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조선일보의 ‘김영철 노역형 오보’ 옹호하기 위한 종편의 다양한 방법
등록 2019.06.21 10:38
조회 522

지난 5월 31일 조선일보 <“김영철은 노역형, 김혁철은 총살”>(5/31 김명성 기자)는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해임 후 자강도에서 노역중이고,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는 미림 비행장에서 처형당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같은 보도에서는 신혜영 통역사가 정치범 수용소에 갇혔고,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도 근신조치를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일보의 보도는 3일만에 오보로 드러났습니다. 6월 3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김영철 부위원장이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공연을 관람하는 사진을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이어 CNN과 워싱턴포스트 역시 조선일보의 기사를 반박하는 내용을 보도했고, 김여정 부부장도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들은 조선일보의 보도가 나온 5월 31일부터 이를 적극적으로 전달했습니다. 심지어 김영철 부장의 사진이 공개된 3일 이후에는 조선일보의 오보를 감싸기 위해 다양한 논리를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조선일보 보도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응한 채널A

모니터 대상 11개 프로그램의 ‘김영철 노역형 오보’ 관련 대담 시간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조금 독특한 수치가 확인됐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조선일보의 보도를 가장 적극적으로 전달한 방송사는 채널A였습니다. 채널A는 3개 프로그램에서 129분간 조선일보의 보도를 다뤘습니다. 조선일보의 자매사 TV조선(63분)과 비교해도 2배가 넘는 양이었습니다. MBN도 4개 프로그램에서 78분간 대담을 진행하며 채널A와는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수치는 그간 채널A가 보여온 보도행태를 보면 놀라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채널A는 지난 4월 존재를 입증할 수도 없는 ‘김한솔 망명정부’를 소재로 특집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일부 출연자들이 “오산기지에 간첩이 있다”와 같은 근거없는 주장을 반복적으로 펼쳤지만 채널A는 해당 출연자들을 사실상 고정출연시키고 있습니다. 자극적인 소재와 반평화적인 대북관을 지속적으로 고집해오던 채널A가 조선일보를 통해 나온 ‘김영철 노역형 오보’에 반응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5/31

6/3

6/4

6/5

합계

JTBC

세대공감

-

1

11

-

12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

9

10

2

21

신통방통

2

-

1

-

3

이것이 정치다

10

11

8

-

29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

18

18

1

12

49

뉴스TOP10

19

15

9

-

43

정치데스크

20

5

1

11

37

MBN

뉴스와이드

13

13

10

-

36

뉴스&이슈

-

8

8

-

16

뉴스BIG5

3

6

6

-

15

아침&매일경제

5

-

-

6

11

총 방송시간(분)

90

86

65

31

272

△‘김영철 노역형 오보’ 관련 종합편성채널 보도‧시사프로그램의 날짜별 방송 시간(단위:분)(5/31~6/4) ©민주언론시민연합

 

조선일보 보도 “확실하다”더니…사진 공개되자 “확률의 문제”라며 말 바꾼 고영환 씨

조선일보의 보도 당일 TV조선 <이것이 정치다>(5/31)에 출연한 고영환 전 북한 외교관은 김영철 부장의 노역형에 대해 “확실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윤정호 씨가 “범위라든지 대상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조금 애매하기는 합니다만 이 보도, 어느 정도 신뢰성이 있습니까?”라고 묻자 고영환 씨는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고영환 전 북한 외교관 : 저는 거의 확실하다고 보는데요. 왜냐하면 노동신문 어제 사설이 장성택 처형 이후 사설하고 거의 내용이 같아요. 반당, 반혁명 분자들은 혁명의 준엄한 심판을 받아야 된다. 이건 무슨 말이냐면 1차적으로 처벌 줄 사람들은 다 처벌을 줬고. 이제 2차는 그 여독을 뽑기 위한 2단계거든요. 2단계는 장성택 처형한 다음에 그다음에 사면설이(불확실) 나오고 그다음부터 6개월 동안 전체 당원들과 간부들을 향해서 이런 종파적인 행위들을 뿌리뽑기 위한 사상 투쟁을 하는거거든요. 저렇게 노동신문에 했다는 거는 1차적으로 처형할 사람들 처형하고 수용소 보낼 사람은 수용소 보내고, 이제는 충실성을 다시 한번 검토하겠다, 전체 당원들, 간부들. 저런 공개적인 메시지거든요. 북한이 항상 무슨 신문에 뭔가 나올 때는 뭔가 있어서 나오는 거거든요. 그리고 저 소식은 이미 북한을 좀 공부하는 사람들한테 북한과 연락이 조금 되는 사람들한테는 이미 4월부터 나왔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고 씨는 6월 3일 북한 매체들을 통해 김영철 부장의 모습이 확인되자 “확실하다”던 본인의 주장을 교묘하게 바꿨습니다. 고 씨는 TV조선 <이것이 정치다>(6/3) 진행자 윤정호 씨가 김영철 부장의 모습이 확인 된 것에 대해 “그러면 보도가 잘못 되었던 건가요? 아니면 어떤 건가요?”라고 묻자 “여러 소식을 통해서 혁명화를 갔다는 이야기를 제가 좀 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혁명화를 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며 조선일보가 오보를 낸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고영환 전 북한 외교관 : 그러니까 북한의 선전선동술을 우리가 당할 수가 없는 것이고 이걸 한가지 현상을 가지고 ‘봐라, 당신들이 했던 것이 다 오보다’ 이렇게 하는 이야기는 그거는 저는 맞지 않고. 사실은 북한 정보가 대다수 경우 한 70% 정도는 옳은 것으로 나오거든요. 이건 확률로 봐야지. 북한이 얼마나 통제된 사회인데. 사실 오보를 낸 것도 있거든요, 한두건. 그런데 그걸 가지고 ‘북한 전체 뉴스가 다 오보다’라고 하는 식의 반론들이 나오는 건 조금 더 조심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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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오보 끝까지 옹호한 고영환 전 북한 외교관 TV조선 <이것이 정치다>(6/3)

 

조선일보의 보도가 “확실하다”던 고영환 씨가 김영철 부장의 모습이 확인되자 이를 “확률의 문제”라며 말을 바꾼 것입니다. 고 씨는 결국 본인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오보라고 지적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김영철, 김여정 나타나자 “손을 흔드는 모습”, “얼굴”을 근거로 자신의 주장 관철

김여정 부부장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에도 고영환 씨는 본인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채널A <정치데스크>(6/5)에 출연한 고 씨는 김 부부장의 등장이 “벌 줄 사람은 다 벌을 줬고 자숙할 사람은 다 자숙했고 이제부터는 활동을 한다는 공개적인 메시지”라며 조선일보의 보도가 오보라는 점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어 ‘김여정 부부장의 손동작’을 근거로 일방적 주장을 이어갔습니다.

 

고영환 한국관광대 겸임교수 : 동분서주 모습을 드러내고 일단은 자숙하는 모양새를 취했다고 제가 여러 번 ‘자숙 코스프레’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 나올 때 보면 자숙한 여성의 모습이 아니고 아주 활발하게 나와요. 나올 때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 나올 때 나오는 것을 보면 손목을 흔들면서 기분 좋게 나오거든요. 그걸 보면 일단은 ‘이제는 나는 딱 자숙이 끝났습니다. 이제부터는 내가 정상적으로 활동을 하겠습니다’ 하는 모습인 것 같습니다. 나올 때 손을 흔들면서 나오는데 공손히 잡고 나오는 모습이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이제는 자숙설은 끝난 거죠.

 

고 씨는 같은 날 방송에서 ‘김영철 부장의 얼굴’을 근거로 다시 한 번 노역형을 주장했습니다.

 

고영환 한국관광대 겸임교수 : 김영철 부위원장도 실질적으로 처벌을 받았고 혁명화 과정을 거쳤고 그 과정을 거쳐서 얼굴이 헬쑥해진 게 틀림없어 보이고. 일단은 당통일전선사업부가 이번에 하노이 노딜로 끝난 책임 때문에 거의 쑥대밭이 됐다. 그런 전언들이 들려오거든요. 그러니까 이것 때문에 지금 남북 대화도 잘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일단 보이는데 북한 통일전선사업부가 미국과의 회담에서 많은 잘못을 저지른 것으로 그렇게 당중앙회 조직지도부가 결론을 내고 김정은 위원장한테 보고를 했다. 보십시오. 확실히 수척해진 게 보이지 않습니까?

 

조선일보의 보도가 “확실하다”고 주장하더니 김영철 부장의 사진이 나오자 “확률의 문제”라고 말을 바꾼 고 씨가 이번에는 ‘손동작’, ‘얼굴’을 근거로 제시한 것입니다. 고 씨의 주장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듭니다. ‘손동작’과 ‘얼굴’만으로 북한에서 어떤 일이 이뤄졌는지를 알 수 있다는 주장은 조선일보가 익명의 취재원을 근거로 숙청설을 쓴 것보다 신뢰도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구체적 정황과 정보들로 조선일보 반박한 세종연구소

고영환 씨가 ‘김여정 부부장의 손동작’, ‘김영철 부장의 얼굴’을 근거로 일방적 주장을 이어갈 동안 세종연구소는 <‘김혁철 처형설’과 ‘김영철 노역설’에 대한 일곱 가지 의혹>(6/3) 논평을 내고 조선일보 기사에 의문점 7가지를 제시했습니다. 세종연구소는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가 4월 13일에도 목격되었다는 비교적 신뢰할만한 정보가 있다”며 “일정 시간이 지난 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고영환 씨가 주장했던 ‘김영철 부장 단기 노역형’에 대해 “김영철은 지난 4월 9일 개최된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 참석했고, 김 위원장의 신임 국무위원회 구성원들과의 기념사진 촬영에도 함께 했다”며 “통일전선부장직을 내놓고 김정은의 방러에 동행하지 못했다고 해서 완전히 실각하여 ‘강제 노역형’에 처해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세종연구소는 “그가 악성종양 제거를 위해 북한 지도층이 이용하는 봉화진료소에서 치료를 받았다”는 정보가 있다는 점도 덧붙였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세종연구소는 김여정 부부장의 근신설에 대해서도 “지난 4월 9일 개최된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 김여정 제1부부장이 참석한 것으로 이미 확인된 바 있다”며 반박했고 “몸이 약한 김 제1부부장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정보가 더 설득력 있다”며 근신설은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고 씨가 ‘손동작’, ‘얼굴’을 가지고 억측을 늘어놓는동안 세종연구소는 구체적인 정황과 정보들로 사실관계를 파악한 것입니다.

 

처형 장소까지 분석하더니 돌연 ‘처형은 없었다’고 말 바꾼 안찬일 씨

종편의 북한 전문 출연자들이 부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비단 고영환 씨 한 명의 문제가 아닙니다. 채널A <뉴스TOP10>에 출연중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소장 역시 같은 문제점을 보였습니다. 안 씨는 <뉴스TOP10>(5/31)에 출연해 조선일보의 기사 내용을 분석하며 처형 장소의 의미까지 짚었습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소장: 이게 스파이혐의를 씌웠다면 1953년 박헌영을 처형할 때, 남로당을 처형할 때 씌웠던 죄목을 한 70년이 돼서 다시 김혁철한테 씌웠다는 건데 제가 볼 때는 이게 말이 안 되는 거죠. 결국 북미회담 결렬에서 아마 김혁철이 뭔가 영어도 잘하고 그러다보니까 미국과 약간의 정보를 주고받은 걸 아마 스파이다 이렇게 죄목을 뒤집어 씌워서 그래야 또 처형의 의미가 되지, 양봉음위니 동상이몽 가지고는 처형의 명분이 안 되고 적어도 스파이 딱지를 뒤집어 씌어야 처형할 수 있기 때문에 저렇게 무거운 죄목을 씌운 것 같습니다. (중략)

 

장성택이나 현영철이나 다 강건종합군관학교 뒷마당 사격장에서 처형했다는 말이죠. 그때는 버스 한두대로 노동당 고위간부들을 데려다 갔으니까 200명, 300명이 갔는데 제가 볼 때는 미림비행장에서 했다는 것은 그만큼 참가자가 많지 않았는가. 그러면 적어도 1000명 이상을 모아놓으려다 보니까 미림비행장이라는 넓은 장소로 옮겼고 미제 스파이다 해서 뭔가 반미교육 이걸 하기 위해서 사상교양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미림비행장으로 데려가지 않았나 추측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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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만에 본인의 주장을 스스로 반박한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소장 채널A <뉴스TOP10>(6/4)

 

장소의 의미까지 분석한 안 씨는 김영철 부장의 모습이 공개되고, 외신들로부터 다양한 반박 근거들이 나오자 돌연 본인의 주장을 뒤집었습니다. 채널A <뉴스TOP10>(6/4)에 출연한 안 씨는 ‘처형이 없었을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소장: 그런데 김혁철 같은 경우도 상당히 북한에서는 유능한 외국어대 프랑스학과를 나왔고 북한이 키워낸 유능한 외교관 아닙니까. 노동신문이 뭔가 좀 동상이몽이니 뭐니 하면서 종파라는 말까지는 안 썼지만 좀 처형의 냄새를 풍겼기 때문에 그렇지만 제가 볼 때는 그렇게 죽이기까지는 않지 않았는가 이런 생각도 듭니다.

 

단편적인 사례 하나에서 드러나듯 TV조선‧채널A에 출연중인 탈북민 출연자들의 전문성은 심각하게 떨어지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럼에도 TV조선‧채널A는 해당 출연자들을 단지 ‘탈북민 출신’이라는 이유로 출연시키고 있습니다. 불확실한 발언을 일삼는 출연자들에게 ‘북한 전문가’라는 권위를 주고 이들이 발언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고 있는 것입니다.

 

비속어까지 써가며 노골적으로 반북 감정 드러낸 안찬일 씨

안찬일 씨는 <뉴스TOP10>(6/3)에서 비속어까지 써가며 북한에 대한 악감정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안 씨는 3일 북한 매체를 통해 김영철 부장의 모습이 확인되자 이를 ‘북한의 전략’이라 주장하며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소장: 아마 노역형이라는 것은 길 수도 있고 짧을 수도 있습니다. 마원춘 국무위원회 설계국장은 과거에 1년 정도 했고 그랬는데 모르겠습니다. 김영철을 그렇게 길게 시킬 필요가 없고 그냥 잠시 보냈다가 경험을 시켜서 다시 불려 올렸을 수도 있고, 어쨌든 저렇게 등장시킨 건 아까 말씀하신대로 뭔가 대한민국 언론들이 자꾸 ‘숙청했다’, ‘혁명화한다’ 그러니까 ‘살아있어, 왜 자꾸 그쪽에서 거짓말 해’ 이건 우리를 *(비속어) 먹이기 위한 일종의 그런 전략일수도 있습니다.

 

3일 북한 매체들을 통해 김영철 부장의 모습이 확인된 이후 대다수의 언론과 시민들은 부정확한 보도를 낸 조선일보를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안 씨는 조선일보 대신 북한을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근거는 오로지 본인의 추정뿐이었고, 비속어까지 써가며 김영철 부장의 모습이 드러난 것이 ‘북한의 전략’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이 발언만 보더라도 안찬일 씨는 북한의 현상황을 분석할 전문적 지식이 없고, 단순히 북한에 악감정을 가진 출연자라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자연스레 시청자에게 도움이 될 내용의 대담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진행자 황순욱 씨가 “방송에서는 하시기 부적절한 표현”이라 지적하며 시청자에게 사과의 뜻을 표했지만 이미 비속어는 방송에 나간 이후였습니다.

 

객관적 증거들 나오자 “오보가 살려낸 사람들이 많다”며 물타기 시도한 종편

6월 3일부터 조선일보의 오보가 드러나자 TV조선‧채널A는 새로운 논리를 들고 나왔습니다. 바로 ‘오보가 해당 인물을 살렸다’는 주장입니다. 채널A <뉴스TOP10>(6/4) 진행자 황순욱 씨는 “처형설이 나돌고나서 전세계 언론이 다 지금 주목을 하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 때문에라도 김정은 위원장이 실제 처형을 실행할 수 없을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이어 조수진 동아일보 뉴스연구팀 부장은 “과거에도 그런 경우가 왕왕 있었”다며 황 씨의 주장을 뒷받침했습니다.

 

조수진 동아일보 뉴스연구팀 부장 : 그러니까 국내 언론에서 '누가 숙청이 됐고 처형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보도가 나오면 그 사람이 며칠 뒤에 노동신문 등을 통해서 등장을 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북한에서는 '어떤 남조선의 매체 덕분에 처형을 당하지 않았다' 이런 이야기까지 나중에 들려오는 경우가 있고요. 우리가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확인이 안 되기 때문에 신중해야 될 필요성은 있습니다만 과거의 사례를 볼 때 국내 매체라든지 또 외신 매체의 보도가 상당히 그 사람의 어떤 처형 여부에 대해서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압축할 수 있습니다.

 

앞선 방송에서 전달한 정보가 오보라는 것이 드러나자 ‘사람의 생명을 구했다’며 의미를 부여한 것입니다.

 

김영철, 김여정 나타나자 “북한이 우리 프로그램을 보고 있다” 주장한 TV조선

비슷한 대담은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에서도 등장했습니다. TV조선은 북한이 본인들을 모니터하고 있다는 새로운 주장을 추가했습니다. 6월 3일 방송에 출연한 이동훈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북한 매체에 김영철 부장이 등장한 것에 대해 “(보수언론에 대한) 그런 차원에서 사실 공개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본인이 속한 조선일보의 오보 가능성을 배제한 채 북한의 공개 목적을 의심했습니다.

 

하루 뒤 진행자 엄성섭 씨는 김여정 부부장의 모습이 확인되자 “북한에서 우리 <보도본부 핫라인>을 보고 있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 정도”라며 같은 주장을 이어갔고 문승진 기자 역시 “북한에서 남측 언론과 전문가들의 분석을 마치 모니터링하고 있다가 정반대로 나온 것이 아닌가” 의심될 정도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발언권을 얻은 이도운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오보가 목숨을 살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도운 문화일보 논설위원 : 복잡해서 조금 얘기가 길어질 수도 있을지 모르겠는데 아까 우리 엄 앵커가 북한이 <핫라인>을 보고 있는 것 같다고 했죠? 실제로 보고 있을 겁니다. 제가 과거 사례를 하나 소개를 하면 조선일보의 모스크바 특파원이 계형묵(확인결과 계응태)이라고 당시 사회 안전 부장인가 숙청설을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보도 나오고 얼마 뒤에 그분이 그 매체에 등장을 해요. 그래서 그때도 오보인가 했었는데 그 특파원에게 모스크바에 있던 북한 공작원이 전화를 합니다. “선생이 그 계형묵(계응태) 동무를 살리셨소” 이런 식으로 원래 숙청당할 수 있었는데 보도가 나오니까 그 때문에 공개하고 목숨을 살렸다 이런 얘기거든요. 실제로 이번에도 그런 측면이 굉장히 많을 겁니다.

 

TV조선의 주장대로라면 ‘북한이 조선미디어그룹을 모니터하고 있고, 이들의 보도를 반박하기 위해 처형설이 돌던 인물들을 공개한 것’이 됩니다. 여기에 ‘조선일보의 기사는 오보임에도 목숨을 살린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더해집니다. 결과적으로 TV조선은 자매사 조선일보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셈이었습니다.

 

‘1986년의 김일성’도, ‘2013년의 현송월’도 조선일보가 살렸다고 주장할 것인가

TV조선‧채널A의 주장은 이미 앞선 오보 사례들만 보더라도 신뢰할 수 없었습니다. 조선일보는 1986년 11월 16일 1면에 <김일성 피살성 동경에 소문 파다, 사실 여부 확인 못해>라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이어 하루 뒤 호외를 통해 <김일성 총 맞아 피살>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냈습니다. 북한의 지도자였던 김일성 주석이 총을 맞아 사망했다는 내용의 보도는 당시에도 큰 충격과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김일성 주석은 우리가 잘 아는 것과 같이 1986년이 아닌 1994년에 사망했습니다. 조선일보가 말 그대로 ‘대형오보’를 낸 것입니다.

 

같은 방식의 오보는 2013년에도 등장했습니다. 이번에는 북한의 현송월 삼지현관현악단장이었습니다. 조선일보 <김정은 옛애인, 현송월 포르노 찍어 유출 돼 공개처형>(2013/8/29)는 현송월 단장이 “포르노를 제작해 판매한 혐의로 총살당했다”며 익명의 대북소식통의 주장을 전달했습니다. 현송월 단장은 우리가 보았듯이 지난 2018년 평창올림픽 기간 대한민국을 방문했고, 평양에서 우리 음악인들과 합동공연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도 조선일보가 죽었다고 주장한 인물이 멀쩡히 살아서 나타난 것입니다.

 

이처럼 TV조선‧채널A의 ‘조선일보의 오보가 해당 인물을 살렸다’는 주장은 과거 사례를 통해 근거가 없다는 점이 증명됐습니다. 1986년의 김일성도, 2013년의 현송월도 조선일보가 ‘오보로 죽인 것’이지 ‘살려낸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일어날 일을 예측해 의도적인 오보를 내는 것은 언론의 역할이 아닙니다. 일어날 일을 예측해 기사를 작성했다는 것부터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다는 반증이 되기도 합니다. 즉, TV조선‧채널A의 주장은 근거도 없고, 당위성도 없는 일방적인 ‘조선일보 감싸주기’였던 것입니다.

 

북한의 무기 발전원인을 ‘숙청’ 때문이라 주장한 채널A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6/5)에서는 ‘김영철 노역형 오보’를 다루며 예측할 수 없는 내용으로 대담이 진행됐습니다. 이양수 국회의원은 발언의 시작부터 “언뜻 보기에도 참 북한이라는 사회는 정말 이상한 사회”라며 북한을 비정상국가로 표현했습니다. 이어 “북한이 과학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미사일을 몇 백 킬로미터씩” 쏜다며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양수 국회의원 : 그런데 우리가 북한이 미사일을 쏘고 나서 잔해물들이 서해 바다에 떨어져서 우리 군이 그걸 입수를 해서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그걸 분석했는데 정말 깜짝 놀랐답니다. 거기에 절연 테이프, 철사, 심지어 로켓의 용접 부분까지 있었다고 해요.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서방에서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김진 앵커 : 그러니까 조악하게 얽혀 설켜서 날아간다는 거죠.

 

이양수 국회의원 : 조악하게 만들었죠. 그러니까 그 과학자들이 연구원들을 불러서 이거 가지고 하늘로 띄우면 몇 킬로미터 정도 날릴 수 있을 것 같냐. 그랬더니 연구원들이 저희는 1km도 못 날립니다. 그러니까 왜 그런데 이런 조악한 것을 가지고 200km, 300km를 어떻게 날리냐. 잘못하면 저렇게 처형하고 숙청해버리니까 그런 힘들이 나오고 그렇게 하는거라고 저는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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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청 때문에 북한 미사일이 멀리간다고 주장한 이양수 국회의원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6/5)

 

이 씨의 발언은 처음부터 신뢰하기 힘들었습니다. 이 씨가 언급한 ‘절연테이프’, ‘철사’와 같은 사례를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백번 양보해 이 씨가 언급한 사례가 실제 있었다면 절연테이프와 철사가 미사일에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부터 확인했어야합니다. 채널A와 이 씨는 이런 절차도 없이 일방적 주장을 펼쳤고 마지막까지 “우리가 북한 사회를 정상적인 사회로 보지 말고 정말 두 눈 똑바로 뜨고 두 귀 쫑긋 세우고 바라봐야 되는 사회”라며 비정상 국가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근거도 없는 주장으로 북한을 비정상 국가로 몰아간 것입니다. 진행자 김진 씨는 이 씨를 말리지 않았고 오히려 “무서워서 날아간다는 거예요?”라며 질문을 한 번 던질 뿐이었습니다.

 

관행처럼 이어지는 오보…조선일보는 ‘북한 보도의 특수성’을 악용하고 있다

북한 보도에는 다른 주제와 달리 특수성이 존재합니다. 그 중 가장 큰 특징은 자극적인 내용의 정보가 나오더라도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이런 특수성은 언론의 기본 원칙인 ‘사실 보도’를 지킬 수 없게 만듭니다. 그렇다면 언론은 북한 보도의 특수성을 인지하고 지속적인 교차검증 시도와 북한의 시각에서 사안을 분석하려는 노력을 해야합니다. 이 과정들을 소홀히 하거나 북한 보도의 특수성을 악용할 경우 앞서 살펴본 조선일보의 오보와 같은 보도들이 나오게 됩니다. 이런 보도들은 북한에 대한 왜곡된 시선과 해석을 유발하는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보여왔습니다.

 

특히 조선일보는 익명의 소식통을 이용해 자극적인 정보들을 지속적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김영철 노역형 오보’처럼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수차례 반복하고 있는 것입니다. 수십년간 반복된 조선일보의 보도행태는 단순히 특수성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이런 특수성을 악용하는 것입니다. 조선일보는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한 악의적 보도를 멈춰야 합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19년 5월 31일~6월 4일 JTBC <세대공감>,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신통방통><이것이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정치데스크>, MBN <뉴스와이드><뉴스&이슈><뉴스BIG5><아침&매일경제>

* 보고서 내용 중 이양수 국회의원의 발언이 박정하 전 청와대 대변인으로 잘못 표기되어 이를 수정했습니다.

<끝>

문의 임동준 활동가(02-392-0181) 정리 문미향‧이슬기‧이정화‧주영은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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