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비례대표제 하면 소통령도 뽑아야 한다’는 거짓말물리적 충돌까지 야기했던 국회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대치 사태’가 4월 29일 패스트트랙 지정이 가까스로 확정되면서 한 고비를 넘겼습니다. 물론 선거제 개혁,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개혁 법안의 처리는 여전히 안갯 속입니다. 신속 처리 대상에 올랐다고는 하나 최장 330일의 절차와 논의를 거쳐야 하며 바른미래당의 원내대표 교체 등 변수로 인해 이번에도 해당 법안들의 처리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개혁 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철회하라며 국회 밖으로 뛰쳐나간 자유한국당도 개혁 법안 처리를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엄중한 사안인만큼 언론 보도도 상당히 많았으나 법안과 제도에 대한 설명 대신 국회에서 벌어진 싸움을 중계만 한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웠습니다. 종편의 이른바 ‘시사 예능’에서는 그러한 경향이 더욱 강했습니다. 대표적인 ‘시사 예능’ TV조선 <강적들>은 대치 사태 막바지였던 4월 27일과 패스트트랙 지정 후 자유한국당이 장외 투쟁을 선언한 시기인 5월 4일, 연이어 이 사태를 집중 조명했는데요. TV조선 <강적들> 역시 법안 처리의 과정, 개혁 법안의 의미와 상세한 내용, 국민들에게 미칠 영향, 국회 마비 사태의 책임 소재 등 핵심적 내용을 시청자 관심 밖으로 몰아냈습니다. 그 대신 국회의 싸움을 조명한 대담이 주를 이뤘고 패스트트랙, 선거제 개혁을 왜곡한 발언도 노출됐습니다.
‘난장판’으로 도배된 ‘패스트트랙 보도’, TV조선 <강적들>도 마찬가지
TV조선 <강적들>이 ‘싸움 구경’에 골몰했다는 점은 대담의 주제가 바뀔 때마다 내용을 요약해준 자막에서도 잘 드러났습니다. 각 대담 꼭지의 제목에 “난장판”, “막장 드라마”, “잘 싸우는 국회” 등의 용어가 빈번히 등장한 겁니다. 4월 27일 방송에서는 패스트트랙 대치 사태를 총 30여 분 다뤘는데 <패스트트랙 후폭풍! ‘난장판’ 된 국회>, <‘나경원 vs 김관영’ 날 선 신경전>, <문희상 VS 한국당 ‘성추행 논란’> 등 여야 대결을 묘사한 제목을 뽑았습니다. ‘패스트트랙 사태’만 66분을 다뤄 방송의 대부분을 채웠던 5월 4일 방송에서는 <국회가 연출한 막장 드라마! 강적 Pick 명장면은?>, <여야 '고발대첩', 국회에 무슨 일이?>, <국회 몸싸움! 33년 만에 경호권 발동>, <강 vs 강! 여야 충돌의 역사>, <막말 오간 여야 갈등>, <한국당-민주당의 '빠루 공방', 진실은?> 등 갈등, 전쟁, 충돌, 몸싸움이 명시된 제목이 더 많았습니다.
방송일 |
제목 분류 |
코너/대담 제목 |
방송 시간 |
비중 |
|
4/27 |
국회 충돌 |
패스트트랙 후폭풍! ‘난장판’ 된 국회 |
5분 |
10분 (33%) |
|
‘나경원 vs 김관영’ 날 선 신경전 |
3분 |
||||
문희상 VS 한국당 ‘성추행 논란’ |
2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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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설명 |
‘패스트트랙’에 요동치는 정국 |
8분 |
8분 (27%) |
||
정당‧정치인 행보 |
경유지 많은 정치 인생, 이언주의 행보는? |
6분 |
12분 (40%) |
||
‘장외집회’ 나선 자유한국당 |
1분 |
||||
‘장외집회’ 주도자는 정미경 최고위원? |
1분 |
||||
거리로 나간 한국당! 장외집회 이유 있다? |
4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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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관련 방송시간 (비중) |
30분 (3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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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일 |
제목 분류 |
코너/대담 제목 |
방송 시간 |
비중 |
|
5/4 |
국회 충돌 |
국회가 연출한 막장 드라마! 강적 Pick 명장면은? |
4분 |
30분 (45%) |
|
여야 합의는 규범 vs 불로소득 정당 OUT |
3분 |
||||
여야 '고발대첩', 국회에 무슨 일이? |
1분 |
||||
국회 몸싸움! 33년 만에 경호권 발동 |
1분 |
||||
강 vs 강! 여야 충돌의 역사 |
4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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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오간 여야 갈등 |
1분 |
||||
한국당-민주당의 '빠루 공방', 진실은? |
2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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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여 의원들 검찰 고발 |
3분 |
||||
잘 싸우는 국회, 물밑 대화는 필수? |
3분 |
||||
국회선진화법 첫 수사, 내년 총선 변수 될까? |
3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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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여야 대결 현장 직접 목격한 박찬종 |
2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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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막말' 논란, 정치 원로의 생각은? |
1분 |
||||
초선 의원들의 이유 있는 설전? |
2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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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충돌 책임 소재 |
동물 국회 사태 최종 책임은? |
3분 |
3분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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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설명 |
여야 강 vs 강 대치 끝에 패스트트랙 출발 |
7분 |
10분 (14%) |
||
문무일 검찰총장 수사권 조정 반박에 조기 귀국 |
1분 |
||||
여야 대치 국면 풀 '절대 카드'는? |
2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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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제도 설명 |
연동형 비례대표제, 그것이 알고 싶다 |
4분 |
9분 (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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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2라운드, 2개 공수처법의 운명은? |
3분 |
||||
공수처 법안 반대하는 한국당! 이유는? |
2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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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명과 암 드러낸 청 청원 게시판 |
1분 |
1분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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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정치인 행보 |
취임 2주년, 사회 원로 만난 문 대통령 |
1분 |
13분 (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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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삭발 투쟁 나선 자유한국당 |
5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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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은 '한 지붕 두 가족' 수순 밟나? |
5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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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과 야당, 대화가 필요해 |
2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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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관련 방송시간 (비중) |
66분 (81.5%) |
△ TV조선 <강적들> 패스트트랙 및 여야 갈등 대담 제목과 그 비중 (4/27~5/4) Ⓒ민주언론시민연합
물론 TV조선은 5월 4일 방송에서는 <동물 국회 사태 최종 책임은?>라는 제목으로 국회 마비 사태의 책임 소재를 다루고자 했으며 27일 방송과 달리 법안과 제도를 설명하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비중은 각각 5%, 14%에 그쳤습니다. 이마저도 제대로된 제도‧법안 설명보다는 각 정당 입장에 치중됐습니다. 반면 국회 충돌, 즉 ‘싸움 중계’를 내세운 제목의 방송 비중은 절반에 가까운 45%에 이르렀습니다. 그 비중은 27일 방송에서도 33%나 됐습니다. 대담이 상당 부분 ‘싸움’에 할애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방송으로 옮겨 온 ‘정쟁’, TV조선은 ‘물타기’
방송 내용에서도 TV조선이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를 바라보는 관점, 일부 패널들의 발언은 본질을 빗겨가거나 사안을 정쟁의 틀 안에 가뒀습니다. TV조선 <강적들>의 단골 패널 정미경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두 방송에 모두 출연하여 반복적으로 자유한국당에 아무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27일 방송에서는 여야 4당이 “합의 정신을 완전히 뭉개버리는 상황”이라고 주객이 전도된 주장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사실 TV조선 <강적들> 뿐 아니라 종편의 대다수 시사 대담 프로그램이 정치인들을 패널로 출연시켜 이미 국회에서 이뤄진 정쟁을 재차 방송에서 재연하곤 하는데요. 이번 사태는 선거제 등 국민의 권리와 삶에 직결된 사안인만큼 정치적 공방에서 벗어나 풀어낼 필요가 컸습니다. 그러나 TV조선 <강적들> 역시 단골 패널이던 정치인, 특히 국회 마비 사태의 책임자로 지목되는 자유한국당 측 최고위원을 출연시켜 정쟁을 재연한 겁니다. 이런 방송은 시청자에게 균형있는 정보를 주지 못함은 물론, 피로감을 불러 일으킵니다.
△ 과거 국회 내 폭력 영상 내보낸 TV조선 <강적들>(4/27)
정미경 씨 발언 직후 TV조선 제작진이 내보낸 2분 27초에 달하는 편집 영상 역시 책임 소재를 흐리는 ‘물타기’에 가까웠습니다. TV조선은 과거 국회의 폭력 사태를 연결해 보여줬습니다. 2008년 12월 당시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이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을 단독으로 상정하기 위해 회의장을 봉쇄하자 야당 국회의원들이 쇠망치와 전기톱, 소방 호스 등을 동원해 회의장 진입을 시도하는 모습부터 2011년 당시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트린 사건까지 자세히 담아낸 영상이었습니다. 현재 국회 내 폭력의 장본임은 자유한국당임에도 과거 다른 정당들의 행태를 자세하게 보여줌으로써 현 여당이 “선거제 개편안을 강행해서 그냥 자기들만의 생각으로 밀어붙이는” 것이라는 정미경 의원의 말에 TV조선이 힘을 실어준 셈입니다.
부각된 자유한국당측 입장, 균형 잃은 TV조선
정미경 씨를 포함한 일부 패널들의 제도 및 법안 관련 발언은 왜곡의 위험도 컸습니다. 4월 27일자 방송에서 진행자 김성경 씨가 “패스트트랙, 협의 할 거잖아요? (패스트트랙 지정 후) 수정도 가능한 거 아니에요?”라고 묻자 신지호 전 새누리당 의원은 “이게 패스트트랙 한번 타버리잖아요? 그러면 멈춰질 수가 없는 거예요. 자유한국당이 협의를 하건 안 하건 일정 기간이 되면 그냥 계속 앞으로 진전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에 태워지는 순간 이미 게임은 끝났다고 보기 때문에, 그 상태에서 무슨 밀당을 하거나 무슨 뭐 협상을 하고 이게 의미가 없어지는 거예요”라고 답했습니다. 제작진은 신지호 씨의 발언과 함께 ‘패스트트랙’이라는 글자가 박힌 기차가 빠르게 지나가는 모습을 CG로 내보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은 최소 6개월, 최장 11개월에 가까운 기간을 거쳐야 처리가 가능합니다. 신지호 씨의 주장에 김영환 전 과학기술부 장관은 “본회의에서 표결하는 과정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내용을 수정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지적하며 국민들 역시 선거법 개정안을 며칠 내에 통과시키기보다는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조정하는 과정을 거치기를 바라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나 김영환 씨의 발언 중 패스트트랙 안건이 거치는 절차가 언급되어 자막과 함께 간단히 설명된 것 외에는 이날 방송에서 패스트트랙 안건을 실제로 논의해야 하는 기간 등 ‘패스트트랙 절차’를 구체적으로 설명한 분량은 없었습니다. 기본적이고도 명확한 규정의 내용도 설명하지 않은 채 자유한국당의 주장만 돋보일 수 있는 구성입니다. 이러한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이 ‘일단 패스트트랙에 오른 안건은 속전속결로 강행된다’는 신지호 씨의 발언을 비판적으로 걸러내기는 어렵습니다.
△ TV조선 <강적들>(4/27) 화면 갈무리
‘비례대표제 확대하면 소통령도 뽑아야 한다’?
선거법 개정안의 경우에도 비슷한 발언이 노출됐습니다. TV조선 <강적들> 5월 4일 방송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그것이 알고싶다>라는 제목으로 제도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듯 했으나 방송분 전체를 통틀어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객관적인 해설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해당 코너에서 박찬종 변호사는 황당한 비유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비판했습니다. 사표 발생 방지라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에 박찬종 씨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습니다.
박찬종 : 제일 중요한 대통령 선거를 봅시다. 2012년에 박근혜, 문재인이 대결해서 51% 대 48%. 그 48%의 사표. 48% 문재인 지지한 사람은 국민 아닙니까? 그러면 그 사표를 방지하기 위해 소통령을 둬야 해? 대통령 밑에 소통령? 그러니까 이게 대통령 직선제 아래서 대통령 책임제 그리고 소선거구제라고 하는 것, 미국식 이것은 국민들이 일정한 기간에 권한을 부여한, 거기에 책임을 지고 최선을 다하라는 이런 제도예요.
△ TV조선 <강적들>(5/4) 화면 갈무리
요컨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승자 독식의 대통령 선거에서도 득표 비례에 따라 대통령을 많이 선출해야 하니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부당하다는 취지입니다. 이는 행정부 구성원리와 의회 구성원리를 혼동한 것입니다. 1명의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은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을 뽑는 의미, 즉 행정부 구성의 차원이며, 연동형 비례제와 1위 대표제는 국회의원을 뽑는 방식, 즉 입법부(의회) 구성 원리입니다. 박찬종 씨는 정부 구성 원리에 의회 구성 원리를 대입해 비판한 겁니다. 기본적인 차원의 오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세계적으로 대통령 선거에서도 결선 투표 등 유권자 표심의 비례성을 최대한 반영하려는 국가들이 많습니다. 현재 한국이 취하고 있는 대통령 선거 제도는 미국 모델로서 대통령 선거의 방식 역시 대표성을 확보할 다른 대안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이렇듯 박찬종 씨 발언은 방송 토론임을 감안하더라도 오류가 심각했으므로 이에 대한 충분한 반론과 설명이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TV조선은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다당제는 비효율이라는 고정관념
박찬종 씨의 주장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대통령제와 어울리지 않는다”(3/10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대통령제에서는 1500만 표 내지 2000만 표가 사표, 그러면 대통령도 200~300명을 뽑을 것인가”(3/20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 등 자유한국당의 주장과 동일하기도 합니다. 이 주장의 핵심은 ‘다당제는 대통령제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것도 매우 중요한 쟁점으로서 이렇게 박찬종 씨 주장만으로 갈음해서는 안 됩니다. TV조선이 이를 처리한 방식이 매우 아쉬운 이유입니다.
앞서 살펴봤듯이 의회 구성 방식인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자꾸 정부 구성 원리인 대통령제와 연결시키는 것 자체가 무리한 논리입니다. 이를 차치하더라도 자유한국당의 입장은 한국과 미국이 취하고 있는 ‘양당제’라는 현실의 틀에 갇힌 시각입니다. 연동형 비례제에 따라 여소야대, 즉 다당제가 되면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어렵다는 고정관념에 기초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당제가 국정운영을 불안정을 야기한다는 것은 입증되지 않은 추정이며 현실은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습니다. 뉴스톱 <[팩트체크]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대통령제와 안 맞는다?>(2018.12.27.)은 사실상 양당제인 한국에서 여당이 중요한 법안들을 날치기하는 사례가 많아 충돌과 갈등이 반복됐다는 점, 트럼프 집권 후 2018년에만 세 차례나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이 발생한 미국 사례, 연정 구성에 진통이 있더라도 연정 후에는 대부분 안정적 국정운영을 보인 독일 사례, 한국정당학회의 2016년 연구 보고서 ‘한국의 대통령제에 적합한 국회의원 선거제도에 관한 연구-비례대표제는 대통령제와 친화적인가?’ 등을 근거로 다당제 하의 연립정부가 더 효율적인 국정운영을 보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다당제가 정의당만을 위한 제도라니
이런 구체적인 제도에 대한 정보 대신 TV조선 <강적들>에서는 특정 정당의 공격적 입장만 반복됐습니다. 정미경 씨는 4월 27일 방송에서 비례대표제를 “정의당 국회의원 숫자 늘려주기 법”이라 폄훼했습니다. 심지어 정의당을 ‘더불어민주당과 한 당’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정미경 : 결국은 정의당 국회의원 숫자 늘려주기 법이에요. 그러면 왜 정의당 국회의원 숫자 늘려주기 법에 민주당이 앞장서서 왜 저럴까. 그것은 정의당이 야당이라고 생각 안 하는 겁니다. 이번에 창원, 성산에서 보셨지 않습니까? 더불어민주당은 후보를 안 냈어요. 그러면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사실은 한 당이에요. 그러니까 범 여당이에요. 정의당은 이름 바꿔야 돼요, 범 여당으로. 그렇기 때문에 결국은 더불어민주당, 지금의 여당의 숫자를 늘리는 법안이기 때문에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는 거고요. 이렇게 해서 이 제도로 내년 선거를 치르게 되면 제가 볼 때는 이해찬 대표가 늘 말하는 백 년 집권. 민주당 백 년 집권이 되는 거예요.
이에 진행자 김성경 씨는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리는 만큼 지역구 의석수를 줄이게 되지 않느냐’는 의문을 제기했고, 신지호 씨가 이는 앞으로 논의할 문제이고 민주당 현역 의원들 중에서도 분란이 생길 것이라고 말하며 해당 대담은 끝을 맺었습니다. 정미경 씨의 말처럼 선거법 개정안이 반드시 “여당의 숫자를 늘리는 법안”이 되지는 않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지만, 이 역시 제대로 된 반론이 보장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국회의원 많이 당선 못 시켜서 잘못했다”?
TV조선 <강적들>의 패널 정미경 씨는 앞서 살펴본 정쟁에 매몰된 발언들 외에도 유권자를 무시하는 듯한 주장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5월 4일 방송에서의 발언은 유감스러운 수준입니다. 이날 함께 출연한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찬종 변호사가 자유한국당의 국회 점거와 삭발식 등의 행보를 비판하자 정미경 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 TV조선 <강적들>(5/4) 화면 갈무리
정미경 : 자유한국당이 잘못했어요. 엄청나게 잘못했습니다. 국회의원 당선을 많이 못 시켰어요. 그래서 과반이 넘지를 못하니까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거예요. 여당과 청와대가 힘으로 밀어붙이는데 그걸 막을 수 있는 국회의원 숫자가 없어요. 그리고 우리가 분열했어요. 그래서 오늘날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예요. 다 우리 잘못이에요.
국회의원을 많이 당선시키지 않은 것은 유권자이지, 자유한국당이 아닙니다. 자유한국당이 국회의원을 당선시키지 못한 결과가 잘못이 아니라, 유권자들이 자유한국당에 무언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국회의원을 많이 당선시켜주지 않은 겁니다. 정미경 씨는 이런 기본적 사실을 외면한 채 마치 특정 정당이 집권만 하면 무엇이든 독단적으로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관점을 적극적으로 설파하는 제1야당의 최고위원을 보는 시청자들은, 국민들의 삶이 어떤 정당이 집권하느냐에 달려있다는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선거와 유권자의 투표 행위는 결코 집권만을 노리는 정당을 위한 것이 아니며, 집권욕에 가득찬 정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다당제가 필요한 겁니다. 방송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확대를 반대하던 정미경 씨는 의도치 않게 다당제의 필요성을 보여주고 말았습니다.
TV조선 <강적들>은 앞서 제시한 코너명 등을 통해 이러한 발언을 위한 판을 깔아줬습니다. 패스트트랙 제도와 쟁점이 되고 있는 법안들에 대한 객관적인 설명은 차치하고 마치 흥미진진한 경기를 보듯 국회의원들의 싸움만을 부각했기 때문입니다. 이와 더불어 모든 정치 활동을 정쟁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의 발언을 보며, 늘어가는 것은 정치혐오뿐입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TV조선 <강적들>(4/27, 5/4)
<끝>
문의 이봉우 활동가(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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