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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녹취록’ 대신 ‘박근혜 눈물’ 주목한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등록 2019.06.1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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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6일, 신동아는 “‘마지막 비서관’ 천영식의 ‘대통령 박근혜 최후 140일’”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되고 있는 연재물의 첫 기사 <“최순실에 이 정도로 배신당할 줄 몰랐습니다” “최가 진짜 그런 사람인가요, 세 비서관은 알려줬어야지”>(5/16)를 공개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홍보기획비서관 천영식 씨의 글입니다. 천 씨는 이 글에서 국정농단 국면의 스모킹 건이 된 태블릿 PC에 대해 “총알 한 방 없는 총”이라 묘사하며 “(JTBC가) 총알 소리 흉내를 너무 잘 냈고, 청와대는 백기를 들었다”는 등 왜곡된 시각을 드러냈습니다. 동시에 “눈물”, “피눈물” 같은 감성적 단어를 사용해 당시 박근혜 씨의 상황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냈습니다.

 

하루 뒤 17일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5/17)은 이 내용을 ‘어쩌다 이런 일이’라는 꼭지를 통해 전달했습니다. 출연자인 TV조선 기자들은 신동아의 기사를 그대로 전달했고, 특히 ‘박근혜 씨의 눈물’에 초점을 맞춘 대담을 진행했습니다.

 

‘박근혜 눈물’의 다양한 사례 소개한 <보도본부 핫라인>

대담을 시작하며 진행자 엄성섭 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인데 새로운 증언이 그동안 안 알려진 게 나왔다면서요”라며 윤태윤 기자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윤 씨는 “일단 여전히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증언이라는 점에서 전해드리기는 사실 좀 조심스러웠습니다만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이고 또 공식 기록에도 남아 있지 않은 새로운 증언이 나왔기 때문에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라며 신동아에 실린 천 전 비서관의 증언을 소개했습니다.

 

<보도본부 핫라인>은 신동아의 여러 내용 중에서 특히 ‘박근혜 눈물’에 주목했습니다. 윤 씨는 “눈에 띄는 건 박 전 대통령의 눈물에 대한 서술 대목”이라며 꼭 집어 언급했고, 진행자 엄성섭 씨도 “어떤 내용이길래요?”라며 이루라 기자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 씨는 신동아의 보도 내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이루라 기자 : 이게 박 전 대통령이 직무 정지 전에 눈물을 보이는 경우가 굉장히 잦았다고 합니다. 특히 대국민 담화 준비를 하면서 눈물을 많이 흘렸고 이때 대부분의 참모들이 그 박근혜 전 대통령의 눈물을 직접 목격을 했다, 거의 처음으로 목격을 했다,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요. 국회에서 탄핵 소추안 표결이 끝나고 마지막 비공개 간담회가 열렸거든요. 국무위원 간담회였는데 여기에서도 피눈물이 난다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갑자기 흐느끼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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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씨 눈물에 초점을 맞춘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5/17)

 

이루라 씨가 내용을 설명하는 동안 TV조선은 같은 내용을 그래픽으로까지 재현했습니다. 이어 문승진 기자도 “천영식 전 비서관도 윤전추 전 행정관에게 우연히 들은 이야기”라더니 박근혜 씨의 눈물 이야기를 하나 더 소개했습니다.

 

문승진 기자 : 박 전 대통령이 윤전추 전 행정관 앞에서 펑펑 눈물을 쏟은 건 담화문 발표 이틀 후였다고 합니다. 윤전추 행정관과 박 전 대통령이 사실 어떻게 보면 급격히 가까워진 것도 바로 이때라고 하는데요. 박 전 대통령은 윤전추 전 행정관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이 정도로 배신당할 줄은 몰랐다면서 갑자기 눈물을 보였다고 합니다. 본인이 나라를 위해 일요일도 없이 일을 했는데 너무 속상하다면서 감정이 복받쳐서 펑펑 울었고 윤전추 전 행정관도 결국 함께 울었다고 합니다. 수기를 남긴 천영식 전 비서관은요. 이를 기록하면서 마음에 담은 회한을 아무데도 풀 곳이 없으니 30살 나이 차이의 어린 비서인 윤전추에게 설움이 폭발한 것 같다, 이렇게 또 쓰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박근혜 씨의 눈물을 강조한 TV조선은 “(박근혜 씨가) 최순실의 행적에 여러 차례 당황스러워했다”, “최순실에게 이 정도로 배신을 당할 줄은 몰랐다”와 같은 내용을 전달했습니다. 심지어는 당시 청와대에서 “비참한 대통령이 되더라도 비겁한 대통령이 되지 않겠다”는 기류가 있었으며 이러한 배경에서 “(박근혜 씨가) 직접 전화해서 조기 귀국을 종용했다”는 이야기도 전했습니다. 진행자 엄성섭 씨는 대담 말미에 “지금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이 아직 안 끝났기 때문에 혹여라도 박근혜 전 대통령을 미화하기 위해서 쓴 것은 아니라는 점”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미 국정농단 세력에 대한 미화성 발언이 모두 나간 뒤였습니다.

 

논점조차 이해하기 힘들었던 이도운 씨의 ‘특별 한마디’

무엇보다 당일 대담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이도운 문화일보 논설위원의 마지막 논평이었습니다. 진행자 엄성섭 씨는 “이도운 위원님이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해서 못다 한 말씀이 있으시다고 한 말씀 전해주신다고 그러는데 뭐죠?”라고 물으며 이 씨에게 발언권을 넘겼습니다. 이 씨는 국정농단에 대해 “이 문제는 아직은 역사화 되는 않았”다더니 요점을 알 수 없는 발언을 이어나갔습니다.

 

이도운 문화일보 논설위원 : 지금은 박근혜 대통령, 여전히 정치적인 변수이고 정국에 영향을 굉장히 많이 미칠 수가 있어요. 최근에 나오는 사면 또는 석방 논란도 그런 거 같고 최근에 아까 윤전추 비서관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하는데 지금은 윤전추 비서관 면회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유일하게 유영하 변호사만 만나고 있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책도 보고 신문도 보지만 최근에 박 전 대통령한테 편지 보내는 정치인들이 굉장히 많은데 그 안에 얼마나 우리나라나 보수 세력이나 정국을 위해서 바람직한 내용이 담겼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한때 시내에서 이른바 태극기집회를 하면 그분들이 저녁에 서울 구치소로 옮겨서 함성을 지르고 했는데. 요즘은 아마 매일 아침 해 뜨는 시간에 맞춰서 함성을 질러요. 그래서 박 전 대통령이 그 안에서 얼마나 정국에 대해서 올바른 판단을 할지 아직은 두고 봐야 할 거 같습니다.

 

이 씨 발언의 요지를 굳이 뽑자면 ‘지금도 박근혜 대통령은 중요한 정치적 변수다. 박 전 대통령이 감옥 안에서 얼마나 정국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할지 아직은 두고 봐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발언 내용만 보더라도 중구난방이지만 과연 이 발언이 굳이 따로 시간을 내줄 만큼 중요했는지도 의문입니다. 박근혜 씨가 어떤 정치적 의미가 있는지, 정국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하는지는 국민의 관심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도운 씨의 논평이 있기 전에 TV조선이 다뤘어야 하는 내용은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박근혜 씨에 대한 평가가 아니었을까요?

 

국정농단을 그대로 보여준 시사저널 보도는 다루지 않은 TV조선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이 ‘박근혜 눈물’에 주목한 17일에는 ‘눈물’보다 ‘녹취록’이 더 큰 화제였습니다. 시사저널 <단독입수/박근혜-최순실-정호성 90분 녹음파일>(5/17)이 ‘박근혜-최순실-정호성 녹취록’을 17일 오전에 단독으로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공개된 녹취록에는 국정농단의 전말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등장했습니다. 최순실 씨는 정호성 전 비서관에게 “이런 게 취임사에 들어가는 게 말이 돼? 너무 말이 안 돼”라며 대통령 취임사 수정을 지시했고, 녹음파일 속 최순실 씨가 수정을 지시한 내용은 실제 취임사를 통해 국민에게 전달됐습니다. 취임 이전부터 최 씨가 국정에 관여했던 모습이 구체적인 증거를 통해 드러난 것입니다.

 

하지만 앞서 신동아의 보도를 통해 ‘박근혜 눈물’을 조명한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은 국정농단의 결정체를 보여준 ‘박근혜-최순실-정호성 녹취록’을 이후 방송에서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씨에게 동정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내용은 집중적으로 보도한 TV조선이 국정농단의 결정적 증거로 주목을 받은 녹취록은 전달하지 않은 것입니다.

 

‘조윤선 눈물’도 주목한 <보도본부 핫라인>

비슷한 내용의 대담은 일주일 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5/23)에 다시 등장했습니다. 이번에는 박근혜 정부에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방해한 혐의의 조윤선 전 장관이었습니다. 진행자 엄성섭 씨는 조 전 장관을 “재판장에 설 때마다 울음을 터뜨리는 분”이라고 설명한 뒤 최근 재판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여기에 최지원 기자도 “조윤선 전 장관은 불과 두 달 전에도 화이트리스트 의혹과 관련해서 재판정에서 눈물을 보인 바가 있는데 이틀 전에도 또 눈물을 보인 겁니다”라며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이어 조 전 장관의 출석 장면을 보여준 뒤 TV조선은 ‘눈물’과 관련된 대담을 이어갔습니다. 진행자 엄성섭 씨는 “눈물을 쏟았다는 건 그만큼 억울하다, 이런 이야기인가요?”라고 물었고 문승진 기자는 조 전 장관의 입장을 자세하게 설명했습니다.

 

문승진 기자 : 검찰이 조윤선 전 장관에 대해서 당시 여가부 장관이었던 조 전 장관이 세월호 특조위 활동에 대해 내부 동향 파악 및 보고를 지시했다, 이렇게 주장을 하자. 조윤선 전 장관이 눈물로 혐의를 전면 부인을 한 건데요. 자신의 여성가족부 장관 시절에 대해서 ‘힘도 없는 여가부 장관’이라고 칭하기도 했고요. 또 세월호 유가족을 방문한 사실을 또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공소장은 사실과 거리가 멀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렇게 또 말했는데요. 하지만 검찰은 조윤선 전 장관의 눈물 호소에도 불구하고 징역 3년을 구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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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선 전 장관의 입장만 전달한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5/23)

 

이후 최지원, 문승진 씨는 조윤선 전 장관의 혐의 내용, 최후 진술 내용과 검찰의 구형 소식을 짧게 전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문 씨가 조 전 장관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과 달리 단편적인 정보를 전달할 뿐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조 전 장관이 재판에 서게 된 혐의인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방해’는 사라지고 재판장에서 흘린 ‘눈물’만 강조된 것입니다.

 

TV조선이 ‘조윤선 눈물’을 꺼낸 이유는 ‘박근혜 눈물’ 때문이었다

조윤선 전 장관의 눈물을 소개한 뒤 진행자 엄성섭 씨는 “조윤선 전 장관의 눈물 호소와 관련해서 재조명되는 또 일이 있다는데. 어떤 사연인 거죠?”라며 화제를 전환했습니다. 그 내용은 바로 1주일 전 본인들이 스스로 소개했던 ‘박근혜 눈물’이었습니다. 최지원 씨는 여기에 천영식 전 비서관의 발언 중 “박 전 대통령이 조윤선 전 장관에 대해서 각별히 안타까워했다”는 내용을 언급하며 “박 전 대통령이 조윤선 전 장관에 대해서 꿈 많고 섬세하게 잘하고 계셨다, 이러면서 남다른 애정을 보였었다”는 내용을 추가로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엄성섭 씨는 조 전 장관이 “꿈 많고 섬세하게 잘하고 계셨”다며 조 전 장관의 이력을 설명하며 “이 두 분의 인연이 좀 남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최지원 씨는 이어 조윤선 전 장관과 박 전 대통령의 인연으로 인해 “말이 많았”음을 언급하더니 괴로워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심리를 전달했습니다.

 

최지원 기자 : 천영식 전 비서관이 쓴 글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그 마지막 회의에서 ‘마음 아플 줄은 알았지만 마음속 피눈물이 이런 것이구나’라면서 ‘한 분 한 분의 열정을 알고 있는데, 힘이 못 돼줘 마음 속에서 피눈물이 난다’ 이렇게 하면서 또 흐느꼈다고 합니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의 대담 내용은 결국 국정농단 세력의 ‘눈물’을 통해 박근혜 씨에게 동정심을 유발하는 발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중재했어야 할 진행자 엄성섭 씨는 “피눈물이라는 말을 쓰셨다고요?”라며 놀라는 반응을 보일뿐이었습니다.

 

같은 날 공개된 ‘2차 박근혜-최순실-정호성 녹취록’은 또 외면한 TV조선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이 조윤선 전 장관의 눈물을 조명한 23일에는 시사저널 <단독입수/박근혜-최순실-정호성 녹음파일 2탄>(5/23)을 통해 ‘박근혜-최순실-정호성 녹취록’의 또다른 내용을 공개됐습니다. 추가 공개된 녹취록에는 최순실 씨가 정호성 비서관에게 전화를 통해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 통과, 예산안 반영’ 등을 지시하며 적극적으로 국정에 관여한 정황이 담겼습니다. 추가 공개된 녹취록을 통해 국정농단의 심각성이 다시 한 번 드러난 것입니다.

 

하지만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은 시사저널의 2차 녹취록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국정농단 세력에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은 보도한 뒤 국정농단의 실체를 보여주는 증거는 감춰버린 것입니다. 물론 보도할 것과 하지 않을 것을 선택하고, 어떤 순서대로 어떤 방식으로 시청자들에게 전달할지를 정하는 것은 언론의 권한입니다. 하지만 정확한 증거물 대신 주관적 수기를 앞서 소개하고, 재판 내용보다 눈물을 앞세우는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의 보도 태도는 명백한 범죄자인 박근혜 씨과 국정농단 세력에 대한 동정심을 키워주는 효과만을 남길 뿐이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5/17, 23)


<끝>

문의 임동준 활동가(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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