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위원회_
[신문‧방송모니터위원회 공동기획] 노동 관련 용어 모니터 보고서 ①노동자는 근로자일까?
등록 2019.09.09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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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에는 회원들이 모여서 신문과 방송을 모니터하는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와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가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신문‧방송모니터위원회의 공동 합작 창작물입니다. 방송모니터위원회는 매주 화요일 저녁에 만나 방송 프로그램과 뉴스 등을 모니터하고, 신문모니터위원회는 매주 월요일 저녁에 만나 신문보도를 비평합니다. 미디어를 공부하고 함께 모니터하고 싶은 분, 좋은 사람들과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싶은 분들은 민언련(02-392-0181)으로 연락주세요.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간의 언어습관이 사고‧가치관 등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언론은 언어‧사진‧영상 등을 통해 대중에게 정보‧사건사고‧의견 등을 전달합니다. 언어로 내용을 전달하는 만큼 대중의 사고‧가치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언론은 어떤 표현을 사용해 내용을 전달할지 고심하고 더 적확하고 올바른 표현을 사용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노동은 우리의 삶과 유리될 수 없는 보편적 가치입니다.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 방송모니터위원회(이하 민언련)는 신문‧방송이 이런 노동을 어떤 언어로 표현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민언련은 언론이 잘못 사용하고 있는 노동 어휘를 크게 네 개 범주로 나누어 분류했습니다. 해당 표현이 왜 부적절한지, 대체할 수 있는 노동 용어는 무엇인지 고민했습니다. 모니터를 한 용어는 노동자/근로자, 노동시간/근로시간, 노동환경/근로환경, 노동조건(여건)/근로조건(여건), 청소노동자/청소부(도우미), 가사노동자/가정부(도우미), 알바(아르바이트)노동자/알바(아르바이트)생, 하청업체/협력업체, 민주노총/민노총, 한국노총/한노총입니다. 더불어 노동자들의 집회나 파업을 어떻게 묘사하는지, 노동조합의 구조는 정확히 보도하고 있는지도 살펴봤습니다.

 

이를 위해서 지난 5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의 5개 일간지와 2개 경제지의 지면보도와 3개 지상파와 4개 종합편성채널의 저녁종합뉴스를 모니터했습니다. 모니터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말을 인용하여 사용한 노동 용어는 사용 통계에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언론이 취재원, 인용자의 말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일상에서 굳어진 표현, 예를 들어 탄력근로제나 근로기준법 등도 모니터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다른 표현으로 바꿀 경우 정보 전달을 저해할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이번 보고서는 1‧2편으로 나누어 발표합니다. 1편 ‘노동자는 근로자일까?’에서는 불합리한 노동의 현실을 왜곡하는 용어를 주로 다룹니다. 2편 ‘노조 깎아내리는 언론노동자’에서는 파업이나 집회, 노동조합 등을 언론이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또한 알찬 내용을 위해 민주노총 금속노조 강정주 노동안전보건국장을 인터뷰하여, 보고서에 강정주 국장의 해설을 담았습니다.

 

 

1. 노동자성을 왜곡하는 노동 관련 용어

 

1) 노동인가 근로인가?

 

노동과 근로를 구분하는 의도는?

모니터링 결과 다수 언론은 ‘노동’과 ‘근로’를 비슷한 의미로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노동자가 아닌 ‘근로자’, 노동시간이 아닌 ‘근로시간’, 노동환경이 아닌 ‘근로환경’, 노동조건이 아닌 ‘근로조건’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지요. 왜 노동자가 아니고 근로자라고 말하는 것일까요?

 

노동과 근로에는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근로는 ‘부지런히 일하는 것’(勤勞, work)이고 노동은 ‘일을 통해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것’(勞動, labor)입니다. 근로는 사용자의 지시 하에 근면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노동자의 수동성을 강조하는 의미입니다. 이 때문에 일제강점기에도 노동이 아니라 ‘근로’를 즐겨 사용했습니다. 반면 노동은 능동적으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행위이며, 이런 작업을 통해서 자아를 실현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를 적극적인 노동의 주체로 정의하는가, 소극적이고 피동적인 객체로 정의하는가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노동자를 근로자로 부르는 것은 이들을 사용자의 지시에 기계적으로 따르는 존재로 전락시키는 것입니다. 또한, 노동3권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노동자와 그들이 만들어온 오랜 투쟁의 역사를 격하하는 일입니다. 게다가 노동자에게 많은 권한과 정보를 주어 능동적으로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 대상으로 접근하는 현대 인사경영의 흐름과도 맞지 않습니다. 금속노조 강정주 국장도 “노동하는 사람, 자율성을 가진 존재로서 노동의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근로자가 아닌 노동자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어떤 계급, 어떤 개념으로 보느냐의 근본적 차이가 담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조중동‧경제지는 노동자보다 근로자를 많이 사용

이처럼 ‘근로’와 ‘근로자’, ‘근로시간’, ‘근로환경’, ‘근로조건(여건)’ 등 ‘근로’를 바탕으로 한 합성어 사용은 지양해야 합니다. 그러나 모니터 결과 언론에서는 근로를 바탕으로 한 합성어를 더 많이 사용했습니다.

 

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와 서울경제‧한국경제는 모두 ‘노동자’보다 ‘근로자’를 더 많이 사용했습니다. 특히 동아일보‧조선일보‧한국경제의 경우 ‘노동자’와 ‘근로자’ 중 ‘근로자’를 사용한 비율이 70%가 넘습니다. 50% 초반의 비율을 보이는 서울경제‧중앙일보보다 훨씬 높은 것입니다. (동아일보 약 70%, 조선일보 약 76%, 한국경제 약 76%, 서울경제 약 52%, 중앙일보 약 53%) 위 언론들과 달리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노동자’를 더 많이 사용했습니다. 의식적으로 ‘근로자’보다는 ‘노동자’ 사용을 지향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용어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서울경제

한국경제

노동자

근로자

280

39

50

116

32

104

97

111

309

29

97

103

97

305

노동

시간

근로

시간

34

18

11

46

5

42

10

39

32

7

15

71

10

84

노동

환경

근로

환경

11

0

5

1

0

0

4

2

13

1

8

4

2

5

노동

조건

(여건)

근로

조건

(여건)

23

12

2

14

0

2

2

7

19

3

0

8

0

15

△ ‘근로’ 또는 ‘노동’이 들어간 합성어를 쓴 신문 지면 기사의 수(5/1~6/30) ⓒ민주언론시민연합

*한 기사에서 두 개 이상의 단어가 함께 쓰인 경우, 중복 합산함.

 

‘근로자’를 더 많이 쓴 5개 신문사는 ‘근로’를 바탕으로 한 합성어도 많이 사용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특히 조선일보와 한국경제의 경우 ‘근로시간’, ‘근로환경’, ‘근로조건(근로여건)’을 사용한 횟수가 ‘노동시간’, ‘노동환경’, ‘노동조건(노동여건)’을 사용한 그것보다 더 많습니다. 동아일보‧중앙일보‧서울경제는 ‘노동환경’ 외에 나머지 용어에서는 ‘근로’를 바탕으로 한 합성어를 더 빈번하게 썼습니다. 이에 반해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다른 노동 용어 사용에 있어서도 ‘노동’을 바탕으로 한 합성어를 더 선호했습니다.

 

 

의도적인 ‘노동자→근로자’ 사용 사례

‘노동자’가 아닌 ‘근로자’를 사용한 보도 중 보다 비판할 만한 것을 몇 가지 모아봤습니다. 신문 보도에서는 취재원의 말을 인용할 땐 ‘노동자’를 사용했음에도 기자가 직접 쓴 문장에서 ‘근로자’를 사용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기자나 편집국이 ‘노동자’와 ‘근로자’의 차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았거나, 의식적으로 ‘노동자’보다는 ‘근로자’를 사용했다고 의심해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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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적 ‘근로자’ 사용 보이는 중앙일보(왼쪽)와 서울경제(오른쪽)

 

중앙일보 <떠오르는 ‘구미형 일자리…LG화학 참여할까>(5/21 김윤호 김정석 김영민 기자)는 최일배 민주노총 구미지부 사무국장의 말을 인용한 부분에서는 ‘노동자’를 사용하고 그 외에는 ‘근로자’라고 표기했습니다.

 

서울경제 <단독/특수고용직 줄가세…노 불리는 민노총>(5/29 맹준호 변재현 기자)의 경우 민주노총이 ‘특수고용노동자 총궐기대회’에서 주장한 말을 인용할 때는 ‘특수고용 노동자’를 사용했지만, 기자가 쓴 부분에서는 ‘특수고용 근로자’가 보입니다. 기자가 ‘노동자’ 보다는 ‘근로자’를 의식적으로 사용했음을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JTBC와 KBS는 ‘노동’ 용어 사용 빈도 높아

 

용어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노동자

근로자

31

8

29

12

30

15

28

4

7

8

3

3

7

3

노동

시간

근로

시간

6

1

3

4

7

5

0

2

2

5

0

1

0

1

노동

환경

근로

환경

1

0

4

0

2

0

0

0

0

0

0

0

0

0

노동

조건

(여건)

근로

조건

(여건)

2

1

0

6

2

0

0

0

0

3

0

0

0

0

△ ‘근로’ 또는 ‘노동’이 들어간 합성어를 쓴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기사의 수(5/1~6/30) ⓒ민주언론시민연합

*한 기사에서 두 개 이상의 단어가 함께 쓰인 경우, 중복 합산함.

 

방송사의 경우 대체적으로 ‘근로자’보다는 ‘노동자’를 더 많이 사용했습니다. 전반적으로 봤을 땐 KBS가 타 방송사에 비해 ‘노동’이 들어간 표현을 쓰는 빈도가 높았습니다. ‘노동자’와 ‘근로자’ 표현을 비교해보면 JTBC가 ‘노동자’를 7배, KBS가 4배가량 더 많이 사용했습니다. 그 외에 MBC‧SBS‧MBN 등에서도 ‘노동자’를 쓴 기사가 더 많았습니다. 반대로 TV조선과 채널A는 근로자를 더 많이 쓰거나 같은 비율로 사용했습니다.

KBS와 SBS는 네 가지 사례 모두, 근로가 들어간 표현보다 노동이 들어간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MBC는 ‘노동조건(여건)’이라고 할 수 있는 단어를 모두 ‘근로조건(여건)’이라 표현했습니다. 이는 TV조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JTBC의 ‘근로자’ 표현은 실수?

신문에서 의도적으로 노동자를 근로자라고 쓴 사례와 비슷하게, 방송에서도 노동자로 쓸 수 있는 말을 근로자라고 표현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JTBC는 외국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를 ‘근로자’로 표현했습니다. 미국 상무장관의 말을 번역해 인용하면서 근로자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입니다. <미, 이번엔 ‘환율 전쟁’ 포문…한국도 유탄 우려>(5/24 이한주 기자)에서는 미국이 중국과 무역전쟁 중에 자국 통화가치를 낮추는 국가에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란 내용이 소개됐습니다. 이때 JTBC는 윌버 로스 상무장관의 성명을 인용하면서 “다른 나라들이 더는 미국 근로자와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통화 정책을 활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달했습니다. ‘미국 근로자’라는 표현이 나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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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er’를 ‘근로자’로 번역한 JTBC <뉴스룸>(5/24)

 

그러나 로스 상무장관이 말한 내용의 원문을 찾아보면 그는 “Foreign nations would no longer be able to use currency policies to the disadvantage of American workers and businesses”라고 말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JTBC가 ‘workers’를 ‘근로자’로 번역한 것입니다. ‘Worker는 근로자나 노동자로 다 쓸 수 있지 않느냐’, ‘Laborer‧Worker‧Employee 다 구별해서 쓰란 말이냐’ 등의 반박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번역 과정에서 ‘노동자’로 충분히 쓸 수 있었고, 맥락 또한 변하지 않음에도 ‘근로자’로 번역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JTBC는 ‘노동자’라는 표현을 가장 높은 비율로 사용한 방송사였습니다. 그럼에도 이같이 번역한 것은 실수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의식적으로 고쳐 써야 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주의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2) 가사・청소‘도우미’와 알바‘생’?

 

노동자임에도 불구…가사‘도우미’와 알바‘생’이 되어버린 사람들

‘근로자’, ‘근로시간’, ‘근로환경’, ‘근로조건’, ‘근로여건’ 외에 노동자성을 왜곡하는 용어가 더 있었습니다. 청소부‧청소도우미, 가정부‧가사도우미, 아르바이트(알바)생 등의 표현입니다.

 

‘가정부(가사도우미)’, ‘청소부(청소도우미)’는 노동자성이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과거, 가사 및 청소 노동은 여성이나 노예의 전유물이었고 하나의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단어에 포함된 한자어에도 그러한 인식이 숨어있습니다. ‘가정부’에 쓰이는 ‘부(婦)’는 여성을 뜻하는 한자로 가사노동이 여성의 일이라는 인식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청소부’의 경우, ‘부’에 사용되는 한자에 따라 남성과 여성을 각각 표현하긴 하지만 청소하는 ‘사람’, 청소하는 ‘노동자’라는 뜻은 유추하기 어렵습니다. 한편 ‘도우미’라는 표현의 경우, 노동자의 행위를 ‘도움을 주는 행위’로 인식하게 합니다. 도우미는 ‘남에게 봉사하는 사람’으로 행위에 따른 수당 없이 선한 의도로 행동하는 사람입니다. ‘~부’, ‘~도우미’와 같은 표현은 가사노동과 청소노동의 노동성을 희석시킵니다.

 

‘알바생’이란 표현도 노동자의 ‘노동’을 잘 드러내지 못합니다. 이는 ‘아르바이트’와 ‘학생’이 합쳐져 만들어진 용어로, 인터넷 매체 레디앙의 <알바는 노동이다 편견의 단어 ‘알바생’ 사라져야>(2016/10/7)에 따르면 아르바이트노동조합은 “알바생은 용돈을 벌기 위해 임시적으로 일을 하는 학생들을 뜻하는 사회적 용어로 자리 잡았다”며 해당 표현을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계약에 의해 정당한 임금을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이 드러날 수 있도록 ‘아르바이트 노동자’, ‘시간제 노동자’ 등의 표현을 지향해야 합니다. 그러나 신문과 방송 모두 노동의 가치를 더 드러내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청소노동‧가사노동‧시간제 노동에 대한 고민, 신문엔 없다

신문의 경우 청소노동자‧가사노동자‧시간제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드러내기 위한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모니터링 기간 ‘청소노동자’를 ‘청소부(청소도우미)’보다 많이 쓴 곳은 경향신문과 한겨레밖에 없었습니다. 동아일보가 청소노동자란 단어를 한 번 써서 청소부(청소도우미)를 쓴 기사 건수와 같았으나 나머지 신문사는 청소노동자란 단어를 아예 쓰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가사노동자’와 ‘가정부(가사도우미)’를 쓴 건수를 보면 경향신문이 가사노동자란 단어가 들어간 기사를 한 건 썼을 뿐, 나머지는 전부 가사노동자를 가정부 또는 가사도우미로 적고 있었습니다. 신문사 대부분이 청소노동자와 가사노동자의 노동자성에 대해 깊게 고민해보지 않은 것입니다.

 

‘알바노동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알바(아르바이트)노동자’란 표현을 기사에 쓴 신문사는 경향신문을 제외하고는 한 곳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경향신문 또한 ‘알바생’을 ‘알바노동자’보다 많이 사용했습니다. 모니터링 대상이 된 7개 신문사 모두 반성해야할 지점입니다.

 

용어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서울경제

한국경제

청소노동자

청소부(청소도우미)

2

1

1

1

0

1

0

2

6

0

0

1

0

0

가사노동자

가정부(가사도우미)

1

3

0

3

0

12

0

18

0

5

0

10

0

4

알바(아르바이트)노동자

알바(아르바이트)생

2

7

0

15

0

9

0

3

0

7

0

16

0

4

△ 청소노동‧가사노동‧시간제 노동을 드러내는 표현이 쓰이거나 그렇지 않은 신문 지면 기사의 수(5/1~6/30)

ⓒ민주언론시민연합 *한 기사에서 두 개 이상의 단어가 함께 쓰인 경우, 중복 합산함.

 

 

자막은 ‘편의점 직원’이라는데, 기자는 ‘알바생’으로 지칭

 

용어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청소노동자

청소부(청소도우미)

2

0

-

-

-

-

1

0

-

-

0

1

-

-

가사노동자

가정부(가사도우미)

0

1

0

1

0

2

0

2

-

-

0

1

0

1

알바(아르바이트)노동자

알바(아르바이트)생

-

-

0

1

0

4

-

-

-

-

0

2

0

3

△ 청소노동‧가사노동‧시간제 노동을 드러내는 표현이 쓰이거나 그렇지 않은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기사의 수(5/1~6/30)

ⓒ민주언론시민연합 *한 기사에서 두 개 이상의 단어가 함께 쓰인 경우, 중복 합산함.

 

방송의 경우 신문에 비해 해당 용어를 쓴 횟수가 많지는 않으나 신문과 비슷한 경향을 보였습니다. KBS와 JTBC만이 청소노동자를 ‘청소노동자’로 표현했고, 채널A의 경우 ‘청소부(청소도우미)’란 단어만을 사용했습니다.

 

가사노동에 대한 표현 자체를 기사에 쓰지 않은 TV조선을 제외한 모든 방송사는 모니터 기간 ‘가사도우미’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이는 한진그룹 조현아 전 부사장과 그의 어머니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재판을 다루는 기사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필리핀 여성을 대한항공 직원으로 속이고 국내에 데려와 가사노동자로 불법 고용한 혐의에 대한 재판을 보도하며 ‘가사도우미’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입니다. 이는 신문에서 ‘가정부(가사도우미)’라는 표현이 많이 나온 이유이기도 합니다. 의도적으로 ‘청소노동자’란 표현을 쓰는 언론사에서도 ‘가사도우미’로 적는다는 것은 ‘도우미’란 표현이 사회에 만연해 있음을 방증합니다. 언론사들이 아무런 고민 없이 ‘도우미’ 표현을 사용해 가사 노동에 대한 가치를 평가절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이 필요합니다.

 

또한 ‘아르바이트 노동자’라는 표현을 사용한 방송사는 한 곳도 없었습니다. 대부분 알바노동자를 다루는 보도에서 ‘아르바이트생’이라는 말을 사용했습니다.

 

SBS <3명 다친 편의점 흉기 난동…미리 막을 기회 있었다>(5/18 김민욱 기자)는 부산의 한 편의점에서 조현병 환자가 흉기를 휘두른 사건을 다뤘습니다. 기자는 사건을 소개하면서 “38살 A씨가 20대 여성을 따라 편의점에 들어온 뒤 30대 남자 손님과 20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에게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A씨는 아르바이트생의 폴리스콜 신고 2분 만에 검거돼 응급 입원 조치됐습니다”라며 ‘아르바이트생’이란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자막에서는 그를 ‘편의점 직원’으로 표현했습니다. 즉, 충분히 편의점 직원이나 편의점 노동자 등으로 쓸 수 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의미가 됩니다. 기자 개인은 물론 편집에 책임이 있는 언론사 전체가 노동 친화적 용어를 사용하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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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바이트생’이라 말하며 자막엔 ‘편의점 직원’으로 표기한 SBS <8뉴스>(5/18)

 

 

2. 불합리한 노동 현실과 동떨어진 노동 관련 용어

 

1) 하청업체인가? 협력업체인가?

 

동등한 위치에서 ‘협력’하는 관계?

불합리한 노동 현실을 외면하는 용어로, ‘협력업체’를 살펴보겠습니다. ‘하청업체’와 ‘협력업체’가 내포하는 기업 간의 위계는 다릅니다. 전자는 수직적인 상하관계를, 후자는 평등한 협력관계를 의미합니다. 자칫 용어를 잘못 썼다가는 현실을 완전히 왜곡할 우려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원청이 하청의 기술을 탈취하거나 납품단가를 후려쳤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 경우 원청과 하청 사이의 관계는 수직적입니다. 하청은 원청에 완전히 종속되어 원청의 불법적인 행태에 저항도 못하고 참아야 합니다. 이는 평등한 협력관계가 아닙니다. 따라서 이 예시에서 하청을 ‘협력업체’라고 표현한다면 현실을 완전히 왜곡하게 됩니다.

 

‘협력업체’보다는 원청과 하청 사이의 수직적인 관계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하청업체’를 사용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을 더 잘 반영합니다. 산업연구원의 보고서 <주력산업 협력업체 경쟁력 저하의 원인과 시사점-전자와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2018/12/13)에 따르면 한국의 주력 산업인 전자, 자동차 산업에서 하도급기업의 모기업 의존도는 각각 75.3%, 88.3%입니다. 하청이 원청에 상당히 종속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 역시 매우 심각합니다. 연합뉴스 <0.3% 대기업이 전체 영업이익 61% 차지…경제력 집중 심화>(2018/12/6)에 따르면 2017년 “전체 기업 수의 0.3%에 불과한 대기업이 전체 영업이익의 61%를 차지”했고 또 다른 연합뉴스 기사 <작년 수출 첫 6천억달러 넘겼지만 대기업·중기 양극화는 심해져>(5/8)에 따르면 2018년 무역의 경우 “상위 100대 기업의 무역집중도는 66.9%”에 달합니다. 더구나 불법파견, 납품단가 후려치기, 기술탈취, 보복 거래 등 대기업이 하청업체에 저지르는 각종 불법이 연일 뉴스에 나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는 수직적이고 양극화된 상하관계에 가깝습니다.

 

 

갑을관계 명확한 데도 ‘협력업체’로 쓰는 신문

모니터 대상이 된 7개 신문은 ‘하청업체’보다 ‘협력업체’를 더 자주 썼습니다. 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와 서울경제‧한국경제는 ‘협력업체’를 사용한 비율이 80%가 넘습니다. 특히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사용한 비율이 각각 100%, 95%에 달합니다. 경향신문, 한겨레도 ‘협력업체’란 단어를 각각 74%, 59% 사용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기업, 중소기업 간 심각한 양극화를 고려했을 때, 7개 신문사 모두 단어 사용에 부적절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용어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서울경제

한국경제

하청업체(사)

협력업체(사)

8

23

5

44

0

39

2

42

11

16

9

79

18

91

△ 하청업체/협력업체 표현이 쓰인 신문 지면 기사의 수(5/1~6/30) ⓒ민주언론시민연합

*한 기사에서 두 개 이상의 단어가 함께 쓰인 경우, 중복 합산함.

 

신문에선 원청이 하청을 착취하거나 갑과 을의 위계관계가 명확한 데도 ‘협력업체’를 사용한 기사도 있었습니다. 이런 보도는 불합리한 노동 현실을 알리려는 목적이면서도, 관성적이고 무비판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노동 용어를 사용했기에 크게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먼저 경향신문 <“발전사들 조사 모범답안 돌리고 물청소‧컨베이어벨트 멈춰 방해”>(5/28 정대연 기자)를 살펴보겠습니다.

 

기사는 석탄화력 발전사들이 김용균 씨 사망사고 진상조사를 방해한 정황을 드러냈습니다. 그런데 기사 앞부분에 “석탄화력발전사들이 태안화력발전소 협력업체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숨진 김용균씨 사망사고의 진상조사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표현이 나옵니다. 김용균 씨가 근무했던 곳을 ‘하청업체’가 아닌 ‘협력업체’로 표기한 것입니다. 김용균 씨는 열악하고 위험한 환경에서 노동을 하다 숨졌습니다. 발전소는 안전과 직결되는 업무임에도 비용을 절약한다는 목적으로 위험을 외주화 했습니다. 과연 김용균 씨가 근무했던 곳이 발전소와 대등한 ‘협력업체’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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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균 씨가 사망한 태안화력발전소를 ‘협력업체’로 표현한 경향신문(5/28)

 

서울경제의 <‘1원 전쟁’ 격화에…납품업체 옥죄는 이커머스>(5/8 김보리 기자)는 쿠팡, 옥션, G마켓 등의 이커머스 업체와 여기에 물건을 납품하는 제조사들 사이의 ‘갑질’을 다루고 있습니다. 결제 대금 지급 지연, 높은 수수료 등이 문제지만 물건을 팔아야 하는 하청업체는 어쩔 수 없이 갑질을 견디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기사는 이 같은 갑질을 다루면서도 ‘하청업체’가 아닌 ‘협력업체’를 사용했습니다. 대등한 입장에서 협업을 하는 기업 간에도 갑질이 가능한지 되묻고 싶습니다.

 

 

‘하청’이냐 ‘협력’이냐, 고민 없는 방송사

 

용어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하청업체(사)

협력업체(사)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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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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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청업체/협력업체 표현이 쓰인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기사의 수(5/1~6/30) ⓒ민주언론시민연합

*한 기사에서 두 개 이상의 단어가 함께 쓰인 경우, 중복 합산함.

 

방송의 경우도 KBS를 제외하고는 의식적으로 ‘하청업체’를 사용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보기 힘들었습니다. MBC와 JTBC는 ‘하청업체’와 ‘협력업체’ 표현을 혼용해 사용했으나 협력업체라고 쓴 기사가 더 많았고, SBS‧TV조선‧MBN의 경우 모니터 기간 ‘협력업체’ 표현만 사용했습니다.

 

방송 뉴스에서도 신문 지면과 비슷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SBS <반도체 노동자의 백혈병, 정부 차원 첫 연관성 인정>(5/22 조동찬 기자)에선 반도체 노동자와 백혈병에 대한 인과관계가 보도됐습니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이 반도체 노동자들을 추적 조사한 결과, 백혈병이나 혈액암 등에 대한 발병률이 높다는 정부 차원의 유의미한 조사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조사 대상엔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빠져있었습니다. 이를 설명하며 SBS는 “피해자 단체는 환영하면서도 더 위험한 환경에 노출된 협력업체 근로자가 빠진 부분을 지적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JTBC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승강로 청소하다 2명 추락사…또 ‘그들’이었다>(6/7 구석찬 기자)는 부산 아파트 신축 공사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한 내용을 다뤘습니다. 김필규 앵커는 “이번에도 시공사 협력업체 직원들이었습니다”, “위험한 작업을 협력업체에 맡기는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가 또 문제를 드러냈습니다”라며 뉴스를 전했습니다. 기자도 “피해자는 모두 시공사의 협력업체가 고용한 일용직입니다”, “경찰은 시공사와 협력업체간 하도급 계약이 법을 어긴 것은 없는지 조사에 들어갔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원청업체가 어렵고 위험한 일을 하청업체로 떠넘기는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하청업체를 ‘협력업체’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보도 내용처럼, 원청과 하청의 관계는 동등하지 않습니다. 불합리한 노동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적확한 표현을 사용하는 데 언론이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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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의 외주화’ 다루면서도 ‘협력업체’로 표현한 JTBC <뉴스룸>(6/7)

 

<2편에서 이어집니다.>

 

* 썸네일: 국민TV <당신은 노동자입니까? 근로자입니까?>(2015/11/11)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5월 1일~6월 30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서울경제, 한국경제(지면보도에 한함) /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끝>

문의 조선희 활동가(02-392-0181) 작성자 배병길 이정화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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