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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물 유포 범죄’ 가려 버린 ‘여가부의 거짓말’ 프레임지난 4월 1일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는 <개방된 ‘열린채팅방’ 내 불법촬영물 유포도 점검단속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해 4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이른바 ‘오픈 채팅방’에서 유포되고 있는 불법촬영물의 집중단속을 발표했습니다.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불법촬영물 유포와 불법정보 유통을 사전에 차단하고 이를 통해 2차 피해를 방지한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러자 일각에서 ‘오픈 채팅방 검열’이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이에 여가부는 2일 해명자료 <오픈 채팅방 내 불법촬영물 유포 단속은 디지털성범죄 근절을 위한 것입니다>를 통해 “최근 버닝썬 사건 등 불법촬영물 유포 피해에 대한 두려움이 만연한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기간을 정하여 실시하는 것”, “모든 오픈 채팅방을 점검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 촬영물이 집중 공유되는 오픈 채팅방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지역 경찰관서와 협업하여 신속한 현장 대응 및 합동점검을 실시”해왔고, “법적·제도적 개선방안에 대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와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태경 의원의 ‘여가부가 거짓말’ 주장, 받아쓴 언론들
그러자 여성가족부 해체를 주장해왔던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14일 보도자료 <하태경, “거짓 해명자료 뿌린 여성가족부,책임자 문책하고 대국민 사과해야”>를 통해 여성가족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비판의 요지는 하 의원 측이 경찰청과 방송통신위원회에 확인해보니, 두 기관 모두 “이 논란(여가부의 오픈채팅방 검열 논란)과 관련하여 여가부와 상의하거나 협의한 사실이 일절 없다고 밝혔다”는 겁니다. 하 의원실은 “방통위는 의원실이 해당 사실을 문의하자 뒤늦게 여가부 거짓 해명 사실을 인지하고 여가부 측에 즉시 문구 수정을 요구”했고, 여가부가 4일, 2일 발표됐던 해명자료를 “바꿔치기”했다는 주장도 덧붙였습니다.
확인 결과, 여성가족부는 2일 발표되었던 해명자료의 “법적‧제도적 개선방안에 대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와 협력하고 있습니다”는 내용을 “관계기관들과 협력”으로 수정했습니다.
‘오픈 채팅방 불법촬영 단속’은 뒷전…‘하태경 주장’ 받아쓰기 열중한 TV조선
해당 보도자료가 나오자 뉴시스 <하태경 “여가부, 경찰·방통위 '오픈채팅방' 검열 협력은 거짓말”>(4/14)는 제목과 기사 본문에서 모두 하태경 의원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전했습니다. 그러나 여가부의 반론은 없었고, 후속 보도로도 여가부의 입장이나 하 의원 주장을 검증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결과적으로 언론이 하 의원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쓰면서 여가부가 마치 모든 오픈 채팅방을 ‘검열’하려 시도했고 그 과정에서 경찰청‧방통위와 협력했다고 거짓말까지 한 것처럼 보도한 셈입니다.
한편, 같은 날(14일) TV조선이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중 유일하게 이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TV조선은 여러 단편적 소식을 묶어 간단히 전달하는 <더하기뉴스/여가부의 무리수>(4/14 박지호 기자)에서 하 의원 주장을 전했는데요. TV조선은 여가부의 보도자료에 대해 “‘오픈 채팅방에서 벌어지는 불법촬영과 성매매 등을 단속하겠다’ 이게 핵심 내용”이라고 설명했지만 보도자료 및 해명자료에 명시된 더 구체적인 취지나 방법은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살펴봤지만 여가부는 모든 오픈 채팅방이 대상이 아니라 불법촬영물 유포가 집중된 채팅방만 대상이라 밝혔으며 이미 비슷한 점검 및 대응을 2016년부터 하고 있었다고 명시했는데도 이런 부연설명이 생략된 것이죠. 그리곤 곧바로 “‘오픈채팅방까지 여가부가 검열하느냐’ 이런 반발이 당연히 나왔습니다”라며 부정적 반응부터 언급했습니다. 이어 여가부가 거짓말을 했다는 하태경 의원 주장도 덧붙였습니다.
△하태경 의원의 일방적 주장만 전달한 TV조선 <뉴스7>(4/14)
박지호 기자 : 하 의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방통위와 경찰청 모두 여가부의 이 건을 협의한 사실이 없습니다. 방통위가 왜 자신들의 이름을 썼는지 항의하자 여가부는 어떠한 설명도 없이 해명 자료를 지금 보시다시피 슬쩍 수정을 했고요. 하 의원은 방통위와 경찰청 이름 팔아서 대국민 거짓 해명을 하다가 걸렸다. 이렇게 주장을 하면서 관계부처가 항의를 하자 해명 자료를 몰래 고쳐서 바꿔치기한 여가부가 과연 정상적인 공무원 조직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이렇게 비판했습니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하 의원 주장을 전달한 TV조선이 반론을 언급한 대목은 보도 말미에 이상목 앵커가 “여가부의 해명도 들어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라며 짧게 거론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여가부와 하태경 의원실 주장을 ‘팩트체크’한 한겨레
TV조선은 ‘오픈채팅방 불법촬영물 단속’ 계획에 대한 설명도 없이 ‘검열론’을 꺼내 들었고 이어 하태경 의원의 일방적 주장을 그대로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한겨레는 <“여가부가 거짓해명했다”는 하태경 의원 주장은 사실일까요>(4/17 박다해 기자)를 통해 하 의원 주장을 ‘팩트체크’했습니다. 한겨레는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특별시지방경찰청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와 여가부의 설명”을 기반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했는데요. 결론은 “방통위와 경찰청을 통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두 기관 모두 이 논란과 관련하여 여가부와 상의하거나 협의한 사실이 일절 없다”는 하 의원 주장은 거짓에 가깝다는 겁니다.
한겨레에 따르면 이재정 의원은 서울특별시지방경찰청 등에 “최근 3월부터 4월초까지 ‘공개된 단체 채팅방 불법촬영 유포 등 모니터링, 협업 점검 단속’이나 ‘불법촬영 유포 등 사이버 성범죄 모니터링 합동 단속’ 관련 여가부 인권보호점검팀의 협조 요청 및 협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물었고, “서울 금천·수서·관악경찰서 생활질서계와 협의한 바 있다”는 답이 왔다고 합니다.
이는 여가부가 최초에 배포한 4월 1일 보도자료에도 명시된 “이번 점검단속은 지역 관할 경찰관서 등과 협업”이라는 표현과도 사실상 일치합니다. 여가부는 “애초부터 (보도자료에) 지역관할 경찰서와 협업하여 실시한다고 표현했는데도 불구하고 (중앙 행정기관인) 경찰청이 답변한 내용만으로 여가부가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하 의원에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방통위와의 협업 여부도 거짓말일까?
한편 방통위 관련한 해명은 이렇습니다. 한겨레에 따르면 여가부는 “방통위가 이와 관련된 협력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경찰청 등과 함께 협력했는데 방통위만 특정해서 설명 자료가 나간 것은 부담이 되니 관계기관들로 수정해달라고 요청해서 수정한 것”이라고 합니다. 한겨레는 실제 지난 1월 8일 열렸던 ‘성매매방지대책추진점검단 실무회의’에 “방통위, 방심위, 경찰청, 여가부가 참석”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여가부가 실제 협의는 하고 있었으나. 해명자료에 ‘방통위’만 특정된 것이 부담스러워서 방통위가 수정을 요청했다는 겁니다. 따라서 협의를 하지 않으니 방통위를 빼달라고 했다는 하 의원 주장 역시 정확한 표현은 아니었습니다.
경찰청과 방통위가 거짓말을 한 것일까?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하 의원 질의에 ‘협의한 바 없다’고 답했던 경찰청‧방통위는 거짓말을 했던 걸까요? 그렇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이는 하 의원 보도자료에 첨부된 질의응답 내용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애초 하 의원 측에 대한 경찰청‧방통위의 답변이 딱히 여가부 입장과 완전히 어긋나지도 않았던 겁니다.
방통위의 경우 하 의원 측 질의에 “방통위-여가부는 ‘채팅앱 사업자의 책임의식을 높이기 위한 법적·제도적 개선방안 협력’ 관련 보도자료에 대하여 협의한 바 없습니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채팅앱 사업자의 책임의식을 높이기 위한 법적·제도적 개선방안 협력’ 자체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1~2일 여가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대한 소통이 없었다는 의미라고 봐야 합니다.
실제로 여성가족부는 오래 전부터 성매매방지대책추진점검단 실무회의를 개최하며 많은 관계 부처들과 성매매 방지책을 논의했으며 여기에는 대부분 방송통신위원회가 참석해 함께 논의했습니다.
한겨레가 거론한 1월 8일 회의뿐 아니라 2018년 10월 53차 회의에도 방통위가 참석해 성매매 후기 사이트 근절 대책 협의를 한 바 있습니다. 최근엔 채팅앱이 성매매 및 불법촬영물 유포에 악용되는 실태가 심각했고 1월 8일엔 그 사안을 협의한 겁니다. 즉 방통위가 여가부와 ‘채팅앱 사업자의 책임의식을 높이기 위한 법적·제도적 개선방안 협력’해왔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경찰청과의 성매매 근절 대책 협력 역시 이미 오래 전부터 이뤄져왔으며 최근 만연한 ‘채팅앱‧오픈채팅을 통한 불법촬영물 유포 단속’으로 협력을 확대한 것입니다. 여가부는 2일 해명자료에서 “채팅앱을 악용한 청소년 대상 성매매, 몸캠 피싱을 통한 신종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지역 경찰관서와 협업하여 신속한 현장 대응 및 합동점검을 실시”해왔다면서 “2016년(51회 123명), 2017년(31회 68명), 2018년(36회 68명)” 등 합동점검 실적까지 밝혔습니다. 여가부의 1일 보도자료에서도 기존 단속범위에 “열린 채팅방을 통한 불법동영상 유포·공유에 대한 조사가 추가”되어 확대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경찰청 역시 하 의원과의 질의응답에서 “경찰청은 여가부(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와 협업하여 불법촬영·유포 피해 상담 및 삭제지원 등 피해자 보호·지원을 하고 있음”이라 밝히기도 했습니다.
‘거짓말 논란’에 가려진 ‘불법촬영 유포 범죄’
요컨대 하태경 의원은 방통위‧경찰청의 단편적인 답변을 근거로 ‘여가부의 거짓말’을 주장했고 이를 TV조선 등 언론이 검증 없이 받아썼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정 정치인의 주장을 철저한 검토도 없고 제대로 된 반론도 없이 받아쓴 TV조선의 보도는 분명한 문제입니다. 특히 TV조선의 보도는 ‘여가부의 거짓말’ 프레임을 확산시키면서 ‘오픈 채팅을 통한 불법촬영물 유포’라는 심각한 성범죄를 근절하자는 애초 여가부의 취지를 은폐시킨 셈입니다. 게다가 ‘불법촬영물 유포 단속’의 의미와 방법은 전달하지 않은 채, 대뜸 ‘채팅방 검열’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부터 강조했고, ‘여가부 거짓말’까지 덧붙였죠. TV조선이 하태경 의원 주장으로 촉발된 논란을 보도하고자 했다면 여가부의 보도자료가 원래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무엇이 핵심인지도 짚어줬어야 합니다.
그러나 TV조선은 여가부의 보도자료는 설명하지 않은채 일각에서 제기한 ‘오픈채팅방 검열론’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여가부의 보도자료를 ‘모든 채팅방 검열’로 단정 짓는 것은 지나친 비약입니다. 여가부는 “음란성 문구”, “불법정보 유통이나 성매매 또는 이를 암시하는 문구” 등 특정 문구에 대한 단속임을 명확히 밝혔기 때문입니다. 또한 해명자료를 통해 모든 오픈채팅방이 아닌 불법촬영물이 집중적으로 공유되는 채팅방에 대한 단속이라는 점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TV조선이 “오픈채팅방까지 여가부가 검열하느냐”는 일각의 비난을 언급하고자 했다면 최소한 실제 보도자료의 내용을 일부라도 시청자에게 보여주면서 판단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합니다.
본질을 흐리는 정치인도, 그대로 받아쓰는 언론도 반성이 필요하다
이번 집중 점검단속에 대해 여성가족부는 기존에 언급했던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방안을 철회했습니다. 현실적으로 진행하기 어렵고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여가부가 추진한 불법촬영물 유포 근절을 위한 방안 마련은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최근 일부 연예인들이 여성을 불법촬영하고 이를 공유한 사실이 밝혀져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또한 이를 지적해야 할 기자들도 오픈채팅방을 통해 불법촬영물 공유를 요구하고 실제 공유가 이뤄진 점도 밝혀졌습니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 성범죄를 즐거움으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반증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언론과 정치권은 더욱 엄중한 대책을 촉구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여가부의 단속 방식 및 취지는 내팽개친 채 확실하지도 않은 ‘거짓말 여부’로 본질을 흐린다면 이것 또한 시민들의 눈을 흐리는 것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4월 14일 TV조선 <종합뉴스7>(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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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임동준 활동가(02-392-0181) 정리 이슬기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