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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 논란에 휩싸인 서울경제 독일 탈핵 전문가 인터뷰 보도
등록 2019.05.0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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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는 독일 에너지정책 관련자(크리스토프 슈미트 독일 국가경제자문위원장, 만프레트 피셰디크 독일 부퍼탈연구소 부소장, 카렌 피텔 IFO에너지기후자원센터장)들을 인터뷰한 <에너지믹스, 해외서 배운다/“재생에너지에 과도한 보조금 ‘비효율’…원전 완전배제 말아야”>(4/28 강광우 기자)라는 보도를 게재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에는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국회의원실로부터 이 기사 관련한 제보가 들어왔는데요. 제보는 인터뷰 대상자 중 일부가 한국의 에너지 정책을 비판한 것처럼 보도되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였습니다.

의원실은 판단 근거로 크리스토프 슈미트 독일 국가경제자문위원장, 만프레트 피셰디크 독일 부퍼탈연구소 부소장에게 서울경제 기사에 대해 질의한 후 받은 답변서를 제공했습니다. 또한 의원실은 피셰디크 부소장이 평소 친분이 있는 서울대 윤순진 교수와 서울경제 보도에 대해 의견을 나눈 이메일도 함께 보내줬습니다. 민언련은 서울경제 기사와 인터뷰이의 답변서를 대조하고, 서울경제 보도를 분석했습니다.

 

1. 어떤 보도였나?

 

‘에너지기본계획’의 ‘탈핵의 비용’ 지목하면서 시작된 보도

서울경제의 보도는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기에 앞서 4월 19일 발표된 정부의 에너지기본계획을 비판하면서 시작됩니다. 에너지기본계획이란 국가 전체 에너지 수요‧공급을 전망하고 이에 따른 에너지원 구성, 효율 향상 및 안전대책 관리까지 내다보는 계획입니다. 서울경제는 이 에너지기본계획을 평가하겠다는 취지로 독일의 전문가를 인터뷰한 겁니다. 에너지기본계획 및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다양한 평가는 당연히 필요한 것입니다. 그러나 서울경제의 보도는 기사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듯이, 에너지기본계획 내용 중에서도 재생 에너지의 비효율 및 원전 배제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제목, 소제목, 보도내용 대부분이 탈원전 문제 부각에 맞춰져 있어

서울경제의 <“재생에너지에 과도한 보조금 ‘비효율’…원전 완전배제 말아야”>라는 제목에서부터 ‘탈원전’을 비판하고자 하는 의도를 읽을 수 있습니다. 제목이 따옴표로 처리됐으므로 서울경제가 인터뷰한 인물 중 누군가의 발언으로 볼 수 있는데 기사 본문에서도 정확히 이 내용과 일치하는 발언은 없습니다. 다만 기사 중 피텔 센터장이 “(독일의)재생에너지 지원금은 매년 25억 유로(약 3조2,000억 원)에 달하고 이는 매우 비효율적”이라고 말한 부분, “에너지 전환 정책을 장기적으로 끌고 나가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원전과 석탄 발전소를 돌리고 점차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말한 내용이 있기는 합니다. 비슷한 맥락이지만 ‘원전 완전 배제 말아야’라는 제목의 일부는 정확히 피텔 센터장의 발언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서울경제는 해당 부분을 서술할 때 피텔 센터장 발언을 간접 인용하는 방식으로 “피텔 센터장은 한국의 경우는 원전과 석탄 발전을 아예 배제하지 말라는 조언을 했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이를 제목에 쓸 때는 직접 인용 방식인 큰따옴표 처리한 겁니다. 이 보도의 소제목 중에도 <원전·석탄발전소 배제하면 안 돼>라는 내용이 있는데, 여기서는 따옴표 처리마저 하지 않았습니다.

서울경제는 보도 도입부에서 한국 정부의 에너지기본계획이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의 발전 비중은 대폭 높이고 안전 우려가 있는 원전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히는 석탄 화력발전은 더 이상 짓지 않는다”고 명시했다면서 여기에 “전기요금이 인상될 것이라는 우려”와 “글로벌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서 “한국과 같은 환경에서 원전과 석탄 발전을 모두 포기하는 것이 바람직한 정책 방향인지 등을 두고 정부와 이해 당사자들이 제각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요컨대 보도 제목과 소제목, 본문 전반에 걸쳐 ‘환경 선진국 독일 전문가에게 물어봤는데, 한국의 에너지 전환에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는 메시지가 느껴집니다. 기사 일부에서 온실가스 감축이 언급되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에너지 전환에 따른 비용 부담 증가’, ‘급속한 탈원전 우려’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탈핵의 어려움과 부작용 합의와 토론이 필요한 것은 분명

물론 탈핵과 그에 따른 비용 부담은 에너지기본계획의 일부이며, 우리가 겪어야 할 과정입니다. 따라서 반드시 투명한 토론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 과정을 먼저 거쳤던 해외의 사례를 통해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있다는 것도 분명합니다. 문제는 서울경제가 이 부분을 독일 전문가의 인터뷰로 풀어내면서 독자에게 다양한 시각을 제시했다기보다는, ‘전기료 인상’과 같은 부작용을 부각한 인상이 강하다는 겁니다.

이런 경향은 흔히 발견되는 ‘찬핵 기사’와 일맥상통합니다. 중요한 사실은 이 보도에서 인용한 3명의 독일 전문가 중 피셰디크 부소장이 자신의 취지와 다르게 기사가 작성되었다고 유감을 표했다는 것입니다. 피셰디크 부소장은 서울경제가 발언을 간접 인용하거나 요약한 부분까지 상세히 반박과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민언련은 이중 피셰디크 부소장의 입장을 토대로 서울경제가 발언의 취지를 제대로 반영했는지, 기사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주요한 맥락의 생략을 통한 왜곡이 발생하지 않았는지 짚어보았습니다.

 

2. 본질을 제거한 인용 및 구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왜곡

 

논의 필요한 ‘탈핵의 비용’, 다각적으로 살펴봤을까

서두에서 에너지 기본계획에 대한 비판점을 제시한 직후 독일 전문가 인터뷰로 넘어간 서울경제는 독일 전문가 3인의 ‘조언’을 이렇게 요약했습니다.

 

이들이 한국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전달한 조언을 요약하면 크게 세 가지다.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국민들의 부담이 커진다는 점을 미리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 첫 번째다. 또 “당장 모든 것을 결정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논의를 지속해야 한다” “독일도 정답은 아니다. 한국만의 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피셰디크 부소장은 본인은 에너지 전환에 따른 비용 부담을 넘어서는 에너지 전환의 사회‧경제적 이익, 한국 에너지 전환의 가능성을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사 전반이 비용과 비효율, 급진적 전환의 위험성에 중점을 뒀다는 것, 자신의 발언이 이런 맥락에서 인용된 점에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서울경제 논점

서울경제 보도 및 인터뷰 인용

피셰디크 반박

‘에너지 전환에 따른 국민 비용 부담 증가’

이들이 한국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전달한 조언을 요약하면 크게 세 가지다.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국민들의 부담이 커진다는 점을 미리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 첫 번째다. 또 “당장 모든 것을 결정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논의를 지속해야 한다” “독일도 정답은 아니다. 한국만의 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셰디크나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소비자 가격을 높이고 경제적 부담을 준다고 말 한 적 없다. 나는 심지어 (에너지 전환의)사회경제적인 공공 이익을 강조했다”, “실패를 피하기 위해 다른 국가로부터 배울 수는 있다”

한국이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면 국민들의 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점에 대해서는 모두 동의했다. 한국 정부가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면서 전기요금 인상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솔직하지 못한 이야기라는 것

피셰디크 “나는 ‘솔직하지 못하다’는 표현을 쓴 적이 없다. 나는 단지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이 공공의 참여의 지원을 필요로 하며 공개되고 투명한 논의에 기반한다고 말했을 뿐이다”

피셰디크 부소장은 “비용이 늘어나는 건 사실”이라며 “에너지 전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면평가를 통해 국민들과 이해관계자들에게 에너지원별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모두 개방하고 논의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피셰디크나는 이런 맥락으로 말하지 않았다. 나는 독일의 전기요금이 과거의 높은 재생 에너지 비용으로 인해 최근 10년간 상승했다고 말했다. 또한 나는 소비자를 위해서는 개별 요금이 아니라 전체 에너지 비용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일은 정답이 아니다’

이들은 결국 한국만의 자연환경과 경제성, 정치적 여건 등을 고려한 답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중략)…피셰디크 부소장도 “1960년대부터 원전 반대 운동이 일어난 독일과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모든 문제에는 분쟁이 있지만 그 안에 양보도 있어야 하고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피셰디크 “(독일 소비자는 재생에너지에 대해 많은 비용을 지불했지만)지난 몇 년 동안 태양광 모듈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현재는 재생에너지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시장에 침투할 수 있게 된 상황”, “다시 말해, 한국의 상황이 다르다는 것은 지난 10년간 독일 에너지 정책에 수반된 높은 비용 없이 에너지 전환을 할 기회를 얻었다는 것

 △ 서울경제가 인용‧요약한 독일 전문가 인터뷰 및 이에 대한 피셰디크의 반박 Ⓒ민주언론시민연합

 

“내가 가진 입장이 제대로 전달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서울경제 보도는 총 8문단으로 이뤄졌는데 이 중 첫 2문단은 앞서 살펴본 도입 및 인터뷰 요약으로 채워졌습니다. 피셰디크 부소장은 서울경제가 인터뷰를 요약한 문단에서 “첫 번째”로 내세운 ‘한국 에너지 정책은 비용이 많이 들어 국민 부담이 커진다’는 부분부터 “나는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이 소비자 가격을 높이고 경제적 부담을 준다고 말한 적이 없다”, “나는 심지어 에너지 전환이 사회‧경제에 미치는 공적 이익을 강조했으며 현재의 잠재적 피해가 드러날 때마다 더 빠르게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 전환에 대응이 늦을수록 비용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이후 3번째 문단부터 본격적으로 인터뷰 내용이 나오며 그 중 첫 두 문단이 ‘에너지 전환에 따른 비용 증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첫 번째 문단은 “‘탈원전·탈석탄·재생에너지 100% 확대’를 목표로 내건 독일의 에네르기벤데(에너지 전환 정책)를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이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내용입니다. 서울경제는 슈미트 위원장의 “탈원전과 화석 연료 경제에서 벗어나는 것은 매우 야심 찬 일”, “막대한 보조금을 통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은 국민들에게 상당한 비용 부담을 줬고 온실가스의 배출량에 기초한 에너지 가격 정책을 추진하지 못해 독일은 오는 202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평가, 피텔 센터장의 “재생에너지 지원금은 매년 25억유로(약 3조2,000억원)에 달하고 이는 매우 비효율적”이라는 평가도 덧붙였습니다. 이는 모두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기사의 흐름이 ‘독일의 비효율’을 언급한 뒤, ‘한국 에너지 전환에 따른 비용 부담’을 드러내는 순서로 진행되면서, 독자들이 오해할 여지가 있습니다.

피셰디크 부소장이 이메일 답변서에 밝힌 자신의 발언 취지 중엔 “한국의 상황이 다르다는 것은 지난 10년간 독일 에너지 정책에 수반된 높은 비용 없이 에너지 전환을 할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에너지 전환에 따른 비용 부담’에 다면적 평가를 위해서는 ‘독일은 비용이 상당했다’는 사실이 필요한 만큼, ‘과거 독일에 비해 현재는 상황이 더 수월할 수 있다’는 측면도 언급될 가치가 있습니다. 이런 맥락이 생략되면 독자로 하여금 ‘독일도 돈이 많이 들었으니 당연히 우리나라는 더 심하겠구나’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원전 배제하지 말라’는 조언? 과연 그렇게 볼 수 있을까

‘에너지 전환에 따른 비용 부담’에 이어 서울경제가 전한 독일 전문가의 조언은 ‘탈탄소·탈먼지 시대에 한국이 취해야 할 에너지 믹스 전략’과 관련한 부분입니다. 서울경제는 이 부분에 3문단을 할애해 분량상 ‘에너지 전환의 비효율 및 비용 부담’에 이어 두 번째로 비중이 큽니다. ‘에너지 전환의 비효율 및 비용 부담’은 956자, ‘탈탄소‧탈먼지 시대에 필요한 에너지 믹스 전략’이 787자로 그 차이는 꽤 큽니다. 그만큼 ‘비용 부담 및 비효율’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죠. 문제는 이 ‘탈탄소‧탈먼지 시대의 에너지 믹스 전략’ 문단에서도 ‘탈탄소‧탈먼지 시대 대응책’보다는 ‘원전 배제 우려’가 먼저 두드러진다는 겁니다.

서울경제는 피텔 센터장의 입장을 “한국의 경우는 원전과 석탄 발전을 아예 배제하지 말라는 조언”으로 요약한 뒤 “에너지 전환 정책을 장기적으로 끌고 나가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원전과 석탄 발전소를 돌리고 점차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 “이를 통해 대기오염률을 낮추고 온실가스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전환 비용에 대한 사회적 지지를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다”는 그의 발언을 직접 인용했습니다. 여기서도 기자가 발언을 해석하고 요약한 간접 인용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피텔 센터장이 단기적인 원전‧석탄발전의 필요성을 거론하기는 했으나 결론은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원전‧석탄을 아예 배제하지 말라’는 조언으로 표현한다면 자칫 ‘원전‧석탄을 계속 유지하라’는 의미로 읽힐 수 있습니다. 또한 현재 한국의 정책이 단번에 원전‧석탄을 아예 배제하는 방향인 것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현 정부의 탈핵 기조가 ‘더 이상 신규원전을 짓지 않는다’는 선에서 ‘원전 제로’ 예상 시점이 무려 2084년일 정도로 점진적이라는 맥락이 빠져있는 겁니다.

 

3. 인터뷰이가 ‘말 한 적이 없다’는 내용도 있어

 

‘한국 정부가 솔직하지 못하다’? 그런 말 한 적 없다는데…

서울경제가 ‘에너지 전환에 따른 국민 비용부담 증가’를 설명한 문단에서는 또 다른 ‘간접 인용’의 위험성이 나타납니다. 서울경제는 비용 부담 관련 3인의 인터뷰를 이렇게 요약해 전달했습니다.

 

“한국이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면 국민들의 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점에 대해서는 모두 동의했다. 한국 정부가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면서 전기요금 인상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솔직하지 못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피셰디크 부소장은 “나는 ‘솔직하지 못하다’는 표현을 쓴 적이 없다. 나는 단지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이 공공의 참여의 지원을 필요로 하며 공개되고 투명한 논의에 기반한다고 말했을 뿐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경제는 이 대목에서 피셰디크 부소장 발언을 직접 인용하기도 했는데요. “비용이 늘어나는 건 사실”, “에너지 전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면평가를 통해 국민들과 이해관계자들에게 에너지원별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모두 개방하고 논의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발언입니다.

이에 대해서도 피셰디크 부소장은 “나는 이런 맥락으로 말하지 않았다. 나는 독일의 전기요금이 과거의 높은 재생 에너지 비용으로 인해 최근 10년 간 상승했다고 말했다. 또한 나는 소비자를 위해서는 개별 요금이 아니라 전체 에너지 비용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첨언했습니다.

서울경제가 ‘에너지 전환 성공을 위해 필요한 다면평가 및 개방적 논의’라는 피셰디크 부소장의 원론적 취지를 전달한 것은 맞습니다. 또한 서울경제가 직접 인용한 다른 두 전문가 발언 중 “현재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해결책”(피텔 센터장)과 같이 실제로 ‘비용 부담 상승’을 확언한 내용도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이런 내용이 ‘전기료 상승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솔직하지 못하다는 것’이라는 묘사로 이어질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인터뷰이의 발언을 간접 인용하는 것은 기사에서 피할 수 없는 일이며 어떻게 요약하는지는 언론사의 자유입니다. 그러나 ‘정부가 솔직하지 못하다’와 같이 민감한 표현에는 상당히 신중해야 합니다. 더구나 실제로 ‘한국 정부가 솔직하지 못하다’는 말이 나온 것이 아니라면 3인의 전체적 발언이 어떻게 그런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더 면밀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독일보다 잘할 수 있다’=‘한국만의 답을 찾아야 한다’?

서울경제 기사의 마지막 문단은 “한국만의 자연환경과 경제성, 정치적 여건 등을 고려한 답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입니다. 서두에서 “독일도 정답은 아니다”라고 요약한 그 부분입니다. 탈핵과 에너지 전환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독일을 꼭 참고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인데요. 이는 자연스러운 조언으로서 서울경제의 인용에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여기서도 피셰디크 부소장은 “1960년대부터 원전 반대 운동이 일어난 독일과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모든 문제에는 분쟁이 있지만 그 안에 양보도 있어야 하고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자신의 발언이 인용된 것에 맥락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독일 소비자는 재생에너지에 대해 많은 비용을 지불했지만)지난 몇 년 동안 태양광 모듈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현재는 재생에너지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시장에 침투할 수 있게 된 상황”, “다시 말해, 한국의 상황이 다르다는 것은 지난 10년간 독일 에너지 정책에 수반된 높은 비용 없이 에너지 전환을 할 기회를 얻었다(는 의미)”라는 겁니다. “국가마다 다른 상황과 경로의존성 때문에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에 대한 1:1모델은 만들 수 없지만, 실패를 피하기 위해 다른 국가로부터 배울 수는 있다”는 의견도 첨언했습니다.

피셰디크 부소장의 이러한 발언 취지에 따르면 여기서도 서울경제가 ‘훨씬 더 일찍 탈핵이 진행된 독일보다 최근 시작한 한국이 더 저렴하게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할 수 있으므로 상황이 다르다’는 발언 취지를, 과도하게 생략한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4. 독일 전문가가 우려한 ‘맥락의 왜곡’, 인터뷰 보도 특히 유의해야

이처럼 서울경제는 독일 전문가 3인의 인터뷰를 전달하면서 일부 발언의 맥락을 왜곡 또는 생략했고 결과적으로 에너지 전환에 대한 독자의 오해를 야기했습니다. “이들 모두 원전의 장기적 퇴출 정책에는 모두 동의하고 있으나 방식과 속도, 지향점에 대해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도입부에서의 인터뷰 소개, “피텔 센터장은 독일이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때보다 재생 에너지 가격이 현저하게 떨어졌다는 점은 한국에 상당히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등 독일 전문가들이 지닌 에너지 전환에 대한 기본적인 필요성이 일부 언급되기는 했으나 상기한 내용이 전부입니다. 이외에 서울경제가 강조한 것은 ‘비효율과 비용 부담’으로서 특히 그런 부분에서 왜곡의 여지가 컸습니다.

피셰디크 부소장의 이메일 답변서 중에는 이런 표현이 있었습니다.

 

“내 인터뷰가 뉴스에 쓰인 형태, 그리고 내 발언과 피텔과 슈미트의 조언이 사용된 맥락에 대해 매우 화가 났다”, “서울경제 인터뷰 기사 중 내 발언이 잘못된 맥락으로 쓰인 부분이 많고, 이는 오해를 살 수 있다”

 

인터뷰를 전달하는 기사의 한계가 필수적인 맥락의 생략이나 변경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서울경제가 ‘독일에서 배우는 교훈’보다는, 스스로 부각하고자 하는 ‘에너지 전환의 부정적 이미지’를 독일 전문가 인터뷰로 전한 것은 아닌지 곱씹어봐야 합니다.

 

5. 서울경제와 김성환 의원실의 반론

민언련이 애초 2019년 5월 4일 <민언련 신문모니터보고서/찬핵을 위해서라면 독일사람 인터뷰도 왜곡할 수 있어>를 발표하자, 서울경제는 7일 이 보고서에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서울경제는 애초 이 인터뷰 보도가 에너지 전환의 선구자인 독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교훈을 얻고자 한 취지로 작성됐고 이에 따라 독일 전문가가 전하는 비판적 관점을 중심적으로 소개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경제는 3명의 인터뷰를 1건의 기사로 담아야 하는 지면의 한계로 인해 발언의 취지를 모두 반영하지는 못했으나 직접 인용에서 발언을 왜곡하거나, 하지 않은 말을 인용하거나, 3인의 전문가가 한국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것처럼 기사를 쓰지 않았다는 입장도 전했습니다. 더불어 이러한 해명을 피셰디크 부소장과 슈미트 위원장에게도 전달했고, 이에 대해 두 사람 모두 수긍했다는 것이 서울경제의 입장입니다.

한편, 서울경제 측은 “슈미트 위원장 측이 최초 서울경제 기사에 아무 문제가 없으며 오히려 김성환 의원실이 이 기사가 오역이길 분명히 원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며 김성환 의원실이 서울경제 보도를 왜곡한 것이라는 주장도 했습니다.

 

이런 주장에 대해 김성환 의원실은 아래와 같은 반론을 보내왔습니다.

 

“우리는 인터뷰의 대상이 되었던 3명의 전문가에게 팩트체크를 위해 똑같은 내용의 질의를 보냈습니다. 피셰디크 부소장의 경우에는 자신의 발언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좀 놀랐고, 매우 화가 났다는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또한 피셰디크 부소장은 직접 이메일을 통해 서울경제 측에 이러한 문제제기를 전달했습니다. 이후 서울경제 측이 사과와 해명을 하자, 피셰디크 부소장은 지면의 한계와 3명의 인터뷰를 하나의 기사로 압축하는 과정에서의 한계 등을 이해한다는 답변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의원실이 이에 대해 확인하는 과정에서 피셰디크 부소장은 서울경제의 해명을 이해했다는 의미이지, 그것이 서울경제의 반론대로 자신의 의견이 제대로 보도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를 거둔 것은 아님을 의원실에 분명히 확인해주었습니다

다만, 슈미트 위원장의 경우는 피셰디크 부소장과는 다릅니다. 애초 의원실의 질의에 슈미트 위원장 측은 충실히 답변을 해주었으며, 서울경제의 보도가 위원장의 발언을 대체적으로 그대로 보도했다고 확인해주었습니다. 슈미트 위원장 측이 한국의 에너지 정책이나 한국 정부에 대한 구체적인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답변한 것은 사실이지만, 서울경제 보도가 자신의 발언을 왜곡했다고 문제를 제기한 바 없습니다.

우리는 민언련에 제보를 하는 과정에서 투명성을 위해 피셰디크 부소장과 슈미트 위원장의 답변을 그대로 제공했습니다. 의원실은 인터뷰이의 팩트체크를 원한 것이지 서울경제 보도를 폄훼하려는 의도는 없었습니다. 다만, 민언련은 제보 내용을 바탕으로 독립적으로 분석해서 보고서를 발표한 것입니다.”

 

민언련은 이와 같은 서울경제의 반론, 서울경제를 통해 알게 된 슈미트 위원장 측의 반론, 제보자였던 의원실의 반론을 감안하여, 슈미트 위원장과 관련 내용은 수정된 보고서에서 모두 배제하고, 피셰디크 부소장의 입장은 최초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그대로 인용했습니다.

 

6. 민언련의 입장

민언련은 보고서 작성에 있어서 늘 정확성을 생명으로 하되, 분명한 오류가 있을 경우 수정하고, 반론을 요청할 경우에도 최대한 이를 반영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이는 독자와 시민의 시각으로 행하는 비평의 자유가 헌법적 권리이지만, 언론이 자사 보도에 해명할 기회를 보장받는 것도 중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민언련은 보고서를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오탈자가 아닌 내용의 경우 슬쩍 수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문제제기를 받은 시기에 일단 보고서를 보류하고,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에 수정재발송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이에 민언련은 서울경제의 반론을 반영해서 최초 발표된 모니터 보고서를 수정하여 현재의 보고서로 수정 재발송하는 것입니다.

한편, 서울경제 측은 민언련의 보고서로 토대로 방송하는 팟캐스트 ‘미디어 탈곡기’가 “서울경제를 듣보잡 취급하고 기자에 대해 욕설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법적대응을 하겠다고 알려왔습니다. 민언련 활동가가 “이거 삐 처리해주세요”라고 말한 부분이 그대로 방송되었는데, 이것이 욕설이 아니냐는 항의입니다. 민언련의 ‘미디어 탈곡기’는 언론비평을 하는 과정에서 풍자를 겸하고 있지만, 명예훼손이 될 만한 부분이나 욕설 등은 분명 없었습니다. 그러나 기자 본인이 불쾌감을 호소한다는 점에서 그의 주장을 감안해 수정된 보고서를 토대로 재녹음해 업로드 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서울경제의 반론을 모두 수용한 이후에도, 애초 이 기사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지면의 한계에 따라 발언 취지를 다 담지 못했다는 해명은 독일 전문가 3인 발언을 서울경제가 ‘간접 인용’, 즉 기자가 해석하고 요약하여 전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독자의 오해 가능성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특히 기사 제목과 전면에 두드러진 ‘재생 에너지 비효율’, ‘한국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른 국민 비용 부담 가중’은 한국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타국에 비해 더 비싸다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서울경제가 간접 인용하면서 요약, 해석한 일부 대목들은 독자로 하여금 독일 전문가들도 한국 에너지 전환 정책이 비효율적이고 비용 부담이 크다고 말한 것처럼 이해할 여지가 큽니다. 또 하나 서울경제가 ‘독일 전문가들의 조언’으로 강조한 ‘에너지 전환을 서두르지 말라’, ‘독일도 정답은 아니다’라는 내용 역시 많은 맥락이 생략되어 마치 현재 한국의 에너지 전환이 상당히 급진적인 것으로 이해될 위험이 있습니다.

이러한 ‘간접 인용’ 및 맥락의 생략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해는 서울경제도 반론을 통해 인정한 ‘지면의 한계로 인한 발언 취지의 생략’에서 필연적인 것이며, 이에 대한 비평 역시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처음에 김성환 의원실에 답변서를 보낸 피셰디크 부소장이 특히 강조한 부분도 바로 이런 문제점이었습니다. 피셰디크 부소장이 서울경제의 해명을 수긍했다고 해도 이런 문제점은 여전히 기사에 남아있습니다. 따라서 서울경제 기사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에 민언련은 전혀 동의하지 않음을 분명히 밝힙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4월 28일 서울경제(온라인 판, 지면은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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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이봉우 모니터팀장(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