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역대급’ 산업재해 보도 낸 경향신문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019년 11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 신문 부문 공동수상자로 경향신문 기획보도 <매일 김용균이 있었다>를 선정했다.
2019년 11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 신문 부문 심사 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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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 |
경향신문 기획 <매일 김용균이 있었다> 매체: 경향신문, 취재: 뉴콘텐츠팀 황경상 기자·이아름 기획자·김유진 디자이너·유명종 PD, 모바일팀 김지환·최민지 기자, 편집부 장용석·이종희·김용배 기자, 디자인팀 성덕환 기자 보도일자: 11/21~11/28 |
선정위원 |
공시형(민언련 활동가),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민동기(고발뉴스 미디어전문기자), 박영흠(협성대학교 초빙교수), 박진솔(민언련 활동가), 엄재희(민언련 활동가), 이광호(전태일기념사업회 이사), 임동준(민언련 활동가), 조선희(민언련 활동가) |
심사 대상 |
11월 1일부터 30일까지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서울신문, 한국일보 지면에 게재된 보도, 그리고 자천, 타천한 신문보도(지면보도에 한함) |
선정 사유 11월 21일 경향신문 1면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의 이름으로 채워졌다. 경향신문은 2016년부터 2019년 9월 말까지 고용노동부에 보고된 중대재해 발생 현황과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작성한 조사의견서 1305건을 전수 분석하여 방대한 ‘산업재해 지도’를 만들었다. 기자들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경향신문은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담아 3회에 걸쳐 12건의 기사로 산업안전의 긴박하고 절실한 필요를 일깨웠다. 지면 보도 내용도 좋았지만, 이 기사를 더 특별하게 한 것은 경향신문이 만든 인터랙티브 뉴스 사이트인 <매일 김용균이 있었다…1748번의 죽음의 기록>이었다. 이 사이트는 산업재해 희생자 한명 한명의 정보를 모두 볼 수 있어 그것만으로도 굉장히 귀중한 정보를 제공했다. 경향신문의 1면 편집도 화면을 가득 채우는 산재 사망자들의 이미지로 온라인판 뉴스에 반영되어, 온라인 시대의 뉴스편집은 어떠해야 하는지 하나의 좋은 사례를 제시했다. 이에 민언련 심사위원들은 이견의 여지없이 민언련 11월 좋은 신문 보도로 경향신문의 <매일 김용균이 있었다>를 선정했다. |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죽음으로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산업재해 문제가 크게 공론화되었고, 이에 일부 산업 안전 관련 법률이 개정되면서 결실을 맺었다. 그러나 하루에 3명 꼴로 산업재해 사망자가 나오는 현실에서 비극적인 사례 한 건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경향신문은 2016년부터 2019년 9월 말까지 고용노동부에 보고된 중대재해 발생 현황과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작성한 조사의견서 1305건을 전수 분석하여, 궁극적으로 산업안전을 정착시키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아주 소중한 정보들을 만들어냈다. 경향신문은 단순히 정보를 만들어내는 데에 그치지 않았다.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의 이름으로 가득 채워진 11월 21일자 1면과 온라인 인터랙티브 뉴스 사이트는 경향신문이 전달 방식에도 많은 고민과 노력을 기울인 흔적이 보였다.
경향신문이 담담히 보여준 산업재해의 현실
11월 21일자 경향신문 1면
11월 21일 경향신문 1면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의 이름으로 가득 채워져 보는 이들을 압도하는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그런 후에, 경향신문은 첫 보도 <몰랐다 오늘 내가 죽는다는 걸, 알았다 오늘 내가 죽을 수 있다는 걸>(2019/11/21)에서 이동식 타워크레인 전복 사고로 숨진 노동자의 사고 경위와 사고 수습 과정을 재구성해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타워크레인이 쓰러진 이유는 단순히 타워크레인을 설치하려는 장소 밑에 빈 공간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설치 매뉴얼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경향신문은 “건설 현장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도 사전 안전조치 미비에 영향을 끼쳤다”고 진단하며, “도급 단계가 늘어날수록 안전조치에 대한 원청의 책임은 옅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합의’ 명목으로 유가족에게 뒤로 보상금을 지급하고 산업재해로 사건이 기록되는 것을 무마하려는 기업체들의 관행도 꼬집었다. 보도에 따르면, 사망한 타워크레인 노동자의 빈소에 타워크레인 업체 사장과 원청 관계자들이 찾아와 산재 처리가 될지 불투명하다고 하면서 ‘합의’를 제안했다고 한다. 결과는 이 기사에서 사례로 언급된 것에서 알 수 있듯 산업재해 인용이었다. 경향신문은 이런 관행이 있는 이유에 대해 “건설 현장에서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산재보험료가 높아지고, 향후 관급공사 입찰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지는 기사 <“사고 원인 알려주는 곳 없어…사업주가 산재 자료 주도록 법 개정해야”>(2019/11/21)에서는 유가족마저도 사고 경위를 언론을 통해 들어야 할 정도로 산재 관련 공공 데이터가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지적했다.
단순 추락사, 기계 오작동 등 허망한 사고 왜 이리 많나
경향신문이 산업재해 자료를 통계로 종합한 <하루에 한 명 떨어져 죽고, 사흘에 한 명 끼어서 죽는다>(2019/11/21)와 이어진 기사 <추락사 절반 부르는 높이 5m 이하의 무방비>(2019/11/21)는 눈여겨봐야 할 기사이다. 경향신문은 추락, 끼임, 물체에 맞음, 부딪힘, 깔림·뒤집힘을 “5대 사망 유형”으로 분류하여 유형별 사망원인을 집계했고, 이 외에 근속년수, 휴일근무 여부, 원청 기준 기업체별 사망 건수, 지자체별 사망 빈도, 지자체별 1만명당 인구 대비 사망자 등 다각도로 통계를 내어 분석했다. 사망 건수가 가장 많은 추락의 경우 추락 높이와 사고 원인을 세부적으로 집계했다.
그 결과, 3년 9개월간 하루 평균 2.47명의 산재사망자가 발생했는데, 그 중 0.96명은 추락으로 숨졌다. 끼임으로 사망한 사람은 0.35명이었다. 물체에 맞거나, 깔림·뒤집힘, 부딪힘 사고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경향신문은 가장 흔한 추락사의 원인은 대체로 안전장치의 미비 때문이었다고 분석했다. 추락사의 경우 전체의 44.26%가 0~5m 이내의 높이에서 발생했다는 점도 중요한 대목이다. 일반적으로 그렇게 낮은 높이에서 떨어질 경우 사망까지 이른다고 생각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에서 인터뷰 한 강태선 세명대 보건안전공학 교수는 “낮은 높이 추락 사고에서 A형 사다리 사용도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연구자들은 알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그 높이에서 떨어지면 죽을 수도 있다고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작업한다”고 말했다.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들의 경력을 보면 10년 이상의 경력자가 전체의 55.8%로 절반을 넘었고, 무경력자는 전체의 0.76%에 불과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경향신문은 이에 대해 사망 노동자의 연령대가 높다는 점에서 위험도가 높은 일자리에 고령층과 이주노동자들이 몰린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면 한계 넘어서면서 지면보도의 느낌 그대로 살린 인터랙티브 뉴스
이번 경향신문 보도에서는 인터랙티브 뉴스 활용도 돋보였다. 경향신문 인터랙티브 뉴스 사이트 <매일 김용균이 있었다...1748번의 죽음의 기록>은 경향신문 지면에 다 담지 못한 산업재해 사망자 각각의 정보를 하나하나 다 확인할 수 있어 그것만으로도 굉장히 귀중한 정보를 제공했다. 또한 1748명의 산재 사망자들의 정보를 아이콘으로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킨 경향신문 1면 편집의 느낌을 그대로 살렸다. 경향신문의 이번 인터랙티브 뉴스 사이트는 온라인 시대 뉴스 편집은 어떠해야 하는지 하나의 모범 사례를 제시했다.
△ 경향신문 인터랙티브 뉴스 페이지(사이트 캡쳐)
경향신문 1면 보도로 나온 각계 목소리
경향신문은 11월 25일 두 번째 연재에서 지면을 21일 기사에 대한 기고문과 현장 노동자들을 인터뷰한 기사로 채웠다. 최근 산업재해 관련 시민운동을 하고 있는 김훈 작가는 경향신문 기고 <죽음의 자리로 또 밥벌이 간다>(2019/11/25)에서 경향신문 21일자 1면을 “나는 오랫동안 종이신문 제작에 종사했지만 이처럼 무서운 지면을 본 적이 없다”고 평했다.
<산재 사망, 사업주 처벌 강화 유가족에 자료 제공 의무화를>(2019/11/25)에서 인터뷰한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업안전보건 분야 전문가이자 본인도 산업재해로 숨진 노동자의 유가족이다. 한정애 의원은 정부의 산업재해 대책이었던 건설현장 순찰 강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유가족에게 산재 자료 제공 의무화’와 ‘사업주 처벌 강화’를 제시했다.
하지만 전·현직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전한 <안전장치 설치 불가능한 현장은 없어…결국은 돈의 문제>(2019/11/25)에서는 정부 정책의 허점도 드러났다. 노동부는 작년 1월 1일 높은 곳에서의 작업 시 사다리를 쓰지 말고 네 개의 다리가 지탱하는 이동식 비계나 말비계를 설치하라고 했지만, ‘업계’ 반발만 듣고 지침을 완화했다. 경향신문에서 인터뷰 한 전·현직 현장 노동자들은 “어떤 곳이든 비계를 설치할 수는 있다”며, “시행도 안 했는데 업체의 항의를 받고 바꾼 셈”이라고 했다.
이들은 고질적인 하청 구조를 근본적인 원인으로 짚었다. 2~3단계, 그 이상의 하도급 구조로 공사가 이루어지고 노동자들은 서로 모른 채 관리도 각각 받다 보니 현장 안전교육·관리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 이들은 김용균 씨 사망 사건 이후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개정됐지만, “사람 1명 죽으면 원청에는 벌금 400만 원 정도 밖에 안 내려진다고 하는데 이런 구조에서 사업주가 안전에 투자하겠느냐”고 했다. 결국 하청구조가 원청의 안전감독 책임을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관리자 없는 현장? 산업재해 단속현장 르포
경향신문은 11월 28일 마지막 3회에서 노동부의 불시 순찰 현장을 취재하여 르포 기사를 썼다. 노동부는 지난해부터 건설현장을 중심으로 산재예방 불시 순찰을 늘렸다. 건설경기 하락과 맞물려 15년부터 증가 추세이던 산재 사망자가 전년 대비 11.9% 감소하여 이 대책은 실효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사에 따르면, 이 날 기자가 단속반과 함께 순찰한 현장 5곳에서 4~5가지 지적사항이 나왔다. 그러나 기사에서 가장 큰 문제로 꼽은 것은 현장 관리자의 부재다. 경향신문에서 취재한 소장 한 명은 “혼자서 현장 3곳을 관리한다. 여기와 다른 공사 현장을 왔다 갔다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소장이 없을 경우 외국인노동자는 안전수칙을 소장의 행동을 보고 따라하는 경우가 많고, 주변 정리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점검팀 정경환 부장의 말을 인용해 “안전을 (지출이 아닌) 투자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라는 말로 연재기사를 마쳤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김훈 작가가 기고문에서 말하듯 “노동현장의 안전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많은 재원이나 고난도의 기술이나 정의로운 말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이윤의 집중과 책임의 소멸이 구성되고 작동되는 방식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수많은 일류 논객들이 명석한 분석력과 날선 문장으로 그 문제점을 규명하고 개선책을 제시해서 더 이상의 언설은 이미 필요 없어 보인다” 김훈 작가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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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공시형 활동가(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