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모니터_
5‧18 외면하고 광주 시민에 ‘아수라장’ 만든다는 TV조선
등록 2019.05.1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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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은 518기념재단과 함께 꾸준하게 5·18광주민주화운동 관련된 보도를 감시해왔습니다. 2013년 TV조선과 채널A가 5·18 북한군 침투설이라는 허위조작정보를 방송하는 것을 비롯해 그동안 보수언론이 5‧18 정신을 훼손하는 보도들이 끊임없이 반복 생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언련은 2018년에는 <5·18 가짜뉴스 신고센터>를 만들어 온라인상의 5·18 왜곡 가짜뉴스들을 수집해 모니터보고서를 발표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통신심의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민언련은 언론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올바르게 계승하고, 광주의 진실을 왜곡하지 않도록 2019년에도 꾸준히 모니터를 진행하겠습니다.

 

올해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이하 5·18)이 일어난 지 39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1980년, 전두환 신군부는 민주화를 염원하는 광주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했습니다. 우리는 당시 군부 독재에 맞서 싸운 시민들의 정신을 기리고 당시 계엄군의 민간인 학살과 성폭력 등 반인륜적인 행위를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올해도 어김없이 5·18이 북한군의 소행이라는 유언비어가 나왔습니다. 그것도 공당이 주최한 공청회에서 말입니다. 게다가 올해 초, 광주 시민들을 총과 칼로 제압하고 이를 은폐, 모욕한 전두환 씨가 수십년 만에 광주로 내려가 재판 받은 일도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언론은 어떤 역할을 했을까요. 5·18에 대해 망언을 일삼는 자에 대해선 어떻게 보도하고, 전두환 씨의 재판에 대해선 또 어떤 시선을 갖고 보도했을까요.

 

 

5·18 진상규명 보도 < 자유한국당 망언·전두환 재판 보도

기준으로 잡은 3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5·18 관련 보도는 총 153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중 자유한국당의 5·18 망언 3인방과 관련해 24건, 전두환 씨가 광주로 출석한 재판에 대해 87.5건, 5·18의 진상을 밝히는 데 필요한 내용이 36건, 기타 5.5건 보도됐습니다. 자유한국당의 5·18 망언 3인방과 전두환 씨의 명예훼손 관련 재판 보도의 합이 총 111.5건으로, 전체 보도량에서 73%가량을 차지했습니다. ‘5·18 진상규명’은 각 방송사에서 5·18과 관련해 새로운 의혹을 찾아 보도하거나, 신군부 폭력 진압의 피해자를 인터뷰하거나,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들을 종합하는 등 진실을 알리려는 노력이 담긴 보도를 묶은 항목입니다. 보도량을 놓고 봤을 때,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보다 자유한국당의 망언과 전두환 씨의 재판과 관련된 보도가 훨씬 많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망언

전두환 재판

5·18 진상규명

기타

합계

KBS

3

9

10

2

24

MBC

10

11

6

1

28

SBS

3

16

4

0

23

JTBC

2

20.5

16

2.5

41

TV조선

0

6

0

0

6

채널A

0

11

0

0

11

MBN

6

14

0

0

20

합계

24

87.5

36

5.5

153

 △5·18 관련 저녁종합뉴스 주제별 보도량(3/1~4/30) ©민주언론시민연합

 

 

TV조선·채널A·MBN, 5·18 진상규명 보도 ‘0’

그러나 모든 방송사가 5·18의 진실을 외면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KBS와 JTBC의 경우 각각 5·18 진상규명과 관련된 보도가 10건, 16건이나 됐습니다. KBS와 JTBC가 각각 5·18과 관련해 총 24건, 41건 보도했으니, 그와 비교해보면 낮지 않은 비율입니다. 그 뒤를 이어 MBC도 6건, SBS도 4건을 진상규명을 담은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진상규명 관련 보도의 한 예로, KBS의 <인터뷰/헬기 사격조사관>(3/11)이 있습니다. KBS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18 민주화운동 헬기사격 및 전투기 출격 대기 관련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에 참여하며 5·18 당시 헬기 사격 여부를 조사한 김희송 전남대 연구교수를 인터뷰했습니다. 엄경철 앵커와의 인터뷰에서 김희송 교수는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특조위가 결론 내린 가장 중요한 이유로 ‘군 기록물’을 꼽았습니다. “목격자의 진술이나 헬기 조종사들의 증언을 통해서 헬기 사격 여부를 확인한 게 아니라 군이 직접 작성했던 군 기록물을 통해서 5월 20일 이전에 이미 광주에 무장헬기가 파견되어 작전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고”, “5월 22일 이후에는 헬기 작전기획 실시하라는 작전 지침에 대한 자료들도 확인”했다고 김희송 교수는 말했습니다.

 

그러나 TV조선과 채널A, MBN은 5·18의 진실을 외면했습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5·18 망언이 이어지고 전두환 씨의 광주 재판이 예상된다면, 그 뉴스 가치를 고려해 5·18에 대해 보도할 것을 고려해봤을 법도 합니다. 그러나 세 방송사 모두 진상규명에 대해선 보도량 ‘0’을 기록하며 입을 닫았습니다. 심지어 TV조선과 채널A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5·18 망언에 대해서도 일절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망언을 가장 많이 보도한 MBC가 10건을 보도할 동안, TV조선과 채널A는 보도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나 봅니다.

 

 

TV조선 “광주 시민 때문에 ‘어수선’‧‘대혼란’”

진상규명을 위한 보도가 아예 없었던 것은 물론, TV조선은 광주 시민들의 목소리를 ‘몸싸움’이라고 보도했습니다. TV조선 <등장할 때마다 차량 주변 고성몸싸움>(3/11 오선열 기자)은 전두환 씨가 찾은 광주의 모습을 기사에 담았습니다. 신동욱 앵커는 다음과 같은 말로 리포트를 열었습니다.

 

광주 법원 주변은 아침 일찍부터 항의 시민들이 모여 들어 하루 종일 어수선했습니다. 전 전 대통령이 재판을 마치고 나올 때는 질서유지선이 무너지면서 대혼란이 벌어졌습니다. 취재진과 항의하는 시민들이 한 데 엉켜 극심한 몸싸움이 벌어졌고 일부 시민들은 도로에 드러누워 전 전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전두환 씨가 광주를 찾은 것은 1987년 퇴임 이후 32년 만입니다. 그동안 광주 시민들은 전두환 씨에게서 5‧18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도, 잘못에 대한 인정도 듣지 못했습니다. 그런 그가 광주를 찾는다는 사실이, 광주 시민들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감히 가늠이 안 됩니다. 그가 뻔뻔하게 광주를 찾는 데 대해 분노하면서도, 또 한편으론 ‘사죄하지 않을까’ 기대했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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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시민들이 몸싸움을 벌였다고 보도한 TV조선(3/11)

 

TV조선의 보도는 그런 광주 시민들의 목소리를 단순 ‘아수라장’으로 표현했습니다. 오선열 기자는 “재판을 마친 전두환 전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기자들의 취재경쟁에 포토라인은 그새 무너집니다”라면서 법원에서 나와 차에 오르는 전두환 씨를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시민들은 도로에 드러누워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시민들과 경찰은 뒤엉켰고 곳곳에서 몸싸움이 벌어졌습니다. 법원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법원 정문까지 200m를 가는데 20분이 넘게 걸렸습니다. 전 전 대통령이 떠난 뒤 일부 시민은 오열하기도 했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전두환 씨가 법원서 나와 차에 오르는 도중 아수라장이 되긴 했습니다. 그러나 이건 기자가 말한 것처럼 ‘기자들의 취재 과열’ 때문이었습니다. 시민과 경찰이 뒤엉켜 몸싸움을 했다고 한 장면에서는 전두환 씨의 차에 다가서는 시민 한 명을 제외하곤 모두 경찰과 취재진으로 보입니다. 시민들이 분노했던 지점, 즉 전두환 씨가 법원에 들어서고 나오면서 한 마디 사죄의 표현도 없었던 점, ‘5‧18 당시 발포 명령을 했느냐’고 묻는 기자에 “이거 왜 이래!”라고 소리쳤던 점, 재판 진행 내내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던 점 등은 짚지 않았습니다. 채널A <초등생들도 전두환 사죄하라”>(3/11 정현우 기자)도 TV조선과 비슷한 시선을 가지고 광주 시민들에 대해 보도했습니다.

 

 

전두환 입장만 전한 채널A

채널A <뉴스분석/전두환, 혐의 전면 부인>(3/11 배혜림 기자)에서는 전두환 씨 재판과 관련해 쟁점이 되는 부분 중에서, 전두환 씨가 주장하는 부분만 전했습니다. 전두환 씨는 고 조비오 신문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가 자서전 <전두환 회고록>에서 ‘조비오 신부는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쓴 것입니다. 고 조비오 신부는 1989년 열린 5‧18 관련 국회 청문회에서, 그리고 다른 곳에서도 여러 차례 헬기 사격을 봤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러나 전두환 씨는 아무 증거 없이 자서전에서 그에게 ‘거짓말쟁이’라고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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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훼손 혐의와 관련해 전두환 씨 입장만 전달한 채널A(3/11)

 

그러나 조비오 신부는 ‘사자’이기 때문에 사자 명예훼손 혐의의 경우 전두환 씨의 해당 발언이 허위인지 아닌지가 쟁점이 됩니다. 즉, 헬기 사격 여부가 진실인지 거짓인지가 중요해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국방부 특조위에서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결론 지은 사안입니다. 그에 앞서 2017년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옛 전남도청 앞 전일빌딩 건물에 있는 탄흔을 분석한 결과 헬기에서 발사된 것으로 보인다고 감정하기도 했습니다. 이밖에 당시 현장에 있었던 수많은 시민들도 헬기 사격을 봤다고 증언해왔습니다.

 

채널A는 이러한 맥락을 짚지 않고, 전두환 씨가 재판에서 어떻게 주장했는지만 전했습니다. 배혜림 기자와의 대담에서 김승련 앵커는 전두환 씨가 명예훼손 혐의를 부인한 핵심 근거를 묻더니, “헬기 사격을 봤다는 발언이 거짓말인 이유에 대해선 뭐라고 했습니까?”라는 질문도 했습니다. 이에 배혜림 기자는 “앞서 군과 검찰은 지난 1995년 헬기 사격 여부를 수사했는데요. 조비오 신부와 목격자 김모 씨는 검찰에서 ‘헬기에서 타다닥하고 사격하는 소리를 세 번 들었고 불빛이 보였다’고 진술했지만 군과 검찰은 헬기 사격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측은 이 수사 결과를 근거로 광주 시민이 프로펠러 소리를 오해했고, 헬기 충돌방지 불빛을 잘 못 본 것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가장 최근에 나온 결과인 지난해 특조위 발표는 무시하고, 1995년 있었던 군과 검찰의 발표만 언급한 것입니다.

 

해당 보도에서 전두환 씨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일절 다루지 않았습니다. 이외에도 전두환 씨 측이 주장하고 있는 ‘자서전 내용이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 명예훼손이 아닌 근거’와 ‘광주가 아닌 서울에서 재판해야 하는 이유’만 다뤘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3월 1일~4월 30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끝>

문의 조선희 활동가(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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