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종편 출연자들은 자유한국당이 주장한다면 허위조작정보도 전달한다
등록 2019.08.02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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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2018년 9월 19일 대전 동물원에서 퓨마 한 마리가 탈출하자 “그러니깐 NSC가 소집이 됐어요”, “NSC가 열렸어요. 화상회의를 했어요”라며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열렸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청와대는 공식 입장을 통해 반박했고 복수의 언론들이 이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확인하는 보도를 내놨습니다.

 

그런데 9개월이나 지난 7월 25일, 이 주장은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 차명진 전 의원을 통해 부활했습니다. 차명진 전 의원은 SNS에 “대한민국 땅에 러시아 군대, 중국 군대, 일본 군대가 동시에 처들어 왔는데 NSC가 안열렸다. 퓨마가 동물원 우리 탈출했을 때도 열렸다며!”라며 러시아 전투기의 영공 침해에 대한 정부 비판에 이 내용을 이용했습니다. 이어 28일에는 민경욱 대변인이 SNS를 통해 “외국 군용기가 영공에 쳐들어온 걸 다 보고 받고 퓨마 동물원 탈출 때도 열던 NSC도 안 열고”라는 비슷한 글을 올렸습니다.

 

자유한국당 소속 정치인들의 주장은 사실관계 확인도 거치지 않은 채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으로 옮겨졌습니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7/26)에 출연한 김희정 전 국회의원, 채널A <정치데스크>(7/29)에 출연한 조수진 동아일보 뉴스연구팀 부장 등 보수 성향의 출연자들은 해당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습니다.

 

‘퓨마가 탈출했을 때는 NSC가 열렸다’…자유한국당 주장 그대로 전달한 채널A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7/26)는 대담 시작부터 제목을 <다시 소환된 ‘퓨마의 추억’>으로 정하며 퓨마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어 진행자 김진 씨는 “야당 일각에서는 동물원에서 퓨마가 탈출했을 때도 NSC를 열더니 이번에는 왜 안여는 거냐며 공세를 높이고 있”다고 차명진 전 의원의 주장을 소개했습니다. 김희정 전 국회의원도 대전 동물원 퓨마 탈출을 언급한 이후 “그런데 그 때 그거를 대전에 있는 사람들이 지휘를 한 게 아니라 바로 NSC 산하에 있었던 위기관리센터가 이 퓨마 수색의 총괄지휘를 합니다”, “이런 것까지 NSC 산하 센터에서 기구를 작동해서 했었거든요”라며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습니다.

 

심지어 채널A는 “퓨마 탈출 때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정리하겠다며 자료화면으로 이 내용을 구성했습니다. 자료화면에는 “청와대, 동물 수색에 이례적 NSC 가동, 포획 작전 지휘”라는 내용 등이 담겼고 진행자 김진 씨는 “김진태 의원 지적대로 청와대가 이 퓨마 수색에 NSC를 가동했다는 거예요”라며 이 내용이 사실인 듯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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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위조작정보를 사실인 듯 방송에 내보 낸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7/26)

 

채널A <정치데스크>(7/29)에 출연한 조수진 동아일보 뉴스연구팀 부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조 씨는 “2018년 9월 19일에 대전 동물원에서 퓨마가 탈출했어요. 이때 국가안전보장회의가 포획작전 직접 지시했습니다”라며 해당 내용을 언급했습니다. 여기에 진행자 이용환 씨가 “퓨마 탈출했을 때 NSC는 정식 NSC 회의는 또 아니었다 이런 청와대 발표는 있었습니다”라고 주장하자 조 씨는 “정식이든 아니든 간에 NSC 열려서 포획작전까지 직접 지시를 했잖아요”라며 재차 본인의 주장을 강조했습니다.

 

출연자의 제대로 된 설명을 진행자가 뒤집은 MBN

반면 MBN <뉴스&이슈>(7/29)는 자료화면을 통해 민경욱 대변인의 SNS 글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출연자 김성완 평론가는 민경욱 대변인의 SNS 내용 중 사실이 아닌 지점들을 짚었습니다. 김 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에 가서) 식사한 횟집이 거북선이다. 이렇게 얘기했는데 그것도 사실과 다르고”, “퓨마 탈출했을 때 그때 NSC 열리지 않았는데 열렸다고 한다던가”라며 민 대변인의 글 중 사실이 아닌 지점들을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진행자 정광재 씨는 올바른 정보를 전달한 출연자의 발언 중 일부를 뒤집어 왜곡된 정보를 전달했습니다. 진행자 정광재 씨는 김성완 씨의 발언 중간에 끼어들어 “그날 당일에 NSC가 열리기는 했죠?”라며 되물었고 이후 김성완 씨가 “그것 때문에 열린 게 아니었거든요”라고 답변하자 “NSC가 열리기는 했는데 그게 퓨마 탈출 때문이라는 인과관계는 확인이 안된 거란 말씀이시죠”라며 김 씨의 발언 중 일부 내용을 뒤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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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자 정광재 씨의 질문이 왜곡을 만든 MBN <뉴스&이슈>(7/29)

 

9개월 전 확인된 허위조작정보…자유한국당이 주장하면 거짓도 진실처럼 전달할 것인가

이런 소문이 허위조작정보임은 이미 작년에 입증된 바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JTBC <팩트체크/국감 말‧말‧말, 따져보니…>(2018/10/11)는 “이날 NSC 소집은 없었습니다”라며 해당 주장이 명백한 거짓이라 밝혔습니다. 이후 “청와대 국가안보실 안에 국가위기관리센터라는 기구가 있습니다”라며 “이 센터가 보고를 받은 것”이라는 사실관계를 바로잡았습니다. JTBC는 “한 언론이 NSC 소집이라고 보도를 하면서 잘못 알려지게 되었”다는 점을 짚으며 언론 보도가 문제의 시작점이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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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태 의원의 발언을 팩트체크 한 JTBC <뉴스룸>(2018/10/11)

 

이처럼 자유한국당이 만들어 낸 ‘퓨마 탈출 NSC 소집설’은 이미 작년 10월부터 허위조작정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NSC는 당일 어떤 이유로도 소집되지 않았고, NSC가 아닌 국가안보실 산하의 위기관리센터에 보고가 된 것이 전부였습니다. 마찬가지로 NSC가 퓨마 수색의 총괄지휘를 했다던지, 포획지시 했다는 점도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널A는 이런 간단한 사실관계 확인조차 거치지 않은 것입니다.

 

스스로 언론이 아니라 자유한국당의 확성기라는 걸 입증한 셈

이처럼 이미 지난 10월에 거짓으로 드러난 내용을 바로잡은 시사대담 프로그램은 JTBC <뉴스ON>(7/29)이 유일했습니다. 이날 방송에 출연한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동물원에서 퓨마가 튀어나와도 NSC 여는 정부였는데”라며 허위조작정보를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출연자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NSC 연 적 없어요. 뉴스룸에서 팩트체크 다 끝난 일이에요”라며 사실을 바로잡았고 이에 이동관 씨는 “제가 그거는 수정할게요”라며 자신의 발언을 취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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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관 씨의 허위조작정보를 바로 잡은 JTBC <뉴스ON>(7/29)

 

‘퓨마 탈출 NSC 소집설’을 다룬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 중 사실관계를 바로잡은 프로그램이 JTBC <뉴스ON>뿐이라는 점은 매우 유감입니다. 시사대담 프로그램으로서 가장 먼저 갖춰져야 할 객관성을 유지한 프로그램이 단 하나였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객관성을 잃어버린 종편의 시사대담 프로그램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전달한 것은 자유한국당 정치인들의 허위조작정보였습니다. 자유한국당의 주장이라면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전달한 것입니다. 특정 정당의 주장을 아무런 생각없이 전달하는 것은 언론이 아니라 자유한국당의 확성기일 뿐입니다. 종편이 스스로 언론의 역할을 다시 한 번 되새기길 바랍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19년 7월 26일~29일 JTBC <뉴스ON>,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정치데스크>, MBN <뉴스&이슈>

<끝>

문의 임동준 활동가(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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