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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원전 사고를 외면할수록 원전은 더욱 위험해진다
등록 2019.07.31 17:17
조회 413

지난 24일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한빛원자력본부가 23일 한빛 4호기 격납건물 벽에서 157cm의 구멍이 발견됐다고 알렸습니다. 격납건물이란 ‘격납’, 즉 ‘막아서 넣어두는 건물’이란 뜻으로 원전의 핵심설비인 원자로와 냉각재 계통(핵분열 과정에서 발생한 열에너지를 흡수하고 이를 증기 발생기로 전달하는 기기 전체)이 있는 둥그런 돔 형태의 회색 콘크리트 건물입니다. 우리가 원전하면 흔히 떠오르는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나라 원전의 경우 사고에 대비해 다중의 방호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중에서 격납건물은 일종의 최종 방호벽 역할을 하는데요. 내・외부 충격에 쉽게 파손되지 않도록 벽의 두께나 재료 등이 사전에 면밀히 검토돼야 합니다. 통상적으로 이는 120cm 두께의 강화 철근콘크리트로 만들어지는데, 바로 이 한빛 4호기 격납건물 벽에서 157cm의 구멍이 발견된 겁니다.

 

구멍의 위치는 격납건물을 관통하는 증기 배관 바로 아래로, 배관 주위는 구조물의 안전을 위해 168cm 이상으로 시공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문제의 한빛 4호기 구멍이 배관 주위가 아닌, 일반 벽에 위치해 있었다면 벌써 격납건물 벽은 뚫리고도 남았을 겁니다.

 

이번 사고는 그야말로 충격입니다. 한빛 4호기와 국민의 안전이 겨우 10cm 콘크리트 벽에 달려있었단 사실 자체만으로 가슴이 울렁거릴 일입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격납건물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방사성 물질이 그대로 외부에 방출되었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격납건물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아 내부의 수소 농도를 견디지 못하고 폭발해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나왔습니다. 격납건물을 크고 튼튼하게 짓는다고 해서 모든 원전이 안전한 것은 아니지만, 방사성 물질 유출을 막는 방어벽으로서 격납건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한수원 등은 문제 사실을 포함, 빠르게 대책을 마련해 범국민적으로 알렸어야 하고, 언론도 이를 시민들에게 전달하면서 동시에 한수원에 정보 공개를 압박할 의무가 있었습니다. ‘원전 안전 신화’를 깨고 원전의 안전 가능성을 높이려면 시민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얻는 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 방송 보도에서 한빛 4호기와 관련된 뉴스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KBS‧JTBC‧YTN만 보도한 한빛 원전 ‘구멍’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YTN

7/24

1

0

0

2

0

0

0

0.5

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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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1

0

0

0

0

합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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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3

0

0

0

0.5

△ 한빛 4호기 157cm 구멍 관련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보도량(7/24~25) ©민주언론시민연합

 

24일 당일 한빛 4호기 소식을 다룬 건 KBS와 JTBC, YTN뿐이었습니다. KBS <한빛 4호기 깊이 157cm 대형 구멍 확인>(7/24 김애린 기자), JTBC <한빛원전 격납벽 ‘157cm 구멍10cm 벽으로 버텨>(7/24 정진명 기자), YTN <한빛 원전 또 구멍 발견최대 깊이 157cm>(7/24 단신)가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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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빛 4호기서 발견된 157cm 구멍을 설명한 JTBC <뉴스룸>(7/24)

 

JTBC는 구멍의 크기를 “가로 3.3m, 세로 97cm에 달해 이삿짐 박스 30여개가 들어갈 정도”라고 설명하면서 그럼에도 안전하다는 한수원의 주장과 전면적인 조사 없이는 발전소를 가동할 수 없다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뉴스에 담았습니다. KBS는 “그만큼 구멍이 생기면 압력을 못 버티고 방사능 물질이 밖으로 다 나가게 되거든요. 그런데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 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죠”라고 한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의 지적을 전했습니다.

 

JTBC는 같은 날 <인터뷰/‘한수원 해명듣고 온 민간위원여전한 불안감>(7/24)에서 한수원의 해명을 직접 들은 한빛원전 민간환경안전감시위원회 이하영 부위원장을 인터뷰했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역 주민들을 찾아 사과하고, 이후 조사‧정비하는 전 과정을 낱낱이 밝히겠다고 하면서 동시에 ‘최근 방사능 누설 시험을 해보니 문제는 없었다’고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이하영 부위원장은 인터뷰서 “10cm밖에 남지 않은 격납건물 콘크리트가 과연 (누설) 시험을 통과했다 해도 무슨 의미가 있냐. (격납건물 벽을) 1m20cm가 아니라 10cm로 지어도 무방하다는 얘기냐”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원전 건설 과정에서 한빛 4호기에 대한 부실공사 가능성을 주민들이 일찍이 제기했는데 한수원 측에서 나몰라라 했다는 언급도 나왔습니다.

 

다음 날 저녁종합뉴스에서 JTBC만이 한빛 4호기 소식을 이어서 전했습니다. <‘격납벽 부실시공’ 24년 전부터구멍 난 점검>(7/25 정진명 기자)을 통해 이하영 부위원장의 말대로 원전 가동 전부터 부실공사 지적이 있었음을 짚은 것입니다. JTBC는 한빛 4호기가 가동되기 직전 해인 1995년, 원자력안전기술원이 펴낸 한빛 4호기 검사보고서를 입수, 확인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에도 격납건물 벽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구멍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구조물 일부만 본 ‘샘플 조사’였고 당시 한수원은 문제가 된 해당 부분만 손 본 것으로 JTBC 취재 결과 알려졌습니다.

 

 

157cm?…사실은 3주 전 90cm인 줄 알았던 구멍

하지만 이 구멍이 24일 갑자기 나타난 건 아닙니다. 이미 7월 초 한빛원자력본부와 한빛원전 민간환경감시센터가 확인해 밝혔던 바로 그 구멍입니다. 지역신문인 광남일보가 <한빛원전 4호기서 국내 최대 크기 공극 발견 논란’>(7/4 정규팔 기자)을 통해 가장 먼저 보도했습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한빛 원전이 민관합동 조사단과 함께 격납건물을 조사하던 중, 90cm 깊이의 구멍을 발견했습니다. 당시에도 격납건물에서 발견된 국내 최대 크기의 구멍이었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에겐 큰 충격을 줬습니다. 이후 이 구멍을 좀 더 조사해보니, 90cm가 아닌 157cm 깊이의 구멍임이 24일 밝혀진 것입니다.

 

그러나 당시 한빛 4호기 외벽에서 국내 최대 크기의 구멍이 발견됐다는 소식은 JTBC외엔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습니다. JTBC만이 다음 날 <‘부실공사 논란한빛 4호기서 구멍 80개 발견>(7/5 강신후 기자)에서 다뤘습니다. 그 외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YTN 등에서 이 문제를 다루지 않았습니다. 사흘 뒤인 7일 연합뉴스가 한빛원자력본부를 인용해 한빛 3호기에서 94곳, 한빛 4호기에서 96곳의 구멍이 발견됐다고 보도하자, 그나마 당일 KBS에서 <간추린 단신/한빛원전 34호기 격납 건물 공극 190곳 발견>(7/7 단신)으로 보도했습니다.

 

즉, 국내 최대 격납건물 구멍이 등장한 지난 4일부터 지금까지 이를 제대로 보도한 방송사는 JTBC뿐이라는 겁니다.

 

 

한빛 4호기 가동 중단 이후부터…MBC‧SBS‧TV조선‧채널A 보도량 ‘0’

한빛 4호기는 물론 한빛 3호기 등 일부 원전 격납건물 벽에서 수많은 구멍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현재 가동 중단된 채 정밀 점검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2016년 한빛 2호기에서 격납건물 바로 전 단계의 방호 체계이자 콘크리트 벽과 마주하고 있는 6mm 두께의 탄소 강판이 부식된 게 처음 발견된 뒤 전체 원전에 대한 정밀 점검이 시작됐습니다. 한빛 4호기의 경우 2017년 5월, 계획예방정비(일종의 발전기 정기검사로, 원자력안전법과 전기사업법에서 정한 주요 기기 계통에 대해 검사하고 설비를 개선하는 목적으로 수행)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가동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격납건물 구멍 또한 가장 많아 102개에 이릅니다.

 

그렇다면 2017년 5월 이후부터 지금까지 한빛 4호기에 대한 방송사의 보도량은 어땠을까요? 저녁종합뉴스 외에 아침‧정오 뉴스 등을 모두 포함, ‘한빛 4호기’를 다룬 방송 보도는 MBC‧SBS‧TV조선‧채널A 모두 0건이었습니다. KBS나 YTN은 구멍이 발견되는 등 한수원의 발표가 있을 경우 보도가 나왔고, JTBC의 경우 <단독/‘한빛 4호기콘크리트 구멍-철판 부식 외에도>(2017/8/17), <단독/한빛 4호기에 또 다른 이물질10cm 망치 추정>(2017/8/18) 등 한빛 4호기에서 안전상 결함이 발생한 데 대해 단독 보도를 이어나가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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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빛 4호기 핵심 설비에 소형 손망치가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한 JTBC 보도(2017/8/18)

 

특히 2017년 8월 18일 JTBC의 보도는 한빛 4호기 내 3대 핵심 부품인 증기발생기에서 10cm 가량의 소형 망치가 발견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증기발생기 내에 이 정도 크기의 이물질이 발견된 건 원전 발전 사상 처음이고,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 실수이기 때문에 그 뉴스 가치가 없었던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뉴스는 JTBC에서만 나왔습니다. 이를 추가 취재한 방송사도, 받아쓰는 방송사도 없었습니다.

 

 

지난 5월 한빛 1호기 사고 때도 가만있더니…

특히 TV조선과 채널A는 지난 5월 10일 있었던 한빛 1호기 사고 당시에도 관련 보도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오죽하면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원전 사고 보도 안 하는 종편 3사의 안전불감증 심각>(5/27)에서 이를 지적한 바 있습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가 한빛 1호기 사고를 알리고 특별조사 방침을 알린 20~24일 동안 TV조선과 채널A, MBN은 단 한 건의 보도도 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SBS는 1건, YTN은 0.5건 보도해 이들 또한 제대로 된 보도를 했다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한빛 1호기의 경우 실제 원자로의 열 출력이 비정상적으로 치솟았고 한수원과 원안위가 이를 쉬쉬했기 때문에, 2년 넘게 멈춰 있는 한빛 4호기 콘크리트 벽에서 구멍이 발견된 이번 사건과 당장 뉴스 가치를 비교하긴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로써 정확해진 건, 언론들이 원전 관련 사고에 대해 모른 체하고 있다는 겁니다. 안전 불감증이나 어떤 이유로든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거나, 아니면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이권 때문에 외면하고 있습니다.

 

원전은 흔히 “경제적이고 안전하다”는 이유로 지어지고 가동됩니다. 하지만 그 ‘경제적’이고 ‘안전’하다는 것은 원전을 만들고 싶어 하는 정부나 정치권, 대기업, 전력회사, 원전 전문가 등의 그럴싸한 데이터에서 만들어진 ‘이유’이지, 불변의 진리는 아닙니다. 그러나 원전을 사용하는 동안 최대한 안전함을 보장하려면, 정확하고 완전한 정보를 국민과 공유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언론들의 원전 사고 외면이야말로 원전을 가장 위험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 썸네일 : 여수MBC <못믿겠다 한빛원전, "감사원 감사 나서야">(7/29 남궁욱 기자)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7월 24~25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YTN <뉴스나이트>

 

<끝>

문의 조선희 활동가 (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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