리는 소위 ‘일탈계’ 계정 주인들에게 경찰을 사칭하여 개인정보를 받아낸 뒤 여성들을 협박해 ‘N번방’이라는 대화방을 만들어 불법 영상 및 사진들을 유포했다.
△ 한겨레가 정리한 텔레그램 성착취 대화방의 계보도(11/27)
한겨레가 <검거된 청년 “마스터 대부분 20대 초반…고교생도 있었다”>(2019/11/27)기사에서 짚었듯이 텔레그램에 성착취 대화방이 활개친 것은 ‘양진호 사건’, ‘정준영 단톡방 사건’과 일베의 몰락 등 몇몇 사건들이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온라인 성범죄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사회의 인식이라는 것을 이 기사에서 알 수 있다. 텔레그램 성착취 대화방을 운영하다 경찰에 검거된 후 한겨레에 관련 정보를 제공한 제보자는 텔레그램 성착취 대화방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한다.
“처음엔 엔번방 사건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보자마자 불법이라는 생각이 들어 112에 문자메시지로 신고했다. 그런데 돌아온 경찰의 반응이 뜻밖이었다.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하라’는 무심한 답만 돌아왔다. (중략) 신고해도 경찰이 수사조차 않는데, 사람들도 다 저렇게 하는데, 나도 잠깐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중략) 그때 쯤 ‘박사’가 등장해 유료방을 개설하는 걸 보게 됐다. 그는 수십만원씩 받고 성착취물을 거래하기 시작했다”
보도 나온 지 두 달 넘었지만…
사실 한겨레 보도에서도 나오듯이 ‘N번방’ 등 텔레그램에서 성범죄자들이 활개친 것은 지난해 2월부터로, 11월에 나온 한겨레의 기획보도도 너무 늦은 감이 있다. N번방 같은 경우 각종 대형 사이트들에서 이미 이슈가 되었고, 사이버 성폭력 대응 여성단체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사건들이었기 때문에 시쳇말로 ‘쉰 떡밥’이었다. 이 사건들은 조국 사태 당시 기자들이 기사에 쓸 한 문장 따겠다고 서울대 익명 사이트 ‘스누라이프’나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을 이 잡듯이 뒤지는 것만큼의 노력만 했으면 진작에 공론화되고 남았을 사건들이다. 그 동안 ‘박사’, ‘갓갓’, ‘와치맨’ 등의 성범죄자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수많은 피해자를 만들어냈고, 온라인 성범죄의 특성상 피해를 회복하기도 어렵게 되었다. 그런데도,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가해자들이 잡히지 않고 있는데 지면으로 관련 보도를 하고 있는 언론이 한겨레와 가끔 경향신문 정도뿐이라는 것은 개탄스럽다. 이 보도를 낸 기자들은 성범죄자들로부터의 신상털기 위협 등 신변 위협으로 기사에 이름도 내지 못했다. 기자들이 공격받을 때마다 터져 나왔던 기자 사회의 결기는 어디로 갔나 묻지 않을 수 없다.
<끝>
문의 공시형 활동가(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