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깨어 있는 독자의 역할 당부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록 2020.01.3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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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019년 12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 시사 프로그램 부문에 SBS <그것이 알고 싶다>(12/7) ‘가짜 펜을 든 사람들 – 누가 사이비 기자를 만드는가’를 선정했다.

 

2019년 12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 시사 프로그램 부문 심사 개요

수상작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가짜 펜을 든 사람들 - 누가 사이비 기자를 만드는가’

취재 : SBS 김병길‧양샛별‧서정훈‧이재익‧김재원‧배정훈 PD,

이수진‧윤현경‧조아라 작가, 정철원 CP

방송일자 : 12/7

선정

위원

공시형(민언련 활동가),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민동기(고발뉴스 미디어전문기자), 박영흠(협성대학교 초빙교수), 박진솔(민언련 활동가), 엄재희(민언련 활동가), 이광호(전태일기념사업회 이사), 임동준(민언련 활동가), 조선희(민언련 활동가)

심사

대상

12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7개 방송사의 탐사보도‧시사 프로그램

선정사유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12월 7일 방송 ‘가짜 펜을 든 사람들 – 누가 사이비 기자를 만드는가’에서 ‘기자’라는 직함을 자기 이권을 채우는 데 쓰는 기자와 홍보대행사가 작성해준 기사를 팩트체크도 없이 그대로 기사화하는 기자, 조회 수를 위해 포털 사이트에 순응해버린 언론사를 비판하며 제대로 된 독자의 역할을 당부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한국패션센터의 손 차장에게 안 좋은 감정을 가졌던 김 모 기자가 제대로 된 근거도 없이 작성한 의혹 기사로 인해 손 차장이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게 된 일, 쓰레기 불법 투기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환경신문(대한환경일보) 소속 노 기자가 해당 신문 홈페이지에 직함만 취재부장으로 나와 있을 뿐 실제로는 광고기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 일부 기자들이 ‘기자’라는 직함을 사적인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또한 언론사가 홍보대행사의 기사를 그대로 기사화하거나 다른 언론사의 기사를 베껴 쓴 기사들이 끊임없이 나오게 되는 문제의 중심에는 포털이 있다고 지적했으며, 문제를 자초한 것은 조회 수를 높이는 데만 신경 쓰느라 포털에 순응해버린 언론사라고 비판했다. 어뷰징 기사나 허위조작정보를 담은 기사의 책임이 포털 사이트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유불리로 인해 포털에 순응하고 본연의 책무를 잊은 채 퇴화해버린 언론사에도 있다고 비판한 것은 의미가 있었다. 제대로 된 기사를 선별해서 볼 수 있는 독자의 역할을 당부한 것도 평가할 만하다.

 

자기 이권 채우는 데 ‘기자’ 직함 쓰는 기자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2월 7일 방송에서는 ‘기자’라는 직함을 자신의 이권을 채우는 데 쓰는 기자와 그로 인한 피해자를 사례로 보여주었다. 첫 번째 사례는 제대로 된 근거도 없이 작성된 의혹 기사로 인해 한국패션센터의 손 차장이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게 된 사건이었다.

 

한국패션센터의 손 차장이 갑질을 하고 금품을 수수했다는 식의 의혹 보도가 있었는데, 이 기사에서 제기한 의혹의 근거는 ‘A 모 씨’, ‘B 모 씨’라는 익명인지 정체불명인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의 증언뿐이었다. 알고 보니 기사를 작성한 김 모 기자는 한국패션센터의 장소 대관 문제로 손 차장과 언쟁을 벌였던 기자였다. 김 기자의 기사로 인해 손 차장은 즉각 장소 대관 업무에서 배제됐지만, 한국패션센터에서 해당 기사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한다는 말을 믿고 소송을 준비 중이었다. 그러나 바로 그때 김 기자의 두 번째 기사가 나왔다. 한국패션센터가 제 식구 감싸기를 하며 손 차장을 처벌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한국패션센터는 언론중재위 제소를 포기하게 되었고 소송을 준비 중이던 손 차장은 한국패션센터 지하주차장에서 생을 마감했다. 손 차장의 죽음 이후 법정에서 명예훼손 혐의가 인정돼 유죄 판결을 받은 김 기자는 실형 1년을 살고 나왔음에도 여전히 반성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이 사건으로 인해 본인의 명예가 실추되고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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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권을 채우는 데 ‘기자’ 직함 쓰는 기자 비판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12/7)

 

충실하게 제대로 쓰이는 기사만 있는 것 아니다

두 번째 사례는 쓰레기 불법 투기 사건의 가해자로 환경신문(대한환경일보)의 노 모 기자가 지목된 사건이었다. 노 기자가 소속된 신문은 포털 사이트에서도 검색이 되고 홈페이지도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었으며 총 직원 수가 273명이나 되는 언론사였다. 제작진이 해당 언론사 본사로 찾아가 홈페이지에 직함이 서울 편집국 취재부장으로 나와 있는 노 기자에 대해서 문의했지만 본사에서는 노 기자가 누군지도 모르고 있었다. 겨우 노 기자가 자사 소속임을 알아챈 본사 직원은 노 기자가 취재기자가 아니고 광고기자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도리어 제작진에게 “홈페이지에 이름 들어갔다고 다 믿으면 대한민국이 뭐. 요즘은 기자라고 해서 믿는 사람들이 잘못이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제작진이 해당 신문을 살펴보니 신문이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죄다 지자체 행사 등으로만 채워진 지면이 눈에 띄었다. 심지어 지면에 나온 기자 몇몇에게 전화를 해보니 해당 인물들은 ‘나는 기사를 작성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는 실제 기사 작성을 다 다른 사람이 하고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었다.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해당 신문 지면에 실리는 기사는 전부 홍보대행사에서 작성하여 기자에게 보내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한국패션센터 손 차장의 안타까운 죽음과 쓰레기 불법 투기사건의 가해자가 다름 아닌 ‘환경’을 이름의 일부로 하고 있는 언론사 소속의 기자라는 것, 특정 신문의 기사들이 모두 홍보대행사를 통해 작성된 것이라는 사실들을 통해서 봤을 때, 제대로 된 기자만 있는 게 아니고 충실하게 쓰이는 기사만 있는 건 아니라고 지적했다.

 

140만 원 입금으로 단 12분 만에 포털에 기사화

언론홍보대행업체에 문의하여 보도자료만 보내주면 웬만한 언론사에서 기사화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접한 제작진은 외국인 배우와 현직 활동 중인 엑스트라 배우들과 함께 상황을 연출하여 기사를 작성했다. 제작진은 작성한 기사와 사진을 홍보대행사에 보낸 후 140만 원을 입금했다. 포털 사이트에 기사 5건이 노출되는 조건이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자료를 보낸 지 12분 만에 처음으로 기사화됐으며 네이버‧다음 양대 포털 뉴스 서비스에서 모두 찾아볼 수 있었다. 제작진이 의뢰한 5건이 모두 기사화되어 포털에 노출되는 데는 채 이틀이 걸리지 않았다.

 

제작진이 보낸 기사의 잘못된 사실관계가 그대로 기사화됐으며 사실 확인이나 취재 요청을 해온 언론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특히 제작진이 기사에 허위로 꾸며낸 프랑스인 일식 요리사의 이름은 ‘오베르 멍뚸흐’였는데, 여기서 ‘멍뚸흐’는 프랑스어로 ‘거짓말쟁이’를 뜻하는 남성명사였다. 언론사들은 홍보대행사가 보내온 특이한 이름의 프랑스인 일식 요리사를 다룬 기사를 아무런 의심 없이 기사화했을 뿐 사실관계 확인에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다.

 

제작진은 발송한 기사를 그대로 기사화한 언론사에 해당 사실을 알리고 기사 삭제를 요청했다. 그러면서 해당 언론사에 기사화한 자료의 출처가 어디냐고 물으니 언론사 관계자는 정확히 자료를 보내온 사람이 누군지 모르며 홍보대행사와 자신이 속한 언론사의 관계에 따라 기사화할 뿐이라고 답했다. 이는 인터넷상의 허위조작정보를 내용으로 하는 기사들의 심각성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조회 수 늘려 광고단가 높이는 데만 혈안인 언론사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전직 모 일간지의 기자로 있던 김 모 씨를 통해 언론사들이 조회 수를 늘려 광고단가를 높이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김 씨는 부서장으로부터 ‘전화도 받지 마라’, ‘취재할 필요가 없다’고 업무 지시를 받았다며 실제 기사 작성법을 보여주었다. 기사 작성법은 매우 간단했다. 이미 포털에 올라온 기사를 찾아 이를 바탕으로 따옴표를 빼거나 넣고 종결어미를 몇 개 바꾸는 것만으로 새로운 기사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김 씨는 언론사의 기사 작성은 포털에 노출되는 것이 목적이라 기사에 자극적인 단어를 넣어 조회 수를 높인다고 말했다.

 

김 씨에 따르면 언론사들은 포털의 기사 규제를 피하는 법도 알고 있었다. 이미 게재된 기사를 활용하더라도 제목만큼은 완전히 새롭게 바꿔서 포털에서 어뷰징 기사로 걸러내는 것을 막는다는 것이었다. 언론사들은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를 키워드로 하여 기사를 작성하고 기자 한 명이 적게는 50개, 많게는 70~80개의 기사를 작성하는데, 이것은 한 달이 아니라 하루에 작성하는 기사의 양이었다. 김 씨는 근무 당시 기자별로 하루 몇 건의 기사를 작성했는지 실적표가 붙기도 했으며 본인이 쓴 기사인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난다고 하니 부서장이 “네가 뭘 썼는지 기억 못할 정도로 네가 기사를 많이 쓰는 경지에 이른 거다”라며 칭찬했다는 일화를 말하기도 했다.

 

포털 진입 후 오히려 형편없어지는 매체들

<그것이 알고 싶다>는 홍보대행사의 기사를 언론사가 그대로 기사화하거나 다른 언론사의 기사를 그대로 베껴 쓴 기사들이 끊임없이 나오게 되는 문제의 중심에는 포털이 있으며, 포털이 밝히고 있는 기사 규제 원칙이 유명무실하다고 비판했다. 포털은 중복‧반복 기사 전송이나 추천 검색어 또는 특정 키워드 남용, 기사로 위장한 광고 전송, 선정적 기사 및 광고, 뉴스 저작권 침해 기사 전송 등을 규제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당장 김 씨의 증언만 보더라도 같은 기사의 문장부호나 어미 몇 개만 바꾸고 제목만 새롭게 바꾸면 포털에 그대로 노출되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또한 ‘조회 수 늘려 광고단가 높이기’가 기사 작성의 최대 목표이기 때문에 누군가의 논란이나 사생활 등을 조회 수를 높이기 위한 소재로 쓰는 것도 서슴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인터넷 언론사 8,800여 개 중 포털과 제휴를 맺은 곳은 네이버가 803개, 다음이 1,250개였다. 포털과 제휴를 맺으려면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하고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정기적인 심사와 모니터링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늘어난 매체 수만큼 포털에 진입하려는 경쟁도 치열해졌다. 전직 어뷰징 기자는 포털에 진입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언론사의 포털 진입을 도와주는 기업까지 있다고 말했다. 매체가 포털 진입을 도와달라고 해당기업에 의뢰하면 기업은 해당 매체가 포털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맞게 기사를 작성하게 하고 포털의 제휴 기준을 통과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포털의 틀에 갇히는 상황을 자초한 것은 언론사

<그것이 알고 싶다>는 문제의 중심에는 포털이 있지만 문제를 자초한 것은 언론사라고 비판했다. 포털에 기사를 올리는 것이 사람들이 기사를 많이 보게 하는 데 효과적이라 판단한 언론사들이 결국 포털의 요구에 순응하게 되면서 포털의 수많은 인터넷 언론 중 하나가 돼버렸다는 것이다. 어뷰징 기사나 허위조작정보를 담은 기사의 책임이 포털 사이트에만 있다고 비판한 것이 아니라, 언론사 스스로가 자신들의 유불리로 인해 포털에 순응하고 언론 본연의 책무를 잊은 채 퇴화해버린 데에도 책임이 있다고 비판한 것은 의미가 있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언론으로서의 사명감보다 기자 명함이 가진 위력을 이용해 돈을 버는 일부 언론사가 있으니 시청자들이 그런 사실을 염두에 두고 의심하고 선별해가며 기사를 봤으면 하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제대로 된 언론의 역할은 물론, 제대로 된 기사를 선별해서 볼 수 있는 독자의 역할을 당부한 것이다. 이에 민언련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12/7) ‘가짜 펜을 든 사람들 – 누가 사이비 기자를 만드는가’를 2019년 12월 ‘이달의 좋은 보도상’ 시사 프로그램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끝>

문의 박진솔 활동가(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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