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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보도, 혐오 조장하는 언론들
등록 2020.01.29 17:57
조회 1458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가 우려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달 31일 우한에서 원인 불명의 폐렴 환자가 다수 발생한 이후 지난 20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가 나왔습니다. 뒤이어 28일까지 확진 환자가 네 명으로 늘면서 혹시 국내에서도 큰 피해를 끼치진 않을까 하는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려스러운 점은 질병만이 아닙니다. 공포가 확산되면서 이 불안을 ‘우한’이라는 도시와 ‘중국’이라는 국가에게 씌우고 손가락질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처음 폐렴 감염 사태가 벌어진 곳, 즉 발병지가 우한이긴 합니다. 그러나 ‘우한 폐렴’은 정확한 병명이 아닙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 병명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라 명명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를 ‘우한 폐렴’이라고 부르면서 우한에 대한 공포심을 키우고 있습니다. 게다가 한 국가와 그 국가의 문화, 습관 등이 문제라며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고 있습니다. 이는 차별과 혐오입니다. 문제는 이를 바로잡아야 할 언론 또한 쉽고 간편하게 ‘우한 폐렴’이란 단어를 사용하면서 차별적 시선을 방치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라고 써주세요

뉴스톱에 올라온 더나은사회실험포럼의 칼럼 <‘우한 폐렴’이 아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2019’다>(1/23)에 따르면, WHO가 “1월 13일에는 이 바이러스를 ‘2019 New Coronavirus (2019-nCoV)’로 명명”했습니다. “메르스처럼 지역 이름이 들어가 WRS-CoV 등으로 명명되지 않을까 예상했던 전 세계 과학자들의 예상은 빗나갔”는데요. “2015년 WHO에서는 새로 발병되는 병명과 병의 원인체에 대한 명명 원칙을 새로 수립”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름을 붙일 땐 질병의 증상과 질병이 나타나는 방식 등에 대한 정보를 담아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고, 반대로 이름에서 피해야 할 용어로 지리적 위치, 사람 이름, 동물 또는 음식의 종, 문화, 인구, 산업 또는 직업 등을 꼽았습니다. 지역 이름을 딴 전염병 이름은 해당 질병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전혀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특정 지역과 민족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WHO가 공식 명칭을 발표한 지 2주나 지났지만, 언론에서는 경각심 없이 ‘우한 폐렴’이라고 여전히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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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한 폐렴’ 그대로 사용하는 언론들(1/28)

 

신문에선 유일하게 한겨레가 28일 자 지면 보도에서부터 ‘우한 폐렴’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1면 톱보도에서 “<한겨레>는 앞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 감염증’ 관련 기사와 제목에서 ‘우한 폐렴’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해당 감염증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명명한 바 있으며, 새로 발병되는 바이러스 이름을 붙일 때 불필요한 편견을 유도할 수 있는 특정 지역이나 동물 이름 등을 피하도록 한 바 있습니다”라고 명시한 것입니다. 이날부터 한겨레는 기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라고 쓰거나 줄여서 ‘신종 코로나’라고 쓰고 있습니다. 같은 날 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 서울경제‧한국경제는 모두 1면 톱보도 제목 또는 소제목에서 ‘우한 폐렴’이라고 적었습니다. 경향신문이나 한국일보의 경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신종 코로나’ 등으로 쓰면서 바로 뒤에 ‘(일명 우한 폐렴)’과 같이 병기하고 있었습니다.

 

방송도 마찬가지로 ‘우한 폐렴’을 인터넷판 제목 또는 방송 화면 상 하단 자막으로 들어가는 제목에서 사용하거나 리포트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SBS는 지난 20일 저녁종합뉴스에서 ‘우한 폐렴’이란 단어를 쓰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SBS <‘우한 코로나’ 국내 첫 확진…감염경보 ‘주의’로 상향>(1/20 김형래 기자)에서 “병의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서는 정확한 명칭을 쓰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저희는 그동안 써왔던 ‘우한 폐렴’ 대신, 앞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라고 부르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언급한 것입니다. 대부분 방송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고 처음엔 말했다가도 이후 내용에서는 ‘우한 폐렴’이라고 하는 데 반해, SBS는 20일 이후로 ‘우한 폐렴’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어 28일에는 TV조선 또한 저녁종합뉴스에서 우한 폐렴 대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쓰겠다고 밝혔습니다.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은 어떨까요. 민언련이 모니터하고 있는 10개의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 중 7개 프로그램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내용이 등장했습니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이것이 정치다>, MBN <뉴스와이드>는 관련 대담을 진행하지 않았는데, 국민의 건강이 달려있는 중차대한 이슈라는 점에서 이를 다루지 않았다는 사실은 놀랍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내용을 전달한 7개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는 대부분의 방송이 특정 지역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용어를 사용한 점이 확인됐습니다. 1월 21일 보도를 통해 전달한 JTBC <뉴스ON>, 1월 23일 진행자가 프로그램 시작과 함께 관련 내용을 짧게 언급한 MBN <뉴스파이터>를 제외한 5개 프로그램에서 모두 ‘우한 폐렴’이라는 단어를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우한 폐렴’ 언급 여부

JTBC

뉴스ON

X

TV조선

신통방통

O(21, 23일)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

O(22, 23일)

뉴스TOP10

O(20, 21, 22, 27일)

정치데스크

O(23일)

MBN

뉴스파이터

X

아침&매일경제

O(21, 22, 24일)

△ 종합편성채널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우한 폐렴’ 용어 사용 여부(1/20~27) ©민주언론시민연합

 

특히 눈에 띄는 프로그램은 채널A <정치데스크>입니다. 채널A <정치데스크>는 관련 내용을 처음 전달한 1월 22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라는 정확한 명칭을 사용했지만 하루 뒤에는 “우한 폐렴”이라는 문제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또한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 등 일부 프로그램에서는 두 표현을 모두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인 혐오를 부추기는 듯한 언론 보도 이제 멈춰야

‘우한 폐렴’이라는 명칭을 쓰는 것 외에 흔히 볼 수 있는 ‘중국인 혐오’로 식문화 비난이 있습니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시작은 우한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달 31일 처음 보고된 폐렴 환자들 대부분이 우한시 화난(華南) 수산도매시장 상인이라고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가 밝히면서 이 시장에서 야생동물을 도살해 판매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보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질병의 매개체가 된 동물이 무엇인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박쥐 또는 뱀 이야기가 나오고는 있지만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이 아닙니다.

 

‘무엇을 먹느냐’를 가지고 그들의 식문화를 비난하면서 문화 자체를 질병의 온상이라고 손가락질한다면 이는 혐오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일보의 <‘박쥐 먹는 중국 여성 영상’ 확산…“인종혐오 노린 루머”>(1/28 인현우 기자)에서 인용된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의 중국 전문 에디터 제임스 팔머는 중국인들의 식문화가 비판받는 데 대해 “서양 언론과 군중이 익숙하지 않은 식재료를 소재로 해묵은 ‘아시아인은 더럽다’는 인종주의적 고정관념을 꺼내놓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팔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출처가 야생동물에 대한 접근 때문에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무엇을 먹느냐보다는 이를 다루는 위생의 문제”라면서 “미국 역시 소 도축이나 가금류를 다루는 데 있어 비위생적인 상황이 여전히 지적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한 것입니다. 인종주의에 근거한 비난을 쏟아낼 게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이냐를 고민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 지적은 우리 언론도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입니다.

 

그러나 중국 식문화를 비난하는 기사는 여기저기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만물상/‘중국발 전염병’ 왜 많은가>(1/24 안용현 논설위원)에선 첫 단락부터 중국의 식문화 특히 식재료를 이상하고 별난 것처럼 묘사했습니다. “깔끔하게 포장된 육류·생선을 파는 서구식 대형 마트가 중국에선 이상하리만치 인기가 없다”로 시작한 글은 이후 “(중국의) 도시 외곽 재래시장만 가도 눈을 뜬 닭·오리는 기본이고 산 뱀·개구리도 손님을 기다린다”, “별 희한한 동물을 식재료로 사용하는 장면이 TV 오락 프로에 자주 등장한다”라는 설명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식재료가 사스, 조류인플루엔자 등을 일으킨다고 설명했습니다. 마지막 단락에서는 “전염병이 사회 풍속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 (중략) 중국에선 그런 변화가 느리다”라며 중국을 비하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더니, 끝엔 “중국발 전염병 공포는 주민들이 가축·가금류와 떨어져 살고, 야생동물의 위험성을 조심하는 등 방역 상식을 지켜야 줄어들 수 있다. 이번 사태가 그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충고로 글을 맺었습니다. 중국의 식문화는 미개하고 그런 미개한 문화 때문에 전염병이 생겼다는 게 조선일보의 논리인 것입니다. 놀랍게도 이 칼럼은 KBS 아침뉴스타임 <‘차이나 엑소더스’ 본격…중국발 전염병 왜 많을까>(1/28 이윤희 기자)에서 자사 취재내용인 마냥 그대로 읽혔습니다.

 

중국의 ‘질질 끌다가 흐지부지하는’ 문화가 이번 폐렴을 확산시켰다는 식의 칼럼도 있었습니다. 조선일보 <유광종의 차이나 별곡/[73] 질질 끌다가 흐지부지>(1/24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는 중국에는 ‘타자결(拖字訣)’이라는 꾀가 있는데, 이는 ‘질질 끌다가 흐지부지하는 비결’이란 속뜻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는 칼럼입니다. 칼럼은 이것이 “중국인 특유의 지연과 미봉의 맥락”이라며 “보통은 관료들이 적당하게 시간을 끌면서 사안의 해결을 차일피일 미루는 태도를 꼬집는 데 잘 등장한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뜬금없이 “이제는 지난 연말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폐렴이 중국 정부의 은닉과 비공개로 인해 전 세계로 확산할 위험에까지 놓였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까지 설명이 옮겨 붙었습니다. 이 말은 중국인들이 적시에 적절한 판단을 못 하는 성향이 있어 이것이 질병을 확산시켰다는 맥락으로 쓰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말이 객관적인 근거를 가지고 전염병의 원인을 파악한 것일까요? 이 또한 인종주의적 고정관념을 가진 해석이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로 중국 공포 키우기?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로 ‘중국 포비아’를 불러일으키는 보도는 또 있습니다.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1/21)에서는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시민과 전화 연결을 해 ‘중국인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치료하러 한국으로 오고 간다는 소문이 돈다’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해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와 대담을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중국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던 도중, 주영진 앵커는 “SBS 취재진들이 확인한 내용인데, 중국에 있는 분들이 코로나 신종 바이러스 너무 걱정하지 말고 한국이 이런 치료 체계가 잘 갖춰져 있는 만큼 한국으로 가자는 이런 이야기가 중국인들 사이에서 오고 가고 있다고 하는데 이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라며 녹음된 전화 인터뷰를 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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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인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치료를 위해 한국으로 간다는 소문을 전한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1/21)

 

중국에서 거주하며 아이를 국제학교에 보내고 있다는 인터뷰이는 “저희 아이가 이제 국제학교를 다녀서 학교 모임이 있었어요. 부모가 중국 사람들이 많아요. 근데 그 사람들이 폐렴 환자 얘기가 나오니까 하는 말이 자기들은 문제없다는 거죠. 왜냐하면 한국이 너무 가까운데 비행기 값만 내면 한국 가서 다 치료가 가능한데 중국에 왜 있냐는 거예요”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자막으로 ‘이번에 우한에서 넘어온 분도 일부러 왔다는 얘기가?’라고 뜨면서 대답이 이어졌습니다. 취재진의 질문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걸릴 정도면 비행기 거리 시간 얼마 안 되는데. 병원은 낮 시간에 갔을 거고 비행기는 아마 당일 아니면 그다음 날 탔을 텐데, 이건 말도 안 되는 거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그냥 일부러 갔다고 다 그래요”라고 답했고 이는 그대로 방송에 나갔습니다.

 

이 인터뷰를 들은 주영진 앵커는 “우리나라 보건 당국이 저런 상황에도 대비를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라고 물었습니다. 김우주 교수는 자신이 다니는 병원 인근에 중국 동포가 많다며 “사실은 평상시에도 제가 근무하는 병원 인근에 조선족 교포들이 많이 삽니다. 그분들도 얘기를 들어보면 예를 들어 결핵 진단을 받으면 중국이 아니라 한국에 와서 치료받는다. (중략) 그래서 저도 이 말씀을 처음 듣는 것이기는 하지만 충분히 가능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지난 26일엔 SBS 뉴스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중국인 입국을 금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 명을 넘은 것을 보도하면서 ‘미세먼지에 이제 코로나까지 수출하는 중국..?!’이라는 문구를 달아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이는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로 인종주의적 차별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문제입니다.

 

 

심지어는 국내에 거주하는 ‘중국 동포’에까지 낙인찍어

헤럴드경제 <르포/대림동 차이나타운 가보니…가래침 뱉고, 마스크 미착용 ‘위생불량 심각’>(1/29 윤호 기자 신주희‧유동현 수습기자) 기사는 총체적 난국입니다. 기저엔 중국인에 대한 고정관념과 혐오가 숨어있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에 거주하는 중국 동포들에 대한 편견을 또다시 덧씌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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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동포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조장하는 헤럴드경제(1/29)

 

‘르포’라고 이름 붙여진 이 기사는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동에 위치한 일명 ‘차이나타운’을 찾아 여기에 위치한 시장이 비위생적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헤럴드경제는 “중국인 밀집지역인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차이나타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유행에도 노상에 진열한 채 비위생적으로 판매하는 음식이 여전했으며 바닥에 침을 뱉는 행인들도 많았다”라면서 그 근거가 되는 장면으로 “노상에는 고기, 순대, 탕후루(각종 열매를 꼬치에 꿰어 사탕물을 묻혀 굳힌 중국 전통 과자), 도넛 등 음식 대부분이 바깥에 진열돼 있었다. 맨손으로 길거리에 진열돼 있는 탕후루를 만지는 관광객과 묵을 만지는 상인들도 눈에 띄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또 침을 뱉는 행인들이 많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대림중앙시장 공영 주차장 쪽 흡연금지 구역에서는 중년 남성들이 모여 담배를 피운 후 가래침을 길바닥에 뱉는 경우가 다반사였다”고 적었습니다.

 

‘대림’, ‘차이나타운’이란 글자를 지우고 보면 여느 시장의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위생관리를 엄격히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어디든 이런 식으로 지적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외국인 혐오를 멈춰달라는 이 시점에, 굳이 대림동 차이나타운을 찾아가 중국 동포를 비위생적이고 위험에 둔감한 이들로 보도했습니다. 이는 명백한 혐오입니다. 혐오 정서를 노리고 장사하기 위해 만든 기사에 불과합니다.

 

 

중국인 전체에 ‘폐렴 환자’ 딱지 붙이는 보도도 있어

일부 중국인들의 모습을 과대 해석해서 중국인 전체가 감염증 환자인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문제적 보도들도 있었습니다. 특히 이들 보도는 평범한 시선에서 바라보면 별 문제라고 느끼지 못할 일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채널A <약국에 줄선 중국인들, 마스크 싹쓸이>(1/27 서상희 기자)에서는 중국인들이 하루에 마스크를 수백 개씩 싹쓸이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기자는 서울 명동과 서울 대림동을 찾아 중국인들이 마스크를 사는 모습을 취재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인) 관광객들은 양손으로 가득 잡은 마스크 제품들이 모자란 듯 대형 봉투까지 이용해 쓸어 담습니다”라거나 “박스째 마스크를 대량으로 사재기하는 사람도 늘었습니다”라며 중국인들 사이에 마스크 대란이 일어난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중국인’에 초점을 맞춰서 보도했기 때문에 중국인들에게 ‘전염병 낙인’을 찍고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이 높은데, 중국인이라고 더 유별나게 마스크를 산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따지면 마스크를 싹쓸이하는 것은 한국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머니투데이 <‘우한 폐렴’ 확산에 동난 마스크…“남은 물량 싹쓸이했다”>(1/28 오정은 기자)를 보면 서울 시내의 마트, 편의점, 드럭스토어에서 마스크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비단 중국인들만 유별나게 대응하고 있는 건 아니란 의미입니다.

 

중국인에 대한 공포를 심어준다는 점에서 채널A <우한에서 6천 4백명 입국…제주 비상>(1/27 공국진 기자) 또한 문제적 보도입니다. 우한이 봉쇄된 지난 23일 이전, 우한을 빠져나간 사람이 500만여 명이고 그중 6천여 명이 한국에 들어왔다는 분석, 들어보셨을 겁니다. 연합뉴스 <중 신종코로나 환자 3천명 육박…우한탈출 500만중 6천명 한국행(종합)>(1/27 김진방 기자)을 보면 중국 제일재경망과 바이두(百度)가 우한 지역 지도 앱 사용자들의 동선을 분석해 발표한 결과입니다. 그러나 한국으로 6천여 명이 갔다고만 할 뿐 어디로 갔는지 등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채널A는 해당 보도에서 ‘6천여 명’을 거론하면서 “특히 이들의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제주도가 비상 상태입니다”라면서 “제주 시민들의 불안감을 전해드립니다”라고 보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이 제주도로 갔는지 아닌지 확인된 바가 없는데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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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감염병 환자’처럼 그린 채널A(1/27)

 

그러면서 공항 입국장에 있는 중국에서 온 단체 관광객을 화면에 보여줬습니다. 이들이 우한시에서 왔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채널A는 이들을 보여주면서 “(제주도) 주민들은 중국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들어오지 않을까 걱정이 앞섭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아무 관련 없는 중국인들을 촬영해 보도하면서 일반적인 한국 국민의 불안과 엮은 것입니다. 중국인들을 일반화해 모조리 ‘전염병을 옮기고 다닌다’고 낙인찍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기자는 마지막에 “(한국으로 들어왔다는 6천여 명) 이들 중 상당수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과 제주 등 유명 관광지에 흩어져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라며 하나마나한 말도 덧붙였습니다. 전문가의 의견도 아니고 기자의 ‘추정’입니다. 확인된 사실이 아님에도 중국인에 대한 불안감을 조장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국내 첫 확진 환자의 치료비를 한국 정부가 부담한다고 강조한 기사들

국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첫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는 중국인 여성입니다. 그리고 이 여성은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이 치료비는 전액 정부가 부담하는데, 이는 감염병의 전파를 막아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하나의 방안이기도 합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41조‧42조에 따르면 특히 전파 위험이 높은 감염병은 감염병 관리기관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야 하며, 정부는 감염병 환자를 강제로 치료받게 하거나 입원시킬 수 있습니다. 67조에서는 이 항목에 따라 외국인 감염병 환자의 입원치료, 조사, 진찰에 드는 경비를 국가가 부담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내국인이나 외국인이나 차이가 없고, 다른 주요 국가들도 이런 경우 치료비를 국가가 부담합니다. 그러나 ‘중국인 여성의 치료를 우리 정부 돈으로 한다’는 데에 초점을 맞춘 보도가 있었습니다.

 

인사이트의 <국내 첫 ‘우한폐렴’ 확진 중국인 여성 치료비…정부 전액 부담>(1/25 전준강 기자)은 제목에서부터 확진 환자의 특성을 ‘중국인 여성’으로 한정지었습니다. 인사이트는 “한국 시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낸 세금이 우한 폐렴을 국내로 들여온 중국인 여성의 치료비에 쓰이는 것”이라고 썼습니다. 그 근거가 되는 법령이나 실제 사례를 써두긴 했지만 기사 말미에는 “치료비에 더해서 ‘생활지원’ 등 재정적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이는 모두 대한민국 정부가 부담한다. 즉 ‘세금’으로 충당된다”며 또다시 세금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인사이트의 해당 기사는 통신사인 뉴스1의 <국내 첫 우한폐렴 중국인 치료비는? 한국 정부가 생활비까지 부담>(1/25 음상준 기자)이 나오고 난 뒤 나왔습니다. 뉴스1의 이 기사도 제목에서 ‘중국인’을 강조하고 ‘생활비까지 부담’한다고 쓰였습니다. 중국인에 대한 혐오를 부러 부추기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굳이 이렇게 쓸 이유가 있었을까요?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12월 9일~2020년 1월 28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서울경제, 한국경제(*지면보도에 한함) / 2020년 1월 26~27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YTN <뉴스나이트> / 2020년 1월 20~27일 JTBC <뉴스ON>,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신통방통><이것이 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정치데스크>, MBN <뉴스와이드><뉴스&이슈><아침&매일경제> / 그 외 ‘우한 폐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등을 포털에 검색해서 나온 보도들

 

<끝>

문의 조선희 활동가(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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