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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모니터위원회]세상이란 무대를 사로잡는 피터팬들의 이야기, MBC <우리동네 피터팬>
등록 2019.07.15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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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고서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회원 모임인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의 공동 창작물입니다.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는 매주 화요일 저녁에 만나 방송 프로그램과 뉴스 등을 모니터하고, 한 달에 1개 정도의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방송비평을 함께하고 싶은 분들은 민언련(02-392-0181)로 연락주세요.

 

기존의 모금 방송들이 장애인을 비추는 방식은 천편일률적이었다. 장애인의 힘들고 고통스러운 모습만을 선별적으로 보여주거나, “장애를 극복했다”고 주장하며 성과를 내는 사례들을 비장애인의 시선으로 그렸다. 미디어의 이러한 묘사는 장애인이 항상 힘들고 도움이 필요한 존재라는 사회적 편견을 만들어냈다. 개별 출연자들을 ‘장애인’이라는 편견에 가둬두고 대상화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계속해서 생산한 것이다.

 

반면 작년 9월 첫 방송을 시작한 MBC <장애 인식개선 프로젝트–우리동네 피터팬>(이하 우리동네 피터팬)은 기존 모금 방송의 한계를 지적하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개선하고자 기획됐다. 장애인들의 ‘아프고 힘든 모습’이 아닌, 그들의 ‘일상’을 조명함으로써 장애인들이 당신과 다르지 않은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 방송에서는 장애인들의 일상과 가족, 주변인들의 인터뷰를 통해 비장애인의 시선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장애인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를 통해 <우리동네 피터팬>은 시혜적 모금이 아닌,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보내는 이해와 응원의 모금을 목표로 삼기도 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모니터위원회는 MBC <우리동네 피터팬>의 새로운 시도에 공감하며 2018년 9월 12일부터 2019년 5월 9일까지의 방송분을 모니터했다.

 

지금까지 이런 모금 방송은 없었다…이것은 모금방송인가 예능인가

MBC <우리동네 피터팬>은 많은 시청자에게 익숙한 ‘관찰 예능’과 닮았다. 주인공의 일상을 담는 과정에서 나타난 재치있는 자막과 내레이션은 예능적인 연출들로 작용해 시청자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대표적으로 20회에서 패션모델을 꿈꾸는 김종욱 씨가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자 ‘#너는 큐티 #나는 도도’와 같은 자막이 함께 등장했다. 30회에서 댄스 스포츠 선수 황주희 씨가 감정표현을 어려워하며 장애인이 되기 전의 연애 이야기를 할 때에 등장한 ‘#전_남친들아_미안해 #그땐_너무_어렸잖아’와 같은 자막도 마찬가지다. SNS에서 유행하는 이른바 해시태그를 활용한 자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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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치 있는 자막들을 통해 프로그램의 재미를 높인 MBC <우리동네 피터팬>(위:20회, 아래:30회)

 

이런 예능적 연출은 그동안 장애인 모금 방송에서 사용되지 않던 방식이다. 기존의 모금 방송은 배경음악이나 자막을 이용해 장애인의 힘든 상황을 더욱 극적으로 연출했다. 이런 방식은 장애인의 특수한 상황만을 부각시켰고, 시청자는 화면 속 장애인에게 거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MBC <우리동네 피터팬>은 보통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사용하는 연출 방식을 적용함으로써 장애인 모금 방송에 대한 심적 거리감을 좁혀 주었다. 누구나 거리낌없이 방송을 시청할 수 있도록 일종의 연결고리를 마련해준 셈이다. 또한 주인공을 더욱 친근한 존재로 만들어 주는 역할도 했다. 주인공들을 동정의 대상으로 비추는 방식에서 벗어나 함께 웃고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일반적인 존재로 느낄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에이스”와 “숫자의 신”…‘장애인’에서 벗어나 ‘개인’을 그려낸 <우리동네 피터팬>

각자의 주인공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포착해 캐릭터를 부여하는 구성도 시청자로 하여금 프로그램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런 구성은 ‘굿윌스토어팀’을 다룬 회차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프로그램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굿윌스토어는 재사용이 가능한 깨끗한 기증물품과 기업기증품 등 다양한 물품을 경제적으로 판매하는 곳이다. <우리동네 피터팬>은 ‘굿윌스토어’와 함께 일하고 있는 주인공들에게 캐릭터를 하나씩 만들어주었다.

 

1회부터 등장하는 김현승 씨는 손님들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의 부탁까지 들어주며 매장 관리를 꼼꼼히 하는 자타공인 영업팀의 ‘에이스’로 그려졌다. 4회에 등장하는 물류팀의 유종민 씨는 책에 낙서나 오염이 없는지 꼼꼼하게 살피는 ‘매의 눈을 가진 도서 분류의 신’, 경우의 수를 이용해 잠긴 자물쇠를 풀어낸 임성균 씨는 ‘숫자의 신’, ‘인간 암호 해독기’라는 별칭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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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들의 특성을 포착해 각자의 캐릭터를 만들어 준 MBC <우리동네 피터팬>(1회)

 

<우리동네 피터팬>은 주인공들에게 붙여진 친근한 별명들과 함께 사소한 행동이나 말까지 놓치지 않고 세세하게 카메라에 담았다. 주인공들의 행동에 대해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들음으로써 장애인 스스로가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하게 마련한 것이다. 그 결과 시청자들은 주인공들이 가지고 있는 장애보다 개인적 특성들에 집중할 수 있었다. 주인공을 ‘장애인’이 아닌 개별적 특성을 가진 ‘개인’으로 묘사한 접근은 장애 인식 개선 차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일상 속 불편을 그대로 보여준 <우리동네 피터팬>

<우리동네 피터팬>이 출연자들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 점도 인상 깊은 부분이었다. 카메라에 담긴 장면들에는 자취생이 아침에 일어나 라면을 끓여 먹고, 외출 전에 거울 앞에 앉아 화장을 하거나 옷을 고르고, 쉬는 날 육아를 하며 아이들과 놀아주고, 이동을 위해 차를 운전하는 모습이 담겼다. 카메라를 따라 아침부터 밤까지 주인공의 하루를 촘촘하게 살펴본 시청자들은 장애인의 일상이 비장애인들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동네 피터팬>은 장애인이 일상생활 속에서 겪는 물리적 불편들을 간과하지 않았다. 주인공들이 겪는 불편이 그들의 일상을 차지하는 큰 부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장애인의 이동권이 제약받는 상황은 프로그램 전반에 걸쳐 빈번하게 등장했다. 25회에 출연한 이원준 씨의 사례가 가장 대표적인 예시였다. 전동휠체어를 탄 이 씨는 강의를 위해 지하철을 이용했다. 하지만 목적지로 가기 위해서 꼭 거쳐야 하는 환승역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이 씨는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야 했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동네 피터팬>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에게 지하철 환승이 얼마나 불편한지도 보여줬다. 이 씨는 지하 4층에서 지상 2층에 있는 환승역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5번이나 갈아타야했다. 이뿐만 아니라 승강장과 열차의 거리가 멀어 역무원의 도움을 받아 안전발판을 설치하고서야 무사히 탑승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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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짚은 MBC <우리동네 피터팬>(25회)

 

비장애인에겐 ‘당연한 것’이 장애인에겐 ‘당연하지 않은 것’인 우리 사회

이원준 씨의 사례는 우리사회가 얼마나 장애인 이동권에 무심한 지를 보여줬다. 이 씨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지하철역에서 유일한 이동수단인 휠체어 리프트에 대해 “살인기계”라고 표현했다. 지하철역에 설치된 휠체어 리프트의 심각한 안전 문제를 짚은 것이다. 실제 2017년 10월 신길역에서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던 장애인이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을 통해 지속적인 문제제기가 이어졌지만 여전히 신길역에는 휠체어 리프트가 그대로 남아있다. 이뿐만 아니라 현재 서울의 지하철역 중 아직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은 26곳에 달한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지하철역이 ‘0곳’이 되기 전까지 장애인의 이동권은 항상 위협받고 있는 셈이다.

 

다른 교통수단 역시 마찬가지다. 2017년 기준으로 장애인 이용이 편리한 저상버스 도입현황은 서울시가 43.6%로 가장 높았고, 지방의 경우 도입률이 훨씬 낮아 전국 평균 22.4% 수준이다. 고속·시외버스는 더 심각하다. 2019년에 들어서야 처음으로 휠체어 탑승 설비를 갖춘 고속버스의 운행 계획이 잡혔기 때문이다. 또한 장애인 콜택시는 이른 아침부터 예약 경쟁이 심하고, 예약이 되더라도 대기시간이 평균 40분이나 된다. 비장애인에게는 당연한 이동의 자유가 장애인들에겐 너무도 높은 장벽으로 막혀 있는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우리동네 피터팬>은 장애인이 겪는 불편들을 단편적으로 모아서 제시하지 않고, 불편을 마주치는 장면들을 보통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그려냈다.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사례들은 시청자에게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또한 시청하는 비장애인의 입장에서도 장애인의 불편을 더욱 친밀도 있는 형식으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연결고리가 된 ‘당신이 몰랐던 피터팬’

프로그램 중간에 등장하는 ‘당신이 몰랐던 피터팬’ 꼭지도 인상 깊은 부분이었다. <우리동네 피터팬>은 비장애인들이 몰랐던 장애 자체의 특성과 그에 대한 추가 정보들을 자막을 통해 보다 세세하게 설명했다.

 

3회에서 주인공 관태 씨는 퇴근 시간 1분 전에 집으로 가자는 엄마의 말을 완강하게 거절한다. 결국 모든 일을 마쳤지만 관태 씨는 1분 뒤 정각이 되고 나서야 퇴근길에 나섰다. 비장애인들은 쉽사리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우리동네 피터팬>은 ‘당신이 몰랐던 피터팬’ 꼭지를 통해 “자폐 특성 상 철저히 제 시간을 지키려는 것”이라 설명했다. 26회에서는 외출을 앞두고 갑자기 불안 증세를 보이며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승보 씨의 모습이 나왔다. 이 상황도 “자폐성 발달 장애인은 규칙을 반복하고자 하며 때로는 집착하기도 합니다”라는 자막이 이해를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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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몰랐던 피터팬’ 코너를 통해 장애 특성을 설명하는 MBC <우리동네 피터팬> 3회

 

<우리동네 피터팬>은 다른 회차에서도 “지적장애인은 규칙에 집착해 반복되는 일을 정확하게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상황에 안 맞게 엉뚱한 말을 건네도 기다려주세요. 그건 당신과 친해지고 싶다는 표현이니까요”, “자폐성 발달 장애인은 말의 높낮이가 단조롭거나 억양이 특이합니다”와 같은 자막을 통해 비장애인이 어색하게 느낄 수 있는 지점들을 설명했다. 이런 시도는 주인공과 장애의 특성에 대한 시청자의 이해를 이끌어냈다.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타인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듯 동등한 관계에 있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장애’는 주인공을 설명하는 전부가 아닌 ‘일부’일 뿐이다

<우리동네 피터팬>은 1회부터 31회까지 총 22명의 출연자와 함께 했다. 특정 출연자의 에피소드를 여러 편에 걸쳐 소개한 것이다. 적게는 2회, 많게는 7회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주인공들의 일상을 시청자들에게 두 번 이상 전달했다. 한 주인공의 에피소드를 여러 편에 걸쳐 소개하는 <우리동네 피터팬>의 연출 방식은 장애인에게 씌워진 굴레를 깨는 데 필요한 근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장애인의 일상을 좀 더 내밀하게 조명함으로써 그들의 다양한 인간관계나 폭넓은 활동 반경을 한층 깊게 선보이기 때문이다.

 

방송에서 활발한 사회 활동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인물은 1회에서 8회까지 출연한 신현오 씨와 15회부터 17회까지 등장한 이원준 씨다. 신현오 씨는 가정에선 본명 외에 ‘아들’, ‘동생’, ‘형’이라는 3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집 밖에선 ‘예비 창업자’, ‘제자’, ‘친구’ 등 더 많은 호칭이 현오라는 이름을 대신한다. 이원준 씨의 경우, 가족 내에선 ‘아빠’나 ‘아들’로 불리지만, 가족이란 울타리에서 벗어나면 ‘보치아 선수’와 ‘리포터’, ‘교육 강사’와 ‘유튜브 크리에이터’란 직함들이 원준 씨를 기다리고 있다. 주인공들의 일상을 다방면으로 그려내는 <우리동네 피터팬>이 아니었더라면 놓쳤을 사실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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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우리동네 피터팬> 출연자 신현오, 이원준 씨 관계도 ©민주언론시민연합

 

“장애인도 프로다”…장애인의 전문성을 보여준 <우리동네 피터팬>

<우리동네 피터팬>은 주인공들의 다양한 사회 활동을 비추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주인공들이 각자의 활동 영역에서 보이는 전문성까지 카메라에 담아냈기 때문이다.

 

19회부터 24회까지 출연한 김종욱 씨는 대한민국 최초의 장애인 패션모델을 꿈꾸는 인물이다. 이를 위해 김 씨는 촬영 현장에서 마주치는 부끄러움도 이겨낸다. 20회에서는 김 씨가 분홍색 볼터치가 가미된 화장을 한 채로 유아용 자전거에 앉아 포즈를 취하는 등의 거리 촬영기가 담겼다. 단순히 거리 촬영기 내용이 그쳤더라면 주인공의 도전 정신보다는 민망함이 도드라지기 쉬운 장면이었다. 하지만 <우리동네 피터팬>은 “모델이라면 응당 시선을 즐겨야 한다”는 종욱 씨의 인터뷰를 실음으로써, 민망함마저 극복해내는 주인공의 프로의식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켰다.

 

26회부터 30회까지 출연한 심승보 씨를 통해서는 피터팬의 직업에 대한 열망도 그려냈다. 심 씨는 일주일 중 3일을 수목원에서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보석 세공에 열정을 쏟는 인물이다. 28회에서는 그가 디자인에 영감을 얻고자 식물들을 관찰하고, 더 아름다운 보석 디자인을 내놓고자 두 눈 크게 뜨고 주변을 살피는 모습을 보여줬다. <우리동네 피터팬>은 일과 시간에 열심히 작업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준 뒤, 자투리 시간을 아이디어 구상에 활용하는 승보 씨의 모습을 전달하면서 주인공의 직업에 대한 전문성과 열정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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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우스꽝스러운 분장도 괜찮다는 김종욱 씨 MBC <우리동네 피터팬>(20회)

 

장애인 고용증가는 그들의 전문성을 보여주는 것이 시작이다

<우리동네 피터팬>은 피터팬의 일상에 밀착, 동행하는 연출 방식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했다. 장애인들도 노동자이며, 그들 역시 프로라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장애인 고용률은 현격히 낮은 수준이다.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대기업집단 30개소 중 장애인 의무고용률 2.9%를 준수한 기업은 한 곳뿐이었다. 나머지 29개 대기업은 벌금 납부로 고용 의무를 우회하고 있다. 쉽게 말해 법을 지키는 기업은 30개 중 1곳 뿐이고 나머지 29개의 기업은 법을 돈으로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 대응해 처벌을 강화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을 만능 해결책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처벌 강화 이전에 사회적 편견의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비장애인이 가지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불신이 장애인 고용률 저하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회적 편견이 장애인 고용의 가장 큰 장애물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불신의 벽을 깨뜨려야 장애인 고용률이 증가할 수 있다. 장애인들의 직업적 열정과 프로의식을 보여주는 <우리동네 피터팬>식의 접근법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장애인 일자리 창출의 시작점을 마련한 ‘기부 릴레이’

<우리동네 피터팬>은 피터팬들의 에피소드를 주요 소재로 삼지만, 회당 마지막 5분을 통해 모금 방송의 기본을 잊지 않았다. <우리동네 피터팬>은 ‘기부 릴레이’라는 꼭지를 통해 기업과 시청자가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그 결과 31회까지 총 24곳의 기업이 기부 릴레이에 참여했고, 굿윌스토어에 전달된 물품도 8만 8천여 점에 육박했다. 기부된 물품들은 2억 6백만 원이라는 매출로 이어져 172명의 일자리로 환원됐다. 비록 방송 말미에 짧게 방영되지만, 실질적인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일조함으로써 프로그램 속 그 어떤 코너보다 ‘장애인 자립’이라는 프로그램 취지에 부합하는 코너라고 할 수 있었다.

 

<우리동네 피터팬>의 시도는 과거의 모금 방송이 후원금 모금에 그친 것과 비교할 때 더 의미가 크다. 기존의 방송들은 장애인들의 힘든 모습을 보여주고 후원금을 모금해 단기적인 지원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우리동네 피터팬>은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물품을 기부받고, 판매를 통해 수익을 만들었다. 이어 그 수익을 활용해 장애인 고용창출을 이끌어냈다. 모금 방송으로써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근본적인 해결책에 다가간 것이다.

 

계속되어야 할 <우리동네 피터팬>

지난 5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장애인 모·부성권 증진을 위한 실태조사’에서는 한국 사회의 장애에 대한 편견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 보여줬다. 조사 대상자 비장애인 605명 중 약 70%의 응답자가 ‘직접 양육이 어려운 장애인 부부는 임신이나 출산을 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장애라는 이유만으로 장애인의 부모 될 권리를 부정한 것이다. 직장 내 장애인식개선교육 법제화, 장애인 의무고용제 실시 등 비장애인의 인식개선을 꾀하는 일련의 조치들이 시행됐음에도 장애인을 바라보는 비장애인의 시선은 여전히 냉담하다.

 

하지만 <우리동네 피터팬>에서는 장애가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거나 권리를 추구하는 방해물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15회부터 17회까지 출연한 박대운 씨는 겨울 방학을 맞이한 아이들을 혼자서 돌보며 저녁 식사까지 홀로 준비했다. 박 씨의 아내 최윤미 씨는 “제가 더 능력 있고 제가 더 많이 뭔가를 해줄 생각으로 만났는데, 살다 보니까 제가 더 능력이 없어지고 체력도 남편보다 못하고. 완전히 반대”라며 결혼생활을 표현했다. 비장애인의 편견과 현실이 다르다는 점을 장애인의 하루를 보여줌으로써 입증한 것이다.

 

장애의 사전적 정의는 ‘신체 기관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거나 정신 능력에 결함이 있는 상태’로 개인의 신체적 결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장애를 개인의 생물학적 손상 그 자체가 아닌 사회적 편견과 억압이 만들어낸 것으로 규정한다. 장애를 사회적 차원의 문제로 상정하는 셈이다. 그래서 해법도 개인적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는 장애로 인해 무언가를 주저하거나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추구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세계보건기구가 지향하는 바와 정반대에 가깝다. 장애인의 자립을 돕기는커녕 오히려 정당한 권리 행사마저 제한하고 있다. 또 장애인을 편견이란 장벽에 가둬놓는다. <우리동네 피터팬>은 그럴 수 없다고 답한다. 편견이란 인식의 장막을 걷으면 세상이란 무대를 사로잡는 피터팬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제 이 사실을 널리 알려야 할 때다. <우리동네 피터팬>의 역할은 지금부터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9월 12일부터 2019년 5월 9일까지 MBC <장애인식개선 프로젝트 -우리동네 피터팬>

 

<끝>

문의 임동준 활동가(02-392-0181) 정리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노동원·조재희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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