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MBN 패널의 ‘세월호 모독’, MBN 패널이 두둔했다
등록 2019.04.24 18:59
조회 1891

차명진 자유한국당 전 의원이 15일,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앞두고 SNS에 세월호 유가족들을 비난하는 글을 게시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차명진 전 의원의 막말로 함께 책임이 거론되는 것이 그를 ‘전문가 패널’로 키워준 방송사들입니다. 차 전 의원은 세월호 막말 직전까지 MBN <뉴스와이드> 방송은 물론, YTN과 SBS 라디오에 고정 패널로 출연 중이었습니다. 2017년 초까지는 TV조선‧채널A‧MBN의 단골 패널로 이번 막말에 버금가는 문제 발언들을 숱하게 남겼죠. 이 때문에 SBS 노조는 16일 “(지상파 방송 전파를)상습 망언 제조기의 스피커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에서 SBS 경영진도 자유로울 수 없다”며 영구 출연 금지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방송사들 중에서도 단연 이목이 집중되는 곳은 MBN입니다. MBN은 <뉴스와이드>라는 보도‧대담 프로그램에서 지난 5년여 간, 매주 2회씩, 심지어 막말을 쓴 15일 당일까지도 차명진 전 의원을 고정 패널로 출연시켰죠. 차 전 의원이 최근까지 최다 출연한 방송사인 만큼 그 누구보다 책임을 통감해야 할 방송사입니다. 그러나 MBN <뉴스와이드>는 ‘세월호 막말’이 나온 15일에도 차명진 의원과 화기애애한 농담을 주고 받았고 16일에는 막말 논란을 다루면서도 차 전 의원과 자사의 관계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아무 관계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고 심지어 18일 방송에서는 차 전 의원을 옹호하는 발언까지 노출했습니다. MBN은 뒤늦은 22일, 영구 출연 금지를 결정했습니다.

 

세월호 막말 나온 그날, MBN은 “참 괜찮은 의원상 감”

세월호 막말이 나온 15일에도 MBN <뉴스와이드>에는 차명진 씨가 출연했습니다. 이날 진행자 백운기 앵커는 차명진 씨를 향해 “‘참 괜찮은 의원상’ 있었으면 차명진 의원님 먼저 받았을 것”이라고 치켜세웠습니다.

이 발언은 당일 인터뷰 손님으로 출연한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이 MBN 주관 ‘참괜찮은 의원상’을 수상했다며 덕담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입니다. 김관영 의원과 질의응답을 주고받던 백운기 앵커는 패널들에게 질문 기회를 돌리면서 “참괜찮은 의원상이 옛날에도 있었다면 그 상을 받을 만한 분이, 지금 패널 가운데 두 분 계십니다. 차명진 의원, 김형주 의원. 두 분 의정활동 하실 때 ‘참괜찮은 의원상’ 있었으면 차명진 의원님 먼저 받았을 거예요”라고 말한 것이죠. 이에 차명진 씨가 “저는 그럴 자격이 없었습니다”라고 말하자 백 앵커는 재차 “이렇게 겸손하니까 상을 받을 만합니다”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었습니다.

 

아무리 패널들과 방송 분위기를 환기하는 차원이었다고 해도, 방송 시각이 18시 20분 경으로, 차명진 씨가 세월호 막말을 쓰기 2시간 여 전이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이미 MBN <뉴스와이드>는 차 씨의 숱한 막말로 비판을 받고 있었고 스스로도 차 씨를 잠시 출연 정지시킨 바 있기 때문이죠. 이쯤 되면 MBN이 차 씨의 세월호 막말에 책임을 통감함은 물론, 함께 사과해야 할 지경입니다.

 

‘막말’ 다음날에는 ‘모르는 사람’ 대하듯…무책임한 MBN

세월호 참사 5주기 당일이자, 차명진 씨의 막말이 나온 바로 다음날인 16일, MBN <뉴스와이드>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의혹들, 정부의 진상규명, 비슷한 사고가 계속되는 배경 등을 다뤘습니다. 차명진 씨와 정진석 의원의 막말도 다뤘는데 패널들은 일제히 ‘망언’이라며 규탄했습니다.

 

놀라운 점은 바로 전날까지 ‘방송인 동료’로서 웃음을 주고받던 진행자와 패널들이 차명진 씨를 모르는 사람처럼 거론했다는 겁니다. 패널들은 차 씨의 세월호 막말 게시글을 ‘가짜뉴스’라고 비판하는가 하면, 진행자 백운기 앵커는 “팩트가 많이 틀리는 사람”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죠. 이는 그간 MBN이 ‘팩트가 틀리는 사람’임을 알면서도 오랫동안 단골 패널로 차명진 씨를 출연시켰다는 자기고백입니다. MBN은 차 씨의 패널로서의 문제점을 인지하면서도 5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출연시켰고 아무라 황당한 발언을 해도 진행자와 패널들은 박장대소를 하며 넘기기 일쑤였습니다. 2017년 12월에는 중국인을 “떼놈”이라 칭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는데도 잠시 출연을 멈춘 후 다시 고정 패널로 초대했죠.

 

‘차명진 막말’이 정당하다는 ‘MBN 패널’

MBN <뉴스와이드>(4/18)는 <차명진-정진석 ‘세월호 막말’ 징계 방침에 당 일각 반발 기류?>라는 제목으로 전․현직 의원들의 막말을 자유한국당이 어떻게 처리할지 전망했습니다. 징계 수위와 내분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죠. 여러 의견이 오가는 가운데, 서정욱 변호사는 차 전 의원을 두둔했습니다. 

서정욱: 일단 차명진 의원의 발언을 정확하게 다 읽어봐야 해요. 제가 적은 것처럼 앞부분에 세월호 유족들에 대한 비판은 분명히 잘못된 건 맞습니다. 뒷부분 있잖아요. 뒷부분 글을 쓰게 된 거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황교안 대표나 이런 분들에 대한 고소 있잖아요. 이게 너무 울컥해 화가 나서 썼다. 이렇게 돼 있지 않습니까?

백운기: 사과문에?

서정욱: 아니, 글 내용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전문을 보면 뒷부분은 그게 나오거든요.

백운기: 아니, 내가 이렇게 울컥해서 썼다는 내용은 사과문에서 나온 내용이고.

서정욱: 사과문에도 있고 그 다음에 황교안, 박근혜 대통령의 고소에 비판한 뒷부분에 나옵니다.

백운기: 그러니까 울컥해서 썼다고 하는 것은 사과문이니까 그 부분은 좀 분리해서 얘기해주셔야 할 것 같고요.

서정욱: 알겠습니다. 일단은 그 내용 중에 저는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일부 세력이 있을 수 있다. 그런 분들이 지금 와서 박근혜, 황교안 대표까지 고소를 하고 있단 말이에요. 이런 것을 비판한 것은 상당히 정당한 겁니다. 정당한 거예요. 따라서 이런 부분을 황교안 대표는 징계에 당연히 감안해야 하고요. 그 다음에 황교안 대표는 자국의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징계한다. 그런데 국민이라는 경우는 추상적입니다. 국민 중에는 자유 우파, 보수 국민도 있고 그리고 진보 국민도 있을 거 아닙니까. 그러면 당내 징계는 철저하게 당원의 의사, 그리고 자유 우파, 보수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서 형량을 결정해야 합니다. 이거는 김진태나 김순례나 5.18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가지 다양한 의견이 있고 이런 경우에 예를 들어서 여당의 눈높이에 들어서 강한 징계보다는 오히려 보수 자유 우파 쪽에는 동정, 옳다는 여론도 일부 있단 말이에요. 이런 여론을 고려해서 저는 징계 양이 결정돼야 한다. 이렇게 봅니다.

K-003.jpg

△차명진 전 의원의 게시글의 정당성을 주장한 서정욱 변호사 MBN<뉴스와이드>(4/18)

 

‘세월호 참사 책임자’, 감추는 자가 공범

이 발언에는 현 시대를 함께 사는 인물이 맞나 싶은 정도로 반민주주의, 반인권적인 인식이 곳곳에 녹아 있습니다. 서정욱 씨 주장의 핵심은 ‘차명진 전 의원이 황교안‧박근혜 고발에 발끈해 쓴 것이므로 그 부분은 정당하다.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겁니다. 이는 사실상 세월호 유가족을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사람들’로 매도한 겁니다. 황교안‧박근혜를 포함한 세월호 처벌 대상자 명단을 발표한 주체가 세월호 유가족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앞서, ‘황교안‧박근혜 고발은 정치적 의도’라는 전제 역시 세월호 유가족과 추모 시민들을 모두 모독한 겁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2016년 12월부터 법무부장관으로서 해경의 과실치사 혐의를 빼라 지시하고 이 지시를 거부한 검찰 간부에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 부분은 한 번도 규명된 적이 없습니다. 당연히 조사가 이뤄지고 책임이 밝혀지면 처벌해야 합니다. 304명을 희생시킨 참사의 책임을 덮으려 한 범죄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정치적 이익과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2015년 가까스로 출범한 특별조사위원회를 ‘특조위 조사 방해 문건’을 통해 조직적으로 와해시키고 기무사를 동원해 참사 직후부터 ‘인양’을 서둘렀던 총 책임자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당연히 책임이 규명되어야 하죠. 이를 ‘정치적 의도’로 매도해 공격하는 것이야말로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행태이며, 전형적인 사례가 바로 차명진 씨 막말입니다. 이를 ‘정당하다’고 치켜세웠으니 서정욱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민을 이념적으로 편가르는 MBN 패널

또 한 가지 서정욱 씨 발언이 충격적인 대목은 국민 여론을 좌파와 우파로 이분하더니 자유한국당이 ‘자유 우파 국민’의 뜻에만 따라 경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한 부분입니다. 심지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모독한 김순례‧김진태 의원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가히 망발에 가깝습니다. 세월호 유가족, 5‧18 희생자는 물론, 국민의 기본적 생명권과 국가의 생명 보호 의무, 민주주의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모든 ‘우파’ 국민들을 모독한 발언입니다. 서정욱 씨는 ‘우파=세월호 모독에도 동정하는 사람’이라는 엇나간 편견에 갇혀있는 겁니다. 세월호 모독을 두고 국민을 좌우로 가르는 것 자체부터 잘못됐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좌우 이념의 문제가 아닙니다. 서정욱 씨가 얼마나 이념적 잣대로 모든 걸 풀이하는지 엿보입니다. 그간 자유한국당이 이런 식의 관점을 유지했기 때문에 세월호 모독 발언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세월호 유가족이 2020년 총선 겨냥? 대체 누가 ‘정치적’인가

이런 막말이 MBN <뉴스와이드>에서 노출됐다는 사실 자체가 시청자 우롱입니다. 차명진 씨를 ‘방송인’으로 키운 MBN이 차명진 막말을 두둔하는 발언까지 내보낼 수는 없습니다. 깨끗하게 그간의 책임을 인정하고 비판하면 그만입니다. 이 사안까지 ‘기계적 중립’에 따라 ‘찬반’을 나열한 MBN에게서 언론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인간적 도리조차 느낄 수 없습니다.

 

물론 그 ‘기계적 중립’에 따라 서정욱 씨를 비판한 패널도 있었습니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자식 잃은 부모의 아픔을 이념으로 가르지 말라”, “정치 이념으로 볼 사안이 아니다”, “유가족들은 의도를 가지고 처벌을 촉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그러나 서정욱 씨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서정욱: 저도 앞부분에 대한, 유족에 대한 차명진의 발언은 아주 잘못됐다, 부적절하다고 보는데요. 그럼 이게 5년이 지나서 지금 그때 법무부 장관이었다는 이유로 황교안 대표까지 고소해야 됩니까? 똑같은 논리잖아요. 내년 총선에 또 세월호하고 총선이 겹치거든요.

 

K-004.jpg

△ 서정욱 변호사 발언 반박하는 김성완 시사평론가 MBN<뉴스와이드>(4/18)

 

차명진 씨 막말 중 ‘앞부분’은 잘못됐으나 ‘뒷부분’, 즉 박근혜‧황교안 고발을 비난한 부분은 정당하다는, 똑같은 주장입니다. 내년 총선까지 언급하며 더 확실하게 세월호 유가족을 ‘정치 패거리’로 폄훼했습니다. 앞서 살펴봤으나 이미 2016년에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의 세월호 수사 축소‧은폐 의혹이 제기됐고 유가족은 이때부터 책임있는 태도를 요구했습니다. 이게 어떻게 내년 총선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는지, 끝까지 차명진 씨와 자유한국당을 보호하려는 그 놀라운 ‘정략적 시각’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황당한 이유로 끝까지 차명진 씨 막말을 두둔한 아집도 시청자를 곤혹스럽게 합니다.

 

여전히 남은 ‘막말 패널’, 정리가 시급하다

MBN이 차명진 씨를 영구 출연 금지했으나 이런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앞서 살펴본 서정욱 씨, TV조선에 다시 복귀한 ‘왕년의 막말 패널’ 민영삼 씨 등 종편 3사에는 여전히 ‘막말 시한폭탄’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종편 3사가 편성표 상당 부분을 보도‧시사 프로그램으로 채우고 검증되지 않은 패널들로 무분별한 ‘백화점식 비평’을 맡기는 관행을 깨지 않는 이상 이런 일은 반복될 겁니다. 본질적으로는 세월호를 포함해 모든 사안을 정치적, 이념적 잣대로, 특히 이른바 ‘보수우파’라는 왜곡된 인식에 매몰된 채 해석하는 시각부터 개선해야 합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MBN <뉴스와이드>(4/16~4/18)

 

<끝>

문의 이봉우 모니터팀장(02-392-0181) 정리 이정화 인턴

 

monitor_20190424_157.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