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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으로 만든 정규직? MBN과 조선일보가 ‘왜곡으로 막는 정규직’
등록 2019.08.08 15:13
조회 1080

지난달 30일 고용노동부가 ‘2019년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사례집’을 발간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이 추진된 지 2년. 그동안 정규직화를 시도한 공공기관 중 정부가 자랑할 만하다고 생각한 사례 15개를 ‘모범 사례’로 묶어 이같이 펴낸 겁니다. 발간 전날엔 모범 사례 중 하나로 꼽힌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KOICA)을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찾아 격려하기도 했습니다. 코이카는 자회사를 설립해 정규직 전환을 한 대표적 사례입니다.

 

공공 부문이든 민간 부문이든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작업을 한다면 반길 일입니다. 특히나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 그리고 동일 노동임에도 비정규직으로 채용해왔던 한국 사회의 고질적 문제를 생각한다면 이를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 있어야 함은 분명합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따라 고용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규모와 비중을 생각해볼 때, 아직도 경제 발전을 핑계로 비정규직을 가만히 내버려 두자고 할 순 없습니다.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사례집엔 노사가 합의해 정규직화한 공공기관들이 나옵니다. 물론 직접 고용이냐, 자회사 형태냐 하는 방법의 차이는 있지만 고용 주체인 공공기관들이 정부가 2017년 10월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과 각자 예산에 입각해 일정 규모의 인원을 정규직화했습니다. 이때 언론의 역할은 해당 사례집에 들어간 공공기관에서 실제 원만하게 정규직화가 이뤄졌는지,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묵살되진 않았는지를 밝히고 정규직화의 모범으로 소개할 만한 사례가 있다면 그를 알리는 것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일부에선 ‘경영 실적도 나쁘면서 정규직화 했다’는 논리로 정부를 비판하는 데 그쳤습니다. 그러나 쓰인 사례를 보면 실제 경영 실적이 나빴다고 볼 수 없었습니다.

 

 

사례집 유일하게 보도한 MBN “박수칠 일 아니다”

이재갑 장관이 코이카를 찾은 29일부터 사례집 발간 다음 날인 31일까지 8개 방송사 보도량을 살펴본 결과, 이를 보도한 곳은 MBN뿐이었습니다. 정부가 성과라고 평가하는 내용을 저녁종합뉴스가 보도해주지 않는다고 핀잔할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유일한 MBN의 보도는 정부의 평가와는 다르게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하는 것이었으며, 그 근거마저 감정적이라는 것입니다.

 

MBN <뉴스초점/‘빚으로 만든정규직에 박수?>(7/31 김주하 앵커)는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사례집을 두고 경영 실적도 나쁘면서 정규직을 늘려 세금을 낭비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주하 앵커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한 ‘모범 사례’ 15곳을 뽑아 칭찬하며 박수를 쳐 줬는데, 내용을 보면 박수칠 일이 아니거든요”라며 말을 꺼냈습니다.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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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부문 정규직화 관련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보도량(7/29~31) ©민주언론시민연합

 

그러면서 김주하 앵커는 세 가지 사례를 들었습니다. 차례로 △대구도시철도공사 △한국국제협력단 △한국지역난방공사입니다. 김주하 앵커는 “800명 넘게 정규직화했다는 공공기관은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1,480억 원이었습니다”, “또 자회사를 설립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 채용하고 월급을 올려줘 장관까지 방문해 칭찬을 받은 곳은, 알고 보니 해마다 수십억 원의 적자에다 작년 부채비율이 9,000% 가까이 되는 곳이었습니다”, “4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이에 따라 임금도 연 400만 원이나 올리고 정년도 연장한 공공기관도 있었는데 이곳의 실적 평가 점수는 C였죠”라고 말했습니다. 해당 공공기관들의 경영이 얼마나 부실한지, 그럼에도 얼마나 많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했는지 설명한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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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부문 정규직화 다룬 MBN <뉴스8>(7/31)

 

이어 김주하 앵커는 “정규직 전환의 가장 큰 과제는 인건비 등 비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상당수 기관은 당장 문을 닫아야 할 정도, 한마디로 경영실적이 ‘엉망진창’ 상태였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이뤄내는 데 있어 정부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묻는 것은 언론의 본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MBN의 분석처럼 당장 문을 닫아야 할 정도인 공공기관이 부러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① 도시철도공사의 적자, 정규직 문제 삼기보다 구조적 해결 짚어야

먼저 MBN의 설명대로 대구도시철도공사의 2018년 당기순손실이 1,480억에 가까운 것은 사실입니다. 2017년의 당기순손실은 1,600억여 원이었기 때문에 작년에 약간 반등했으나, 2016년에 1,350억여 원, 10년 전인 2008년 1,683억여 원, 2007년 1,525억여 원 등 그 이전에도 줄곧 당기순손실이 발생했습니다. 구조적으로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분류

MBN 보도 내용

실제 내용

대구도시철도공사

▸당기순손실 1,480억

▸도시철도공사 경영의 경우 줄곧 원가상승, 무임승차손실 증가, 낮은 요금현실화율이 문제

한국국제협력단

▸해마다 수십억 원 적자, 작년 부채비율 9,000%

▸급여 인상

▸국제개발협력위해 무상원조하는 공공기관

▸용역업체에 들였던 행정비용을 처우개선에 사용

한국지역난방공사

▸임금 연 400만 원 인상

▸정년 연장

▸실적 평가 점수 C

▸노사협의로 새로운 임금체계 설정

▸고령자친화직종의 경우 정년 연장

▸기관평가 C등급은 ‘보통’이란 의미

△ 공공기관에 대한 MBN의 보도 내용과 실제 내용 ©민주언론시민연합

 

당연히 대구도시철도공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6대 도시철도공사(광주, 대구, 대전, 부산, 서울, 인천) 모두 비슷합니다. 2017년 도시철도공사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를 보면 서울교통공사가 4,074억여 원의 당기순손실을 내 손실액이 가장 많았고 그 뒤를 대구도시철도공사, 부산교통공사가 이었습니다. 2017사업연도 지방공기업 결산 및 경영분석을 보면, 행정안전부는 낮은 요금현실화율로 도시철도공사들이 지속적으로 경영손실을 입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수송 원가 대비 지하철 요금인 ‘요금현실화율’의 경우 서울교통공사만이 62%를 기록했고 나머지의 경우 평균인 49.5%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수송 원가는 상승하는데 반해 요금은 오르지 않고, 사회가 고령화 되면서 무임승차인원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구도시철도공사의 경우 요금현실화율이 28.6%로 30%대도 안 됩니다. 이를 높이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 행정안전부의 분석입니다. 뿐만 아니라 초기 건설차입금으로 인한 금융비용 부담, 시설 감가상각비, 낮은 운송요금, 복지무임승차 등 도시철도공사의 손익 문제엔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도시철도공사들의 상황이 이런데, ‘800명 넘게 정규직화했다는 공공기관은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1,480억 원’이라는 MBN의 말이 사실일지언정, 경영이 어려우니 노동자 처우를 무시하라고 할 순 없습니다. 구조적으로 흑자 내기 어려운 기업의 노동자들은 그런 기업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열악한 노동환경에 시달리거나 차별 대우를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게다가 도시철도공사들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면, 이를 이유로 정규직화하지 말라고 비판하기 전에 이들이 적자에 시달리는 이유를 분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보도를 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에 더욱 맞는 일입니다.

 

당연히 대구도시철도공사가 문을 닫기 직전임에도 억지로 정규직화를 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사례집에 따르면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직후, 재원 문제를 우려해 자회사 설립의 방법으로 정규직 전환을 추진했고 결국 ‘대구메트로환경’이란 이름의 자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총 495명의 노동자가 자회사 정규직이 됐고, 외부 용역업체에 지출하던 비용이나 관리비 등은 자회사 소속 노동자들의 임금과 복리후생비로 쓰이고 있다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설명입니다.

 

 

② 해마다 수십억 적자? 코이카는 영리기관 아니다

MBN은 코이카가 해마다 수십억 원 적자에다 부채비율이 9,000%임에도 급여를 인상하고 정규직화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코이카는 영리기업이 아닌 국제개발협력을 통해 무상원조 업무를 하는 준정부기관입니다. 영업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영업이익이 발생하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영업손실 또한 발생하지 않습니다.

 

헤럴드경제 <코이카, ‘실적저조언론지적에 정면반박 영리기관 아니다”>(8/3)에 따르면 코이카 또한 이러한 언론 지적에 대해 “코이카 영업이익·부채비율이 좋지 않음에 따라 경영실적이 저조하다는 것은 영업이익과 부채비율의 뜻을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코이카는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으로 분류됩니다. 공공기관은 크게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으로 나눌 수 있는데, 코이카는 자체수입비중이 85% 이상인 ‘공기업’도 아니고, 기금을 관리하는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도 아닌 정부의 사업을 위탁‧집행하는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인 것입니다. 여기에 속하는 기관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독립기념관 등이 있습니다. 영업활동이 있다고 보기 힘든 기관입니다. 코이카 또한 “수익과 비용 모두 정부에서 수령한 출연금 사용액을 의미한다. 따라서 영업행위가 있지 않은 코이카에서 부채비율‧영업이익으로 경영실적이 저조하고 이런 저조한 실적으로 C등급을 평가받았다는 것은 확인된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부채비율도 코이카는 일반 공기업의 집계방식과 다릅니다. 개발협력을 위한 무상원조 사업비는 매년 정부에서 받은 출연금에서 사용하는데, 코이카는 이 출연금을 ‘부채’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즉, 회계처리기준에 따라서 부채로 표시하고 있을 뿐 어디서 자금을 빌려 나중에 갚아야 하는 ‘빚’이 아니라 단순 사업비인 셈입니다.

 

이처럼 경영 실적이 나쁘단 말도 사실이 아니지만, 이렇게 부채가 많은 데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월급을 올려줬다는 MBN 보도에도 추가 설명이 필요합니다. 코이카는 자회사 설립으로 정규직화를 추진했습니다. 자회사 설립의 경우 모회사와의 노동 환경, 처우 차이나 그에 따른 고용 불안 때문에 노동자들이 반기지 않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코이카는 해당 자회사를 코이카 100% 출자로 설립하고 향후 수익금이 발생할 경우 모회사 배당 없이 자회사 노동자의 처우개선과 신규채용에 활용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면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직무와 임금체계가 개편되고, 용역업체 관리에 들였던 행정비용을 노동자 처우개선에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임금이 올랐습니다. MBN은 이런 맥락을 전달하지 않으면서 코이카가 무턱대고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려준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③ ‘C’=보통인데 경영 상황 나쁜 것처럼 지적

MBN이 한국지역난방공사를 지적한 부분은 세 가지입니다. △실적 평가 점수에서 ‘C’를 받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금을 연 400만 원 인상하고 △정년 연장까지 했다는 것입니다.

 

MBN이 말한 실적 평가란 매년 기획재정부가 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의미합니다. 기획재정부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책임 경영 체계 확립을 위해 매년 경영 노력과 그 성과를 평가하고 있습니다. 먼저 2018년, 한국지역난방공사가 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C를 받은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C’라는 평가는 “대부분의 경영영역에서 일반적인 경영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일반적인 경영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수준”을 일컫는 단계입니다. 평가 등급은 S부터 A~E로 나눠지는데, C는 보통, D‧E가 미흡 이하 등급을 의미합니다. 전체 평가 대상인 128개의 공공기관 중 31.3%가 이 C등급을 받았습니다. 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C를 받았다고 경영 상황이 나쁘다고만 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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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재정부의 ‘2018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편람’에 제시된 평가 등급표

 

게다가 이 평가는 매년 기준과 방법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2018년 평가는 현 정부 국정운영 철학인 사회적 가치, 공공성 등을 담아 안전‧윤리 경영‧일자리‧상생 협력 등 사회적 가치 관련 평가배점을 50% 이상 대폭 확대했습니다. 즉, 단순히 경영 실적이 좋은지, 수익을 많이 내고 있는지를 평가한 결과가 아니란 것입니다. 여기엔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지, 윤리 경영을 하고 있는지 등도 포함된 것이므로 ‘경영 실적이 엉망인데 왜 정규직화 하느냐’는 근거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이 지표를 비판적으로 이용하려면 차라리 ‘C를 받았으니 경영할 때 사회적 가치를 더욱 고려하라’고 말해야 할 것입니다.

 

임금 연 400만 원 인상이나 정년 연장의 경우에도 추가 설명이 필요합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전국에 지사와 관리시설이 분산돼 있어 전환대상자가 340명인데 반해 관련 용역 업체가 20개 이상일 정도로 많았습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직종의 특수성에 따라 2개의 자회사를 설립, 정규직화하기로 하면서 기존 용역 금액 내에서 인건비를 설계했습니다. 그리고 자회사에서 나오는 이윤 등을 처우개선비로 전환해 교통비, 식비, 명절상여금, 복지 포인트 등을 모두 포함하여 연 416만 원을 추가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별도의 비용 부담은 없다는 것이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설명입니다.

 

정년 연장의 경우도 고령자친화직종인 일반 경비 및 미화 직종의 정년을 만 65세로 설정한 것일 뿐입니다. 타 직종(열수송관 점검‧유지 보수 등)의 경우 정년은 만 60세입니다. 다만 정규직화 하는 과정에서 정년에 걸려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정년 초과 노동자도 기간제 노동자로 2년까지는 추가로 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는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에서도 권고하고 있는 사항입니다.

 

 

뜻이 통하면 사실 확인 없이 가져다 쓰는 왜곡 공동체?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서울경제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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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부문 정규직화 관련 신문 지면 보도량(7/29~31) ©민주언론시민연합

 

사실 MBN의 뉴스초점은 30일자 조선일보 기사 <빚더미 공기관에정규직 많이 만들었다고 박수친 고용부>(7/30 손호영 기자)와 내용과 맥락이 비슷합니다. 같은 기간 공공부문 정규직화와 관련해 기사를 지면에 실은 곳은 조선일보와 경향신문 둘 뿐이었는데, 조선일보가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비판하기 위해 주로 든 사례도 코이카, 대구도시철도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등으로 MBN 기사와 같았습니다. 조선일보도 코이카의 부채비율, 대구도시철도공사의 당기순손실,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실적 평가 등급을 문제 삼았습니다.

 

MBN이 보도하기까지 분명 시간이 있었습니다. 조선일보의 보도가 사실을 바탕으로 썼는지 혹시 다 설명하지 않은 부분은 없는지 살펴볼 수 있었으나 MBN은 이를 하지 않았습니다. 언론으로서 책무를 방기한 겁니다. 정부를 비판하려는 뜻만 맞으면 사실 확인 없이 논리를 가져다 쓰고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 정규직‘화’의 현실

사례집 속 내용은 정부가 모범 사례라고 제시한 것일 뿐, 정부와 다른 생각을 가진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이재갑 장관의 코이카 방문 다음 날, 고속도로 톨게이트의 요금 수납 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갑 장관의 행보를 비판했습니다.

 

이들은 한국도로공사의 자회사 소속 전환 정규직화에 반대하면서 서울 톨게이트 지붕서 고공농성 중입니다. 이재갑 장관이 코이카를 방문한 그 날은 이들이 지붕에 올라간 지 한 달 째 되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자회사가 아닌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나선 이들은 지난 6월 한국도로공사로부터 해고당했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용역 계약 해지입니다. 1년마다 재계약을 반복했던 이들은 한국도로공사가 요구한 자회사 소속 전환에 동의하지 않고 계약 연장 또한 하지 않았기 때문에 계약 만료로 해고 상태가 된 것입니다. 2013년 요금 수납 노동자들이 법원에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 1‧2심에선 한국도로공사가 이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는 것은 불법 파견이란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후 3심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도로공사는 자회사 소속 전환을 진행했습니다.

 

고용노동부나 장관의 행보에 대해 요금 수납 노동자들이 불만을 드러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방송과 신문을 통틀어 이를 지적한 곳은 경향신문뿐이었습니다.

 

경향신문 <비정규직 직접고용목소리 거센데자회사 전환 수용치하한 노동부 장관>(7/30 이효상 기자)에선 “한국도로공사 요금수납원 38명이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 전환을 거부하고 한 달째 톨게이트 지붕에서 농성을 진행 중인 가운데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규직 전환의 우수 사례’라며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 전환이 이뤄진 공공기관을 방문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현 정부가 자신의 1호 공약을 자축한 보고서를 냈는데, 일부 노동자들은 이에 항의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언론에선 이 보고서 내용대로 실제 정규직화 과정이 원만했는지, 정부의 실적 내세우기는 아닌지 살펴야 합니다. 사례집엔 코이카의 경우 자회사 설립에 대해 전환 대상 노동자 75.7%가 찬성해서 논란이 없었다고 나와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아무 반대도 없었는지, 그렇다면 어떻게 노사가 합의에 이르렀는지 등은 언론의 관심 밖이었습니다. 비정규직 제도를 방관하거나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데만 관심 있었던 조선일보나 MBN만이 기사를 썼을 뿐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7월 29~31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YTN <뉴스나이트> /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서울경제, 한국경제 지면(*별지섹션 제외)

 

<끝>

문의 조선희 활동가 (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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