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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장관 집 앞에서 ‘불 켜졌다’‧‘주차장에 차 있다’ 현장 연결한 채널A
등록 2019.10.10 14:17
조회 2315

지난 3일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습니다. 현직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이기도 하고 지난 몇 달간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던 만큼, 정경심 교수의 소환 그 자체에 모든 언론이 엄청난 관심을 보였는데요. 그중 채널A가, 정경심 교수가 검찰에서 조사를 받을 동안, 조국 장관 가족의 집 앞을 지키고 서서 쳐다보다 저녁종합뉴스에서 현장 연결을 하는 한심한 행태를 보였습니다.

 

 

조국 장관 집 생중계하는 채널A, “조 장관 자택에 조금 전 불이 들어왔고…”

문제의 보도는 채널A <‘무거운 침묵’ 방배동 아파트>(10/3 우현기 기자)입니다. 인터넷판 제목은 <불 꺼진 조국 장관 방배동 자택…하루종일 ‘두문불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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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 장관 집 앞서 ‘불 켜졌다’고 생중계한 채널A(10/3)

 

먼저 동정민 앵커는 “부인이 서초동에서 검찰 조사를 받는 동안 조국 장관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라며 궁금증을 표시하더니 “조 장관의 서울 방배동 자택에 나가 있는 우현기 기자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우 기자! 자택에서 조 장관 모습이 포착이 됐나요?”라며 현장에 나가 있는 기자를 불렀습니다. 정경심 교수가 조사를 받았으면 받았지 그사이에 왜 배우자의 동향을 궁금해하는지 사실 시청자는 그게 더 의문일 겁니다. 더군다나 이날은 공휴일인 개천절이었는데, 쉬는 날 쉬는 게 생중계 대상이 되어야 하는 상황이 더 황당한 것이죠.

 

조 장관 집 앞에 서 있는 우현기 기자는 “네, 조국 법무부 장관은 오늘 외부 공식 일정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곳 서울 방배동 자택에는 조국 장관이 드나드는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는데요”라고 말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를 뭔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설명하는 퍼포먼스가 우스꽝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외부 공식 일정이 없으면 집 안에서 쉴 수도 있는 것을, ‘드나드는 모습이 포착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으니까요.

 

이어 더욱더 당연한 이야기를 늘어놓았습니다. 우현기 기자는 “다만 조 장관 자택에 조금 전 불이 들어왔고, 또 닫혀있었던 창문이 조금 전 열린 것을 봐서는 누군가 집 안에 있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라며 집 안의 동태를 묘사했습니다. 해당 뉴스프로그램인 ‘뉴스A’가 오후 7시 30분에 편성돼 있으니 이때쯤이면 해가 저물었을 것이고, 그럼 집 안의 불이 켜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방송사에서 아침마다 ‘오늘은 동쪽에서 해가 떴습니다’라고 생중계하지 않습니다. 당연한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이나 ‘저녁이 되면 집 안에 불이 켜진다’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면서 화면은 녹화된 영상으로 전환됩니다. 아마 낮에 취재해둔 분량일 겁니다. 그러나 이 또한 내용이 가관입니다. 우현기 기자는 “평소 휴일이면 조 장관이 운전하던 차량도 오늘은 하루종일 주차장에 세워져 있었고, 개천절이지만 자택 베란다에는 태극기가 걸려있지도 않았는데요. 어젯밤 퇴근한 조 장관이 ‘두문불출’하고 있거나, 지난밤부터 이른 아침 사이 자택을 나섰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라고 전하면서 조국 장관의 차량이 주차장에 주차된 모습이나, 조국 장관의 집 창문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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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 장관 차가 주차장에 주차돼 있다고 보도한 채널A(10/3)

 

이어지는 설명에서 왜 채널A 취재진이 그 앞을 서서 지키고 있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채널A 취재팀은 오늘 이른 아침 조 장관 자택 앞에 도착했지만, 정경심 교수가 검찰 조사를 받으러 집을 나서는 모습은 볼 수 없었는데요”, “검찰 조사 중 건강 상태를 이유로 조사를 중단하고 검찰 청사를 나선 정 교수는 이 시각 현재까지도 자택으로 돌아오는 모습이 포착되지 않았습니다”라는 설명이 뒤이어 나옵니다. 채널A는 정경심 교수가 집을 나서는 모습이나 조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모습을 포착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둘 다 발견하지 못했으니 취재가 안 된 영역이고, 그렇다면 보도하지 않으면 될 일입니다. 그럼에도 채널A는 굳이 현장 연결을 해서 ‘집에 불이 켜졌다’, ‘차가 주차장에 주차돼 있다’는 터무니없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렇게까지 취재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대체 뭘까요?

 

 

‘알 권리’와 ‘사생활 침해’의 경계를 고민하라

뉴스로 다뤄지기엔 터무니없고 당연한 내용을 생중계한 것도 문제지만, 알 권리를 핑계로 과도하게 사생활을 침해하고 있는 점도 문제입니다. 알 권리와 사생활 침해는 늘 분쟁의 영역에 있었지만 조국 사태를 겪으며 더 논의가 활발해졌습니다. 공인의 자녀라는 이유로 딸의 학교 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등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고, 지난달 24일 한 인터넷매체는 집 밖에 나온 딸을 몰래 촬영해 사진을 공개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번 경우 채널A의 이 리포트는 공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의 집 안 상황 등을 현장 연결했습니다. 분쟁의 영역이라곤 했지만 이 사례들은 굳이 시민들이 알아야 하는 정보도, 알고 싶은 정보도 아닙니다.

 

대법원은 2013년, 개인의 사생활 공개가 “공공의 이해와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에 해당하고, 그 공개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그 표현내용·방법 등이 부당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조국 장관 딸이 집 밖으로 나서는 사진은 공공의 이해와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요. 조국 장관 가족의 집을 클로즈업해 촬영하고 주차장의 차가 대어져 있다고 보도하는 것은 정말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걸까요? 채널A를 비롯한 언론들이 알 권리를 주장하고 싶다면 취재 대상의 사생활 침해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10월 3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YTN <뉴스나이트>

 

<끝>

문의 조선희 활동가 (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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