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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임금 2.5배 뛰었다는 언론들…2.2배 뛴 생산성은?
등록 2019.04.16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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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언론과 경제지를 중심으로 ‘한국이 ‘낮은 노동생산성에 비해 임금이 많이 오른다’고 비판하는 기사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보수언론과 경제지들이 계속 노동생산성과 임금을 비교하는 것은 주류 경제학에서는 임금이 노동생산성만큼 오를 때 가장 효율적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즉, 낮은 노동생산성을 강조하면 임금인상 요구를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 보수언론과 경제지들의 계산인 것이죠. 보수언론들의 ‘낮은 노동생산성 프레임’이 과연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지 최근 몇몇 보도를 통해 추적해 보았습니다.

 

1. 생산성에 비해 임금이 너무 올랐다고?

 

임금은 증가율로, 노동생산성은 절대 수치로 이야기하는 언론들

매일경제는 <미국 임금 76% 오를때 한국은 154%나 뛰었다>(3/20 정욱 기자)에서 1997년과 2017년의 임금 상승률과 노동생산성 수치를 비교하면서 “지난 20년간 한국 민간부문의 시간당 임금 상승률이 154%를 기록해 미국(76%), 영국(87%) 등 선진국 상승률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한국의 생산성은 미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여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대변인실은 “임금은 상승률로, 노동생산성은 절대수준으로 비교하면 한국 노동자가 낮은 생산성에 비해 임금을 과도하게 많이 받는 것 같은 착시효과가 일어남. 매일경제가 노린 효과임. 그러나 역으로 임금을 절대수준으로, 노동생산성을 증가율로 잡으면 정반대 효과가 일어남. 한국 노동자 임금의 절대수준은 낮은 대신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높기 때문”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미디어오늘 <매일경제, 한국이 미국보다 임금증가율 높다?>(3/22, 노지민 기자)에서 “증가율은 증가율끼리 비교해야 하는데 증가율 하나만 서로 비교하고 생산성은 절대값을 비교하니 이상하다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거의 한 달 뒤인 4월 15일, 매일경제 기사의 확장판이라고 볼 수 있는 기사를 냈습니다. 조선일보 <20년간 2.5배 뛴 임금구두 단가도 이탈리아보다 높다>(4/15, 김성모김지섭 기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집계하는 국가별 임금 통계, 평균 연봉, 노동생산성 등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지난 20년간(1997~2017년) 시간당 임금이 2.5배(154.1%) 이상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76.3%)의 2배, 독일(54.9%)의 3배 수준이다. 반면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2017년)은 미국의 54%, 독일의 57% 수준으로 절반을 간신히 웃돌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매일경제보다 한 술 더 떠 시간당 임금 상승률, 평균연봉, 시간당 노동생산성을 비교한 자료를 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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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통계로 한국 임금상승률이 높다고 주장하는 조선일보 기사(4/15)

 

조선일보가 제시한 자료…실상은 어떨까?

앞에서 지적한대로, 증가율을 증가율끼리 비교하지 않으면 통계에 왜곡이 발생합니다. 실제 조선일보가 시간당 임금 상승률을 제시한 6개국의 1997년과 2017년 노동생산성을 비교해보면, 한국은 주요국에 비해 임금이 덜 오른 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본의 임금 증가율과 생산성 증가율의 차이는 –41.2나 되어서 다른 나라와 비교 자체가 어렵습니다.

 

국가

노동생산성(달러)

노동생산성

증가율

임금 증가율

차이

(임금증가율-생산성증가율)

1997년

2017년

한국

15.6

34.3

119.9

154.1

34.2

일본

31.7

41.8

31.9

-9.3

-41.2

미국

48.6

64.1

31.9

76.3

44.4

독일

48.6

60.5

24.5

54.9

30.4

프랑스

48.5

59.8

23.3

66.2

42.9

영국

38.9

52.5

35

87.1

52.1

△조선일보 기사에 임금상승률이 제시된 6개국의 노동생산성과 임금 증가율(OECD 통계 참조)

 

조선일보는 노동 생산성 말고도 평균 연봉을 제시하면서, “2017년 한국의 평균 연봉(구매력 평가 지수 기준)은 3만5191달러로 주요 선진국 턱밑에 도달했다. 그러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한국의 경우 34.3달러로 우리와 연봉이 비슷한 이탈리아(47.9달러)의 72%, 일본(41.8달러)의 82% 수준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국민 소득 말고도 정부의 세금, 기업의 이윤이 포함되어 있는 국내총생산(GDP)을 물가지수로 보정한 것에 불과한 구매력지수(PPP)를 연봉 값으로 사용한 것 자체가 적절치 않습니다. 백보 양보하여 구매력지수를 연봉이라고 인정한다 하더라도 한국은 OECD국가 중 독보적인 장시간 노동 국가이므로 조선일보처럼 연봉과 생산성을 단순 비교할 수 없습니다. 2017년 기준 한국의 노동시간은 2024시간으로, 이탈리아는 1723시간, 일본은 1710시간에 불과합니다. 이를 고려해 다시 계산해서 조선일보 식 표현대로 바꿔보면 “우리의 생산성 대비 보수액은 우리와 연봉이 비슷한 이탈리아의 84%, 일본의 97% 수준”이 됩니다. 이탈리아는 그렇다 치더라도 일본과는 거의 차이가 없는 셈이죠.

 

2. 단위노동비용이 높으면 무조건 나쁜 것일까?

 

한국 임금상승률이 얼마나 낮았는지 자백한 단위노동비용 통계

지난 2월 25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계열 민간연구소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에서는 보도자료를 내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낮아진 반면 단위노동비용 증가율은 높아 기업의 부담이 늘어났다고 주장했습니다. 단위노동비용이란 노동비용을 노동생산성으로 나눈 지수로 상품 하나를 만드는 데 필요한 인건비를 말합니다.

 

조선2.jpg

△한경연 자료를 인용보도하는 동아비즈N면 기사(2/25)

 

 이 보도자료는 조선비즈 <제조업 노동생산성, 금융위기후 5위서 28위 추락>(2/25, 석남준 기자), 동아비즈N <한국 노동생산성 증가율 528위 후퇴>(2/25, 허동준 기자)등 중앙일간지의 경제면에서 보도되었습니다. 경제지 중에서는 한국경제가 <“노동생산성 급락금융위기 이후 한 제조업 경쟁력 추락”>(2/25, 박상용 기자)를 내고 한경연 자료를 보도했습니다.굳이 통계를 분석하지 않고 한국의 상황이 기업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는 주장은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2002~2009년까지 한국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7%로 세계 41개국 평균 3.4%를 크게 웃돌았는데, 단위노동비용 증가율은 같은 기간 0.8%로 세계 41개국 평균 6%를 크게 밑돌았기 때문입니다. 이는 도리어 우리 기업이 그간 얼마나 노동자의 임금을 후려치고 있었는지 보여주는 수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단위노동비용이 오르는 것이 국가경제 전체로 보면 좋은 신호일 수 있어

게다가 조선비즈 기사 <알기쉬운경제지표/단위노동비용(ULC)>(2014/2/5, 남재현 기자)에 따르면, 단위노동비용이 오르는 것이 그렇게 나쁜 일인지도 의문이었습니다. 경제용어를 설명하는 해당 기사에서는 “국가 전체에서 보면 (단위노동비용이 오르는 것과 내리는 것 중)어느 쪽이 더 좋은지 판단 내리기가 다소 복잡하다. 불황인지 호황인지에 따라 같은 현상이 의미하는 바가 정반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합니다. 이어서 기사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불황기에 단위노동비용이 올랐다면 긍정적인 의미다. 불황에도 근로자의 수입이 늘어났다는 의미로, 근로자가 늘어난 수입으로 더 많은 상품을 구매하고 서비스 이용할 수 있어 경기가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즉 불황기에 단위노동비용이 올라가는 것은 보통 경기회복을 알리는 긍정적인 신호를 의미한다. 반대로 불황기에 단위노동비용이 줄어드는 것은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속 경기침체)가 온다는 신호이며 경기침체가 더 깊어질 것을 말해준다. 경기 호황일 땐 단위노동비용이 오르는 것이 보통 인플레이션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제품 생산에 들어가는 원재료 비용 등 여타 고정 비용은 똑같이 필요한데 근로자에게 임금을 더 많이 줘야하기 때문이다. 이때 기업은 이익 수준을 맞추기 위해 제품 판매가를 올릴 수밖에 없고 물가는 상승한다. 그러나 경기활황기에는 노동 효율성을 개선한 결과라고 볼 수 있는 낮은 단위노동비용이 경기 상승세를 나타내는 신호다.

 

종합하면, 지금과 같은 불황기에는 단위노동비용이 오르는 것이 국가경제 전체로 보면 좋은 신호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경기변동

단위노동비용

국가경제 영향

이유

경기호황

증가

부정적

인플레이션으로 과도한 물가상승 유발

감소

긍정적

노동 효율성 개선

경기불황

증가

긍정적

민간소비 활성화로 경기회복 신호

감소

부정적

디플레이션으로 더 심한 경기침체의 신호

△경기변동에 따른 단위노동비용의 영향(조선비즈 기사 내용을 민언련이 표로 정리한 것임)

 

그리고 한편으로는, 다른 국가들의 단위노동비용 감소는 기업 경쟁력 상승보다는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인한 결과일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한국경제연구원 자료를 봐도, 단위노동비용이 가장 많이 떨어진 국가가 2010~2017년 당시 국가파산 위기에 빠졌던 그리스(-6.6%)라는 점이 이 사실을 방증합니다. 아무리 경제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국의 단위노동비용이 2.2%오르는 동안 그리스의 단위노동비용이 6.6%감소했다고 해서 그리스의 경쟁력이 급등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숫자가 그대를 속일지라도

‘세상엔 세 종류의 거짓말이 있다. 거짓말, 빌어먹을 거짓말, 그리고 통계다’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그만큼 통계가 통계 관련 지식이 없는 사람을 속이기 쉽다는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통계는 사회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경제지표를 오용하여 기업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프레임을 만드는 언론에 속지 않기 위해서는 언론이 제시하는 경제지표가 정확히 어떤 개념인지, 어디에 쓰기 위해 만든 통계인지, 어떻게 집계된 것인지, 증가율인지 절대 수치인지, 증가율일 경우 무엇에 대한 비율인지를 신중하게 읽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통계를 바로 보는 데 필요한 사전 지식을 확보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무엇보다 언론들이 숫자로 독자들을 속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는 한, 언론들이 제시하는 통계는 국민을 속이는 숫자일 뿐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2월 25일~4월 15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매일경제,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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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문의 엄재희 활동가(02-392-0181) 정리 공시형 인턴