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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판결에도 삼성 걱정하기 바쁜 언론들8월 29일 ‘국정농단’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상고심에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경영권 승계작업이 있었고,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승계에 대한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판단한 겁니다. 추가로 최순실 씨에게 준 말 3필로 뇌물로 인정됐습니다. 대법원은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혐의를 추가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2심 판결을 파기환송했습니다. 이 판결로 인해 이재용 부회장의 재구속 가능성이 전망되면서 다시 국정농단 수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대법원의 판결을 언론들은 어떻게 보도했을까요?
보도량, 두 배까지 차이났다
대법원 판결 이후 이틀간 신문 지면에 게재된 보도량을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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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
동아일보 |
조선일보 |
중앙일보 |
한겨레 |
보도량 |
16 |
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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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농단 수사 종합일간지 보도량(8/30~31) ⓒ민주언론시민연합
*사진기사 포함
보도량은 대체로 비슷해 보이지만, 많게는 두 배까지 차이가 났습니다. 한겨레는 이틀간 18건의 기사로 가장 많은 보도량을 보였습니다. 경향신문도 16건의 기사를 냈습니다. 반면에 동아일보는 9건의 기사를 실으면서 한겨레와 두 배의 차이를 보였습니다. 중앙일보는 11건의 기사를 게재했고 조선일보는 13건을 게재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국정농단 사건이 재판에 넘겨진지 2년 4개월 만에 내려지는 최종 판결이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심에서 징역 25년과 벌금 2백억 원, 최순실 씨는 징역 20년과 벌금 2백억 원을 선고받았고 이재용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아 석방된 바 있습니다. 이번 판결로 국정농단 사건이 종지부를 찍는다는 상징성도 있었지만,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수사가 다시 진행될 전망이라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큰 의미를 가졌습니다.
이재용 판결에 화난 조선일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 이후 또다시 ‘삼성위기=경제위기’설이 등장했습니다. 조선일보는 <“급류에 휩쓸린 뗏목 탄 심정”>(8/30, 김성민 기자)에서 한 삼성그룹 계열사 임원의 말을 제목으로 게재했습니다. 삼성그룹에 여러 악재가 겹쳐서 위기를 맞았다는 내용입니다.
△삼성그룹 임원 의견을 제목에 넣은 조선일보 기사(8/30)
해당 기사는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로 삼성이 추진하는 대규모 투자가 차질을 빚을까 우려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국정농단의 수사 결과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이 인정된 상황에서 경제 위기설을 꺼내드는 언론의 속내는 뻔합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나라의 경제를 책임지는 인물이니 ‘살살하라’는 뜻이지요. 조선일보는 <사설/삼성에 대한 수사와 재판의 끝은 뭔가>(8/30)에서 노골적으로 삼성을 봐주라고 전달합니다.
“일본과는 ‘경제 전쟁’이 벌어졌다. 그 경제 전쟁의 최전선에 서있는 기업이 삼성이다. 그런데 삼성의 사령탑이 비상 경영이 아니라 법정 싸움에 온 정력을 소비해야 하게 됐다. (중략) 만에 하나 삼성이 흔들리게 되면 누가 그 뒤를 감당할 수 있나. 그런 일은 정말 절대로 벌어지지 않을까. 세계의 명멸한 수많은 기업은 모두 한때는 전성기를 구가했었다”
삼성이 나라를 구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 조선일보는 이렇게 삼성을 비호해주기에 나섰습니다. 조선일보는 적법한 절차에 의해 죗값을 무는 것보다 삼성을 보호하는 것이 더 중요한가 봅니다.
△ 삼성과 재계 입장에서 경제 악화를 걱정하는 기사들 제목 갈무리
이번 재판 이후 삼성과 재계 입장에서 경제 악화를 걱정하는 기사들이 쏟아졌습니다. 삼성의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 있고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동안 삼성 오너일가가 검찰의 조사를 받고 구속 수감된 적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그때마다 삼성의 위기가 몰려온다는 기사가 많이 게재됐지만 대부분 근거 없는 의견이나 예측에 불과했습니다. 어김없이 등장한 삼성 위기론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판결 이후 또다시 나타나는 모양새입니다.
삼성이 어려움에 빠질 때마다 ‘위기론’을 꺼내들어 언론 플레이를 하는 건 삼성의 주특기입니다. 이번에도 삼성은 국정농단 재판 이후 입장문을 통해 ‘국가 경제 이바지’를 언급했습니다. 한겨레 <위기론 꺼낸 삼성 “국가 경제 이바지하게 도움·성원 부탁”>(8/30, 송경화 기자)에서 “이 부회장이 입장문을 통해 “과거 잘못”이라며 유죄 자체에 선을 긋고 “국가 경제 이바지”로 상징되는 자신의 역할을 강조한 것은, 파기환송심에서 본격화할 형량 다툼에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삼성의 노림수를 언론들이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지면에 써주고 있는 것입니다. 법원의 판결이 법과 원칙에 따라 내려져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입니다. 언론은 삼성 위기설을 보도해 재판 결과를 호도하려는 목적에서 벗어나 원리와 원칙을 따라야 합니다.
형도 확정되기 전에 박근혜 사면?
이번 재판에서 ‘박근혜 사면’을 언급한 언론들도 있었습니다. 언론들은 야권 일각에서 ‘총선 전 박 전 대통령 사면’ 가능성이 제기돼 왔었는데, 이번 재판으로 특별 사면은 불확실해졌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이 가능할 수도 있다며 그 가능성에 대해 분석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박근혜 총선전 사면? 재판 시간표 따라 선거판 요동>(8/30, 최승현·박국희 기자)에서 사면시기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대두됐다며 “박 전 대통령이 형 집행정지로 풀려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그 경우, 사면됐을 때와 비교해 박 전 대통령의 활동은 훨씬 제약되겠지만, 정치적 메시지 발신에는 큰 문제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 의견 확산의 중심에는 항상 조선일보가 서 있었습니다. 조선일보가 생각하는 ‘야권’에서 사면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 마다 꾸준히 사면의 가능성에 대해 적어주고 있는 것이죠. 조선일보는 <김대중 칼럼/‘과거’의 사면>(18/7/17, 김대중 고문)에서 “또 더 이상 ‘과거’에 집착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 상징으로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을 사면하는 것이다. 그것으로 앞으로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라고 말하며 재판이 채 끝나기도 전 부터 사면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이어질 파기환송심에서는 형량을 다시 판단하게 될 텐데, 언론에서는 벌써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이 기사화되고 있습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도 사면 언급에 동참했습니다. 중앙일보는 <대법 “박근혜 뇌물죄 분리 선고하라”…형량에 영향 미치나>(8/30, 이수정 기자)에서 “이날 대법원 선고로 박 전 대통령의 사면 가능성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면은 형이 확정돼야 가능하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은 당장 사면 대상자는 아니다. (중략) 특활비 사건이 확정되고,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확정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면 내년 총선 전 박 전 대통령이 사면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썼습니다.
동아일보도 <박, 재상고심까지...총선전 확정판결 어려워>(8/30, 김동혁·이호재 기자)에서 “29개월째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중 가장 오래 수감 생활을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2년, 노태우 전 대통령은 2년 1개월 동안 수감된 뒤 석방됐다.”라고 전했습니다. 재판의 결과보다 삼성의 실적을 더 걱정하고, 재판 결과가 채 나오기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 가능성에 대해 입을 모으는 언론들이 과연 법과 원칙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 썸네일 : 연합뉴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8월 30일~31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지면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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