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문 대통령 딸과 함께 제주도 방문?’…극우 유튜브 수준까지 떨어진 종편지난 7월 28일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7월 29일부터 예정되어 있던 5일의 휴가를 취소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 현안에 대한 대응을 위한 결정이었다는 해석이 주를 이뤘습니다. 하루 뒤 29일에는 일부 SNS 글을 중심으로 문 대통령이 27~28일 제주도를 방문했다는 소식이 뉴시스 <휴가 반납한 문대통령, 지난 주말 가족과 제주도 깜짝 방문>(7/29) 등 언론을 통해 전달됐습니다.
그러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이를 두고 휴가를 취소한다더니 휴가를 다녀왔다며 ‘휴가 반납쇼’라 비난했습니다. 현안을 위해 평일 5일의 휴가를 반납하고 주말 이틀간 제주도를 찾은 문 대통령이 거짓말을 한 듯 표현한 것입니다. 이런 주장은 종편의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했습니다. 종편 출연자들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전달하며 확인되지 않은 내용까지 덧붙였습니다.
“문 대통령 딸이 와서 감춘 것 아니냐”…대통령 비판 넘어 음모론 펼친 이도운 씨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7/30)은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넘어 근거 없는 음모론을 방송했습니다. 출연자 이도운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도에서 “저녁을 같이 한 분들이 손자하고 영부인”이라며 “만약에 준용 씨의 자녀일 수 있겠지만 다혜 씨의 자녀라면 다혜 씨도 아마 함께 했을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씨는 청와대가 문 대통령의 제주도 방문을 밝히지 않은 이유에 “다혜 씨 문제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 부부가 껄끄러워 하니까 그런 점 때문에 아마 조금 공개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씨의 추측에 진행자 엄성섭 씨는 “참석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요”라며 급히 발언을 끊었습니다. 하지만 이 씨는 “그건 모릅니다. 그래서 얘기를 하는 겁니다”라며 발언을 이어갔고 “다혜 씨 문제를 야당에서 제기했을 때 뭐 이러이러한 문제가 있어서 이렇게 이렇게 이주했다고 명확하게 밝혔으면 만약에 다혜 씨가 왔는지 안 왔는지 모르지만 이번에 왔다고 하더라도 그냥 다혜 씨 가족이랑 함께 있었다고 아마 발표를 했을 수 있을 것”이라며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의 일방적 주장을 기반으로 청와대를 비판했습니다.
사실여부 확인도 없이 사소한 내용만으로 추측을 이어간 이도운 씨는 이번 기회에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겠다는 듯 청와대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이도운 문화일보 논설위원 : 그러니까 한 번 감추니까 계속 감추게 되고 그래서 여기서 관련돼서 한 가지 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지금 문재인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해서 이렇게 사실이 아닌 거를 말하는 거를 그렇게 그다지 꺼리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도 좀 주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삼척항 사건과 관련해서 국민들에게 잘못된 얘기를 했죠? 거짓말을 했죠? 국방부가. 그리고 윤석열 검찰총장은 최소한 검사 당시에 기자들한테 명백한 거짓말을 했죠. 만약에 국회 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면은. 그렇게 해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그냥 넘어가고. 그래서 그 청와대가 또 우리 정부가 국민에 대한 어떤 브리핑이나 어떤 발표를 할 때는 그, 진실을 가지고 사실을 갖고 얘기하려는 노력을 해야지 자꾸 뭔가를 숨기려 하면 자꾸 의혹이 제기되고 거짓말 의혹이 나오는 겁니다.
△ 극우 유튜브 채널과 같은 주장 펼친 이도운 씨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7/30)
이도운 씨의 주장은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문제가 있는 딸이 제주도에 와서 청와대가 숨긴 것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이 씨는 이를 기정사실화하며 다른 사안들까지 엮어 ‘청와대가 국민에게 거짓말 하는 걸 쉽게 생각한다’는 주장까지 나아갔습니다.
음모론의 시작은 종편에서 퇴출된 황태순의 극우 유튜브 채널이었다
이도운 씨의 주장은 극우 유튜브 채널을 통해 등장한 내용이었습니다. 이 채널의 운영자는 “실제 촛불집회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했던 사람들은 보수가 더 많다. 근거는 제 눈이다”와 같이 근거없는 발언을 일삼다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 퇴출당한 황태순 씨였습니다.
황태순TV <긴급속보/문재인 '휴가' 사기극! 다혜도 제주도 함께 갔나?>(7/28)는 “금토일 묶어서 휴가 가는 건 일반 직장인 중에서도 기업의 임원이나 부장급 이상 되면 상상도 하기 어려운 것”, “휴양지인 제주도에 비행기 타고 가서 태풍 나리가 지금 일본으로 가고 있는데 그 태풍이 진로를 잘못들면 대통령이 못 올라올 수 있는 상황까지 감수하면서 휴가를 즐기고”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도를 방문한 점을 비판했습니다.
황태순 씨는 문 대통령의 방문을 소개한 SNS 글을 언급한 뒤 “문준용 장가갔다는 얘기는 아직 못들어봤는데”, “손자라고 하면 외손자밖에 없는거죠”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딸이 동행했다는 음모론을 펼쳤습니다. 특히 이 내용에 대해서 “방학이니까 손자하고 다혜 씨가 들어와 가지고 같이 갔으면 얘기를 해야지”, “제정신인 사람들인지 모르겠어요. 뭐라고 욕을 해줘도 시원찮을 판”이라며 격양된 어조로 문 대통령을 비난했습니다.
‘문 대통령 딸 제주도 방문했다’ 주장한 영상은 거짓말투성이
음모론의 출발점이었던 황태순TV의 영상은 사실이 아닌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황 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금요일부터 3일간 제주도를 방문했다고 주장했지만 미디어오늘 <청-기자, 대통령 주말 제주도행 휴가냐 아니냐 설전>(7/29)에 따르면 청와대가 밝힌 문재인 대통령의 제주도 방문 출발 날짜는 “토요일 오전”이었습니다.
또한 태풍 나리를 근거로 한 비판도 부당했습니다. 기상청의 태풍 나리 예상 경로 발표를 전한 연합뉴스 <제6호 태풍 '나리' 발생…일본 도쿄 쪽으로 향할 듯>(7/26)에 따르면 나리는 일본 본토에 상륙할 것으로 예측되었고 제주도 근방은 경로에서 한참 벗어나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황태순TV의 영상에 출연한 김연광 씨가 “장가갔다는 얘기는 아직 못들어봤”다던 문준용 씨는 경향신문 <박주연의 색다른 인터뷰/문준용 “대통령 아들이라 받는 특혜는 당연히 없어야...할 말 많지만 자제중”>(2018/12/1)과의 인터뷰에서 2014년 결혼을 했고, 아들을 문 대통령에게 “자주 보여드리려고 한다”고 답변했습니다. 즉, 해당 영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도에 갔다’, ‘손자가 있었다는 SNS 글이 올라왔다’는 일부 사실을 토대로 거짓말을 덧붙여 음모론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TV조선은 극우 유튜브 수준까지 내려갈 것인가
종편에서 퇴출된 출연자의 극우 유튜브 채널을 통해 퍼지고 있던 ‘문 대통령이 딸과 함께 제주도를 방문했다’는 주장은 결국 TV조선에 등장했습니다. 극우 유튜브 채널에서 시작한 근거없는 주장이 결국 종편의 시사대담 프로그램까지 퍼진 것입니다.
물론 이도운 씨와 TV조선은 극우 유튜브 채널에 등장한 허위조작정보는 전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일부 사실을 기반으로 추측에 또다른 추측을 붙여 음모론을 만드는 방식은 이도운 씨도 황태순 씨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게다가 이도운 씨는 극우 유튜브 채널에서 시작된 음모론을 기반으로 정부가 국민에게 거짓말을 일삼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아갔습니다. 극우 유튜브 채널이 노골적인 대통령 힐난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씨는 자유한국당의 일방적인 주장에 힘을 실어주며 정부를 비판한 것입니다.
TV조선은 이런 문제를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허위조작정보를 유포하는 극우 유튜브에서 등장한 주장이 TV조선의 출연자에게서도 나왔다는 것은 TV조선의 수준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7시간에는 대통령 24시간 공개하겠다면서”…‘거짓말 프레임’ 씌우기 나선 TV조선
한편 이도운 씨 이외에도 이날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의 문제적 발언은 이어졌습니다. 문승진 기자는 청와대의 발표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도를 방문한 것에 대해 “일반인들이 봤을 때는 그러면 휴가와 휴식이 뭐가 다른 거냐 뭐 이런 얘기가 나오고 있”다더니 “대통령이 주말에 가족들과 제주도에 머물렀던 것도 청와대가 아닌 제주 지역 기업과 목격자들의 SNS를 통해서 알려졌”다며 마치 대통령이 부당한 휴가 중 목격자들에게 발각이라도 된 것처럼 묘사했습니다.
또한 문승진 씨는 ‘세월호 7시간’을 언급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발언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문 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에 이른바 세월호 7시간 의혹이 불거지자”, “대통령의 24시간을 공개해서 일상이 국민에게 투명하게 전달되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소개했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에 거짓말 프레임 씌운 문승진 씨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7/30)
해당 발언은 집무시간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 300명이 넘는 국민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박근혜 씨의 무책임을 비판하고, 대통령의 공적일정을 국민들에게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의도였습니다. 하지만 문 씨는 발언의 의도는 제쳐둔 채 단순히 “24시간 공개”를 언급했다는 이유만으로 개인 일정을 숨겼다며 이를 비판의 근거로 사용한 것입니다.
채널A‧MBN은 대통령의 휴식 그 자체로 불만
채널A <정치데스크>(7/30)에 출연한 서정욱 변호사는 대통령의 휴식 자체를 문제 삼기도 했습니다. 서 변호사는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며 “지금 제주도나 오늘 저도, 부산이 일본 경제보복과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라고 반문했습니다. 이어 청와대가 개인일정이라 대통령의 제주도 방문을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대통령이 개인일정이 어디 있습니까?”라더니 “휴가를 취소했으면 좀 더 긴장감 있게 일하는게 더 필요한 것 아닌가”라며 주말 2일 휴식과 저도 방문을 비판했습니다.
비슷한 주장은 MBN <뉴스와이드>(7/29)에서도 등장했습니다. 박종희 자유한국당 전 의원은 현 상황이 “사면초가”라더니 “직원들 차질 없이 휴가가하고 말씀하시는 것 보면 이게 인간적인 건지 청와대의 어떤 경보 시스템이라든가 이 위기에 대한 어떤 안이한 인식을 반영한 건지 모르겠습니다”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를 취소한 후 했던 발언을 비판했습니다.
이에 진행자 백운기 씨는 “박 의원께서는 지금 이런 상황이면 대통령이 ‘전부 다 휴가 취소하고 다 일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게 맞다고 보십니까?”라고 질문했고 박 씨는 “지금 일본과 무역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전부 휴가고 뭐고 없”다더니 “청와대의 시각이 뭐 좋은지 모르겠”다며 본인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박 씨는 오히려 북한이 “한국에서 보낸 이 선물을 괴뢰가 보낸 전리품”이라 했다며 “국민들이 지금 안보 불안, 경제 불안. 아주 굉장히 불안해하는 시국”이라 주장했습니다. 이미 허위조작정보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 도쿄신문의 일방적 보도를 사실인 듯 설명하며 불안감을 야기한 것입니다.
△ 청와대 직원들의 정상적 휴가 사용을 비판한 박종희 씨 MBN <뉴스와이드>(7/29)
‘주말 휴식 후 주중 휴가취소’가 비판받을 일인가
보수성향의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 출연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휴가 취소 발표가 의도적인 시나리오였던 듯 표현하거나 휴식 자체를 문제 삼았습니다. 비슷한 주장은 29일 제주도 방문 관련 보도들이 나오면서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활동을 시간순서별로 살펴본다면 보수성향 출연자들의 비판이 부당하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토요일 오전 제주도를 방문했습니다. 이후 제주도에서 식사 등 개인일정을 보내는 사진이 찍혔고, 이는 27일 오후 게시된 제주도 소상공인경영지원센터 SNS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제주도에서 휴식을 취한 뒤인 28일 일요일 오후 1시 즈음 청와대는 29일부터 5일간 예정되어 있던 문 대통령의 여름휴가를 취소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즉, 주말 2일간 휴식을 취한 뒤 주중에 예정되어 있던 휴가를 취소하고 현안 대응을 위한 업무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공식일정이 없는 주말간 휴식을 취하고 현안 해결을 위해 주중 휴가를 취소한 대통령의 결정은 어찌보면 당연했고, 비판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29일에서야 언론을 통해 27일 오후에 올라온 SNS 글이 보도되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휴가 반납쇼’를 주장하며 대통령을 비판했습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를 비롯한 대통령 비판의 근거는 사실상 휴식을 위해 제주도를 찾았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는 것뿐이었습니다. 마땅히 취할 수 있는 주말 휴식 후 주중에 예정된 여름휴가까지 취소했음에도 억지 비판에 나선 것입니다.
종편은 정치권이 만들어 낸 ‘억지 비판’을 키워줬다
이런 부당한 비판을 그대로 전달한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언론이라면 정치권의 비판이 합당한지 검증하고, 악의적 왜곡이나 프레임 덮어씌우기에 불과하다면 시청자를 위해 주장의 허구성을 설명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종편은 정당한 휴식과 현안을 위한 휴가 취소에 ‘휴가를 취소해놓고 휴가를 갔다’는 왜곡된 프레임을 재생산할 뿐이었습니다.
심지어 TV조선은 극우 유튜브 채널을 통해 확산되고 있는 근거없는 주장을 그대로 방송했습니다. 이는 언론의 역할이 아닙니다. 정치권의 주장에 대한 검증과 올바른 비판을 하지 못하는 것도 모자라 특정 정당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하고 전달하는 언론이라면 스스로의 정체성을 다시 고민해 봐야합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19년 7월 29~30일 JTBC <뉴스ON>,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신통방통><이것이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정치데스크>, MBN <뉴스와이드><뉴스&이슈><뉴스BIG5><아침&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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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임동준 활동가(02-392-0181) 정리 박철헌‧서혜경‧이정화‧이창윤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