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국회의원이 농부? ‘농지 소유 실태’ 심층 해부한 한겨레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019년 4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 신문 부문에 국회의원 소유 농지를 둘러싼 이해충돌 논란과 ‘사라진 농부들’의 사연을 짚은 한겨레 탐사기획 <여의도 농부님, 사라진 농부들>을 선정했다.
2019년 4월 ‘이달의 좋은 보도상’ 신문 부문 심사 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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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신문 보도 |
탐사기획 <여의도 농부님, 사라진 농부들> 매체 : 한겨레, 취재 : 박유리 기자 보도일자 : 4/3~4/22 |
선정위원 |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엄재희(민언련 활동가), 이광호(전태일기념사업회 이사), 이봉우(민언련 모니터팀장), 임동준(민언련 활동가), 정수영(성균관대학교 연구교수) |
심사 대상 |
4월 1일부터 30일까지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서울신문,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 지면 보도와 온라인에 게재된 기사 |
선정 사유 한겨레는 4월 3일부터 22일까지 6회에 걸쳐 연재한 11건의 기획기사 <여의도 농부님, 사라진 농부들>를 통해 국회의원 99명이 보유한 농지를 둘러싼 다양한 문제를 짚었다. 한겨레 박유리 기자는 5개월간 2526.1km를 홀로 돌아다니며 국회의원이 소유한 농지를 직접 찾아가 그 실태를 파헤쳤다. 1회에서는 건설이 예정된 도로 노선이 국회의원이 소유한 토지를 지나가도록 바뀌는 과정을 추적했고, 2회는 국회의원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토지 주변에 개발·규제 해제 공약을 내세워 이익을 챙기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3회는 농지 소유자들이 소작농에게 대리 농사를 짓게 하고 직불금마저 가로채는 현실을 파헤쳤다. 4회는 국회의원이 농지 소유를 둘러싸고 어떤 편법을 저지르고 있는지 추적했고, 5회는 국회의원의 농지 투기로 인해 농민들이 받는 피해를 짚었다. 6회는 자신이 경작하던 농지가 강제수용당한 농민들의 피해 호소를 담았다. 한겨레는 이 기획보도를 통해 국회의원의 농지 소유 실태와 그 문제점을 총망라했다. 한겨레는 국회의원이 헌법의 경자유전 원칙을 훼손하거나 편법·불법을 저지르고 있음을 지적했고, 이른바 김영란법과 농지법‧토지수용 등 관련법의 허점도 짚어냈다. 특히, 농지 투기 욕망에 밀려 농업을 포기해야하는 ‘진짜 농부’들이 받는 피해를 잘 드러냈다. 이에 민언련은 한겨레 <여의도 농부님, 사라진 농부들>을 2019년 4월 ‘이달의 좋은 보도’ 신문 부문에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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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국회의원 이해충돌’ 논란, 한겨레가 다시 제기했다
올해 초 언론은 무소속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이 논란은 국회의원 이해충돌 문제로 번졌다. 손 의원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인데 피감독 기관인 문화재청이 손 의원이 매입한 건물이 포함된 구역을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이해충돌이란 ‘공직자가 수행해야 할 공적 의무가 개인의 사적 이해와 충돌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당시 손 의원 뿐 만 아니라, 자유한국당 송언석 장제원 의원도 이해충돌 의혹에 휩싸였다. 일각에서 김영란법에 국회의원 이해충돌 조항을 포함하자는 주장이 나왔으나 지금은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논란이 가라앉은 지금 ‘국회의원 이해충돌’ 문제는 다시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겨레가 국회의원들의 토지 소유를 중심으로 ‘이해충돌’의 위험성을 다시 제기했다. 4월 3일부터 22일까지 6회에 걸쳐 연재한 11건의 기획기사 <여의도 농부님, 사라진 농부들>를 통해 국회의원의 소유한 농지를 둘러싼 이해충돌 문제를 추적한 것이다. 또 국회의원의 ‘욕망’에 밀려 사라진 ‘진짜 농부’들의 사연도 살폈다. 박유리 한겨레 기자는 5개월간 2526.1km를 홀로 돌아다니며 국회의원이 소유한 농지를 직접 찾아가 취재해 그 실태를 파헤쳤다. 한겨레는 “그들의 농지는 자신의 개발 공약과 가까웠고, 예산을 확보해 도로를 내거나 각종 규제 해제에 앞장서면서 땅값이 뛰었다”고 지적했다.
“도로노선이 의원님이 소유한 땅 옆으로 바뀌었다”
한겨레는 첫 보도 <1676억 도로 노선이 의원 땅 옆으로 바뀌었다>(4/3 박유리 기자)에서 건설이 예정된 도로 노선이 국회의원이 소유한 토지를 지나가도록 바뀌는 과정을 추적했다. 국회 건설교통위원이던 주승용 바른미래당 의원은 건설교통부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이 설계 노선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한 주민 간담회에 참석해 기존 구간대로 건설하면 국가 예산 낭비라고 지적했다. 결국, 최종안은 주 의원이 소유한 땅 옆을 지나가는 노선으로 변경됐다. 주 의원은 변경된 도로 확장 공사로 인해 일부 토지(570.9㎡)가 국가에 수용돼 5억2천만원을 보상받았다. 한겨레는 노선 변경으로 보상비가 395억원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가 예산에 손해를 끼치며 노선을 무리하게 바꾼 거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노선이 바뀌면서 토지 보상금이 올라 국고 손실이 커졌고, 해당 국회의원은 수억 원의 보상금을 챙겼다는 결과만 보더라도 매우 문제가 있다. 하지만 주 의원은 “내가 보상받으려고 그런 건 아니”라며 발뺌했다. 해당 국회의원은 사적 이익을 취했지만 책임을 물을 법안 한 줄도 없는 상황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한겨레는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의원이 지역 예산을 확보하는 것은 직무상 범위에 속하지만, 자신의 토지와 소유 회사가 자리한 마을로 노선을 바꿔달라고 주민과 함께 국토부에 목소리를 높인 결과는 전남도청 예산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꼬집었다. 공직자윤리법 제2조는 “직무가 공직자의 재산상 이해와 관련돼 공정한 직무수행이 어려운 상황이 일어나지 아니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스스로 이해충돌에서 회피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유명무실해 보인다.
국회의원이 농지를 왜 매입했을까?…불법과 편법이 난무
한겨레 <국회의원 1/3 농지 소유…농지법 위반·공문서 위조 판친다>(4/3 박유리 기자)에 따르면, 현 국회의원 99명이(배우자 소유 포함) 농지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중 46명은 농지를 상속 또는 증여받았으며, 나머지 53명은 농지를 매입했다. 농지 소유는 “농사짓는 사람이 농지를 소유한다”는 경자유전 원칙에 따라야 한다. 우리나라 헌법 121조는 “국가는 농지에 관해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고 명시해 놓았다. 그런데 왜 국회의원이 농지를 매입하는 것일까?
한겨레는 수많은 의원들이 농지 개발을 기다리며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편법과 불법이 판을 치고 있었다. 한겨레 취재에 따르면, 농지를 소유한 의원들의 ‘농지자격취득증명서’를 보면 대부분 농사를 스스로 짓겠다고 쓰여 있었다. 하지만 현직 국회의원이 농사를 지을 리가 없다. 대부분 허위인 셈이다. 한 의원은 농지에 과실수를 심어놓고 이 경우 휴경이 아니기 때문에 농지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는 경자유전의 원칙을 휴지조각으로 만드는 편법적 행동이다. 한겨레는 “법안을 만들고 심사하는 의원들의 농지 소유 행태는 농지법 위반, 공문서 위조 등 불법으로 가득했다”고 꼬집었다.
의원님이 소유한 토지 주변 개발규제 해제 공약 내세워
2회 <지역구 개발공약, 그 안에 의원 땅 있었다>(4/4 박유리 기자)에서는 국회의원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토지 주변에 개발·규제 해제 공약을 내세워 이익을 챙기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지역구에 농지를 보유한 의원 36명 가운데 10명이 자신의 땅과 가까운 곳에 개발 또는 각종 규제 해제를 공약으로 제시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자유한국당 안상수 염동열 의원 사례가 있다. 한겨레에 따르면, “2016년 20대 총선에서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일대 휴먼메디시티 조성 공약을 제시한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당선 5개월 뒤인 9월 길상면 온수리 농지 2필지”를 사드렸고 한다. 또 “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3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자신의 땅과 가까운 특정 목장을 거론하며 수목원과 연계된 사업을 산림청장에게 권유하고, 강원도 산지 관광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에 앞장”섰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국회의원이 소유한 토지 인근에 개발 공약을 제시하는 것 자체가 ‘잠재적 이해충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직불금마저 가로채는 국회의원들
3회 <‘농부’ 행세하는 의원, 소작농은 직불금도 못챙긴다>(4/8 박유리 기자)에서는 농지를 소유한 국회의원들이 소작농에게 대리 농사를 짓게 하고 직불금마저 가로채는 상황을 지적했다. 한겨레의 취재를 보면, 헌법의 경자유전 원칙은 유명무실하다. 이미 몇몇 국회의원들은 자신이 농사짓는 척을 하면서 소작을 시키고 있었다. 한겨레는 ‘직불금 제도’의 문제도 지적했다. 국회의원들이 농사짓는 사람에게 돌아가야 할 직불금 마저도 가로채고 있었던 것이다. 한겨레는 “농사를 짓지 않는 가짜 농부들이 ‘자경’ 행세를 통해 양도세 감면 등 각종 혜택을 받으려면 소작인은 직불금을 받지 않고 숨어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양도세 혜택을 받기 위해 여전히 직불금을 가로채고 있는 것이다.
이미 농지는 투자 또는 투기 대상이 되고 있었다. 통계청의 임차 농지 비율 추이를 보면, 2012년 47.8%에서 2017년 51.4%로 증가했다. 정식 임대차 계약을 맺은 농지 비율이다. 한겨레는 “그러나 드러나지 않는 계약 관계에 놓인 소작인과 임차 농지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남의 땅에서 농사짓는 소작인 증가 추이는 통계청 수치보다 훨씬 가파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한 농부는 “지역의 80~90%가 외지인 소유 농지”라고 증언했다. 헌법의 규정된 ‘경자유전’의 원칙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편법을 저지르는 국회의원들
4회 <농지 산 뒤 묘지를 만들고 보도블록까지…법 무시하는 국회의원들>(4/15 박유리 기자)는 국회의원이 농지 소유를 둘러싸고 어떤 편법을 저지르고 있는지 추적했다. 한 현직 의원은 ‘잡곡 농사’를 짓겠다며 농지를 취득한 뒤 허허벌판으로 방치해두고 있었다. 다른 국회의원은 밭에 보도블록을 설치해 규정을 위반했고, 취재에 들어가자 철거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한겨레는 농지 취득 과정의 허술한 관리 때문에 “비농업인들의 투기 수요가 만연해지고 진짜 농부들의 자경 비율은 감소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피해 받는 농민들의 애환
5회 <의원 아내의 골프장 막으려다…농민들은 ‘별’을 달았다>(4/17 박유리 기자)에서는 국회의원의 농지 투기로 인해 농민들이 받는 피해를 짚었다. 한 국회의원 아내가 농지 근처에 골프장을 지으려고 하자, 농민들이 농사에 지장이 생긴다며 반대하다가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받은 사례도 있었다. 6회는 <토지 강제수용 법안만 110개…80대 촌로 “내 땅 4번 뺏겨” 울분>(4/22 박유리 기자)에서는 자신이 경작하던 농지를 강제수용당한 농민들의 애환을 담았다. 9년간 공공기관이 수용한 토지는 1106㎢에 이르지만, 토지 강제 수용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차원의 실태조사조차 없어 피해 규모를 가늠하기조차 힘든 게 현실이다.
입법 미비를 지적한 한겨레
한겨레는 국회의원의 농지 소유를 둘러싼 이해충돌 문제와 ‘사라지고 있는 농부’들의 문제의 원인으로 입법미비를 지적했으며, 법안 보완을 촉구했다. 한겨레는 “부동산이 재산 증식의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여겨지는 한국 상황을 고려해 토지를 비롯한 부동산 관련 이해충돌 방지 제도가 추가로 마련돼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관련 법안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부동산 백지신탁’이 대표적인 제도이다. 이 제도는 고위 공직자가 재산등록 때 부동산 실수요 목적인지 설명하게 하고, 해명을 못하면 백지신탁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도입하려는 법안은 2005년에 발의됐으나 폐기됐다. 한겨레는 “전문가들은 포괄적 부동산 백지신탁보다는 특정 사업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재정이 투입되기 시작하면 관련 업무를 하는 공직자가 연관 부동산을 신규 매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구체적 법안이 필요하다”고 지적 했다.
이른바 ‘김영란법’의 문제도 거론된다. 지난 2015년 김영란법이 통과될 당시 ‘국회의원 이해충돌 조항’은 삭제됐다. 이러한 입법 공백 속에서 국회의원의 이해충돌 문제를 제대로 다룰 수 없다. 한겨레의 이번 보도는 국회의원 토지 소유와 이와 관련된 이익을 총망라해 ‘국회의원 이해충돌 방지’를 입법 할 수 있는 좋은 근거 마련했다.
또 5~6회 사례처럼 농지법 토지수용과 관련된 법안의 미비점도 짚어내 관련 법안의 보완의 필요성을 잘 드러냈다.
국회의원의 투기 욕망에 밀려 농업을 포기하는 진짜 농부들
한겨레는 국회의원이 이해충돌 문제뿐 만 아니라, 농지 투기 욕망에 밀려 농업을 포기해야 하는 농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이다. 이미 헌법의 경자유전 원칙은 휴지조작이 되었고, 소작농으로 살아가는 농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회의원과 외지인들은 개발이익을 노리며 농지를 무차별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앞서 5~6회에서 다뤘듯, 골프장을 짓거나 뒤틀린 개발 욕망에 농민들은 농사를 짓지 못하고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곳으로 밀려나고 있다. 경제의 근간인 농업을 뒤흔들 수도 있는 심각하고 중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어떤 언론도 이 문제를 깊이 있게 살펴보지 않았다. 이를 한겨레가 2526.1Km의 거리를 직접 뛰어다니며 취재해 보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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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엄재희 활동가(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