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언론시민연합은 518기념재단과 함께 꾸준하게 5·18광주민주화운동 관련된 보도를 감시해왔습니다. 2013년 TV조선과 채널A가 5·18 북한군 침투설이라는 허위조작정보를 방송하는 것을 비롯해 그동안 보수언론이 5‧18 정신을 훼손하는 보도들이 끊임없이 반복 생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언련은 2018년에는 <5·18 가짜뉴스 신고센터>를 만들어 온라인상의 5·18 왜곡 가짜뉴스들을 수집해 모니터보고서를 발표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통신심의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민언련은 언론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올바르게 계승하고, 광주의 진실을 왜곡하지 않도록 2019년에도 꾸준히 모니터를 진행하겠습니다.

올해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이하 5·18)이 일어난 지 39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1980년, 전두환 신군부는 민주화를 염원하는 광주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했습니다. 우리는 당시 군부 독재에 맞서 싸운 시민들의 정신을 기리고 당시 계엄군의 민간인 학살과 성폭력 등 반인륜적인 행위를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올해도 어김없이 5·18이 북한군의 소행이라는 유언비어가 나왔습니다. 그것도 공당이 주최한 공청회에서 말입니다. 게다가 올해 초, 광주 시민들을 총과 칼로 제압하고 이를 은폐, 모욕한 전두환 씨가 수십년 만에 광주로 내려가 재판 받은 일도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언론은 어떤 역할을 했을까요. 5·18에 대해 망언을 일삼는 자에 대해선 어떻게 보도하고, 전두환 씨의 재판에 대해선 또 어떤 시선을 갖고 보도했을까요.

전두환 재판에 대한 종편의 뜨거운 관심

△5·18 관련 종합편성채널 보도‧시사프로그램의 주제별 방송 시간(단위:분)(3/5~4/30)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종합편성채널 3사(TV조선‧채널A‧MBN)에서 방송되고 있는 보도‧시사프로그램을 대상으로 3월 5일부터 4월 30일까지 5‧18과 관련해 어떤 내용을 다뤘는지 살펴봤습니다. 5‧18, 광주, 민주화, 북한군 등을 키워드로 하여 이를 다룬 방송을 모두 취합했으며, 그중에서도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5‧18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거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 고 김홍일 전 의원이 5‧18 묘역에 안장됐다’ 등의 소식처럼 5‧18이 한두 번 언급된 경우는 제외했습니다.

해당 기간 11개 프로그램에서 5‧18은 총 736분 다뤘습니다. 이 기간, 편성표에 따라 각 프로그램이 60~70분씩 방송했다고 가정했을 때, 11개 프로그램의 총 방송 시간은 28,030분가량 됩니다. 총 방송 시간 중 5‧18을 다룬 시간을 비율로 계산해보면 약 2.63%가 나왔습니다.

5‧18을 다룬 736분 중 절반이 넘는 475분(64.54%)은 전두환 씨의 재판에 치중됐습니다. 이 기간 전두환 씨의 재판이 열려 국민적 관심을 끈 것은 사실입니다. 3월 11일, 전두환 씨가 광주지법에 출석해 재판을 받았고 그 전날부터 취재진들이 전두환 씨 자택 앞에 몰려가 취재 전쟁을 벌였습니다. 재판이 열리기 며칠 전인 3월 8일에는 재판 방청권 추첨이 있기도 했습니다.

△전두환 씨 재판 생중계로 전한 MBN <뉴스BIG5> (3/11)

재판 당일 오전 8시 반쯤 전두환 씨가 연희동 자택을 출발했고, 낮 12시 30분쯤 법원에 도착했으며 오후 4시 20분쯤 차에 다시 올랐습니다. 해당 시간에 방송을 하고 있던 종편의 보도‧시사프로그램의 경우 실시간으로 전두환 씨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이 때문에 평일 오후 3시30분에 편성돼 있는 MBN의 <뉴스BIG5>의 경우, 3월 11일 한 시간 내내 전두환 씨 재판을 다뤘습니다. 평일 오후 4시20분에 편성된 채널A <정치데스크>의 경우에도 당일 36분이나 전두환 씨 재판이 종료됐다며 속보를 낸 데 할애했습니다.

5‧18 망언을 정략적으로만 바라보는 게 시사토크쇼의 역할인가

자유한국당의 5‧18 망언 또한 그리 낮은 비중은 아니었습니다. 총 238분가량 다뤄져 32.34%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황교안 대표가 5‧18 망언을 잘 처리해야 한다’거나 ‘5‧18을 잘 처리해서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오른 것’이라는 등 정치 전략으로 바라보는 대담이 주를 이뤘습니다.

자유한국당의 ‘5‧18 망언 3인방’이란 김진태(춘천시)‧이종명(비례)‧김순례(비례) 의원을 일컫는 말입니다. 지난 2월 8일 국회서 김진태 의원이 주최한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가 열렸는데, 여기서 이종명 의원은 “5‧18을 정치적·이념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에 의해 폭동이 민주화운동이 됐다”고, 김순례 의원은 “종북 좌파들이 판을 치며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을 만들어 우리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이종명 의원은 제명(아직 전체회의 결정 전)하고 김순례 의원엔 당원권 정지 3개월, 김진태 의원엔 경고 처분을 내렸습니다.

△5·18 중 ‘자유한국당 망언’에 대한 종합편성채널 보도‧시사프로그램의 주제별 방송 시간(단위:분)(3/5~4/30) ©민주언론시민연합

5‧18 망언은 대부분 ‘신임 대표 황교안의 리더십’, ‘보수 결집 신호탄’과 같은 제목을 달고 종편에서 다뤄졌습니다. ‘자유한국당의 과제’, ‘자유한국당의 5‧18 망언 징계가 솜방망이냐 중징계냐’ 등을 주제로 한 대담을 ‘자유한국당’으로 분류해보니 조사 기간 내 총 91분(38.24%) 방송됐습니다. ‘황교안’으로 분류한 대담은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황교안 대표가 위기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하나’ 등을 다룬 것으로, 같은 기간 총 77분(32.35%) 전파를 탔습니다.

‘국회’의 경우 5‧18 망언 3인방이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된 일을 다룬 대담이 있었습니다. ‘나경원’의 경우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원내 연설을 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수석 대변인이다’라고 막말한 데 대해 5‧18 망언과 비교한 대담이 있었고, ‘세월호’의 경우도 자유한국당 내부에서 나온 세월호 막말을 이와 비교하는 식의 대담이었습니다.

‘황교안’으로 분류된 대담을 하나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지난 3월 6일 TV조선 <신통방통>에서는 황교안 대표가 전통시장에 방문한 사실을 다뤘습니다. 실제로 전날인 5일 황교안 대표는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고 이날 저녁 창원 반송시장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이날 시장에는 자유한국당의 5‧18 망언에 대해 항의하는 시민들이 있었습니다.

△ 막말이 자유한국당을 결집시켰다는 채널A <뉴스TOP10>(위) (3/14)

황교안 대표의 ‘과제’로 5‧18 망언 바라본 TV조선 <강적들>(아래) (4/13)

이 장면을 본 김명우 앵커는 “첫 번째 관문이라고 많은 분이 예측하는 징계 부분, 5‧18 망언과 관련해서 이게 좀 잘 안 되는 분위기네요. 늦춰지네요”라고 평가했습니다. 여기에 대해 최승현 정치부 차장은 “시간을 끌 수 없는 게 지금 3월이잖아요. 조금 있으면 이제 4월 되고, 5‧18 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5‧18이 오기 전에 확실히 매듭을 지어야 돼요. 안 그러면 5‧18 당시에, 5‧18이 다가오면 엄청난 정치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즉, 5‧18 망언 그 자체에 대해 사과하기 보다는 정치적 압박 때문에 빨리 해결해야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시선을 가지고 과연 자유한국당과 해당 의원들이 진실 되게 사과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3월 14일 <뉴스TOP10>에서는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을 분석하면서 5‧18 망언을 다뤘습니다. 이날 대담에서 황순욱 앵커는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4주 연속 올랐다면서 “이번 한국당 지지율이, 김태현 변호사님, 5‧18 망언 논란이 확산됐던 지난 2월, 2월 2주차 이후에 급격히 상승을 했어요. 그 시기에 뭐가 있었던 겁니까?”라거나 “나경원 원내대표의 강경 발언, 그리고 또 5‧18 관련 망언 이런 내용들을 보면 논란이 굉장히 뜨거웠던 사안들이에요. (중략) 논란은 여전히 남아 있는데 지지율은 오르고 있다, 이게 어떤 (의미인가요?)”라고 묻습니다.

여기에 대해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핵심 지지층의 결집을 일으키는 거죠. 그러니까 이런 막말을 하게 되면, 또 강한 어조의 말을 하게 되면 핵심 지지층은 모이게 되어 있어요”라고 답했습니다. 황순욱 앵커가 “유난히 한국당이 그런 효과가 센 것 같아요”라고 반응하자 최진봉 씨는 “그런 효과가 크죠. 그러니까 태극기 집회에 나오는 분들이라든지 아니면 보수당에서 가장 보수당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시원하게 사이다 발언해 주니까 결국 결집하게 되는 것이고요”라고 답했습니다.

이외에도 4월 13일 TV조선 <강적들>에서 신지호 정치학 박사가 “골치 아픈 난제가 있어요. 다음 달이면 5‧18이 있어요. 그러면 5‧18 망언 3인방 징계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문제가 있고요”라고 정치적 압박을 받을까 걱정하는 모습이 방송됐습니다. 4월 19일 채널A <정치데스크>에선 이용환 앵커가 자유한국당 망언 3인방 징계 결과에 대해 논하며 “교수님, 이 정도 사안이면 한국당이 나름 그대로 잘 대처했다? 이런 표현이 어떨진 모르겠으나, 뭐 어떻게 보십니까?”라고 묻기도 했습니다.

김순례 의원 칭찬하고 각종 망언 징계 말라는 패널들

5‧18 망언에 대한 출연자들의 비논리적인 발언도 있었습니다. 3월 6일 MBN <뉴스와이드>에 출연한 차명진 씨는 망언 3인방 중 하나인 김순례 의원에 대해 뜬금없이 칭찬했습니다. 백운기 앵커가 차명진 씨에게 망언 3인방에 대한 징계 여부에 의견을 묻자, 그는 “저 분, 저 전당대회 때 봤는데 저는 저 사람처럼 저렇게 연설 잘하는 사람 처음 봤어요. 여태까지 쭉 정치하면서 그동안 대통령 후보 뭐 다 포함해서 (김순례 의원이) 참 연설 잘한다 이런 생각하는데”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이 말은 ‘연설을 잘해서 자신이 여당에 의해 핍박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5‧18 유공자들에게 괴물이라고 한 데 대해 책임은 져야 한다’란 의미로 쓰이긴 합니다. 그러나 ‘연설을 잘한다’와 ‘징계를 받아야 한다’ 간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면서도 차명진 씨는 마지막에 “다만 제가 이제 우려하는 것은 지금 그냥 놔두시면 알아서 저희(자유한국당)가 처리할 텐데. 그거를 다른 당에서 같이 난리를 쳐요. 난리를 치고 대통령까지도 나서서 문제 삼고”라고 덧붙였습니다.

4월 18일, 같은 프로그램에서 서정욱 변호사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막말과 5‧18 망언 등에 대해 ‘보수 눈높이에 맞춰서 징계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서정욱 변호사는 차명진 씨의 세월호 막말에 대해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런 분들이 지금 와서 박근혜, 황교안 대표까지 고소를 하고 있단 말이에요. 이런 것을 비판한 것은 정당한 거예요”라고 말하더니 이어 “당내 징계는 철저하게 당원의 의사 그리고 자유 우파, 보수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서 형량을 결정해야 합니다. 이거는 김진태나 김순례나 5‧18도 마찬가지입니다. (중략) 이런 여론을 고려해서 징계 양을 결정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5‧18은 가고 서해수호의 날은 안 가냐는 TV조선

전체 방송을 분류한 항목 중 ‘기타’(총 23분)엔 서해수호의 날이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5‧18 기념식 참석 여부, 5‧18 진상조사위원회 구성과 관련된 대담이 포함됐습니다. 서해수호의 날과 관련해서는 TV조선의 <강적들>과 <보도본부 핫라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서해수호의 날(3월 22일) 기념식에 불참했다고 짚으며 ‘5‧18 기념식은 참석하면서 왜 호국 행사에 안 가냐’는 식의 출연자 발언이 전파를 탔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3월 5일~4월 30일 TV조선 <강적들>, <보도본부 핫라인>, <신통방통>, <이것이 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 <뉴스TOP10>, <정치데스크>, MBN <뉴스와이드>, <뉴스파이터>, <뉴스BIG5>, <아침&매일경제>

<끝>

문의 조선희 활동가(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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