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노조와 협상해서 파업 막아도 문제?지난 11월 중순부터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하 지하철노조)은 ‘서울교통공사가 일방적으로 기관사들의 노동시간을 늘렸다’며 올해까지 분쟁을 이어오고 있었습니다. 11월 16일 서울교통공사는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기관사들의 평균 탑승시간을 4시간 30분에서 4시간 42분으로 12분 늘리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기관사들의 업무는 ‘열차 탑승’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 늘어난다는 12분은 평균치여서 담당 노선과 근무표에 따라 실제로 늘어나는 노동시간은 편차가 크다는 점,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될 정도로 건강에 큰 위협이 되는 교대근무의 특성상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12분은 단순히 12분으로 쓸 수 있는 노동시간이 아닙니다.
게다가, 서울교통공사는 이미 작년 10월 노조 측과 협상하여 인력 부족이 문제라는 점을 합의하고 209명 인력 증원을 약속했는데, 인력 증원을 하지 않고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노동시간부터 늘리겠다고 한 것도 쟁점입니다. 월간지 참여와혁신 <지하철 다이아(DIA)는 다이(DIE)야?>(2019/12/26)에서 인터뷰 한 박찬용 서울교통공사노조 승무본부 사무국장은 “평균 운전시간이 12분으로 늘어남으로 106명을 줄이는 효과가 나타난다. 그랬더니 근무표가 엉망이 됐다”고 지적하면서, 서울교통공사의 방침을 “209명 충원을 다 안하려는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에 지하철노조는 지난 1월 9일 이를 ‘부당한 업무지시’로 규정하면서 1월 20일까지 원상복구 하지 않을 시 부당한 업무지시를 합법적으로 거부하는 형식의 파업인 ‘준법 투쟁’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1월 20일 노조의 협상 시한을 앞두고 서울교통공사 측은 노동시간 연장 방침을 철회했고, 지하철노조도 파업을 철회하여 21일 지하철은 정상 운행 되었습니다.
조선일보, 서울경제 서울교통공사 결정에 “나쁜 선례”
지하철노조가 파업 시한을 정한 1월 9일부터 집계하면 신문 지면에 서울교통공사와 지하철노조의 분쟁이 처음 보도된 것은 1월 17일이었습니다. 1월 17일부터 분쟁이 일단락 된 1월 21일까지 한국일보가 2건, 서울경제가 2건 보도했으며, 동아일보·조선일보·한국경제는 1건씩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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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노조와 서울교통공사 분쟁을 다룬 신문 지면 보도량(1/17~21) ©민주언론시민연합
조선일보와 서울경제는 파업을 일단 막은 서울교통공사가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서울시, 지하철 노조 파업 위협에 또 백기>(2020/1/21, 정지섭·구본우 기자)에서 “설 연휴와 4월 총선을 앞두고 시민의 발을 볼모로 잡은 노조의 압박에 시와 교통공사가 원칙 없이 대응하면서 공공기관 노사 협상의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습니다. 서울경제는 <노조 엄포에 또 백기 든 서울교통공사>(2020/1/21, 변재현 기자)에서 직장인 익명게시판 어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 있는 익명 글을 근거로 “노조의 투쟁이 근거가 없는 ‘궤변’이라는 평가가 많다”며, “노동개혁 조치를 내놓을 때마다 노조 반대에 무위가 되는 ‘안 좋은 선례’로 굳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고 보도했습니다. 익명 게시판 글을 퍼와서 회사 내 다른 직군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것도 악의적이고, 서울교통공사가 단순히 인건비를 줄이겠다고 노동시간을 일방적으로 늘린 것을 ‘노동 개혁’이라고 포장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의문입니다.
조선일보·서울경제 노사 쟁점 호도, 한국경제는 노조 비난하는 사측 입장만 보도
또한, 이 두 보도는 인력 충원에 관한 쟁점을 무시하거나 축소하고 쟁점을 ‘추가수당 문제’로 몰아가고 있었습니다. 조선일보는 아예 신규인력 충원 문제는 꺼내지도 않고 “서울교통공사 사측과 노조의 ‘12분 싸움’에는 수당 문제가 걸려있다”고 해설했고, 서울경제는 “이번 파업은 ‘승무의 아집’으로 비치기도 했다.(중략) 공사는 기관사들이 12분 열차를 더 타면 수당 지출이 주는데다 증원을 완료하면 인력 부족 문제가 상당 부분 개선될 것이라고 봤지만 이조차도 노조가 거부한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했습니다. 이는 서울교통공사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한 것입니다. 한국경제는 이번 사건을 <서울지하철 파행 위기 넘겨 공사, 운전시간 연장 중단>(2020/1/21, 추가영 기자)로 짧게 보도했는데, 쟁점 설명이 없을뿐더러 “노조는 원상회복하라는 주장만 반복할 뿐 어떤 양보도 대안도 제시하지 않았다”는 사측 입장만 전달했습니다.
반면, 한국일보 보도 <서울지하철 멈추나…‘운행 12분 연장’ 놓고 노사 대립>(2020/1/17)는 비교적 양쪽 입장을 균형있게 전했습니다. 동아일보 <12분 근무연장에 노, 파업 압박…물러선 서울교통공>(2020/1/21)는 제목에서는 조선일보·서울경제와 비슷한 느낌을 주지만 보도내용은 양쪽 입장을 균형있게 전했습니다. 경향신문과 중앙일보, 한겨레는 온라인판 보도만 내고 지면보도는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서울 지역에 한정된 이슈라고 하더라도, 3개월째 노사 대치국면이 이어지고 있고 파업 직전까지 간 사안인데도 단순 사실보도도 없다는 점은 문제로 보입니다.
노사분쟁과 관련 없는 지하철 3호선 고장을 노조 비판으로 유도하는 온라인 보도들
한편, 지하철노조가 파업을 철회하고 정상 출근한 21일 아침 3호선 녹번역 구간에서 지하철 출입문 고장으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습니다. 당연히 파업과 무관한 열차 고장이었으나, 일부 인터넷신문들은 ‘제목 낚시’를 통해 지하철노조에 비난을 유도했습니다. 예를 들면 기사 제목을 ““파업 아니라더니”…지하철 3호선·2호선·1호선 ‘출근 대란’” 이라고 붙이거나, 기사 내용에 떠도는 인터넷 글을 인용해 “누리꾼들은 “3호선만 파업인 것이냐”(중략) 등 3호선 출입문 고장 및 열차지연 문제를 알리며 상황을 실시한 공유하고 있다”고 한 뒤, “한편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이날 서울지하철 1~8호선 운행을 전면 거부하는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예고했으나 출근길 대란을 우려한 공사가 12분 연장근무 방침을 철회하면서 파업을 잠정 유보했다”고 덧붙이는 식입니다.
규모가 있는 언론사의 온라인판 기사 중에서는 머니투데이의 사진기사들, 세계일보의 <“파업보다 서비스 개선을” 지하철 출근 지옥에 시민들 ‘불만’>(1/21, 최서영 기자), 한국경제TV <3호선 출입문 고장으로 지연…‘지하철 파업’ 걱정 속 승객 분통>(1/21, 김현경 기자), 동아일보 <“지하철 파업 아니라더니”…3호선 운행 지연 시민 불만 폭주>(1/21, 서한길 기자)가 이런 보도행태를 보였습니다.
* 썸네일 : 픽사베이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1/9~21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서울경제, 한국경제, 2020/1/21 지하철 고장과 관련된 온라인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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