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방송심의위원회_

시민 방송심의위원회 44차 안건 심의 결과

기자들 인권 교육이 절실하다
등록 2019.04.25 15:13
조회 483

2018년 5월 23일 발족한 민주언론시민연합 시민 방송심의위원회(이하 민언련 시민 방심위)는 방송심의규정을 위반해 각종 왜곡‧오보‧막말‧편파를 일삼는 방송사들을 규제해야 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민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출범했다. 시민 방심위는 매주 수요일 저녁 6시 30분, 새로운 안건을 민언련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여 시민들이 직접 제재 수위 및 적용 조항을 제안하도록 하고 있다. 아래는 4월 17일 오후 1시 40분부터 4월 24일 오전 10시까지 집계한 44차 심의 결과이다.

 

시민 방심위 44차 안건 502명 심의

 

‘동성애=범죄’? 성소수자 인권 탄압한 TV조선

시민 방송심의위 44차 안건은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4/10) ‘성소수자 인권 침해’ 방송이었다. TV조선은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된 방송인 하일 씨(미국명 로버트 할리) 소식을 전하면서 범죄와는 전혀 무관한 성적 지향을 반복 거론하며 특정 성적 지향을 마약 투약과 같은 범죄와 연결시켰다. 지난해 한 마약 사범이 하일 씨와 연인관계라고 주장했던 것을 빌미로 ‘충격적인 일’, ‘감추고 싶은던 일’, ‘동성연인’을 자막과 기자 멘트로 반복 강조하고 “마약과 함께 동성행각”이라며 ‘동성애’를 범죄 취급한 것이다. 이는 당사자 동의 없이 성적 지향을 공개하는 ‘아웃팅’이자 성소수자 전체를 범죄자로 매도하는 인권 침해 보도이다. 여전히 성소수자를 향한 편견과 혐오가 만연한 상황에서 이와 같은 보도는 성소수자를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 위험이 크다.

 

“시청률 위해 성소수자 인권 침해…악의적 보도”

해당 안건에 총 502명의 시민들이 심의 의견을 제출했다. 제재 수위는 평균치에 가까웠으나 ‘인권 침해 사례’임을 감안할 때 비교적 가벼운 수준이었다. 이번 44차 안건에서는 ‘법정제재’에서도 최고 수위 제재인 ‘프로그램 중지‧수정‧정정’이 67%로 평균치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었고 ‘행정지도’인 ‘의견제시’가 1명, ‘문제없음’도 2명이 있었다.

 

프로그램 중지·수정·정정

관계자 징계

경고

주의

권고

의견제시

문제없음

335명

124명

29명

11명

-

1명

2명

502명

67%

25%

6%

2%

-

-

-

100

K-002.jpg

△ 44차 안건(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4/10)) 심의 결과 Ⓒ민주언론시민연합

 

종편의 오보‧막말‧편파에 분노가 누적된 시민들은 모든 안건에서 대부분 ‘법정제재’를 택하고 있어 제재 수위는 ‘법정제재’의 세부적 제재 종류의 비중, 행정지도 및 ‘문제없음’의 유무로 가늠할 수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성소수자 인권 침해 사례’인 이번 안건은 비교적 가벼운 제재가 나온 것이다. 그간 ‘개인의 인권 침해’ 양상을 보인 안건에 시민들은 참여자 전원이 ‘법정제재’를 택하고 ‘행정지도’나 ‘문제없음’은 아예 택하지 않은 바 있다. TV조선 <뉴스9>‧채널A <뉴스A>(1/29) ‘대통령 딸 거주 국가 공개 보도’(35차),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3/13)‧채널A <뉴스A>(3/12) ‘정준영 사건 피해자 신상 노출 보도’(40차)가 대표적 사례다. 반면 이번에는 행정지도 1명, ‘문제없음’도 2명이 의결했다. 성소수자 인권이 관련된 방송에서 시민들의 판단이 미세하지만 차이를 보인 것이다.

 

물론 대다수 시민들은 TV조선이 시청률 장사를 위해 성소수자를 악용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시청자를 자극하기 위해 인권을 침해”, “사회적 문제를 말초적 가십으로 다루면서 소수자 비하”, “악의적, 선정적 의도로 본질을 벗어남” 등의 의결 사유가 많았다. 특히 ‘관계자 징계’를 택한 한 시민은 ‘동성연인’에 연신 ‘더 충격적인 일’이라는 묘사를 가했던 TV조선 앵커‧기자들을 이렇게 질타했다. 

공범이 남성인 것이 왜 충격인지, 그걸 충격이라고 강조하면서 이야기하는 앵커들이나 패널의 발언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저 성적 묘사와 외설에만 매몰된 보도 태도입니다

“동성애를 범죄와 동일시…혐오 조장”

시민 방심위원회는 44차 안건에 적용할 수 있는 조항을 제19조(사생활 보호), 제21조(인권 보호), 제27조(품위 유지)로 제시했다. ‘없음’과 ‘기타 적용 조항 의견’도 택할 수 있도록 명시했고, 시민들은 적용 조항을 중복 선택할 수 있다. 시민들은 제19조(사생활보호)를 87%로 가장 많이 적용했고 제21조(인권 보호)가 78%, 제27조(품위유지)가 66%로 뒤를 이었다. ‘기타 조항’ 의견도 2명이 있었다.

 

제19조(사생활 보호)

제21조(인권 보호)

제27조(품위 유지)

기타

없음

439명

391명

330명

2명

2명

87%

78%

66%

-

-

K-003.jpg

△ 44차 안건(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4/10)) 적용 조항 Ⓒ민주언론시민연합

 

이번에도 시민들은 ‘불쾌감‧혐오감 야기’를 금한 포괄적 조항인 제27조(품위유지)를 66%만 선택하면서 신중함을 보였다. TV조선 보도의 문제점은 ‘품위’보다 사생활 침해, 인권 침해에 있다는 것이다. 특히 범죄와 관련 없는 성적 지향을 느닷없이 꺼내 범죄와 동일시했다는 점에 지탄이 쏟아졌다. “마약보다 동성애가 더 충격적이라는 보도는 동성애 혐오를 조장할뿐 아니라 마약 범죄가 별 것 아니라는 잘못된 인식을 조장한다”, “개인의 성적 지향을 범죄행위와 동일시했다”, “소수자를 나쁜 사람으로 표현” 등의 의견이 있었다.

 

“사생활 침해한 아웃팅…기본적 인권의식도 없는 보도”

TV조선의 보도가 ‘아웃팅’이었다는 점도 제19조(사생활 침해), 제21조(인권보호)를 정면으로 위반한 대목으로 비판 받았다. 기자들이 이런 보도에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인권 교육’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시민들은 “지극히 사생활 영역인 성적 지향을 아웃팅한 점은 방송으로서 기본적인 인권의식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범죄자라고 해도 그의 성 정체성을 폭로하는 것은 인권침해”, “범죄만 보도하면 될 것을 개인 사생활까지 보도”, “개인의 인격뿐 아니라 사생활을 침해한 보도”라고 비판했다. 동시에 “기자들 인권 교육 시켜야 한다”, “인권 개념이 너무 결여된 보도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의견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참고할만 한 지적도 있었다. 

인권에 관한 위반 사항은 가장 엄중히 처벌해야합니다. 처벌이 약하니 시청률만 노린 행태가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여타 인권 침해 안건에 비해 제재 수위가 낮았던만큼 ‘문제없음’을 택한 시민들은 다른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문제없음’을 택한 한 시민은 “TV조선이 뭘 그리 잘못했나. 좌파 민주당원만 보는 방송 보기 싫습니다. 그만 억지 부리세요”라고 민언련을 질타했다. 이는 성소수자 인권이 정파, 이념과는 관련이 없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정파와 이념에 따라 시선이 갈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44차 심의에 참여한 시민 구성

이번 심의에 참여한 시민은 총 502명 중 남성 307명(61%), 여성 193명(39%), 기타 2명(오기 포함)/ 10대 1명, 20대 9명(2%), 30대 81명(16%), 40대 219명(44%), 50대 149명(30%), 60대 이상 43명(8%)이었다. 민언련이 이처럼 의견을 남겨주신 시민의 연령대와 성별을 취합해 공개하는 이유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구성이 보다 다양한 계층을 대변할 인물들로 구성돼야 한다는 취지 때문이다.

 

시민 방송심의위원회 45차 안건 상정

 

국가기간통신사의 보도채널에서 ‘세월호 모독’

민언련은 시민 방송심의위원회 45차 안건으로 연합뉴스TV <뉴스1번지>(4/16) ‘세월호 참사 모독’을 상정했다.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앞두고 차명전 전 새누리당 의원 등 정치권의 막말이 온국민을 경악케 한 가운데, 연합뉴스TV는 패널로 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이라는 인물을 출연시켜 참담한 모독 발언의 기회를 줬다. 김 씨는 세월호 유가족을 정치 세력으로 매도하고 ‘원한에 차 복수를 낳는 인물들’로 모욕했으며 진상규명 요구를 그만하라고 윽박질렀다. 국가기간 뉴스통신사의 보도채널이 이런 발언을 뉴스로 노출했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적이다.

 

세월호 유가족을 ‘정치 패거리’ 취급한 연합뉴스TV 패널

연합뉴스TV는 세월호 유가족의 참사 처벌 대상자 명단 발표를 중점적으로 다뤘는데 이에 김우석 씨는 특별조사위원회가 아닌 “유족과 시민단체에서 얘기한 것”을 문제 삼으면서 “이런 분위기로 (의혹을)증가시켜서 결국 (내년)총선 때 활용하려고 하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심지어 세월호 유가족을 “탄핵 사태 때 광화문에서 1선에 유가족, 2선에 민노총으로 주력부대로 활동”했다며 ‘정치 세력’으로 규정했고 이를 근거로 “정권을 빼앗긴 쪽에서 피해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 사람들(정권 빼앗긴 사람들)의 트라우마도 치료가 진짜 필요하다”는 주장도 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고통을 정권을 뺏긴 자유한국당 입장과 도매금으로 취급한 것이다.

 

‘복수를 낳으니 진상규명 요구하지 마라’? ‘인면수심’ 발언

뿐만 아니라 진상규명 요구를 그만하라는 식의 발언도 나왔다. 김우석 씨는 “원한을 기억할 것이냐, 이건 소모적일 수밖에 없다. 끊임없이 복수에 복수를 낳는다”, “진상규명이 됐다고 누가 만족하겠는가. 이런 부분들은 끝도 없다. 원한을 가지고 있는, 한이 있는 분들은 호소를 할 데가 필요하다”, “(유가족이) 일상에 복귀하지 않고 광화문, 팽목항에서 그러는 것이 국가에 도움이 되겠는가? 망자들이 바라는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겁박에 가까운 발언을 했다. “일상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국가적으로 불행할 뿐 아니라 치유가 안 된다. 치유는 망각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참담한 발언까지 내뱉었다. 사실상 진상규명 요구를 그만두고 다 잊으라는 요구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상처를 후벼파는 망언이다.

 

민원 제기 취지

5년이나 지났으나 세월호 참사로 처벌 받은 정부 관계자는 해경의 말단 경위 단 1명뿐이다. 진상규명의 경우 아주 기초적인 침몰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았으며 박근혜 정부의 조직적 진상조사 방해, 국정원과의 연관성, 구조 지연 및 실패의 이유 등 무엇 하나 제대로 조사된 것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진상규명을 요구한 유가족을 ‘정치패거리’ 취급하고 다 잊으라고 하는 것은 폭력이나 다름 없다. ‘치유는 망각’이라는 주장에서는 할 말을 잃게 된다. 304명이 희생된 국가적 규모의 참사의 경우 ‘추모’가 기본적 상식이다. ‘추모’의 의미는 ‘그리워하고 잊지 않음’이다. 김우석 씨는 이 간단한 상식적 의미조차 모르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패널을 이 방송뿐 아니라 다른 뉴스에서도 고정 패널로 출연시킨 연합뉴스TV 역시 시청자에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시민 방송심의위원회가 제안하는 심의규정은 아래와 같다.

 

제13조(대담‧토론프로그램 등) 시사프로그램에서의 진행자 또는 출연자는 타인(자연인과 법인, 기타 단체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을 조롱 또는 희화화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14조(객관성) 방송은 사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다루어야 하며,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으로 방송하여 시청자를 혼동케 하여서는 아니된다.

 

제20조(명예훼손 금지) 방송은 타인(자연인과 법인, 기타 단체를 포함한다)의 명예를 훼손하여서는 아니된다

 

제24조의3(피해자의 안정 등) 피해자등 또는 시청자의 안정을 저해하거나 공포심․수치심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내용

 

제24조의4(피해자등의 인권 보호) 재난 피해자 등의 인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는 내용

 

제27조(품위 유지) 불쾌감․혐오감 등을 유발하여 시청자의 윤리적 감정이나 정서를 해치는 표현

 

시민방송심의위원회 심의 참여 바로가기 https://www.ccdm.or.kr/xe/simin03

 

monitor_20190425_160.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