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한국경제의 민언련 보고서 비판기사에 대한 재반박한국경제가 민언련의 신문모니터 보고서 <40시간 이상이 OECD 풀타임 기준? 이런 것도 틀리는 한국경제>(12/10)와 관련해 반박하는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바로 한국경제 <OECD 풀타임 일자리 기준 논란…‘친정부 시민단체’의 잘못된 통계 해석>(12/11, 성수영 기자)입니다. 그러나 한국경제의 반박성 후속보도는 민언련의 보고서 내용을 오독한 것입니다.
민언련은 모니터보고서에서 한국경제 <30·40대 74만명 직장 잃고 알바 뛴다>(12/5, 성수영‧노유정‧노경목 기자)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풀타임 일자리 기준을 주 40시간 근로로 정하고 관련 통계를 내놓는다”고 한 것에 대해 ‘OECD의 일반적(common definition)인 풀타임 기준은 주 30시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경제는 기사에서 “민언련 주장과 달리 풀타임 일자리 기준은 하나가 아니라”며, 민언련의 반박에 대해 “통계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주장”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OECD가 풀타임 근로와 시간제 근로를 구분하는 기준이 하나만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는 정부도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7월 한 언론의 보도에 대응해 낸 해명자료 내용을 볼까요. “OECD는 일반적인 경제활동 인구 고용률 외에 ‘주 40시간’ 기준으로 실제 근로한 시간을 비율로 적용한 ‘풀타임환산 고용률(Fulltime Equivalent)’을 공식 통계로 발표합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경제는 이런 지적과 동시에 “‘언론권력을 감시한다’를 기치로 내건 좌파 성향 시민단체 민주언론연합”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타 단체를 함부로 ‘좌파 성향’이라고 표현하며 단체명조차 제대로 받아쓰지 못하는 무성의가 답답할 지경입니다. 여기에 기자는 “저는 민언련이 이런 자료를 낸 배경에 어떤 의도보다는 ‘무지’가 있다고 봅니다”,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통계를 직접 접할 기회가 드문 민언련 관계자들이 통계를 잘 모르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라며 한껏 낮잡아봤지요. 그리고 마무리에 “이런 와중에 지난 8월 문재인 정부는 한상혁 전 민언련 공동대표를 방송통신위원장에 임명했지요. 언론 감시라는 취지는 좋지만, 이번 민언련 자료와 같이 결론에 현실을 끼워 맞춘다면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을 것입니다”라고도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원색적인 비판으로 가득찬 한국경제의 반박기사처럼, 민언련은 정말 무지로 가득차서 근거도 없이 우긴 것이었을까요?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통계 해석이 아닌 영어해석상의 문제
우선, 한국경제는 마치 민언련이 보고서에서 절대적인 풀타임 일자리의 노동시간 기준을 제시한 것처럼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민언련 보고서의 내용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민언련은 “OECD의 ‘파트타임(이하 시간제)’ 노동자 통계는 ‘일반적인 정의(common definition)에 의한 통계’와 ‘개별 국가 정의(national definitions)에 의한 통계’ 두 가지가 있다”고 한 후. “이 중 우리나라는 ‘일반적인 정의에 의한 통계’만 자료가 나와 있다”고 했습니다. 일반적인 정의(common definition)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OECD의 ‘일반적인’ 풀타임 정의는 30시간입니다. 한국경제 기사에서와 같이 별다른 설명 없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풀타임 일자리 기준을 주 40시간 근로로 정하고 관련 통계를 내놓는다”고만 서술하면 그냥 틀린 말이 됩니다. 이는 ‘워낙 깊고 복잡한 통계라는 학문’의 성격을 논할 필요가 없는 영어 해석상의 문제입니다.
왜 정부 발 자료는 오류가 없을 거라 생각하나
다음으로 한국경제가 ‘정부도 OECD 풀타임 기준이 주 40시간이라는 것을 인정했다’며 제시한 고용노동부의 해명자료 <사실은 이렇습니다/일자리 줄었다? 잘못된 계산법입니다!>(7/5)를 보겠습니다.
고용노동부의 해명자료는 지난 7월 5일 조선일보 <주 36시간 일자리, 2년새 20만개 줄어>(7/5)에 대해 해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입니다. 당시 조선일보는 성신여대 박기성 교수가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의뢰를 받아 조사한 일종의 ‘시간조정 고용률’을 보도했습니다. 박기성 교수는 이 연구보고서에서 ‘양질의 일자리’ 기준을 주 36시간으로 잡고, 주 36시간 이상의 취업자는 모두 1명으로 고정한 뒤 주 36시간 미만의 취업자는 36시간으로 환산했습니다. 예를 들면, 주 9시간 노동자는 1/4명, 주 18시간 노동자는 1/2명으로 계산한 것입니다. 고용노동부가 지적한 내용은 36시간 이상 노동자를 노동시간과는 상관없이 1명으로 고정한 계산방식입니다. 고용노동부는 “36시간이 넘는 경우 즉, 주 48시간 근로자는 1.33명으로, 주 52시간 근로자는 1.44명으로 계산해야 맞다”고 박기성 교수의 계산방식을 문제 삼았습니다.
문제는 고용노동부의 반박이 어설프다는 것입니다. 고용노동부는 이 해명자료의 결론에서 민언련이 보고서에서 주장한 바와 같이 특정 노동시간 이하 노동자의 증가 이유를 ‘노동시간이 추세적으로 감소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의 주장처럼 36시간 이상 취업자를 36시간으로 환산해서 계산하게 되면 계산 결과는 박기성 교수의 계산보다 크게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예컨대, 통계청 <2019년 11월 고용동향>(12/11)의 취업시간대별 취업자 항목을 분석해 보면 53시간 이상 취업자는 노동시간 단축 정책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만 1천명이나 감소했는데, 이 인원들이 모두 53시간 일했다고 가정하고 고용노동부 해명자료 방식으로 계산해 보면 –68만 3천명만큼 계산결과에 영향을 줍니다. 즉, 박기성 교수 자료를 노동부의 해명자료 방식대로 다시 계산하면 처음에 제시한 20만 명 감소보다 더 큰 계산결과가 나왔을 것입니다. 노동부가 애초에 노동시간의 추세적 감소로만 반박했다면 충분했을 것을, 사족을 덧붙여 어설픈 해명이 된 것입니다.
통계, 항상 목적과 사용처 생각하며 해석해야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풀타임환산 고용률도 ‘어설픈 해명’ 중 하나입니다. 통계를 해석할 때는 항상 어떤 목적으로 어디에 쓰이는 통계인지 따져 봐야 합니다.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풀타임환산 고용률’ 지표가 쓰인 곳은 <사회적 보호와 삶의 질(Social Protection and Well-being)>-<성별(Gender)>-<고용(Employment)>항목에 있는 <풀타임환산 고용률, 성별 기준(Full-time equivalent employment rate, by sex)>입니다. 단순히 성별 고용률 격차만 보아서는 성별에 따른 노동시장 차별을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에 노동시간으로 고용률을 보정해서 성별에 따른 노동투입의 격차를 본 것이죠. 고용노동부는 해명자료에서 풀타임환산 고용률을 “국가별로 근로시간제나 시간제 비중이 다른 환경을 고려해 더 정확한 고용률을 내놓기 위해서”라고 설명하면서, 이 지표가 다른 나라보다 높다며 “우리가 매우 양호한 숫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언어도단입니다. 이 지표는 다른 나라보다 한국의 노동시간이 특출나게 길다는 증거밖에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긴 노동시간은 노동시장 전반적인 생산성 저하와 국민의 낮은 삶의 질의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는 이처럼 지적할 부분이 많은 고용노동부 해명자료를 무비판적으로 인용하며 기사의 초보적인 오류를 변명하는 데 이용한 것입니다.
가려지지 않는 한국경제의 성급한 결론
다음으로, 한국경제가 제시한 주 40시간이라는 풀타임 기준에 대해 보겠습니다. 한국경제의 주장대로 국가마다 고용환경이 천차만별이므로 당연히 한국경제는 OECD(30시간)나 성신여대 박기성 교수(36시간)와는 달리 주 40시간을 풀타임 기준으로 삼은 통계를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럴 경우 통계기준의 타당성에 의문이 생깁니다.
한국경제가 애초 보도했던 <30·40대 74만명 직장 잃고 알바 뛴다>(12/5)의 기준 자료는 ‘고용동향조사’입니다. 고용동향조사는 조사기간인 특정 조사기간(매달 15일이 포함된 주간)에 표본 가구를 방문조사원이 면접 조사하는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법정 노동시간이 주 40시간이라도 조사하는 기간에 어떤 사정이 있어 쉬거나 휴가를 내는 경우, 휴일이 끼어 있어 실제 노동시간이 낮아지는 경우 등을 고려하면 주 40시간보다 실제 반영되는 노동시간이 낮아진다는 이야기입니다. 민언련 보고서에서 지적했듯이, OECD연간 총노동시간 통계를 주 단위로 환산해서 계산하면 법정 노동시간 아래로 나오는 이유입니다(2018년 기준 38.2시간).
따라서 주 40시간 기준으로 시간제와 풀타임을 나눈 조사결과는 한국경제의 분석처럼 ‘과거보다 단시간노동자가 일정부분 늘었다’거나 정부의 해명처럼 ‘노동시간이 전체적으로 감소했다’는 식의 추세비교는 가능할 수 있지만, 74만 명이라는 구체적 수치를 싸잡아 “직장 잃고 알바 뛴다”고 주장하거나 “지난 2년간 전체 취업자가 30만 명 늘었지만 주 40시간 이상 근로자는 87만 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는 등 전체 취업자 증가 수와 비교하는 것은 성급한 분석이라는 것이 민언련 보고서의 주장입니다.
기자의 확증편향과 오만함만 확인한 한국경제의 반박문
한편, 한국경제는 민언련이 자신들을 향해 “5번 이내의 클릭으로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도저히 단순 실수로 보기 어렵다”, “결론에 현실 끼워 맞춘 기사는 안된다”라고 비판했다면서 “기사 저변에 정부를 비판하려는 악의적인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라고 평했습니다.
그러나 민언련은 보고서 말미에 “문재인 정부가 최대 현안을 일자리로 잡고, 그 동안 스스로 취업자 수와 같은 양적 통계를 기준으로 국정 홍보를 해 왔던 만큼 실제로 고용의 질이 떨어졌다면 언론이 분명하게 지적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취업자 수 중심으로 일자리 정책을 바라보면 세대별 인구 변동 효과를 왜곡하게 되고, 초단기 비정규직 노동자의 증가 등 일자리 질의 악화를 제대로 볼 수 없게 됩니다. 한국경제 식으로 세상을 정부에 대한 유불리라는 이분법으로만 따진다면, ‘인구 효과를 고려’하는 것은 정부에 유리한 분석이고, ‘초단기 비정규직 노동자의 증가’는 정부에 불리한 분석일 것입니다. 정부와 언론 모두 이런 요인들에 대해 균형성을 갖추고 솔직하게 말할 필요가 있습니다. 근거가 정확해야 함은 물론입니다.
이 정도의 지적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무턱대고 ‘친정부’ 낙인을 찍으며, 마치 이 세상에 자신들만 통계를 분석할 능력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오만한 언론을 과연 독자가 신뢰할 수 있을지 묻고 싶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12/11 한국경제(*온라인 보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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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공시형 활동가(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