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선정적인 내용만 골라담은 종편의 ‘고유정 사건’ 대담
등록 2019.07.18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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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일 제주 경찰은 충북 청주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용의자를 체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경찰은 피의자 고유정의 신상공개를 결정했고, 언론은 ‘고유정 사건’으로 명명하며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종편의 시사대담 프로그램들 역시 고유정 사건을 적극적으로 다뤘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고유정 사건’을 다룬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들을 6월 3일부터 7월 5일까지 모니터 한 결과 종편은 사건의 해결을 위해 필요한 정보보다 선정적인 정보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습니다.

 

‘범행수법’, ‘피해자 개인사’…선정적인 정보 나올 때만 대담시간 늘린 종편

가장 먼저 종편 시사 대담 프로그램들이 보도를 집중한 시기를 확인하기 위해 대담 시간을 주차별로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선정적인 정보가 나온 시점마다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들이 대담시간을 급격하게 늘린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건이 처음 보도되기 시작했던 1주차의 대담시간은 전체 1316분 중 147분으로 약 11.2% 수준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고유정의 범행방법, 피해자의 개인사 등이 보도된 2주차에는 전체의 약 33.1% 수준인 436분으로 대담시간이 훌쩍 늘었습니다. 피의자 고유정의 일상과 관련된 주변인 증언이 나온 3주차 역시 299분으로 대담시간이 많았습니다.

 

반면 사건 해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경찰의 수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중점적으로 보도된 4주차에는 대담시간이 138분으로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살인사건에서 언론이 가장 먼저 감시해야할 경찰의 수사가 부실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음에도 종편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입니다. 오히려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가 고유정의 과거 사진을 공개하고, 보다 구체적인 범행수법들이 추측성 발언으로 나온 5주차에는 296분간 대담을 진행하면서 대담시간을 다시 늘렸습니다. 시청률을 올릴 수 있을만한 선정적인 정보가 나올 때에는 대담시간을 늘리고, 선정적이지 않은 필요한 정보가 나올 때에는 대담시간을 줄인 것입니다.

 

방송사의 프로그램별로 대담시간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가 258분으로 전체방송의 약 19.6%를 차지하며 가장 많은 대담을 진행했습니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170분 미만의 시간을 보인 가운데 유달리 많은 대담을 진행한 것입니다. 특히 <김진의 돌직구쇼>는 선정적인 정보가 집중적으로 나왔던 2주차, 3주차에 전체 대담의 절반이 넘는 137분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프로그램의 초점이 선정적인 정보 전달에 맞춰졌다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1주차

(6/3~7)

2주차

(6/10~14)

3주차

(6/17~21)

4주차

(6/24~28)

5주차

(7/1~5)

합계

JTBC

세대공감

0

53

18

16

44

131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18

53

27

20

33

151

신통방통

12

31

58

21

37

159

이것이 정치다

0

0

0

0

0

0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

40

78

59

31

50

258

뉴스TOP10

39

45

24

16

41

165

정치데스크

0

0

0

0

0

0

MBN

뉴스와이드

0

41

27

8

14

90

뉴스&이슈

4

34

15

0

10

63

뉴스BIG5

17

56

48

8

40

169

아침&매일경제

17

45

23

18

27

130

총 방송시간(분)

147

436

299

138

296

1,316

△ ‘고유정 사건’ 관련 종합편성채널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주차별 방송 시간(단위:분)(6/3~7/5) ©민주언론시민연합

 

대담시간 가장 많은 날에는 선정적인 정보도 가장 많아

대담 시간을 일일단위로 분석한 결과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됐습니다. 모니터기간 25일 중 대담시간이 가장 많았던 5일을 추려본 결과 대부분 선정적인 정보가 보도된 날이었습니다.

 

대담 시간이 가장 많았던 6월 14일에는 종편 4사의 11개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 113분의 대담이 진행됐습니다. 이는 전체 25일의 평균 대담 시간 약 52.6분의 2배가 넘는 수치였습니다. 특정한 날에 집중적으로 대담이 이뤄지는 모습은 7월 5일 105분, 6월 13일 101분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대담시간이 급증한 날의 공통점은 일부 언론을 통해 선정적인 정보들이 공개된 날이었다는 점입니다.

 

날짜

대담 시간

보도된 내용

6/14

113분

고유정 현남편 인터뷰 / 주변인들의 가해자, 피해자의 개인사 증언

7/5

105분

고유정 변호인단 사임 / 고유정 의붓아들 살인 혐의 부정

6/13

101분

고유정 현남편 의붓아들 살인 혐의 고발장 제출 /

주변인들의 피해자 개인사 증언

6/10

98분

경찰 최종 수사브리핑 / 피해자 혈흔에서 수면제 성분 검출

6/17

91분

고유정 현남편 언론 인터뷰 / 고유정 아파트 커뮤니티 게시글 공개

△ ‘고유정 사건’ 관련 종합편성채널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날짜별 방송 시간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적으로 대담시간이 가장 많았던 6월 14일에는 의붓아들 살인을 주장한 현남편의 인터뷰와 함께 주변인들의 피의자와 피해자에 대한 증언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습니다. 현남편의 인터뷰 내용은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사안이었으나 주변인들의 증언은 “고유정은 이웃들과 물물교환도 하는 등 사교적이었다”, “피해자는 이공계에서 촉망받는 학생이었다”와 같은 사건의 해결과는 거리가 먼 내용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내용들은 종편의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 여과없이 등장했습니다. 사실상 시청자에게 필요한 정보는 전달되지 않았고, 선정적인 정보 중심의 방송이 진행된 것입니다.

 

채널A “향도 맛도 안 난다”⟷JTBC “쓴 맛 난다”…불필요한 정보 전달하며 서로 다른 주장까지

종편이 전달한 다양한 선정적 정보 중 가장 큰 문제는 고유정의 범행수법을 자세히 소개한 것입니다. 특히 6월 10일 피해자의 혈흔에서 수면제 성분이 나오자 이를 기반으로 추측성 대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7월 2일 대검찰청이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수면제 관련 내용을 언급하자 종편은 다시 한 번 추측성 발언들을 전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심지어는 범행에 사용된 약물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는 방송도 있었습니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6/14)에 출연한 손수호 변호사는 고유정의 현 남편 증언을 전달하며 수면제를 넣은 음료수를 이용해 잠들게 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손 씨는 수면제가 “향도 없고 맛도 안 난다”며 특징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같은 약물에 대해 JTBC <세대공감>(7/3)에서는 정반대의 주장이 나왔습니다. 주원규 소설가는 해당 수면제가 “독성을 가지고 있는 그런 특유의 쓴맛”이 있다며 “그런 쓴 맛을 감추기 위해서 향이 아주 강한 카레를 넣은 것이 아닌가”라며 범행방법을 추측했습니다.

 

같은 약물을 설명하는 두 사람의 주장이 정반대인 아이러니한 상황은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보여줬습니다. 애초에 변호사와 소설가가 살인사건을 다루는 대담은 전문성이 없기에 선정적인 정보를 전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결과 같은 약물에 대해 정반대의 주장이 나오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한 것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실제 방송에서는 범행에 사용된 약물의 이름부터 수법까지 선정적인 정보들이 상세히 전달됐습니다. 비전문가의 마구잡이 논평과 불필요한 선정적인 정보 전달에 대해 수차례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종편의 악습은 여전히 바뀌지 않은 것입니다.

 

범행수법을 상세히 소개하는 것도 모자라 소설‧영화와 비교한 종편

고유정의 범행수법을 자세히 소개한 방송은 더 있었습니다. MBN <아침&매일경제>(7/3)는 중앙일보 <“고유정 카레에 수면제 섞어 182cm 전남편 고꾸라졌다”>(7/3 최경호 기자)를 소개하며 고유정의 범행 수단을 아주 자세하게 설명했습니다. MBN이 다룬 중앙일보의 기사는 고유정이 피해자를 어떤 방식으로 살해했는지를 소개하는 부적절한 보도였습니다. 정상적인 방송이라면 이를 인지하고 전달하지 않았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MBN은 진행자 이상훈 씨부터 “카레향이 강해서 약물 냄새를 감출 수가 있답니다”라며 범행방법을 소개했고, 이수희 변호사는 “*(수면제)이 열쇠가 된 것”, “향, 냄새가 날 수 있으니까 그걸 다 덮을 수 있는 카레라이스를 만들어서 그 안에 *(수면제)을 탔다”며 구체적인 내용까지 설명했습니다.

 

유사한 내용은 채널A <뉴스TOP10>(7/2)에도 등장했습니다. 채널A는 MBN과 달리 범행수법을 소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조수진 동아일보 뉴스연구팀 부장이 “셜록 홈즈의 시리즈 중에 카레라이스가 범행도구로 사용된 소설이 있다”며 소설의 내용과 살인사건을 비교했기 때문입니다.

 

조수진 동아일보 뉴스연구팀 부장 : 네, 그러니까 제가 제목은 지금 기억이 안 나는데 경주마를 상대로 한, 주제로 한 그런 배경이었는데 거기에서 경주마를 끌어오기 위해서 그 불침번을 서는 사람을 어떻게 잠재울까 이것을 궁리하던 끝에 향이 강해서 무슨 약을 넣었을 때 의심받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서 카레라이스를 조리해서 먹이는 그런 장면이 나오거든요. 그래서 꼭 고유정이 그런 소설까지 읽었을까 거기까지는 안 간다하더라도 굉장히 여러 가지 치밀하게 계획을 했었을 것 같다 이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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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사건을 소설에 비유한 조수진 씨 채널A <뉴스TOP10>(7/2)

 

조 씨의 발언과 같은 내용은 JTBC <세대공감>(7/3)에서도 등장했습니다. 주원규 씨는 “셜록 홈즈 보시면 아편을 넣은 카레를 소년한테 먹여 잠들게 했다는 내용이 나온다”며 마찬가지로 소설을 비교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7/3)에 출연한 김병민 경희대 겸임교수는 “실질적인 고유정의 범행을 보게 되면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범죄를 계획하지 않았나”라더니 영화 내용과 살인사건을 비교했습니다.

 

김병민 경희대 겸임교수 : 제가 얘기했던 텔미썸씽이라는 영화에서도 잔혹하게 남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하게 되는 그런 오래된 영화인데 나중에 알고 보면 그 장면 속에서 그런 완전범죄를 꿈꿨던 범행 장면들에 대한 사진들이 드러나게 되는 내용이 문득 스쳐 지나갑니다. 그러니까 이런 잔혹한 스릴러 영화라든지 소설이라든지 이런 측면들을 바탕으로 뭔가 이 범죄를 저지르고 나서도 무사할 수 있고 그런 측면들을 바탕으로 혹시 기록을 남긴 것은 아닐까라는 굉장히 끔찍하고 무서운 생각이 드는 대목인데요.

 

TV조선 <신통방통>(7/3)에 출연한 하재근 시사문화평론가는 “추리하고 사건 수사하는 만화”를 비교대상으로 삼기도 했습니다. 하 씨는 “뭔가를 먹일 때 카레에 섞어 먹이면 좋다는 게 그 만화에 나온다”며 고유정 사건에 만화를 자세히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아직 시신을 찾지 못했고 정황증거를 통해 사건을 재구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종편 4사는 소설, 만화와 같은 사례들을 비교선상에 올리며 범행수법에 대한 추측성 발언만 늘어놓은 것입니다.

 

시청자는 범행방법 강의를 들을 이유가 없다

언론의 범죄보도는 철저히 사실에 기반하며 최대한 건조한 표현들을 사용해야합니다. 앞선 종편의 사례들처럼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표현들로 범행방법을 상세히 설명하는 것은 시청자에게 불필요한 정보일 뿐만 아니라 모방범죄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사건사고 보도에서 언론이 해야할 역할은 범행방법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수사기관이 제대로 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것입니다. 고유정 사건의 종편 대담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우리 언론의 보도가 놓친 지점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이 ‘카레 범행설’은 아직까지 대검찰청 브리핑을 통해 나온 가설에 불과합니다. 피해자의 혈흔에서 수면제 성분이 나왔지만 이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피해자의 시신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즉, ‘카레 범행설’은 검찰이 정황 증거들을 통해 도달한 하나의 결론일 뿐 명확하게 입증된 사실이 아닌 것입니다.

 

물론 수면제의 사용방법은 재판에서 고유정의 의도성을 판가름 할 중요한 사안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언론은 최대한 정제되고 정확한 정보를 시민들에게 전달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종편은 이런 문제점들을 간과한 채 고유정이 카레를 통해 의붓아들을 살해했을 수 있다는 내용까지 나아갔습니다. 이 내용에 대해 진행자와 출연자가 수차례 “아직까지는 주장”, “아직까지는 100%라고 말을 할 수 없다”, “추정이다”라고 설명하면서도 선정적인 정보가 나오자 그대로 전달한 것입니다. 확실하지 않은데다 모방범죄까지 불러올 수 있는 사실이라면 애초에 보도를 하지 않아야 합니다. 불필요한 정보를 모두 전달한 뒤 ‘추측일 뿐이다’는 설명은 구차한 변명에 불과합니다.

 

선정적 삽화에 피의자 고유정 얼굴 합성한 MBN

범행방법을 상세히 전달하는 것 외에도 종편의 고질적 문제점들은 다방면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종편의 선정적인 삽화 사용은 이번 사건에서도 찾아 볼 수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예시는 MBN <아침&매일경제>(7/4)입니다. 진행자 이상훈 씨는 서울신문 <전남편 살해 전 증거물 사진 찍은 고유정>(7/3)의 내용을 “내부의 벽걸이 시계와 오른쪽 하단의 강 씨의 신발 등이 담긴 사진을 남겼다”며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이어 화면에는 피의자 고유정의 얼굴을 그대로 합성한 삽화가 등장했습니다. 조대진 변호사가 “파우치 안을 뒤져봤더니 *(수면제)의 스티커가 들어가 있었습니다”라고 발언할 때도 상황은 똑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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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의자 사진을 단순합성 해 상황 재현한 MBN <아침&매일경제>(7/4)

 

비슷한 삽화 구성은 MBN의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확인됐습니다. MBN <뉴스와이드>(6/19)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6/19)를 통해 고유정의 현 남편이 증언한 내용들을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MBN은 자료화면을 통해 고유정의 경찰 수사 출석 장면과 고유정의 현 남편의 인터뷰 내용을 전달했습니다. 자료화면을 통해 전달된 내용은 바로 고유정이 전남편을 살해한 다음날 현 남편과 함께 노래방에 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내용은 현 남편의 인터뷰에서 나온 다양한 증언 중 가장 선정적이고 불필요한 내용이었습니다. CBS 역시 인터뷰에서 말미에 아주 잠깐 언급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N은 이 내용을 고유정의 얼굴이 들어간 삽화까지 사용해 자료화면으로 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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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정적인 내용을 삽화로까지 재연한 MBN <뉴스와이드>(6/19)

 

종편은 사건사고만 발생하면 습관적으로 나오는 선정적인 삽화 사용을 멈춰야 한다

MBN의 삽화는 사건을 희화화시키고, 강력범죄에 대한 문제의식을 희석시킬 수 있었습니다. 또한 MBN이 삽화를 통해 재구성한 상황들은 시청자가 굳이 알아야 할 내용들도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MBN은 자사의 대부분의 프로그램에서 자극적인 삽화를 지속적으로 자료화면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실상 선정적인 삽화를 시청률 장사에 이용하고 있다고 봐야합니다. 비슷한 구성을 보여준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7/3) 등 일부 프로그램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종편은 이미 수차례 선정적인 삽화로 문제를 일으켰던 전과가 있습니다. 민언련은 과거 보고서 <삽화로 ‘2차 가해’, TV조선이 퇴출되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2017/10/19), <심석희 선수를 “석희”, “소녀”라 칭한 MBN>(1/21) 등을 통해 종편의 선정적인 삽화 구성의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당시 TV조선은 성폭력 사건을 삽화로 재구성하며 2차 가해를 입혔고, MBN 역시 체육계에서 벌어진 성폭력 사건을 삽화로 재구성했습니다. 종편은 선정적인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이를 삽화로 재연하는 관행적 태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고유정 얼굴 보며 “가면”, “가짜미소”…피의자 과거 사진으로 분노 조장한 TV조선‧채널A

7월 3일에는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예고편을 통해 고유정의 일상생활 사진이 공개됐습니다. 종편은 이 소식을 다루며 피의자의 얼굴이나 표정을 대담의 소재로 삼았습니다. TV조선 <신통방통>(7/3)은 고유정의 과거 사진을 두고 얼굴을 기반으로 추측성 대담을 진행했습니다. 하재근 씨는 고유정의 사진과 주변인의 증언을 섞어 “사람 외모로 판단할 수가 없겠구나”라며 피의자의 이중성을 부각했습니다.

 

하재근 시사문화평론가: 평소에 어떤 모습인지는 알지 못 했었는데 고유정의 평소 모습을 보니까 그냥 화장을 하고 굉장히 밝게 웃음 짓고 있는 모습, 머리에 액세서리를 하고. 저 모습을 보고 어떻게 저 분이 저렇게 흉악한 범죄를 저지를 사람이라고 우리가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까 많은 분들이 '야, 정말 사람 외모로 판단할 수가 없겠구나' 그런 이야기를 지금 하고 있고 고유정 씨가 평소에 얼마나 이중적인 가면을 쓰고 생활을 했는지 고유정 씨 지인들은 고유정 씨가 폭력을 싫어하는 사람, 폭력적이지 않은 사람 그렇게 알고 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정말 철저하게 가면을 쓰고 선한 얼굴로 사회생활을 했구나. 그거를 저 사진이 말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하 씨의 주장과 달리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7/3)에 출연한 허은아 한국이미지전략연구소 소장은 고유정의 사진을 보며 외모를 기반으로 한 일방적 주장을 펼쳤습니다. 허 씨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면 한 10년은 젊어 보인다”며 이를 고유정의 두 사진이 “나이 차이가 나 보이는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고유정의 미소가 “가짜 미소”라고 주장하더니 이를 사진이 “무서운 이유”라고 주장했습니다.

 

허은아 한국이미지전략연구소 소장: 그런데 저 미소에서도 또 다른 근육의 모습을 찾을 수가 있는데요. 제가 가끔씩 이야기하는 가짜 미소입니다. 가짜 미소 디센 이라는 사람이 찾은 건데요. 디센 미소라고 하는데 가짜 미소는 입만 웃는 거죠. 우리가 고유정을 살인자로 생각하고 나서 저 사진을 보기 때문에 아마 더 잘 보이는 사진일 것 같은데. 우리 안성기 씨 보면 옆에 까치발처럼 이렇게 주름이 가 있잖아요.

 

눈 옆에 있는 주름이 나타나는 걸 진짜 미소라고 합니다. 그래서 입가의 미소와 눈가의 미소가 같이 웃어질 때 그걸 진짜 미소라고 하고 저렇게 입만 웃는 미소를 가짜 미소라고 하는데 저 가짜 미소 저 가면을 보면서 더 무서운 이유가 가짜라는 게 더 느껴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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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의자 사진과 함께 불필요한 정보 전달한 허은아 씨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7/3)

 

이런 내용들은 공익적 목적이 전혀 없는 대담입니다. 그저 피의자의 얼굴을 보여주며 시청자로 하여금 상상력을 자극하고 분노를 유발할 뿐입니다. 게다가 두 출연자의 발언은 모두 추측에 불과합니다. 주변인들의 증언은 피의자의 평소 생활 모습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으나 이를 기반으로 피의자의 사진 한 장과 비교해 “이중적인 가면을 쓰고 생활”을 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피의자가 웃고 있는 과거 사진 하나만으로 진짜 미소와 가짜 미소를 판단하며 공포감을 느꼈다는 주장도 개인적 견해일 뿐입니다.

 

“시신 추정 뼛조각”에 추가 취재도 없이 전달만 한 TV조선‧채널A

이뿐만 아니라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추가 취재도 없이 그대로 전달한 경우들도 확인됐습니다. 특히 다양한 지역에서 시신으로 추정되는 뼛조각이 나올 때마다 종편은 이를 그대로 전달했습니다.

 

채널A <뉴스TOP10>(6/10)은 인천에서 뼛조각이 발견되자 별다른 취재 없이 단순히 이 소식을 전달하는 것에 치중했습니다. 진행자 황순욱 씨는 “놀랍습니다”라며 “이게 인천까지 가서 유기를 했다는 거예요?”라고 박지훈 변호사에게 물었습니다. 박지훈 씨는 고유정의 행적으로 알려진 내용들을 정리한 뒤 “경찰이 그 CCTV를 근거로 해서 김포시 소각장에 가서 결국은 일정 부분의 라면박스 3분의 1분량의 뼛조각들을 지금 발견한 상황”이라 설명했습니다.

 

이어 진행자 황순욱 씨는 “전 남편의 것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려면 DNA를 확인해야 되는데 그건 가능한 건가요?”라고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에게 물었습니다. 이현종 씨는 원론적인 이야기에 가까운 “아무래도 그 뼈 같은 경우는 아마 DNA 추출이 가능할 것”, “이게 만약에 남편의 것으로 확인이 된다라고 하면 살인의 중대한 증거로 쓰일 수 있을 것”이라며 추측으로 답변했습니다.

 

13일에는 완도에서 한 어민이 부패물이 든 봉투를 경찰에 제보했습니다. 이 내용을 다룬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6/13)도 별다른 취재 없이 내용을 전달하기만 했습니다. 진행자 엄성섭 씨는 격양된 어조로 “또 나왔어요, 또”라더니 “완도에서 부패물이 든 비닐봉지가 신고가 됐는데 비닐봉지에 뭐가 들었기에 주민들이 깜짝 놀라서 다시 바다에 버릴 정도였다는 거예요?”라고 이루라 기자에게 질문했습니다. 이에 이루라 씨는 “완도의 가두리 양식장 인근 해상에서 시신으로 의심되는 물체가 담긴 비닐봉지가 발견이 됐었”다며 “완도 역시 고유정이 시신 일부를 바다에 유기했던 장소”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엄성섭 씨는 다시 “배를 타면서 시신으로 추정되는 그 봉지를 버렸다는 거예요?”라고 문승진 기자에게 물었고, 문 씨는 “그렇습니다”라며 피해자의 시신여부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마치 시신 중 일부가 발견된 듯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TV조선은 문 씨의 발언과 함께 이 내용을 다룬 삽화까지 자료화면으로 보여줬습니다.

 

엄성섭 진행자 : 저 차를 타고 가서 배를 탔다는 건데 배를 타면서 시신으로 추정되는 그 봉지를 버렸다는 거예요?

문승진 기자 : 그렇습니다. 바다에 약 7분간이나 바다에 버리는 모습이 또 포착이 됐었는데요. 이번에 비닐봉지를 발견한 어민에 따르면 비닐봉지 안을 열어봤더니 동물 또는 사람 사체로 추정되는 물체가 보여서 무서워서 버렸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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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선정적인 삽화와 함께 전달한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6/13)

 

추가취재도 없이 확인되지 않은 정보만 전달하는 게 언론의 역할인가

이번 사건은 시신이 없는 살인사건이라 불리며 가장 결정적인 증거 시신을 찾지 못해 추측과 정황증거만으로 수사를 진행해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의자 고유정이 시신을 여러 장소에 유기한 정황이 드러났고, 전국적인 수색작업이 진행됐습니다. 시신으로 추정되는 뼛조각이 각지에서 발견됐지만 분석결과는 모두 동물뼈로 밝혀졌습니다. 즉, 고유정의 행적을 통해 피해자의 시신이라고 추정한 것일뿐 실제 피해자의 뼈는 아니었던 것입니다.

 

물론 뼛조각 발견 보도 그 자체를 문제로 삼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종편과 같이 뼛조각을 시신인 듯 설명하거나 고유정의 범행을 한 번 더 자세히 소개하며 “놀랍습니다”, “또 나왔어요 또”와 같이 자극적인 표현들로 부각시키는 것은 필요한 보도가 아닙니다. 오히려 추측성 발언들로 뼛조각을 방송의 소재로 이용했다고 봐야합니다. 이런 식의 방송 구성은 시청자가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없습니다. 또한 사건의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전도유망한 젊은이”, “피의자와 6년간 연애”…피해자 개인정보까지 방송에 이용한 채널A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을 자세히 전달하고, 피의자의 얼굴을 합성해 조잡한 삽화까지 만들며 선정적인 정보를 적극적으로 전달한 종편은 피해자의 개인사를 방송의 소재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6/14)에서는 고유정의 의붓아들 살인 주장, 증거 보전 신청을 다룬 뒤 피해자의 학력과 성적을 조명했습니다. 진행자 김진 씨는 “고유정에 의해 정말로 잔인하게 살해된 전 남편”이 “박사 과정 중에 있었던 학생”이라고 설명하더니 “최상위권 학생이었답니다. 대부분 성적도 A+를 맞았다. SCI논문도 2, 3개 이상 쓸 정도로 연구 성과가 탁월했다”며 피해자의 성적을 느닷없이 공개했습니다.

 

이어 출연자 김희정 전 국회의원은 피해자의 가정형편을 추측하는 등 불필요한 개인사를 전달했습니다. 김 씨는 “전 남편 같은 경우는 본인이 아직 대학원생”, “지도교수님을 통해서 강의를 받아서 강의료를 받고 있고”, “연구비나 생활비 대기도 굉장히 빠듯한 상황”이라며 피해자의 경제적 상황들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이어 “굉장히 훌륭하고 앞으로 전도유망한 그런 젊은이”라며 앞서 진행자 김진 씨가 언급한 피해자의 학력을 언급하더니 갑자기 피의자와의 결혼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김희정 전 국회의원 : 그런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얼마나 안타까운 죽음인데요. 그런데 하나 여기서 또 놀라운 게 이 학교를 취재하던 과정에서 기자들이 밝혀낸 내용이 뭐냐 하면 그럼 등 떠밀려서 한 결혼이냐. 그게 아니라 바로 지금 저 대학원의 학부에 고유정 씨하고 부부가 같이 다녔다고 해요. 6년간 연애를 하고 한 결혼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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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자의 개인사를 자세하게 전달한 김희정 씨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6/14)

 

채널A의 보도행태는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가십거리로 여긴 것입니다. 피해자의 죽음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피해자의 개인사를 낱낱이 파헤치며 이를 방송하는 것이 허락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보도는 사건의 자극적인 면만을 부각해 시청자가 분노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사건의 실질적인 해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19년 6월 3일~7월 5일 JTBC <세대공감>,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신통방통><이것이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정치데스크>, MBN <뉴스와이드><뉴스&이슈><뉴스BIG5><아침&매일경제>

<끝>

문의 임동준 활동가(02-392-0181) 정리 박철헌‧서혜경‧이정화‧이창윤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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