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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사장 티끌엔 엄격하고, 방 사장 들보엔 너그러운 조선일보
등록 2019.05.22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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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인 어제 조선일보가 장자연 사건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사주와 조선일보의 결백을 주장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엊그제인 20일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장자연 문건’ 내용이 사실로 보인다면서도 “형사상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 방아쇠가 됐습니다. 법적 혐의는 일단 벗은 셈이니 ‘이제부터 할 말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하게 무죄와 무혐의는 다른 의미입니다. 과거사위의 결론은 사건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뚜렷한 증거가 부족해 수사에 돌입하기 어렵다는 것일 뿐입니다. 여전히 장자연 씨가 자필로 남긴 ‘조선일보 방 사장’이 누군지는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조선일보가 부실수사에 일조했다는 정황과 증언도 다수 존재합니다. 조선일보 기자들은 의혹이 다 해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 장자연 씨가 죽음을 선택한 이유’를 입맛대로 해석해 사건을 흐리려 들거나, 조선일보에 대한 표적수사라며 반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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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자연 사건 적극 반박나선 조선일보 기사 제목들(5/21~5/22) Ⓒ민주언론시민연합

 

 

조선 기자들 눈에는 과거 검찰의 부실수사가 안 보이나

법무부 과거사위원회의 결론은 ‘과거 수사가 부실하게 이루어졌고 대부분 혐의 공소시효가 지나 현실적으로 더 이상 수사를 이어갈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당시 경찰 수사가 미흡했다는 내용이 과거사위 보고서의 상당 분량을 차지합니다. 장자연 씨의 휴대전화 중 한 대가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고, 다이어리나 수첩 등은 현장에 있었음에도 소각되게 두었습니다. 1년 치 통화내역 원본이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조선일보 사주일가를 조사하는데도 소극적이었습니다. 월 35회밖에 통화 기록이 없는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휴대전화를 2008년 9월 딱 한 달치만 조사하고는 말았습니다.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이 장자연 씨와 저녁식사를 먹었다는 진술이 있었음에도 그를 불러 조사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2009년 4월 23일 경찰은 조선일보 사옥으로 친히 출장을 와서 방상훈 사장을 약 35분간 수사하기도 했습니다. 조선일보 기자 두 명을 배석한 상태에서 말입니다. 장자연 사건 특별수사팀 소속 경찰에게 조선일보가 ‘청룡봉사상’을 수여했다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조선일보 측에 수사기밀을 넘겼다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증언도 나왔습니다. 일단 굵직하게 언급된 것만 해도 이 정도입니다. 조선일보를 제외한 타 언론들은 모두 조선일보 사주 일가의 무혐의 소식과 함께 위 언급된 부실수사 의혹을 함께 다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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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수사때 어디가 어떻게 부실했는지 조명한 한겨레(5/21) Ⓒ민주언론시민연합

 

하지만 조선일보는 위 의혹들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언급하더라도 사실무근이라 부정하는 사주 측의 입장만을 대변했습니다. 과거사위의 결론은 부실수사에 방점을 찍었지만 조선일보는 ‘수사를 이어갈 수 없다’는 부분만을 취사선택한 셈입니다. 현재 부실하다며 전방위에서 질타 받는 2009년 수사와 재판기록만을 재차 언급합니다. 방 씨 일가는 죄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합니다. 사주일가와 조선일보 기자들이 한 몸이 되어 흡사 ‘조선 동일체’를 이룬 모습입니다.

 

 

다른 신문은 다 ‘부실수사’ 주목하는데···조선일보 홀로 결백주장

그렇다면 다른 신문사의 논조는 어땠을까요. 5대 일간지 기준으로 조선일보를 제외한 4개 언론은 모두 부실수사에 집중했습니다. 경향신문(6건)과 한겨레(10건)가 가장 많았고, 중앙일보 역시 권석천 논설위원의 묵직한 칼럼 <권석천의 시시각각/‘장자연 사건문질러버렸다>(5/21 권석천 논설위원)가 나왔습니다. 21일, 22일에 보도된 과거사위 최종보고 관련 구체적 보도량 및 기사 제목은 아래와 같습니다.

 

언론사

기사제목

경향신문(6건)

‘장자연 사건’ 처벌 못한다

[사설] 장자연 사건, 검경과 조선일보는 책임지는 자세 보여야

장씨 주거지 ‘겉핥기’ 압수수색… 통화내역·다이어리 자료도 안 남겨둬

“주변인 진술만으로 수사 권고 못한다” 성폭행 피해 의혹은 결국 미궁에 빠져

조현오에 ‘방 사장 조사말라’…조선일보, 전사적 외압 행사

과거사위 “장씨 소속사 대표 ‘재판 위증’ 수사하라”

동아일보(2건)

李총리 “검경, 자체개혁에 적극적이지 않아”

“경찰-검찰 부실 수사… 장자연 리스트 규명 못해”

조선일보(6건)

윤지오가 퍼뜨린 의혹…검증 없이 확성기 노릇 한 방송사들

장자연은 왜 죽음 선택했나…이 물음엔 시종 침묵한 과거사위

“‘조선일보 수사외압’ 과거사위 발표는 명백한 허위(중략)”

검·경·법원 “방상훈 사장은 관련없어”

과거사위는 그래도 “수사 미진하다”

본질 외면한 채…조선일보 흠집내기 올인하다 13개월 허송

중앙일보(4건)

조사단 갈등·유가족 침묵…장자연 재조사 13개월 의문점

[권석천의 시시각각] ‘장자연 사건’ 문질러버렸다

“장자연 리스트 진상 규명 불가능, 조선일보 수사 외압 확인”

안민석 “조사 결과, 국민 납득 못할 것”

한겨레(10건)

장자연 사건 ‘1년치 통화기록 증발’ 미스터리

“수사상황 다 알더라” “수사기밀 줬다” 증언에도 외압 발뺌하는 조선일보

검찰, 방정오 통화내역도 이틀치만 조사하고 끝냈다

장자연 리스트 “진상규명 불가능”

[사설] 끝내 못 밝힌 ‘장자연 죽음’ 진실, 검경 책임 크다

조선일보 ‘전사적 대책반’ 꾸려 장자연 수사 막았다

검찰, ‘장자연과 저녁 자리’에 방용훈 있었다는 사실 기재 누락

“조선일보 법조팀장, 방정오-장자연 통화기록 뺀다고 고생한다 말해”

기획사 계약 직후부터 술접대…거부하면 욕설·구타

[김이택 칼럼] ‘방 사장 사건’ 조선일보사 책임은 누가 지나

△ 5대 일간지 과거사위 발표 관련 보도량 및 기사제목 비교(5/21~22) Ⓒ민주언론시민연합

 

 

‘손 사장 부실수사 의혹’ 에는 가을철 서리같이

조선일보 기자들은 방 사장 사건에 대해서는 옹호로 일관하는 한편 JTBC 손석희 사장은 매섭게 공격했습니다. 22일 조간신문에 손 사장에 대해 왜 배임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냐며 경찰의 엄격한 수사를 주문하는 검찰 입장을 대변한 기사가 등장한 것입니다. 손 사장이 프리랜서 기자인 김웅 씨에게 JTBC에서 월 천만 원 이상의 수입을 보장하는 용역계약을 제안했다는 겁니다. 손석희 사장 관련 보도는 21일, 22일 이틀 동안 조선일보에서 낸 이 기사가 유일합니다.

 

검찰 관계자의 의견을 실은 조선일보 기사 <손석희 수사 보강 지시 받고도··· 경찰, 또 똑같은 결론>(5/22 권순완 기자)가 바로 그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반박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22일 오전 11시경 올라온 한겨레 <경찰, 손석희 배임 무혐의’···“검찰과 경찰 의견 일치”>(5/22 김민제 기자)에 따르면 검·경은 손석희 사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 무혐의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전날 나온 조선일보 보도 속 검찰 관계자의 입장이 공식 입장은 아니라는 겁니다.

 

일반인 시각에서 보기에도 손 사장에게 배임 혐의를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김 기자에게 JTBC 돈이 지급된 적 없기 때문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배임 미수’라고는 할 수 있겠지만, 이마저도 김 기자의 공갈협박으로 어쩔 수 없이 간 제안이라 보는 것이 합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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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석희 경찰수사 감시하는 조선일보(5/22) Ⓒ민주언론시민연합

 

또, 조선일보 기사 말미에 등장한 ‘동승자 논란’은 왜 계속 언급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젊은 여성 동승자가 있었다고 해도 위법 사항이 아닙니다. 시민 이익에 해를 끼치는 일도 아닙니다. 동승자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대중의 알 권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야깁니다. 한 배우를 죽음으로 몰아간 성접대 사건과는 애초에 비교대상이 아닙니다.

 

 

사주에게 충성 말고 보도 독립성 확보해야

조선일보는 <“‘조선일보 수사외압과거사위 발표는 명백한 허위 사건과 무관한 방 사장이 왜 외압을 행사하겠나”>(5/21 조백건 기자)에서 “이는 신문사 신뢰와 직결되는 공적인 문제여서 정면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일련의 옹호기사가 나온 취지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내놓은 기사는 수사외압 의혹에 대한 해명이 아닌 사주일가를 비호하는 내용 일색이었습니다. 장자연 씨의 죽음이 ‘성접대’ 아닌 ‘성접대 사실 폭로’라며 논점을 빗겨갔고, 문건 속 ‘방 사장’이 사실은 스포츠조선 전 사장 하 씨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방’과 ‘하’는 썩 다른 성씨입니다.

 

신문사 신뢰를 갉아먹는 진짜 암세포는 따로 있습니다. 옳고 그름에 대한 가치판단을 포기하고 합리적 추론을 벗어나 맹목적으로 고용주에 충성하는 식의 보도행태입니다. 조선일보 기자들은 사주일가의 이익을 옹호하는 데 충실할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알 권리로 돌아가기 바랍니다. 기자 개개인이 소신을 갖고 진실을 보도할 때, 조선일보를 향한 시민 신뢰도 다시금 살아날 것입니다. 백만 독자가 보는 조선일보 지면이 허무하게 낭비돼선 안 되지 않겠습니까.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5월 21일~5월 22일 조선일보(지면보도에 한함)

<끝>

문의 조선희 활동가(02-392-0181) 정리 박철헌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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