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원전 사고 보도 안 하는 종편3사의 안전불감증 심각
등록 2019.05.27 17:49
조회 420

지난 10일 전남 영광군 한빛 원자력발전소 1호기에서 출력 제한치 초과 사태가 벌어져 가동을 멈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큽니다.

 

지난 9일 재가동 승인을 받아 이튿날(10일) 오전 원자로 특성 시험을 진행하던 도중 원자로 내 열 출력이 운영지침상 제한치인 5%를 초과해 1분 만에 18%까지 치솟았고 이에 따라 취해져야 했던 가동 중지 조치도 빠르게 이뤄지지 않았던 겁니다. 원자로 출력은 제어가 어렵기 때문에 제한치 초과 시 곧바로 원전을 세워야 했지만 이상하게도 한빛 1호기는 무려 12시간이나 더 가동됐고 10일 밤 10시가 넘어서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정지 조치를 받고 멈춰 섰습니다.

 

10일 당시에는 일반적 고장인 것처럼 보도자료를 냈던 원안위는 열흘 만인 20일이 되어서야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이 열 출력 제한치 초과에도 원자로를 즉시 정지하지 않았고, 원자로조종면허가 없는 직원이 제어봉을 조작한 정황도 확인했다”며 엄중 문책을 예고했습니다.

 

이에 한국수력원자력은 21일 보도자료를 내고 “한빛 1호기는 제어봉 인출이 계속됐더라도 원자로 출력 25%에서 원자로가 자동으로 정지되도록 설계돼 있어 더 이상의 출력증가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사실로 확인된 출력 제한치 초과 사태에 있어 자동 정지 설비로는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비판이 큽니다. 원전 안전 전문가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SNS를 통해 “원자로 자동 정지 시 제어봉 낙하까지는 수초가 걸리므로, 제어봉 낙하보다 먼저 출력이 25% 이상으로 상승할 수 있으며 최대 250%까지 증가할 수 있다”며 한수원이 수동 정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한 면피를 시도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빛 원전 1호기 문제 다룬 건 MBC와 JTBC뿐

박종운 교수는 시험 가동 중 출력 폭주 사태라는 양태가 비슷했던 1986년 체르노빌 참사를 들어 이번 사건을 “이거야말로 체르노빌 사고 직전까지 간 것”이라 질타하기도 했는데요.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21일 SNS를 통해 “체르노빌 운운한 몇 사람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할 계획”이라 밝혔다가 논란이 일자 글을 삭제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파문이 큰 원전 사고였으나 이상할 정도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는 조용했습니다.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YTN

5/20

0

0

1

0

0

0

0

0.5

5/21

0

3

0

3

0

0

0

0

5/22

1

2

0

0

0

0

0

0

5/23

1

2

0

0

0

0

0

0

5/24

2

0

0

0

0

0

0

0

4

7

1

3

0

0

0

0.5

△ 5/20~24 방송사별 한빛 원전 1호기 사고 저녁종합뉴스 보도량 *0.5건은 단신 ©민주언론시민연합

 

원안위가 한빛 원전 1호기 사고를 알리고 특별조사 방침을 밝힌 20일부터 24일까지, TV조선‧채널A‧MBN은 아예 보도를 내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KBS‧MBC‧JTBC가 상세히 보도한 편이고 특히 MBC는 총 7건으로 가장 보도량이 많았습니다. SBS도 리포트 1건, YTN은 단신 1건에 그쳤습니다.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사고임에도 보도가 없거나 미미했던 방송사들은 비판을 면키 어렵습니다.

 

시청자 눈높이에 맞는 상세한 설명한 MBC

비교적 보도가 충실했던 KBS‧MBC‧JTBC는 모두 각기 다른 시선으로 한빛 1호기 사고를 되짚었습니다. 시청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며 알 권리를 충족시킨 겁니다.

 

보도량이 가장 많았던 MBC는 사고의 진상부터 여론, 대책까지 폭넓게 사안을 다뤘고 이 과정에서 친절한 풀이로 시청자의 이해를 도운 부분들이 눈에 띕니다. MBC는 21일 톱보도 <출력 치솟는데…“뭐가 문제야? 왜 멈춰야 해?”>(5/21, 최훈 기자)를 시작으로 사고 당시 상황을 시간대별로 상세히 전했습니다. 전문 용어가 등장하는 원전 사고를 시청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한 보도 구성이 특히 눈에 띕니다. MBC는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그래픽 화면과 함께, “제어봉은 원자로의 출력을 조절하는 브레이크 같은 것”으로 “원자로 깊숙이 밀어 넣으면 출력이 낮아지고 위로 올리면 출력이 높아지는 구조” 등 사고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개념들을 쉽게 풀어줬습니다.

 

이외에도 이번 사고가 체르노빌 참사처럼 심각한 사안임을 해외 사례와 더불어 설명한 <체르노빌 될 뻔?…“무면허 제어봉 조작은 심각”>(5/21, 김윤미 기자), 사고 은폐 의혹 및 전반적 원전 점검의 필요성을 제기한 <사고 대처·발표 왜 늦었나?>(5/21, 최훈 기자), <단독/“안전 불감증 심각‥다른 원전으로 조사 확대”>(5/22, 최훈 기자), <단독/“핵연료 손상 가능성 있다”‥정부 조사 착수>(5/23, 최훈 기자) 등 MBC는 반드시 전해야 할 소식들을 체계적, 집중적으로 보도했습니다.

 

noname01.jpg

△ 한빛 원전 1호기 원전사고를 가장 빠르고 쉽게 설명한 MBC(5/21)

 

한수원의 늑장 대처 지적한 JTBC

보도량이 3건에 그친 JTBC는 <한빛 1호 ‘열 출력’ 사고…‘원전 불안’ 파장 커져>(5/21, 박상욱 기자)에서 한빛 1호기가 위치한 지역민들의 피해를 조명했습니다. JTBC는 “열 출력이 제한치를 넘기면 즉시 가동을 중지해야 하지만 (한수원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 “심지어 이런 규정이 있는지도 몰랐다는 의혹”, “무면허자가 제어봉을 조작한 정황도 확인” 등 사고의 진상을 전한 후 “원전으로부터 반경 30km 이내의 지역은 긴급보호조치 계획구역”, “한빛 원전의 반경 30km 이내에는 13만여 명이 살고 있고 광주광역시는 불과 40km 떨어져 있다”며, 원전 인근 지역에 대한 관리가 허술한 점도 지적했습니다. ‘원전 사고’가 지니는 파괴적 위험성을 잘 전달한 것입니다.

 

noname02.jpg

△ 한빛 1호기가 위치한 지역민들의 피해를 조명한 JTBC(5/21)

 

26년 전에도 동일한 사고 있었다, KBS 단독 보도

KBS는 한빛 원전 1호기 문제에 대해 원안위와 한수원의 입장까지 모두 나온 뒤인 22일에나 관련보도를 내놔서 아쉬움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24일에 보도된 두 건의 단독 보도는 주목할 만합니다. KBS <단독/유례없는 일?…26년 전에도 동일한 사고>(5/24, 서재희 기자)는 한수원이 한빛 원전 1호기 사고에 대해 유례가 없었다고 밝힌 것과 달리, “원전 사건 기록을 찾아보니까 1993년에도 ​같은 한빛 1호기에서 ​​열 출력이 급증해 ​원자로가 멈춰 섰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번 한빛 원전 1호기 사고와 비슷한 26년 전의 원전 사고를 지목했습니다. “1993년 12월 18일 발생한 한빛 1호기 사건 기록”에 따르면, “원자로 시험 중 ‘과도한 제어봉 인출’로 사건이 일어났다”고 명시되어 있고, “제어봉을 인출하다 일어난 이번 사건과 과정이 거의 똑같”으며, “열 출력이 순간적으로 급증한 것도 유사”하다는 겁니다. KBS는 1993년 당시 사고의 원인이 “운전원의 이해 부족과 제어봉 인출 시 확인 소홀”이었는데, 지난 5월 10일 있었던 한빛 원전 1호기 사고도 “무면허자의 제어봉 조작과 감독자의 지시와 감독 소홀이 의심된다”고 한 만큼, 두 사건 모두 원인이 “모두 사람의 실수”로 귀결된다고 지적했습니다.

 

noname03.jpg

△ 한빛 원전 1호기 사고는 사람의 실수라고 지적한 KBS(5/24)

 

사고 ‘0등급 판단’ 단독으로 고발한 KBS

KBS <단독/나아진 게 없는 사고 대처-사후 대책>(5/24, 정연우 기자)는 한수원이 이번 한빛 1호기 사고를 정상 안전이나 다름없는 0등급으로 분류했음을 단독으로 전했습니다. 안전불감증이 여전하다는 지적입니다. KBS는 “1993년 한빛 1호기 사건에 대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보고서”에서 “(당시 사고의) 사건 등급을 0등급으로 분류”해놨는데, 이번 한빛 원전 1호기 사고에 대해서 “한수원도 감독기관인 원안위에 0등급으로 분류해 보고”했다고 지적했습니다.

 

KBS는 이어서 “국제원자력기구 IAEA의 기준을 기반으로 한 안전 등급표”를 설명했습니다. “0등급은 정상 운전의 일부로 안전에 영향이 없는 등급”이고, “1등급에서 3등급은 외부에 방사성 물질 누출이 없는 ‘고장’, 4등급에서 7등급은 방사성 물질이 외부에 영향을 끼치는 ‘사고’”에 해당합니다. 원자로 폭주까지 이를 수 있는 사고를 0등급으로 분류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KBS는 이런 설명 끝에 “‘불장난은 했지만 불은 안 났다’ 별로 의미가 없고요. 제가 보기에는 실수로 따지면 3등급, 4등급 수준이 되는 걸로 보인다 이거예요”라는 박종운 교수의 인터뷰를 녹취 인용했습니다.

 

KBS의 보도와 관련해 한수원은 25일 보도자료를 내고 “등급을 축소해 보고한 게 아니라 매뉴얼대로 처리했다”면서 “방사성물질의 유출이 전혀 없는 원자로정지 사건으로 안전설비가 모두 건전해 사건등급평가 매뉴얼에 따라 잠정 등급을 ‘0’으로 평가한 것”이라 해명했습니다. 추후 원안위의 원전사건등급 평가위원회가 최종등급을 다시 결정한다는 사실도 덧붙였습니다. 이 같은 한수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KBS가 지적한 문제점은 유의미합니다. 한수원 등이 내놓은 변명 위주로만 보도하던 기존의 보도들과 달리 보다 적극적이며 분석적으로 문제를 지적하려는 원전 관련 보도들이 더 나오길 기대합니다.

 

무엇보다 심각한 원전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단 한건도 보도하지 않은 TV조선, 채널A, MBN은 어느 나라 언론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5월 21~24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뉴스A>, MBN <뉴스8>, YTN <뉴스나이트>

 

<끝>

문의 박진솔 활동가 (02-392-0181)

 

 

monitor_20190527_194.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