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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은 무엇을 위해 ‘우호적 한일관계’가 필요하다는 것일까
등록 2019.07.06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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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산업성이 지난 4일부터 반도체․스마트폰 생산의 핵심소재 3개 품목(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레지스트, 에칭가스)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강화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일본은 이외에도 이 수출 시 허가 취득절차를 면제해주던 27개 ‘화이트국가(백색국가)’에서 한국만 제외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8월부터 화이트국가에서 제외된다면 수출 규제가 강화되는 품목이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타사에 비해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인한 파장의 심각성을 강조한 TV조선
일본 경제산업성의 발표가 있었던 지난 1일부터 경제보복 조치가 시작된 4일까지 방송사 저녁종합뉴스를 살펴본 결과, JTBC가 총 22.5건으로 가장 많은 보도량을 보였고, 채널A도 총 21건으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평균적으로 모든 방송사가 하루에 4건이 넘는 보도를 하는 등 대부분 이번 사안을 비중 있게 다뤄 보도량의 차이는 크지 않았습니다. 

 

보도내용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TV조선이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인한 파장을 매우 강조하는 모양새였습니다. TV조선 <“장기화되면 치명타”…업계 초긴장>(7/1 오현주 기자)에서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반도체 업계 등이 입게 될 손해가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는데요. 신동욱 앵커는 “기업의 입장에선 당장 생사가 달린 문제”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한껏 강조했습니다. 오현주 기자도 “수출 규제가 장기화되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반도체 업체 관계자의 말을 전하며, “(반도체) D램 가격이 6개월 새 반토막 난 반도체 업체에겐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한 타사의 보도에는 온도 차가 있습니다. KBS <앵커의 눈/정부, 경제보복 규정…‘WTO 제소’ 강력 대응>(7/1 서재희 기자)에서는 “이번 규제가 장기적으론 악재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현재 공급 과잉 상태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이 줄고 재고 소진이 빨라지면, 가격 경쟁력 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가 일본의) 이번 규제로 오히려 해당 품목의 일본 독점이 완화돼 우리 부품 소재 업계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고 경쟁력 강화 대책도 추진”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덧붙였습니다.


이번 조치로 인해 우리 기업뿐만 아니라, 일본기업들이 받을 타격도 만만치 않다고 지적하며, 사태가 장기화하진 않을 거란 분석을 내놓은 방송사도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SBS <日 의존도 높은 필수 재료‥정부 “유감, WTO 제소”>(7/1 노동규 기자)에서 “한국 반도체 회사에 수출하는 일본 소재업체들도 타격을 받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카드를 장기간 휘두르지는 않을 거란 전망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추가로 “한국 반도체를 수입해 쓰는 전 세계 글로벌 IT업계에 연쇄적인 피해가 갈 경우 일본 정부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도 전했습니다. JTBC도 <일본판 ‘희토류 보복’ 위력…한국경제 파장은?>(7/1 박영우 기자)에서 “(사태가 극단적으로 흐를 경우) 우리 기업뿐 아니라 일본 기업들 역시 상당한 피해를 각오”해야 하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예측했습니다. 


한편, 연합뉴스 <日언론, 수출규제로 '한국의 脫일본 가속화' 전망>(7/5)에서는 오히려 일본의 언론들이 일본 조치에 대해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아사히신문은 중국이 일본을 상대로 경제보복을 한 이후 일본 기업들이 중국 의존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기술 개발을 진행, 성공했던 사례를 들었습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규제 강화로 한국 정부가 향후 반도체 소재를 포함한 첨단 소재 등의 개발에 약 6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며, 한국의 기술 개발과 조달처의 다양화가 진행되면 세계시장에서 일본의 우위가 흔들릴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마이니치신문도 “한국이 단기적으로는 다른 곳에서 조달을 모색할 것으로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 자국 생산을 통한 '탈일본화'에 주력해 일본의 기술적 우위가 무너질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TV조선은 한국 측의 위기만을 크게 부각한 셈입니다. 

 

TV조선 신동욱 앵커와 신세돈 교수와의 대담, 답답함만 키워
그러나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의 일본 경제보복 관련 보도 중 가장 문제가 된 것은 TV조선 <한일 관계 악화 일로>(7/1 신동욱 앵커)였습니다. 신동욱 앵커와 숙명여대 신세돈 교수와의 대담으로 진행된 이 보도에서, 앵커가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라고 묻자, 신세돈 교수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신세돈 교수 : (일본 정부가 규제 강화의 이유라고 말한) 양국의 신뢰 관계에 현저한 손상이 뭐냐에 대해서 우리는 이제 대법원 판결을 이야기 하고 또 어떤, 정치적으로 접근하는데, 조금 저는 섣부르다고 봐요.…(일본)대사를 불러서 뭐 꾸짖는다든지 또는 뭐 WTO에 제소를 한다든지 저는 한국의 조치가 매우 경솔하고 섣불렀다고 봅니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일본이 양국 신뢰 관계에 손상이 왔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급한 것 같습니다.


신동욱 앵커 : 우방국 사이에 경제적 보복조치가 발표될 때까지 왜 이렇게 (일본이) 서운해 하고 있는지 (우리가) 파악이 안 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 건가요?

 

언론마저 대법원 판결에 대한 경제보복이라고 분석하는 마당에, 신세돈 교수는 “정치적으로 접근하는데, 조금 저는 섣부르다고 봐요”라는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보다 정교한 일본의 속내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정도의 발언이면 모를까,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섣부르다’ 진단은 사실 많은 언론의 보도와 동떨어진 것이었습니다. 이런 경우 앵커가 “그래도 속내는 대법원 판결 때문 아니겠냐”고 되묻는 것이 통상적인 반응입니다. 그러나 신동욱 앵커는 일본의 과도한 조치를 지적하기보다는, 우방인 일본이 뭐가 서운한지 우리가 파악을 못했던 것이냐고 매우 진지하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신세돈 교수의 대답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신세돈 교수 : 거슬러 올라가면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할 때부터 한일관계가 계속 한 10여 년 이상 나빠져 왔었죠. 그래서 누가 힘이 더 있고 누가 덜 있고를 떠나서 양국의 우호관계를 봐서는 이런 관계의 증폭이 바람직하지 않지 않습니까. 그런 차원에서 계속해서 민간부문이나 학자 쪽에서는 한일관계를 부드럽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한 것이 이번 사태를 촉발했다 그렇게 보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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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황당한 분석 내놓은 TV조선(7/1)

 

신세돈 교수는 일본의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까지 지적하면서 한일관계 갈등의 증폭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이 발언은 우호적 한일관계라는 것이 우리의 지상 최대의 가치냐고 되묻고 싶게 합니다. 발언 내용이 우호적 한일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일본과의 독도 영유권 분쟁, 강제징용 및 성노예 문제에 대해 사죄조차 않는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마저 따지지 않고 덮어주자는 것으로 들리기 때문입니다.

 

꼭 일본뿐 아니라 어느 나라와도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우호적 한일관계가 필요관계가 왜 필요한지, 그 안에 대한민국의 주체성과 우리 국민의 인권이 배제된다면, 최소한의 국가적 자존감마저 지키지 않는다면 그런 한일관계는 우호적인 것이 아니라 종속이 아닐까요?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7월 1일~4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뉴스A>, MBN <뉴스8>, YTN <뉴스나이트>

 

<끝>

문의 박진솔 활동가 (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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