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오피스텔 성매매 문제 종합적으로 짚은 한국일보
등록 2019.10.2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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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019년 9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 신문 부문에 한국일보 <옆집이 성매매 오피스텔> 기획보도를 선정했다.

 

2019년 9월 ‘이달의 좋은 보도상’ 신문 부문 심사 개요

좋은 신문 보도

<옆집이 성매매 오피스텔> 연속 보도

매체 : 한국일보, 취재 : 한국일보 기획취재부 박상준·박소영·이진희·이혜미 기자, 보도일자 : 9/30~10/2

선정위원

공시형(민언련 활동가),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민동기(고발뉴스 미디어전문기자), 박영흠(협성대학교 초빙교수), 박진솔(민언련 활동가), 엄재희(민언련 활동가), 이광호(전태일기념사업회 이사), 임동준(민언련 활동가), 조선희(민언련 활동가)

심사 대상

9월 1일부터 30일까지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서울신문, 한국일보 지면에 게재된 보도, 그리고 자천, 타천한 신문보도(지면보도에 한함)

선정 사유

한국일보는 1년 치 ‘오피스텔 성매매’ 판결문을 분석해 ‘서울시 성매매 오피스텔 분포 지도’를 만들어 공개하여 우리 생활공간에 숨어있는 성매매의 심각성을 제대로 드러냈다. 특히 한국일보는 현실을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고, 오피스텔 성매매가 성업하는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노력했다.

보도는 오피스텔 성매매업주 등의 형량을 분석해 60% 가량이 집행유예이며, 징역형 실형을 선고 받은 비율은 25% 정도에 불과하다는 결과를 보여줬다. 단속에 걸리더라도 형량이 적고, 불법 수익에 대한 추징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를 드러낸 것이다. 또한, 성매매업자들이 보증금 없이 비싼 월세, 속칭 ‘깔세’로 3개월가량 단기계약을 하는데, 이를 통해 포주·임대인·중개업자들의 ‘3각 커넥션’이 공고해진다는 현실도 짚었다. 한국일보는 경찰행정학자의 인터뷰 등을 통해 실질적 대안책을 제시하는가 하면, 여성학자와 성매매방지단체 활동가의 인터뷰를 통해 성매매를 둘러싼 사회문화적 개선점도 짚었다.

오피스텔 성매매가 성업 중인 것은 많이 알려져 있었지만, 고위층의 성매매 적발이나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과 같은 ‘사건’이 있지 않고서는 언론에서 주로 다뤄지지 않았다. 한국일보의 이번 특집은 특별한 사건이나 국가기관이 제공하는 ‘기삿거리’가 없이도 얼마든지 심층 보도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특히 이에 민언련은 한국일보 <옆집이 성매매 오피스텔>을 2019년 9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 신문 부문 수상자로 선정했다.

 

옆집이 성매매 오피스텔이라고?

한국일보는 9월 30일부터 <옆집이 성매매 오피스텔>이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기획기사를 연재했다. 한국일보는 첫 보도 <강남 역삼초교 앞, 무려 9곳 성매매 오피스텔>(9/30, 이진희·한채영·이정원 기자)에서 서울 지역 오피스텔 성매매 판결문 1년치 150건을 전수분석한 자료로 <서울 성매매 오피스텔 분포 지도>를 만들어 공개했다. 이 기사를 통해 드러난 성매매 오피스텔 실태는 독자들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기사에 따르면, 판결문에서 드러난 성매매 오피스텔은 378곳이었는데, 학교 주변이나 경찰서 옆 등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심지어 공덕역 근처에서는 마포경찰서와 서울서부지검, 서울서부지법 등 수사·법조기관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영업한 사례도 3건이나 발견되었다. 한국일보의 시도는 우리 생활공간으로 파고든 성매매의 문제점을 시각자료를 통해 제대로 드러내 독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암묵적 카르텔 만드는 것은 적은 관리책임

한국일보는 연이은 보도로 성매매 오피스텔이 활개칠 수 있는 배경을 짚었다. 우선 한국일보는 <강남 43·서초 31·송파 20역시 부촌이 많았다>(9/30, 박소영·이진희·이정원·한채영 기자), <“오피스텔로 숨어든 성매매, 포주·임대인·중개업자 ‘3각 커넥션타고 번져”>(9/30, 이혜미 기자)등의 기사를 통해 오피스텔 임대업자의 관리책임이 약하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기사에 따르면, 오피스텔 성매매 업주들은 소위 ‘깔세 계약’을 하고 있다. 깔세 계약이란, 보증금이 없는 대신 월세를 비싸게 책정하는 단기 계약 방식이다. 보증금이 없기 때문에 단속을 피해 치고 빠지는 단기계약에 유리하며, 부동산 중개업자는 단기계약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지므로 더 많은 거래수수료를 챙기고, 오피스텔 업주 입장에서는 평소보다 월세를 더 많이 받을 수 있으므로 암묵적인 카르텔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오피스텔 업주들은 “사실상 성매매 수익을 임대료로 받은 셈”이라며, 이들에게 관리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는 현실도 지적했다. 기사에 따르면,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에 의해 성매매 자금, 토지 또는 건물을 제공한 건물주도 처벌 대상이지만, ‘성매매에 제공되는 사실을 알면서’라는 단서가 붙어있다고 한다. 성매매에 제공되는 사실을 알면서 장소를 제공했다는 의도를 증명하기 어려울 뿐더러, 모든 관리업무를 부동산에 맡기는 오피스텔 건물주들의 특성상 관리책임이 전혀 없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한국일보가 기사에서 인터뷰한 정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는 “법안을 만들 때 원안에는 ‘사실을 알면서’라는 문구가 없었지만 법무부 등에서 그 단서조항을 넣었다. 경찰이 지속적으로 단속해서 건물주에게 공지해야 하며 건물주의 성매매 수익에 대해서도 몰수·추징을 하고 건물주, 토지주 처벌을 강력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솜방망이 처벌과 부실수사도 책임

한국일보는 이어서 솜방망이 처벌이 성매매를 키우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성매매 판결문 분석의 후속기사인 <오피스텔 성매매 알선업자 형량, 75%가 벌금·집행유예>(10/1, 이진희·이혜미·이정원·한채영 기자)에 따르면, 오피스텔 성매매 알선 혐의로 선고를 받은 업주·피고용인의 형량은 60%가 집행유예였고, 15%는 벌금형만 받았다. 한국일보는 이를 성매매 사범 범죄수익 몰수·추징금 현황과 비교했는데, 적발된 몰수·추징금 규모만 2018년 579건에 510억에 이르렀다. 올해 상반기에는 492건에 279억이었다. 단순계산을 해보면, 성매매 알선 1건당 추징금은 평균 7400만원 가량인데 성매매 알선 양형기준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일반적으로 추징금보다 실제 성매매 알선업자들의 수익이 클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모두 최대형량을 받았다고 가정해도 처벌보다 수익이 큰 것이다. 한국일보는 “이처럼 한 두 번 적발 돼서는 실형을 살지 않고 수익도 많기 때문에 성매매 업주들은 거듭해서 성매매 알선업에 나선다”고 지적했다.

실제 성매매 알선사범의 증언을 취재한 기사 <“성매매 알선, 한 달 3000만원 큰돈 벌어손 뗄 수가 없었다”>(10/1, 이진희 기자), <“성매매 알선 걸려도 세 번째까지 벌금형…다섯 번째 적발돼서야 징역 1년”>(10/1, 이혜미 기자)에서는 더 심각한 실태가 드러난다. 이에 따르면, 이필성(가명)씨는 성매매 단속에 5, 6차례 걸렸는데 벌금은 첫 번째에 150만원, 두 번째에 350만원, 이어서 단속되었을 때는 200만원을 선고받았고 가장 마지막으로 적발되어 산 징역은 고작 1년이었으며 선고받은 추징금은 5,000만원 가량이었다. 그에 비해 이 업자는 한 달에 3,0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했다. 적발되었을 때는 성매매업을 한 기간 4~5년 중 업자가 진술한 3개월만 인정되었고, 압수수색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단속부터 수사, 양형까지 사법체계 전반에 큰 허점이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제도적·사회문화적 개선점 같이 언급한 한국일보

한국일보는 10월 2일 기획기사를 마치며 사회문화적, 제도적 대책을 양쪽으로 주문했다. <적발 여성에 벌금 물리면 또 성매매 내몰려업주 재산은 몰수·추징 강화해야>(10/2, 이진희 기자)에서는 성매매 피해 여성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정박은자 대구여성인권센터 상담소 부소장을 인터뷰했다. 정박 부소장은 성매매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들을 반박하면서, 성매매 여성을 제외한 성매매 사범들을 처벌하는 북유럽의 ‘노르딕 모델’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피스텔 건물주 몰랐다핑계 안 통하게”>(10/2, 박상준 기자)에서 인터뷰한 박찬걸 대구카톨릭대 교수는 “성매매를 경제 범죄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성매매 확산 속도를 줄일 수 있다”며 “징벌적 추징이 이뤄지는 마약, 재산 국외 도피 등처럼 몰수·추징의 강제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군대 갈 때 친구들과남성성 확인이 관습처럼”>(10/2, 박소영 기자)에서 인터뷰한 서강대 김주희 연구교수는 성매매를 둘러싼 여성주의 관점에서의 논쟁을 충실하게 다루었다. 김주희 교수는 “사회의 성차별적인 문화에서 성매매만을 떼어내 근절할 수는 없다”면서, “섹스중심적인 성매매 근절 이야기만 해서는 바꿀 수 없고, 결국 성차별적인 현실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차원으로 논의가 확장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언론의 공론화 기법 보여준 한국일보

그간 오피스텔에서 음성적으로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오피스텔 성매매가 모두가 알면서도 쉬쉬하는 사회문제라는 점은 인터넷 곳곳의 여성혐오적 은어나 ‘유흥탐정’같은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알 수 있으나, 그에 비해 표면으로 드러나는 것은 극히 드물었다. 오피스텔이라는 생활공간을 빌려 짧은 주기로 이동하는 오피스텔 성매매의 특성상 적발이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론들이 만약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이나 드러난 사건들만 좆아 취재한다면, 사회문제의 실상을 제대로 드러낼 수 없게 된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일보의 이번 기획기사는 특별한 사건이나 국가기관이 제공하는 ‘기삿거리’가 없어도 기자들의 노력 여부에 따라 얼마든지 심층 보도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사람들이 내심 거리를 두고 싶어하는 성매매가 생활공간에 침투해 있었다는 점을 데이터 시각화를 통해 드러낸 것은, 자극적인 사건이 없어도 독자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후속보도를 통해서는 한국일보의 문제의식이 잘 드러났고, 기획기사를 마치며 대안을 다각도로 제시한 점도 이번 기획기사의 장점이다.

 

<끝>

문의 공시형 활동가(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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